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5
아가씨가 쓰러진 직후·
나는 아가씨의 다리가 되어줄 의료용품를 만들기 시작했다·
재활에 도움이 되는 보행기나·
식탁에 펼쳐놓은 설계도처럼 아가씨에게 도움이 될 만한 보조 기구를 만들었다·
아가씨는 쪽팔리다며 싫어하셨지만 나는 끊임없이 만들고 또 만들었다·
이 세상은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목발 정도의 보조기구가 있기는 했지만 보행기나 휠체어 같은 기구는 탄생하지 못했다·
휠체어와 비슷한 발명품이 있었는데 제대로 된 브레이크가 달려 있지 않아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해서 사회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좋지 않았지·
고위 귀족이 다친 사례도 있어서 귀족들 사이에서는 쓸모없는 물건으로 낙인이 찍혀버렸다·
그래서 아가씨께서도 휠체어를 싫어하셨고·
-못생겼어·
-···아직 포장지도 안 뜯었습니다·
-그냥 못생기게 생겼어·
모포로 가려 아가씨에게 깜짝 발표한 ‘벤x 1호기’· 나무로 만들어 올드한 디자인과 손으로 직접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는 브레이크가 달려 이 세대의 역사를 뒤집어 놓을 발명품을 아가씨에게 선보였지만 아가씨는 포장지도 뜯기 전에 거절 의사를 밝혔다·
-앉아보시면 느낌이 다를 겁니다·
-싫어· 못생겼어·
-앉고 싶게 생기지 않습니까··!
-리카르도 등이 더 빠르고 편해·
-···오·
아가씨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폐기한 1호기·
절대로 아가씨의 가슴이 등에 닿는 게 좋아서라는 불순한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내 등이 좋다고 하시는데 어떻게 말리겠냐·
나도 좋고·
아가씨도 좋은데·
첫 작이라 미흡한 점도 많았고 손으로 바퀴를 멈춰야 하는 위험성이나 좋지 못한 승차감· 투박한 디자인까지·
아가씨의 첫 차로 부적격하다고 인정했다·
명색의 귀족인데 있어보이는 걸 타야 타는 맛이 나지 않을까·
카푸어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
나는 아가씨를 카푸어로 만들기 위해 1호기를 저택 창고에 갖다 버리고 2호기를 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벤x 2호기·
전작의 단점었던 디자인과 브레이크의 안전성을 보안한 2호기는 품격을 더한 검은색 도색과 철제 프레임으로 만들어서 안정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잡은 드워프의 정수가 담긴 역작이었다·
드워프의 땀방울과 망치질이 이뤄낸 역작·
이마의 땀을 닦으며 상쾌한 미소를 짓던 드워프의 표정을 잊지 못했다·
-이 정도면···· 오크는 죽일 수 있을 거야·
-훌륭합니다···!
도면보다 크기가 3배는 커진· 2호기·
만들 때는 신나서 몰랐는데 만들고 나서야 전쟁 병기가 된 2호기를 볼 수 있었다·
신나서 이것 저것 추가한 게 잘못이었다·
-자네 오크는 잡아야하지 않겠나?
-오크요? 그냥 굴러가기만 하면···
-어허! 길 가다가 오크를 만날 수도 있는 험악한 세상에서 그런 안일한 생각은 하는 게 아니야!
-확실히···
쓸때없는 장인의 혼을 불태우는 바람에 요구한 것보다 더 흉악하게 만들어진 2호기는 아가씨의 검증도 못 받고 저택의 창고에 박혀버렸다·
아가씨가 탔으면 딱이 었는데···
아가씨에게 보여줬다가 쫒겨날 것 같아서 참았다·
많은 시행착오와 재정난으로 미뤄진 3호기·
역사의 뒤향길로 사라지는 줄 알았으나 말릭의 도움으로 세상에 빛을 보기 시작했다·
말릭은 도면을 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휠체어의 손잡이를 콕 집어서 말하는 말릭·
아이처럼 흥분한 표정이었다·
“고무 패드로 브레이크를 만든 다라· 전혀 생각하지 못 했어·”
당연했다·
공학이란 학문보다 마법이란 편리한 수단이 이세계에 존재했으니까·
마석이란 에너지원과 마법이란 효율적인 방법이 눈앞에 있는데 굳이 돈을 들여 비효율적인 방법을 채택하지 않았겠지·
말릭은 현대 지식을 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하면 마차에도 대입할 수 있겠어· 오크의 가죽으로 브레이크 패드를 만들고 와이어를 달은 손잡이로 감속을 한다라···· 이거 돈이 되겠는데· 마석의 비용도 줄고 편의성도 늘어나고···”
사업체를 늘릴 생각에 표정이 좋아지는 말릭이었다·
말릭은 내게 물었다·
“그대는 천재인가?”
“네 천재에 잘생겼고···”
“그 말은 빼지·”
“부러우십니까? 다시 태어나시면 됩니다·”
말릭은 재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5장이 되는 설계도·
말릭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 글씨가 아닌 해석가의 손에서 재탄생한 설계도를 유심히 보며 감탄하고 새로운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를 반복했다·
이렇게만 보면 사업가가 따로 없는데 왜 검을 휘두르고 있을까· 이해가 되지 않는 행보를 보여주는 물주님이었다·
시간은 빨리 흘러갔다·
말릭은 펜으로 설계도의 미흡한 부분을 지적했고 나는 말릭의 의견에 감탄하며 그의 통찰력에 박수를 보냈다·
처음에는 간단한 휠체어였지만·
유행을 아는 귀족과 빙의자의 의견이 합쳐지며 휠체어는 조금씩 도면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벤x’ 에서 ‘포x쉐’로·
1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도면의 여백에는 빼곡한 글씨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분명 이번 만큼은 사람이 탈 수 있는 걸 만들자고 시작했는데·
기사 놈 두명이 모이니까 원래 목적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펜을 든 말릭은 말했다·
“여기에 마석으로 돌아가는 동력원을 추가하는 거 어떻겠나·”
“동력원 말씀입니까?”
“그래· 명색의 악녀가···· 아니 올리비아 공녀가 타고 다닐 의자인데 이렇게 시시하면 공녀도 싫어하지 않겠나?”
말릭은 진진한 표정으로 참신한 개소리를 지껄였다· 마석을 매개체로 움직이는 휠체어를 만들어보자고·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릭에게 물었다·
“그게 가능합니까?”
“돈으로 불가능 한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황실 기사가 할법한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상의 명확한 이치를 말하는 말릭이 존경스러웠다·
나는 말릭의 의견에 조심스럽게 살을 붙였다·
“그러면 여기에 보호 마법을 추가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넘어지면 큰일 나지 않겠습니까·”
“흠···· 확실히· 그러면 출력을 조금 더 높여도 되지 않겠나? 보호 마법이 있으면 안전성은 확실하니까· 쇠 보다 미스릴로 경량화를 하면 마차보다 빠를 것 같은데·”
“확실히··· 그럼 손잡이에 아가씨가 좋아하는 파이어볼도··”
“그럼 이것도···”
“오···! 좋습니다·”
남자의 로망과 기사의 과격함이 합쳐서 탄생하는 ‘포x쉐 1호기’
말릭은 코를 쓱 쓸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고 나 또한 아가씨가 좋아할 거란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왕 하는 김에 확실하게 만들자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던 지금·
대략적인 견적을 짠 말릭은 설계도 여백에 0이 여러 개 붙은 숫자를 보여줬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말릭은 작게 웃으며 말했다·
“300만 골드면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한동안 쌀 죽만 먹어야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분명히 아가씨가 받으시면 좋아하실 것 같은데 감당이 되지 않았다·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짓고 말릭에게 말했다·
“조금 견적을 줄일 수 없겠습니까? 보호 마법만 넣은 금액으로···”
“왜지?”
“금액이 부담이 되서··· 하하”
어색한 웃음이 튀어나왔다·
300만 골드라니·
휠체어 하나에 인생을 태우고 싶지 않았다· 아가씨의 첫 차를 외제차처럼 뽑아주고 싶었지만 비행기는 무리였다·
역작의 탄생이 불발될 위기에 놓이자 말릭은 미간을 찌푸렸다·
“돈?”
“네···”
300만 골드가 남의 집 개이름이냐고·
역사와 명예가 깊은 히스타니아 가문은 감당 가능한 금액이겠지만 청년 가장인 내게는 무거운 돈이었다·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50만 골드였다면···’ 하는 생각을·
나는 어색한 미소로 펜을 돌리고 있는 말릭에게 말했다·
“돈은 계좌로 넣어드릴테니까···”
말릭은 얼굴을 굳혔다· 친한 형과 밥을 먹고 계산을 한다는 나를 혼내는 표정으로·
“착수금을 네가 왜 내지·”
“네···?”
“내가 분명 감사인사를 하러 왔다고 하지 않았나·”
“아까 하셨지 않았습니까? 식사권도 10장이나 주시고·”
말릭은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뱉었다·
“그건 인사고·”
말릭은 설계도를 안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이건 내가 주는 감사다·”
나는 진지하게 말릭에게 말했다·
“형이라고 불러도 됩니까?”
말릭은 정색을 했다·
“징그럽다·”
***
어두운 방 안·
올리비아는 한나와 침대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아카데미는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한나는 올리비아의 궁금증을 풀어줬고 올리비아는 화답하며 한나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작은 등불이 비추는 방안·
한나는 웃으며 미하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제가 미하일 선배의 검을 피하고 ‘팟’하고 턱 끝에 검을···!”
올리비아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예전에는 미하일의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은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심장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빨개지는 설레임은 예전보다 덜 했다·
안 본지 너무 오래되서 그런가·
과거를 본 뒤로 미하일에 대한 감정은 옅어지고 있었다· 분명 좋아하는데 아직까지 좋아하는 것 같은데· 계속 가슴이 답답했다·
아직도 연못에 빠진 자신을 구해준 미하일이 생생하게 기억이나는데···
가슴은 잘 모르겠다고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
한나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풀고 있었다· 신이 난 얼굴로 미하일을 이겼다고 자랑하는 한나·
“그때 미하일 선배가 바닥에 앉아서 저를 노려보는데 기분이 어땠는지 아세요···? 공녀님? 듣고 계세요?”
올리비아는 한나에게 물었다·
“너··· 미하일 좋아하지 않아?”
이상했다· 자신이 아는 히스타니아 한나는 미하일을 좋아하는 소녀였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이겨서 기뻐하는 한나는 사랑에 빠진 소녀으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아픈 이를 빼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아직도 미하일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는 올리비아는 한나가 이상하게만 보였다·
그래서 올리비아는 한나에게 물었다·
너 미하일 좋아하잖아 라고·
한나는 올리비아를 바라봤다·
생각하지도 못한 질문에 놀란 모양·
크흠· 헛기침을 뱉고 입을 열었다·
“그랬었는데요··”
한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이불 위를 손가락으로 끄적거렸다·
부끄러워하는 한나의 모습이 이상하게만 느껴지는 올리비아는 잠잠히 한나의 대답을 기다렸다·
왜 저렇게 부끄러워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한나는 올리비아에게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요·”
“그게 미하일 아니야?”
한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한나는 1층을 내려봤다·
볼을 붉히고선·
“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엄청 멋있는 사람이요·”
그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보려는 찰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할 거라는 걸 눈치 챈 한나는 질문의 방향을 바꿔 올리비아에게 물었다·
“그럼 공녀님은요?”
부끄러운 표정을 지우고 진지한 표정으로 한나를 올리비아에게 말했다·
“공녀님은 미하일 선배를 좋아하시지 않아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컴퓨터가 저승의 요정을 만난 덕분에 휴대폰으로 퇴고를 했습니다· 맛있을 지 모르겠는 요정입니다·
추신)
이번편은 오타가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빠르게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닷··
[후원 감사]
데코님 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닷!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