EP.25
솜사탕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등에 업힌 아가씨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건지 씩씩거리며 인생의 진리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까! 돈 많이 주는 놈들은 나쁜 사람이라니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그분이 식사권을 주셨는데 나쁜 사람인가요?”
“어?”
과거에 아가씨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맛있는 밥을 주는 놈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만약 그 사람이 나쁘게 느껴진다면 그건 자신이 보는 눈이 나쁘거나 본인에게 잘못이 있다고 내게 가르쳐줬다·
아가씨의 철학을 배우는 모범생 중 하나로서 아가씨의 가르침에 불만을 품고 말했다·
“식사권을 그 사람이 줬다고?”
“네·”
“왜?”
“일을 잘해서요?”
갑자기 말이 없어진 아가씨·
잠깐을 고민하더니 아가씨는 고개를 끄덕이고 인정했다·
“그럼 착한 사람이네·”
“그렇죠?”
“그래도 그 사람이랑 일하면 안 돼·”
“왜요· 돈도 많이 주고 맛있는 음식도 사줬는데 이만큼 착한 사람은 없지 않아요?”
“그···· 그게! 위험하잖아! 무슨 일인지도 안 알려주고·”
“곤충을 잡은 것뿐입니다· 엄청 희귀한 곤충이요·”
“으···· 거짓말하지마!”
사실 나도 알고 있다·
100만 골드를 단 하루 만에 벌 수 있는 일은 끝도 안 보이는 음지의 일이거나 네임드 마수를 토벌하는 의뢰 정도는 돼야 벌 수 있는 금액이란 것을·
따지고 보면 네임드 범죄자를 잡긴 했지만 운이 잘 따라준 게 컸다·
파스칼은 나와 상성이 안 맞았고·
원작에서 등장한 악역이라 약점을 잘 알고 있어서 쉽게 공략할 수 있었으니까
아가씨의 걱정도 이해되고 혼내는 것도 이해하지만 아가씨를 놀리는 것이 재미있어서 이런 대화를 즐기는 중이다·
“그래서 어떠십니까?”
등에 업힌 아가씨는 시큰둥하게 답했다·
“뭐가· 빚 갚은 거?”
“아니요· 그건 당연히 기분 좋으실 것 같고요· 다른 거요·”
“다른 거?”
“여기 봐봐요·”
나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봤다·
어두운 밤인데도 환한 길거리·
가로등이 머리 위를 비추고 있고·
평일인데도 사람들은 거리를 바쁘게 다니고 있었다· 길거리에 노점상들은 손뼉을 치면서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고·
평소에는 이 시간에 불을 끄고 잠을 잤거나 침실에서 이야기하고 있었을 텐데·
오랜만에 외출을 한 아가씨의 기분이 어떤지 궁금했다·
“오랜만에 밖에 나와보니까 어때요?”
아가씨는 나처럼 두리번거렸다·
화사하게 빛나는 거리의 풍경·
지나치게 아름다운 밤거리의 모습이 아가씨의 눈을 반짝이게 했다·
아가씨는 등에 얼굴을 파묻었다·
솔직하게 말하는 건 부끄럽나 보다· 얼굴을 가리고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하는 아가씨· 볼을 꼬집어주고 싶었다·
“좋아·”
“그쵸?”
“어·”
다행이다·
아가씨가 좋아해서·
마음 한편에는 아가씨가 이번 외출을 싫어하면 어찌 지란 걱정을 하고 있었다·
다리를 잃고 난 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싫어했고·
친구와 가족이 없는 거대한 저택이란 새장에서 살았으니까·
자신의 방 안에 갇혀 있던 아가씨가 겁을 먹고 다음부터 안 나간다고 하면 어쩌지란 걱정을 하며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중간에 등장한 루인도 그렇고·
아가씨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는데 수줍은 대답을 듣고 나니 걱정했던 가슴이 편해졌다·
그동안의 고생이 녹아버리는 것 같다·
“그럼 다음에도 밖에 나올까요? 같이 노점상도 가고 닭꼬치도 먹고 어때요?”
“···그럴까·”
우리는 다음을 약속했다·
다음에는 조금 더 재미있고 보람차게 시간을 보내자고 약속하며 가벼운 걸음으로 저택으로 돌아갔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올리비아는 잠깐 잠에 들었다·
밖으로 나온 게 오랜만이라서 피곤하기도 했고 위험한 일을 한 리카르도를 혼내느라 피로를 쏟아버린 것 같았다·
넓은 집사의 등·
듬직하고 튼튼했다·
어릴 적에는 마른 가지처럼 생겨서 자신보다 작게 클 줄 알았는데 어느새 올려다보지 않으면 안 보일 정도로 자라서는 자신을 업어주는 성인이 되어버렸다·
올리비아는 리카르도가 좋았다·
이성으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리카르도는 자상하고·
언제든 웃어주고·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달려와 줬으니까· 좋을 수밖에 없지·
리카르도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자신은 리카르도라는 집사를 좋아하고 있다·
좋게 봐줬으면 좋겠는데·
그러려고 신문에서 일도 찾아봤는데 리카르도가 빚을 다 갚아버리는 바람에 의미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정말이지· 짜증 났다·
그래서 오늘 찔끔 눈물을 흘렸다·
많이는 아니고 조금·
아주 조금만 눈물을 흘렸었다·
빚을 갚았을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분명 힘든 일을 했겠지·
올리비아는 고생한 리카르도를 꽉 껴안았다· 어렸을 때 엄마가 이렇게 안아주면 기분이 좋았으니까·
리카르도도 기분이 좋아졌으면 했다·
-꼭·
따뜻한 온기가 가슴을 타고 느껴진다·
13년이란 세월 동안 변함없이 옆을 지켜 준 집사의 등은 넓고 따뜻했다·
“저기 아가씨·”
“응·”
밀려오는 수마를 타고 떨리는 리카르도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귓가를 울렸다· 중저음의 낮은 목소리가 졸음을 더하게 했지만 올리비아는 자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정신을 붙잡았다·
등에 업혀있는 것도 미안한데 졸기까지 하면 더 미안할 것 같으니까·
“요즘은 어떠십니까?”
“그냥 그래·”
“그렇군요·”
고요함이 거리에 맴돈다·
저벅저벅 거리를 걷는 리카르도의 걸음 소리가 자장가처럼 느껴진다· 이런 적막함도 나쁘지 않았다·
수마가 점점 더 몰려온다·
‘자면 안 되는데·’
올리비아는 리카르도의 몸에 바짝 더 붙었다·
움찔 떠는 리카르도·
왜 저런지 모르겠다·
춥나?
아니 더울 텐데·
아직 초가을인데·
단풍도 들지 않은 초가을인데·
왜 저러는 걸까·
춥지 않은 날씨에 몸을 부르르 떠는 리카르도가 걱정되는 올리비아였다·
“추워?”
“아니요·”
“근데 왜 이렇게 떨어·”
“그게·”
한숨을 쉬는 리카르도·
귀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가씨가 너무 달라붙어서 그럽니다·”
“그게 왜? 내 몸이 차가워?”
“아닙니다· 너무 붙으셔서··· 오히려 좋기도 하고· 아니 아니· 내가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지···”
“괜찮은 거야?”
“네 졸려 보이시는 데 주무세요· 안 버리고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요·”
역시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집사· 말하지 않아도 먹고 싶을 것을 가져다주고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유능한 집사지만 오늘만큼은 집사의 말에 따르지 않기로 했다·
같이 하는 외출은 너무 오랜만이니까·
“안 잘 거야·”
차갑게 거절하는 올리비아였다·
별도 많이 떠 있고·
저택이랑 가까워질수록 사람도 별로 없고 기분이 좋았다·
올리비아는 리카르도를 봤다·
언제나처럼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는 리카르도· 붉어진 얼굴을 숨기며 저택으로 걸어가는 중이었다·
저 정장은 질리지도 않는가·
매번 같은 옷만 입고 말이야·
근데 생각해보니까 뭐가 이상한데·
올리비아의 머릿속에서 한가지 궁금증이 피어올랐다· 왜 리카르도는 긴 팔 밖에 안 입지라는 생각을 말이다·
1년 전· 그날 이후·
리카르도의 옷은 하얀 셔츠와 검은색 정장에서 멈춰있었다·
처음에는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검은색 정장을 고수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는 돈이 없으니까 집사 복을 입는다고 생각했고·
그런데 말이지·
작년 여름에도·
이번 여름에도·
왜 저 옷만 입고 있는 걸까·
옛날에는 반 팔을 입었는데·
지난 1년 동안 자신이 봐온 리카르도는 긴 팔만 입고 있었다·
이상했다·
궁금한 게 싫은 올리비아는 리카르도에게 바로 물어봤다· 왜 긴 팔을 입고 있냐고 덥지 않냐고 올리비아는 물어보기로 했다·
“리카르도 안 더워?”
“아니요· 오늘 날씨가 선선해서 괜찮네요·”
“그래? 더우면 반 팔 입어·”
순간 리카르도는 말이 없어졌다·
아무 말 없이 어색한 웃음을 짓는 리카르도의 모습에 올리비아의 궁금증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나 없는 사이에 뭐라도 했나·
보여주기 창피한 문신이라도 했는지·
아니면 금팔찌를 차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올리비아의 직감에선 리카르도가 옷 안에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확신했다·
흠····
올리비아는 리카르도의 목에 얼굴을 가까이했다·
셔츠의 카라 사이에서 무언갈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자는 척하면서 리카르도의 목덜미에 눈을 대고 실눈을 떴다·
변태 같은 짓이지만 궁금한 건 참을 수 없었던 올리비아·
리카르도가 걸을수록 셔츠가 벌어지면서 작은 공간을 만들어냈고·
벌어진 옷 틈 사이에서 리카르도의 몸이 보이려고 하자·
“변태 짓은 나쁜 겁니다·”
옷을 싸매는 리카르도의 불호령이 들려왔다· 화끈거렸다· 분명 완벽한 연기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들켜버리고 말다니·
특히나 집사의 몸을 훔쳐보려고 한 것을 들키자· 고개를 들 수 없는 올리비아였다·
올리비아는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말했다·
“안 봤거든!”
“거짓말· 제가 음탕한 시선을 느꼈는데요?”
“음탕하지 않아!”
“흐음?”
“그렇게 보지 말라고!”
리카르도는 옷을 여몄다·
작은 틈이라도 허락하지 않을 것처럼· 꽁꽁 싸매는 리카르도의 모습에 올리비아는 짜증이 났다·
“안 봐!”
“보는 게 이상한 겁니다·”
올리비아는 속으로 다짐했다·
언젠가 반드시 보고 말 거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올리비아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헤엄치는새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 연휴가 3배로 느껴지는 요정이 독자님에게 가기를 바랍니다! 후원 감사합니다! 글먹괴님 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후원 감사합니다! 독자님에게 꿀잠이 찾아오는 요정이 가기를 바라겠습니다! 조금만 자도 개운!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