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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Chapter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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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

히스타니아 남매를 보내고·

나는 아침을 들고 아가씨의 방문 앞에 서 있었다·

오늘 아침은 아가씨께서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파프리카’ 주스와 베이컨 토스트· 일주일 동안 고기만 드신 아가씨의 건강을 생각해서 만든 식단이었다·

당근과 파프리카를 갈아서 만든 주스와 바싹하게 구운 베이컨 토스트까지·

아가씨께서 걸쭉하게 갈린 주스를 보시면 ‘이건 사람이 먹는 게 아니야·’라고 하실 게 분명했지만 주인의 건강을 생각하는 것 또한 집사의 덕목이기에 오늘 귀족 학대라는 걸 해볼 생각이다·

일주일 동안 귀족 확대를 했으니 이제는 축소할 시기가 됐지·

주스를 먹은 아가씨의 표정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똑· 똑· 똑·

돌아오는 답은 없다·

대신 문 너머에서 아가씨의 열정적인 코골이 소리가 들려왔지·

-드르렁··· 쿨·· 커어억··

-쿨· 커어억· 히요오···

아가씨는 단잠에 빠지신 것 같다·

늦은 시간까지 한나랑 이야기를 하셨으니 열정적인 코골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미하일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남의 이야기를 엿듣는 건 취미가 아니라 지나쳤지만 평소 아가씨께서 잠을 자는 시간을 훌쩍 넘긴 것은 확실했다·

그러니까 저렇게 요란한 코골이를 하는 거 겠지·

-드르렁··· 쿨··· 으르렁··· 쿨··

아가씨의 단잠을 배려해 문 앞에서 5분 정도를 기다리고 방문을 열었다·

-똑· 똑· 똑·

“실례하겠습니다·”

 

서늘한 공기가 흐르는 방·

창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자기 전에 창문을 닫으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오늘도 역시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주무시는 아가씨·

한숨이 나왔다·

“아니 저번에 감기 때문에 한참 고생했으면서··· 또··”

-흠냐··· 커어어억··!

곤히 주무시는 모습에 잔소리가 쏙 들어갔다· 확인하지 못한 내 잘못이니까· 내가 더 신경쓰면 되겠지·

나는 아가씨 머리맡에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공습경보···”

움찔·

눈썹을 찌푸리는 아가씨·

나는 아가씨의 귓가에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 전생의 ASMR처럼·

“아가씨 공습경보입니다·”

잠을 깨우는 소리에 아가씨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시려고 했지만 13년 동안 아가씨의 잠을 깨워본 집사로서 쉽게 저지할 수 있었다·

나는 이불 밑단을 잡았다· 아가씨께서 이불 속으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흐에엣! ···으으으···”

 

아가씨는 미간을 찌푸렸다·

“리카르도··· 중력이 너무 강해서··· 이불이 꿈쩍도 안 해···”

웃음이 나왔다· 단잠을 깨우는 게 미안했지만 아침만큼은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집사로서 아가씨의 잠을 깨울 수 밖에 없었다·

아가씨께서 분명 화를 내시겠지만 건강 만큼은 무엇보다 소중하니까·

톡· 아가씨의 볼을 건들자·

아가씨는 눈쌀을 찌푸렸다·

나는 아가씨의 귀여운 표정을 보고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아──함!

귀를 물었다·

“히잇!!!”

아가씨는 눈을 뜨고 소리쳤다·

“히에에엑!! 잡아 먹힌다! 슬라임한테 잡아먹혀··· 응?”

요란하게 일어나는 아가씨·

아가씨의 머리 위로 익숙한 푸른 창이 보이기 시작했다·

[데스문트 올리비아 Lv·0·5]

[직업 : 백수]

[호감도 : 82]

[좋아하는 대화 주제 : 밥· 고기· 입욕제· 리카르도의 건강· 금화· 산책(New)]

[싫어하는 대화 주제 : 미하일· 채소· 파프리카· 과거· 빚]

‘어라···?’

뭔가가 비어있는데·

뭐지···?

잘못 본 건가 싶어 눈을 비벼봤지만 1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던 키워드 중 하나가 비어있었다·

언제나 좋아하는 대화 주제의 첫 번째를 차지하고 있던 익숙한 이름·

[미하일]

이 이름이 사라졌다·

나는 눈을 비볐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언젠가 사라지겠지·’라고 생각했던 오래된 키워드·

나는 나를 향해 인형을 던지는 아가씨를 향해 물었다·

이게 꿈이 아닐까 해서·

이제는 기나긴 짝사랑을 끝내셨는지·

아니면 잠깐 휴가를 내신 건지·

나는 아가씨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아가씨·”

귀에 묻은 침을 신경질적으로 닦아내는 아가씨는 나를 봤다·

“왜···”

졸린 눈을 비비적 거리는 아가씨·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리카르도가 깨워서 잘 못잤어·”

“잠자는 숲 속의 공주님을 깨우는 마법입니다·”

“내가 공주야?”

“아니요· 돼지 입니다”

아가씨는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아가씨에게 물었다·

궁금한 걸 참는 건 성미에 안 맞아서·

“아가씨 미하일 말입니다·”

“미하일?”

미하일이란 이름에 아가씨의 표정은 실시간으로 굳어졌다·

혼날 것 같았다·

지뢰를 밟은 것 같고·

너무 섣부른 건가 싶었지만·

내게는 확인이 더 중요했다·

“아직도 미하일을 좋아하십니까?”

“그건 왜?”

“그냥 궁금해서요”

 

평소 미하일에 대해 욕만 했던 내게서 무슨 말이 나올지 아가씨는 예상하고 있을 거다·

‘응’ 이라고 대답한다면 ‘로리콘···’이라는 욕이 내 입에서 나올 거란 걸 알고 있을테고·

분위기가 좋지 않아질 것도 알고 계실거다·

나는 생각했다·

미하일을 아직도 좋아한다면 내게 욕을 하실테고 미하일에 대한 감정이 식었다면 아무말 안하시겠지·

 

나는 아가씨의 답을 기다렸다·

욕을 듣는 건 익숙하지만 미하일을 아직도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조금 아플 것 같았다·

호감도 창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그랬고 아가씨가 그랬다·

하지만 아가씨의 마음에서 미하일이란 이름이 사라진다는 건 더 믿겨지지 않았고· 직접 듣고 싶었다·

손에 든 쟁반을 꽉 쥐면서·

아가씨의 답을 기다렸다·

“흐음···”

아가씨는 생각에 잠겼다· 쟁반에 올려놓은 컵을 가져가 이마를 대고 열을 식혔다·

“있지· 리카르도·”

“···”

“미하일 이제 이야기는 안 해줬으면 해·”

“죄송합니다·”

“나· 이제···”

입술이 말랐다·

아가씨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는데도 아가씨의 입에서 듣는 것은 무서우니까·

다시 긴 싸움을 해야 한다는 걱정과 기대했던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고 실망할 것 같았다·

입술을 꾹 깨물고 나는 아가씨의 답을 기다렸고 아가씨는 지난 1년 동안 듣고 싶던 말을 뱉었다·

“미하일 안 좋아해·”

“네?”

“안 좋아해· 못생겼어·”

“아니 잘생겼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아니·”

아가씨는 나를 봤다·

“못생겼어· 호리호리해서 별로야·”

‘진짜네·’

아가씨의 얼굴에 거짓이 없었다·

“정말입니까?”

“응·”

안 되겠다·

오늘은 아가씨랑 같이 외출을··

-벌컥··· 벌컥··

어라?

저게 왜 저기로 갔지·

아가씨는 주스를 마시고 있었다·

파프리카와 당근이 혼합된 사약을 상남자처럼 마시고 계셨다·

‘아 큰일 났다·’

깔끔하게 컵을 비운 아가씨는 맹한 눈으로 나를 봤다·

“이거··· 뭐야?”

“···파프리카 주스·”

“파··파프리카?”

주륵· 입에서 주스를 뱉는 아가씨·

“컥····!”

아가씨는 주스를 뿜으며 쓰러졌다·

나름 성공한 암살이었다·

***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픈 이를 뺀 것 같아서 몸이 날아갈 것 같았지만·

아가씨의 기분은 안 좋았다·

아가씨는 나를 노려봤다·

“귀족 학대범·”

“···”

“귀족 살인마·”

“···”

“귀족 암살자·”

의도치 않은 암살이 성공하고 아가씨는 침대 구석에 틀어박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제 내가 주는 건 절대로 먹지 않겠다고 하시는 아가씨·

화를 풀지 않는 아가씨는 초콜릿을 3개를 줘봐도 고개를 휙 돌리고는 10개가 아니면 협상조차 하지 말라고 아가씨는 입술을 삐쭉 내밀고 말했다·

아가씨는 내게 원망의 말을 쏟고 있다·

종이에 작게 글씨를 써 놓고·

[파프리카는 사회의 악이다·]

소심한 투쟁을 하시는 아가씨·

웃으면 안 되는데 자꾸 웃음이 나왔다·

아가씨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내게 소리치며 말했다· 입속을 퉤퉤 헹구면서 소리치는 아가씨· 귀여워서 미칠 것 같았다·

“왜 웃어!”

“안 웃었습니··· 풉·· 다·”

“웃었잖아!”

“아니·· 풉··· 푸하하하! 아니 참을 수 없지 않습니까· 파프리카를 코로·· 푸핫···!”

아가씨는 손에 든 종이를 신경질적으로 구겼다·

“이이익····!”

그리고 야구 선수처럼 자세를 잡고 던지시는 아가씨·

-휘용!

거대한 궤적을 그리고·

-툭·

바닥에 힘없이 떨어졌다·

초라하게 떨어진 종이 공에 아가씨와 나의 시선이 어색하게 교차했다·

“풉···!”

“웃지마!”

서로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서·

아가씨는 분노를 참을 수 없어서·

나는 아가씨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올려줬다·

“훌륭한 궤적이었습니다· 조금만 노력하시면 닿을 수 있겠는데요?”

아가씨는 손에 든 펜을 던졌다·

***

시간이 지나 아가씨의 비상 주머니에 초콜릿이 15개가 저축되고 나서야 아가씨의 화를 풀 수 있었다·

가슴 사이로 삐져나온 초콜릿을 보며 해맑은 미소를 짓는 아가씨·

아가씨는 선심 쓰듯 내게 초콜릿을 내밀며 말했다· 따끈하게 데워진 초콜릿· 서랍에 넣어놔야겠다·

“부자야· 부자!”

“···그렇게 좋습니까·”

“응· 리카르도는 초콜릿 하루에 1개밖에 안 주잖아·”

“그건 아가씨의 건강을 위해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아가씨는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거 귀족 학대야· 귀족 인권 위원회에 신고할 거야·”

“그런 게 있습니까?”

“없는데·”

전에 했던 장난을 그대로 돌려받는 나였다·

길었던 아침 식사를 끝내고 아가씨는 방구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반짝이는 포장지에 리본이 달린 물건을· 흉터를 들키는 바람에 전해주지 못한 생일 선물이었다·

아가씨는 손가락으로 선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가져다줘·”

“선물 말입니까?”

“응 그거·”

바스락 소리를 내며 나는 아가씨의 품에 선물을 안겨줬다·

크흠! 아가씨는 목청을 풀고 말했다·

“불 끄고 눈 감아봐·”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아가씨의 말을 따랐다·

불이 꺼지고·

아가씨는 또각 소리를 내며 접시에 초콜릿을 쌓기 시작했다·

케이크를 만드는 모양·

실눈을 뜬 나는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내는 아가씨를 흐뭇하게 봤다·

“눈 뜨면 안 돼·”

“네·”

“진짜로 뜨면 안 돼”

“안 뜹니다·”

아가씨는 흐뭇하게 웃고 계셨다·

바스락· 바스락· 선물의 포장지를 찢는 소리가 들려왔다· 쉽게 뜯어지지 않는지 아가씨는 ‘히잇! 흐아아압!’ 요란한 기합을 지르며 포장지를 뜯고 계셨다·

훌쩍· 콧물을 드레스에 닦고·

다시 드레스에 쓱 닦고·

 

귀족 영애처럼 보이지 않았다·

슬슬 준비가 된 것 같다·

초콜릿으로 만든 케이크 위에 초를 올려놓고 크흠· 목청을 푼 아가씨의 모습이 실눈을 뜬 눈으로 살며시 보였다·

이제 됐으니 눈을 떠보라고 말씀하시는 아가씨·

천천히 눈을 떴다·

커튼 사이로 아침 햇살이 들어오긴 했지만 몽글몽글한 분위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초콜릿을 부셔 만든 케이크와 장갑을 들고 있는 아가씨가 눈에 들어왔다· 해맑게 웃고 계시는 아가씨의 미소는 그 어느때보다 아름다웠다·

아가씨는 접시를 침대 위에 놓고 준비했던 선물을 손에 들었다·

“장갑입니까?”

“웅· 이제 겨울이니까· 손 시리면 아프잖아·”

노란 색깔의 병아리 자수가 있는 벙어리 장갑· 겨울을 생각한 아가씨의 배려였다·

아가씨는 장갑을 손에 끼워주기 시작했다·

차가운 손길로 조심스럽게 닿는 아가씨의 서툰 손짓이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따뜻하고·

포근했다·

장갑을 끼며 아가씨는 내게 말했다·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감사합니다·”

“비싼 거 못 해줘서 미안해·”

아가씨는 고개를 숙이고 내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젓고 답했다·

“제게는 100만 골드보다 비싸게 느껴집니다·”

“···1골드짜리야·”

쓸데없는 데서 솔직한 아가씨였다·

장갑은 내 손을 덥기 시작했다· 몽글몽글한 감정이 올라오는데 가슴 한편이 따뜻했다·

3분 정도가 지났을까·

장갑을 끼워주는 아가씨는 이상한 소리를 냈다·

“어라···?”

흡!· 기합을 주고 손등에 걸린 장갑을 내려보는 아가씨·

손에 꽉 껴서 올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아가씨는 울먹이며 나를 봤다· 콧구멍을 벌렁거리고 콧물을 훌쩍 흘리는 아가씨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혀있었다·

“작아···?”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딱 맞습니다·”

“끕···! 거짓말하지마···”

아가씨는 울었다·

사이즈를 잘못 사 온 하녀님을 원망하면서·

“흐아아아앙!!!”

펑펑 울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저런 아가씨를 어떻게 미워하냐고·

***

아카데미 연무장·

은색의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대련을 하고 있는 미하일은 대련 상대인 한나를 보며 말했다·

“그 검··· 좋아보는데·”

한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선물 받은 거에요·”

일주일 뒤에 있을 과제를 생각하며 미하일은 한나에게 물었다·

“그검 잠깐 빌려줄 수 있어?”

한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꺼져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컴퓨터 심폐소생술이 실패했습니다···

핸드폰 퇴고가 길어져서··· 오타가 있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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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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