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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Chapter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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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8

아가씨는 내게 소리쳤다·

 

 

“벗어!”

 

 

선정적인 말을 뱉는 아가씨·

나는 몸을 껴안으며 아가씨에게 말했다·

 

 

“꺅· 그렇게 야한 말을 하시면 어떡합니까·”

 

 

아가씨는 신경질을 냈다·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아가씨는 장갑을 낀 내 손을 보고 말했다·

 

 

“벗으라고! 환불할 거야!”

 

 

벗으라니 그렇게 야한 말을·

 

 

나는 손에 낀 벙어리 장갑을 꼼지락거리며 아가씨의 말에 콧방귀를 꼈다· 작아도 쓸만한데 왜 벗으라고 하는 걸까·

 

 

환불하면 그때의 추억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나는 아가씨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귀찮게 환불을 왜 합니까·”

“작잖아!”

“늘리면 맞습니다·”

“그러라고 사준 거 아니거든!”

“저는 이러라고 작게 사주신 줄 알았습니다·”

 

 

나는 아가씨 앞에서 꽉 낀 장갑을 흔들며 유세를 떨었다·

 

 

“따뜻하고 좋은데요 뭘·”

 

 

아가씨께서 나를 노려봤다· 눈빛은 잡아먹을 것처럼 떴는데 입꼬리는 삐죽 올리고 웃는 아가씨·

 

 

나는 아가씨의 미소에 화답하며 말했다·

 

 

“원래 옷이라는 게 입으면 늘어나고 빨면 줄어들고 하지 않습니까· 어차피 늘어날 거 쭉쭉 늘려서 끼면 좋죠·”

“그래도····”

 

 

아가씨는 미안해하셨다·

 

 

손이 아픈 내게 작은 장갑을 사줘서· 꽉 낀 장갑을 끼면 혈액순환도 안 되고 건강에 안 좋다고 말씀하시지만 장갑을 환불하면 그때의 추억이 옅어질 것 같아서 아까웠다·

 

 

-끕·· 많이 작아?

 

 

장갑만 보면 웃음이 나왔다·

콧물을 질질 흘리면서 어떻게든 장갑을 껴보려고 했던 아가씨가 생각나서·

 

 

협상에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아가씨는 한숨을 푹 쉬고 장갑을 낀 손을 보며 말했다·

 

 

“리카르도·”

“네·”

“병아리가 닭이 됐어·”

 

 

늘어난 병아리 자수를 보고 말하는 아가씨· 억지로 손을 밀어 넣었던지라 자수가 늘어나는 건 피할 수 없었다·

 

 

나는 벙어리 장갑의 자수를 쓰다듬으며 아가씨에게 말했다·

 

 

“이놈도 성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키워서 잡아먹죠·”

“···장갑은 못 먹어·”

“압니다·”

 

 

아가씨는 삐쭉거리며 입에 초콜릿을 물었다·

 

 

“나빠·”

“압니다·”

 

 

작은 헤프닝으로 시작한 하루·

 

 

우린 일주일 동안 저택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가씨께서 숲의 친구에 가자고 조르시긴 하셨지만 슬슬 보고 싶지 않은 얼굴들이 하멜에 올 테니까·

 

 

만나면 으르렁거릴 게 분명했고 아가씨는 물게 분명했다· 주인의 치아 건강을 생각하는 것도 집사의 덕목이니까· 칩거를 결정한 나였다·

 

 

밖에 나가자고 하는 아가씨의 변화가 반갑긴 했지만 한동안은 참아주길 바라는 맘으로 아가씨의 입가의 묻은 초콜릿을 닦아줬다·

 

 

“그러고 보니 아가씨·”

“웅?”

“저번에 제가 만들어줬던 바퀴 달린 의자 기억하고 계십니까?”

“바퀴 달린 의자?”

 

 

기억 속에서 흉물을 지워버린 아가씨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비운의 역작 ‘벤x 1호기’ 역사의 뒤향길로 사라져버린 발명품을 아가씨께서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12월에 탄생할 ‘포x쉐 1호기’를 생각해서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져봤다· 아가씨께서 마음에 안 드신다고 해도 태울 생각이지만· 그래도 차주의 생각을 듣는 건 예의니까·

 

 

긴장되는 마음으로 아가씨의 답을 기다렸다·

 

 

“흠···”

 

 

똑·

 

 

초콜릿을 한번 깨물고 오물오물거리는 아가씨· 나는 아가씨의 기억에 도움을 주고자 근처에 있는 의자 하나를 들고 끌어보는 모션을 취했다·

 

 

“이렇게 제가 뒤에서 밀어주고 아가씨께서 바퀴를 미는 의자 말입니다·”

“흐음··· 아! 바퀴 달린 땔감?”

 

 

땔감?

 

 

떌감을 탄생시킨 아빠로서 자존심에 금이 갔다·

 

 

“땔감이 아니라 벤x 1호기입니다·”

“···나무에 이름도 지어?”

“벤x 1호기·· 아무튼 그 땔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굉장히 좋다고 생각하는데·”

 

 

아가씨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싫어·”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다시 만든다고 하는 거 아니야?”

 

 

쓸데없는 곳에서 눈치가 빠른 아가씨였다·

 

 

나는 반문을 담아 아가씨에게 물었다· 지금부터 아가씨의 사상을 바꿔놔야 아가씨께서 기분 좋게 시승할 수 있으니까·

 

 

포장지를 뜯고 별로라고 하시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곤란했으니 나는 300만 골드를 생각하며 아가씨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번 작품은 좀 다릅니다·”

 

 

약간의 광기를 담아서·

 

 

“최신 마도 기술과 막대한 자본을 들여서····”

 

 

물주님과 빙의자의 영혼을 걸어 넣어 만든 신기술의 결정체를 빛도 못 보고 창고에 썩게 하는 건 세상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

 

 

“무려··· 300만··”

“300만?”

 

 

오늘따라 눈치가 빠른 아가씨· 더 이상의 반문을 듣지 않기 위해 나는 아가씨의 입에 초콜릿을 밀어 넣었다·

 

 

“으·· 달아·”

“괜찮습니다· 이럴 때 많이 드셔야죠·”

 

 

아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초콜릿을 물었다·

 

 

“아무튼 이번 작품은 다릅니다· 제법 공을 들여서 준비한 작품이라서 아가씨께서 만족하실 거라고 제가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아가씨는 내게 물었다·

 

 

“그때처럼 나무로 만든 거 아니야?”

“그런 쓰레기랑은 비교도 하지 마세요· 미스릴로···”

“미스릴?”

“아니 복잡한 세공을 거친 강철로 만들어서 디자인도 괜찮게 나올 거고 요즘 귀족들의 취향을 반영해 아가씨께서 좋아하시는 검은색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아가씨는 흥미로운 눈을 떴다·

 

 

‘오··’하시며 손에 든 초콜릿을 내려놓는 아가씨· 조금만 더 하면 넘어올 것 같았다·

 

 

열정적으로 열변을 토하는 내게 아가씨는 말했다·

 

 

“마차보다 빨라?”

 

 

역시 아가씨는 차를 보는 눈이 트여있는 것 같다· 나는 어깨를 당당히 펴고 말했다·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오····! 그러면 거기서 파이어볼도 나와?”

“그런 것도 못 했으면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아가씨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말했다· 중고차 매장에서 외제차를 본 카푸어의 눈으로 풀할부를 당기려고 하시는 아가씨·

 

 

다 넘어왔다·

 

 

전생에 회사원이 아니라 중고차 딜러를 할걸· 협상에 재능있었다는 걸 일찍 깨달았으면 편의점 삼각 김밥 인생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을 테니까·

 

 

아가씨는 화려한 언변에 넘어오고 있었다·

 

 

“그러면 그거 가지고 산도 타고 그럴 수 있어?”

“산이요?”

“응· 공기가 좋잖아·”

“등산하고 싶습니까?”

 

 

아가씨는 화창하게 햇빛이 내리쬐는 하멜 산맥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힘들어서 싫어·”

“그럼 왜 물어보신 겁니까·”

“산에 초콜릿 나무 있지 않아? 신선한 초콜릿은 더 맛있을 거 같잖아·”

“그런 거 없습니다·”

 

 

아가씨는 흥미를 잃은 눈으로 ‘칫’ 하고 혀를 찼다· 그러면 필요도 없다고 말씀하시는 아가씨·

 

 

아가씨는 푸른 하늘을 보고 마지막으로 물었다·

 

 

“날 수도 있어?”

“아니요· 그건 대마법사들만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걸로는 못해?”

“···”

 

 

물주님께 물어봐야겠다·

 

 

아가씨의 반응을 보니 좋아하고 계신 것 같았다· 첫 작과 비교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기도 했었고 전작이 너무 처참했기 때문에 기대감을 더욱 끌어올 릴 수 있었겠지·

 

 

첫 작이 망해서 오히려 다행인가·

 

 

의도치 않게 아가씨에게 밑밥을 깔아놓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가씨는 나를 봤다·

정확히는 내 오른손을 봤지·

오늘도 붕대가 칭칭 감겨있는 오른손을 슬쩍 보시고는 바닥으로 시선을 내리깔고 작게 중얼거렸다·

 

 

“탈 거야· 리카르도는 팔이 아프니까·”

 

 

시무룩한 아가씨의 말을 그냥 지나칠 집사가 아니었다· 나는 벙어리 장갑을 목에 걸고 중얼거리를 아가씨와 눈을 마주치기 위해 쪼그려 앉았다·

 

 

“왜 그렇게 쭈그려 있습니까· 제가 아가씨 정도는 못 업을 것 같습니까?”

 

 

아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웅· 나 무겁잖아·”

“아니요· 엄청 가볍습니다·”

 

 

고개를 저으며 거짓말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아가씨·

 

 

“저번에 리카르도가 돼지라고 했잖아· 무겁고 뚱뚱하니까· 리카르도 팔 아프면 어떡해·”

 

 

배려심이 많은 주인님이었다·

 

 

아직까지는 아가씨를 업는 것 정도는 가볍게 할 수 있었다· 둔해졌던 감각도 점점 돌아오고 있고 흑마법 내성이 오른 건 지 손에 흐르던 진물도 갈라진 흉터도 조금씩 옅어지고 있으니까·

 

 

짧으면 한 달· 길으면 1년 정도면 돌아올 것 같은 오른손에 나는 아가씨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손을 붕붕 흔들며 보여줬다·

 

 

“괜찮습니다· 아가씨께서 조금 아주 조오금 무겁기는 하신데 들을 만합니다·”

“거짓말·”

“거짓말이면 제가 내일 해 뜨는 데로 숲의 친구에 데려가겠습니다·”

“···”

 

 

아가씨는 손을 활짝 폈다·

 

 

어디 한번 업어보라고·

 

 

자신이 무거우니까 한번 들어보면 깜짝 놀랄 거라고 엄포를 놓는 아가씨· 나는 가볍게 웃으며 등을 내줬다·

 

 

-흣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등에 올라타는 아가씨·

 

 

솜털보다 가벼웠다·

아가씨가 무겁게 느껴진다면 검사고 집사고 뭐고 때려치우고 요양이나 받아야지· 아직 그 정도로 몸이 죽지 않았다·

 

 

거만한 미소를 짓고 아가씨에게 보라는 웃음을 지어주려는 찰나·

 

 

-말캉···!

 

 

평소보다 생생한 감촉이 등에서 느껴졌다·

 

 

“어라···”

 

 

에이 설마· 아니지·

 

 

나는 떨리는 눈으로 아가씨를 봤다· 숨을 훕 들이마시고 가벼워지기 위해 애쓰는 아가씨의 창백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웃긴 상황인데····

 

 

귀여워서 웃음이 나올 것 같은데·

 

 

이게·

 

 

어···

 

 

“아가씨·”

“왭! (왜?)”

“그게···”

 

 

아가씨는 숨을 참으며 내게 재촉했다·

 

 

“빠리 말해··· 수막혀 (빨리 말해 숨 막혀·)”

“그게··· 혹시 아가씨·”

 

 

‘속옷 안 입으셨습니까?’

 

 

노골적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대신 침대 구석에 박혀있는 검은색 속옷이 대답을 대신하고 있었다·

 

 

흉악한 사이즈의 속옷·

 

 

음·

 

 

나는 아가씨를 침대에 내려놓았다·

 

 

“제가 졌습니다·”

 

 

“···으··”

 

 

다이어트를 선언하는 아가씨를 뒤로하고 나는 붉어진 얼굴을 식히기 위해 재빨리 방에서 도망쳤다·

 

 

***

 

 

숲의 친구를 향해 가는 길·

 

 

-드르르륵···

 

 

손수레에 타고 계시는 아가씨는 기분 좋은 미소를 하고 계셨다· 길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리어카· 아가씨는 리어카에 타고 신나는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고 계셨다·

 

 

“신난다·”

“아가씨·”

“응?”

“그냥 저한테 업히시죠?”

 

 

검은 드레스를 입은 아가씨·

모처럼 꾸미고 나오셨는데 리어카를 타고 계신 아가씨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얼굴을 최대한 가리고 계시긴 했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를 향하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아가씨는 내게 말했다·

 

 

“팔 아프면 안 돼·”

“불편하지 않습니까? 사람들도····”

 

 

아가씨는 모자를 깁게 눌러쓰고 말했다·

 

 

“괜찮아· 리카르도가 아픈 것보단 나아·”

 

 

가슴이 뭉클해졌다·

 

 

첫 외출에 비해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시는 게 덜했지만 단번에 바뀌는 건 불가능했다·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어깨를 움찔 떨고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계시니까·

 

 

사람이 없는 곳으로 다니고 있긴 했지만 사람이 한두 명씩 있는 거리에서 시선을 피해 다니는 건 불가능했다· 모처럼의 외출이 안 좋은 추억이 될까 두려운 나였다·

 

 

업어준다고 하면 싫다고 하시고·

안 나간다고 하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집사라고 혼내시고 아가씨에게 항상 좋은 것만 해주고 싶은 집사로서 마음에 걸렸다·

 

 

빨리 가야지·

 

 

나는 걸음을 서두르려 했다·

지나가는 부자의 대화를 듣기 전까지·

 

 

-아빠···· 저거 재미있어 보여·

-그러게···

 

 

음?

 

 

-아빠도 옛날에 저러고 놀았는데·

-진짜? 나도 해줘!

-안 돼 아빠가 요즘 허리가 안 좋아서···

-왜에!

 

 

생각해보니까 옛날에 이러고 놀았었지·

 

 

리어카를 타고 왕 놀이도 하고

내리막길에서 빠르게 내려가다 다치기도 하고·

 

 

오히려 대놓고 시선을 모으고 가니까 철없는 귀족 영애의 장난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 같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명언이 머릿속에 번뜩이자·

 

 

자신감이 생겨났다·

 

 

나는 아가씨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뱉었다·

 

 

“아가씨 너무 느리지 않습니까?”

“응?”

“조금 더 빨리 가고 싶지 않습니까?”

“···?”

 

 

떨리는 눈으로 나를 보는 아가씨·

 

 

“아···아니?”

 

 

나는 아가씨의 모자를 깊게 눌러주고 리어카의 손잡이를 잡고 말했다·

 

 

“기어 3단·”

“흐잇?”

 

 

-흐에에에에엑!!!

 

 

아가씨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오늘 휴재를 하려고 했지만!

휴재의 요정을 관짝으로 집어넣은 요정입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퇴고 속도가 빨라집니다·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을까 두렵지만·

이대로 가면 조만간 연참의 요정이 찾아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게 좋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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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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