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3
푸른 창이 눈앞에 보였다·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불길한 이야기를 담은 푸른 창이 한나의 눈앞에 드리워졌다·
[Q· 그가 없었다면···]
비운의 운명을 가진 히스타니아 한나· 그녀는 원래 죽을 운명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지속적인 차별과 혈육들의 무관심 속에도 한나는 오로지 인정 하나만 바라보고 열심히 달렸습니다·
언젠가 자신도 그들과 같은 취급을 받을 거라는 믿음 하나만으로 말이죠·
그녀는 꾸준하게 발전을 해왔습니다·
검술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고 훌륭한 습득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원하는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한나보다 말릭에게 집중하는 것이 가문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한나는 칭찬에 메말라 있습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옆에서 잘하고 있다는 칭찬 하나만 해줬더라면 비극을 피해갈 수 있을 텐데 말이죠···
뜨거웠던 여름의 어느 날·
한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맙니다·
이길 수 없는 상대임을 알면서도 검의 성장과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 한나는 하멜 산맥을 오르게 됩니다·
1· 히스타니아 로웬이 보낸 편지를 읽으세요· (0/1)
2· 히스타니아 로웬을 만나세요· (0/1)
3· 하멜 산맥의 엘리트 오크 전사 토벌 (0/30)
보상 : 〈41번째 외전〉 ‘그가 없었다면···’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한나는 눈을 깜빡였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왜 이런 것이 눈에 보이는지 몸으로 이해할 수 있어도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훈련을 너무 고되게 해서 그런 건가·
아니면 밥을 걸러서 그런 걸까·
눈을 깊게 깜빡여 봤지만 눈앞에 푸른 창을 사라지지 않았다·
‘뭐야···’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집사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자신은 죽었을 거라는 불길한 내용이 푸른 창에 적혀 있었으니까·
아무 생각 없이 검을 휘둘러왔고· 오로지 아버지의 인정만 바라보고 검을 휘둘러왔던 과거의 자신을 관통하는 내용에 한나의 손가락은 작은 떨림이 일었다·
‘내가 왜 죽어···’
한나는 스스로를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에도 지금에도·
평생을 무시 속에서 살아왔던 자신이 버틸 수 있던 이유는 강한 정신력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아버지의 무시에도 꺾이지 않던 자신이 미련한 선택을 했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아는 한나였기에 떨리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불길한 예감에 시선은 푸른 창을 자꾸만 바라봤다·
속으로는 헛소리라며 부정했지만 그때의 자신을 생각한다면 어쩌면 미련한 짓을 했을지도 모르니까·
만약에···
그때 집사님을 찾아가지 않았다면····
한나는 고개를 저으며 상념을 떨쳐내려 애를 썼다·
-짝!
한나는 두 손으로 자신의 볼을 쳤다· 정신 차리라고· 훈련에 집중 안 하고 집사님만 생각하니까 이상한 게 보인다고 생각한 한나는 고개를 젓고 마음속으로 사라지라고 생각했다·
질끈 감았던 눈을 뜨자 불길한 내용을 말하던 푸른 창은 사라져버렸다·
“피곤해서 그런 거야··· 피곤해서·”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한나는 아버지의 편지를 손에 꼭 쥐고 일어섰다·
‘아무 일도 아닐 거야·’
찝찝한 마음을 가지고 한나는 기숙사로 올라갔다·
*
3일 전·
제국의 기사 단장· 히스타니아 로웬은 집무실 책상에 앉아 오랜만에 펜을 잡고 있었다·
검이 아닌 펜을 오랜만에 잡아보는 로웬· 그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누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한나에게···]
펜을 잡은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무슨 말을 써야 할지·
어떤 말을 써야 될지·
좀처럼 생각나지 않은 로웬은 깊은 한숨을 뱉었다·
“후우···”
그때 붉은 머리의 소년이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이 나이에 엘리트 오크를 잡으러 온 것은 정신병자들이나 하는 짓이랍니다·
-대단하지 않나요? 왜 박수를 안 치나요?
-당신은 이렇게 해본 적도 없으면서···
올곧은 눈으로 한나를 옹호하던 녀석· 어지간한 담력으로는 하지 못했을 짓이었다·
아마 그놈은 내가 제국의 기사 단장이란 걸 알고 있었을 테니까·
흉악하게 뿜어대던 살기는 나를 보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워냈고· 은은하게 피어오르던 오러도 깔끔하게 지워냈던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으니·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눈빛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던 그 소년의 말이 자꾸만 기억 속에 남았다·
“건방진 놈···”
오늘따라 손에 쥔 펜이 무겁게만 느껴지는 로웬이었다·
수많은 강자를 상대했고 사선을 넘는 전투를 해왔지만 손에 쥔 펜은 수백 번 잡아본 검보다 무겁게만 느껴졌다·
‘후우···’
아무것도 적지 못한 편지지는 펜의 잉크로 젖어갔다·
로웬은 편지지를 구기며 다시 한숨을 뱉었다·
“미치겠군·”
로웬의 등 뒤에는 산처럼 쌓인 편지지가 한가득 있었다·
한나에게로 시작해서·
‘잘 지내냐’는 안부를 묻는 것까지 쓰는 것이 1시간이나 걸렸지만 그마저도 찢어 버리는 로웬이었다·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최선만 생각하는 로웬은 알 수 없었다·
주변에서 한나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다· 최연소로 오러를 각성한 딸이 생겨서 든든하겠다고·
가문의 홍복이라고 떠받들어주는 주위의 동료들과 귀족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로웬은 그들의 칭찬이 달갑지가 않았다·
‘내가 잘못한 건가·’
스스로에게 되물어도 돌아오는 답은 강한 부정으로 돌아왔다·
자신은 틀리지 않으니까·
편지를 쓰면 날카로운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검을 접어라·
-위험하니 검을 접는 게 너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한나가 오러를 각성하기 이전이라면 재능을 들먹이며 편지를 썼겠지만 지금 자신의 딸은 재능으로 폄하할 수 없는 업적을 만들었으니까· 이마저도 불가능했었다·
가문을 위해서라면 한나를 밀어주는 것이 옳은 일이지만· 그때 봤던 환각이 편지에 부정적인 말을 쓰게 만들었다·
-살려주세요··· 아빠·· 살려주세요··
한나가 죽는 다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더 심란한 거고·
세상에 어떤 아버지가 자식이 죽을 거란 생각을 할까· 로웬은 좀처럼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한나를 밀어주는 게 옳은 일이었다·
말릭이 오러를 각성해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한나의 명성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니까·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런 것이 맞는 일인데·
검을 든 한나를 생각하면 가슴이 떨려왔다·
-살려주세요· 이렇게 죽는 건 싫어요·
콰직··· 로웬은 손에 든 펜을 부러뜨렸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겠어·”
로웬은 한숨을 내쉬며 새로운 편지지를 꺼냈다·
-한나에게·
‘···’
편지지는 다시 잉크로 젖어갔다·
*
[히스타니아 로웬이 보낸 편지를 읽으세요· (0/1)]
-꾸깃·
책상에 앉은 한나는 복잡한 생각이 담긴 눈으로 눈앞의 편지를 보고 있었다·
찢으려고 했지만 차마 그러지 못한 흔적이 가득한 편지·
한나는 책상을 신경질적으로 내려쳤다·
-콰앙···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건데·”
주먹을 쥔 손은 파르르 떨렸다·
보고 싶지 않았다·
안 봐도 뻔한 말이 적혀 있을 것 같아서·
-검을 접어라
-너는 재능이 없다·
이런 말이 적혀 있을 거라고 한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이번에 어떤 말로 상처를 줄까·
가문의 수치라고 자신에게 말하지 않을까 한나는 두려웠다·
아버지가 무섭기도 했고·
자신의 가치를 보여줬음에도 변하지 않은 아버지가 싫었으니까·
한나는 그저 눈앞의 편지를 열지 않고 심란한 마음으로 보는 것이 전부였다·
“증명했는데···”
증명했는데 여기서 더 무엇을 바라는 건지··· 한나는 알 수 없었다·
한나는 울컥한 눈으로 눈앞의 푸른 창을 노려봤다·
[Q· 그가 없었다면···]
1· 히스타니아 로웬이 보낸 편지를 읽으세요· (0/1)
2· 당신의 아버지 히스타니아 로웬을 만나세요· (0/1)
3· 하멜 산맥의 엘리트 오크 전사 토벌 (0/30)
보상 : 〈41번째 외전〉 ‘그가 없었다면···’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안 할 거야·”
보고 싶지 않은 결말 따위는 피하는 게 좋으니까·
지금도 충분히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 과거의 연연하고 싶지 않았고 매몰차게 거절하는 아버지가 아닌 응원해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한나는 차갑게 눈앞의 푸른 창을 거절했다·
하지만·
불안함에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만약· 푸른 창이 보여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다시는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 없을 것 같으니까·
한나는 심란한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하아··· 집사님 보고 싶네·”
오늘따라 붉은 머리의 집사가 그리워지는 한나였다·
***
“앉아!”
평화로운 아가씨의 방·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의 아가씨는 손에 육포를 들고 침대 아래에 앉아있는 곰탕이에게 교육이란 걸 하고 있었다·
영문을 모르는 곰탕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아가씨의 손을 보고 있었고 아가씨의 불쾌지수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아가씨는 곰탕이에게 소리쳤다·
“앉아! 미천한 짐승아!”
-고옴?
아가씨의 말은 개무시하는 곰탕이었다·
곰탕이의 시선은 오로지 아가씨의 손에 든 육포에 꽂혀있었다·
침을 질질 흘리며 기다리는 곰탕이·
아가씨는 곰탕이의 눈앞에 육포를 빙빙 돌리며 말했다·
“앉으면 줄 거야·”
-냠!
곰탕이는 아가씨의 손과 같이 육포를 먹어버렸다· 짐승의 반사신경을 따라갈 수 없는 아가씨는 허망함이 담긴 표정으로 침에 절여버린 오른손을 보고 있었다·
순식간에 사라진 육포·
-고오옴!
좋단다고 꼬리를 흔드는 곰탕이었다·
“이이익···! 이 곰 새끼가!”
“곰이 아니라 개입니다·”
“곰이든 개든! 짜증 나!”
아가씨는 손을 붕붕 돌리며 곰탕이를 위협했지만 그 모습이 귀엽게만 보이는 나였다·
평화로운 하루였다·
해는 밝게 빛나고·
찾아오는 손님은 없고·
백수같이 늘어지는 하루·
이게 인생이지·
평생 이렇게 살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먹고 평화로운 백수 생활을 즐기면서 일은 미하일에게 던져버리고··· 나긋한 백수 생활을···
그때였다·
아가씨와 잘 놀고 있던 곰탕이가 침대 위로 올라가서 밖을 보고 짖는 것이·
-곰! 곰!
“이익!! 너 어디가! 혼나야 해!”
자신을 개무시한 곰탕이에게 소리치는 아가씨는 곰탕이가 바라보는 창밖을 보자 ‘응 누구지?’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리카르도· 도둑이 왔어·”
“네? 저희 집 털 거 없는데요·”
“있잖아·”
“뭐가요?”
“세상에서 가장 예쁜 나·”
나는 아가씨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다·
“왜 무시해!”
“···”
“이이익!!”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저택에 누가 왔다는 걸까·
나는 행복한 백수 생활을 방해한 죄인을 마음속으로 욕하며 저택 문 앞에 [들어오면 악녀가 물어요·]라는 경고문을 붙이기로 다짐했다·
천천히 창밖을 바라봤다·
대문 앞에서 서서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갈색 머리의 남자·
거대한 키에·
수려한 외모를 가진·
미하일의 스승이 될 인물·
히스타니아 로웬·
나는 아가씨에게 말했다·
“공습경보!!!”
“히에에엑!!!”
우린 침대에 엎드려 숨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수능 고생 많으셨습니다!
추신)
그거 아시나요·
13 악녀는 원래 19금을 구상하고 시작했단 사실을···
이건 작가의 기억 속에 묻어두겠습니닷!
항상 감사합니다!
[후원 감사]
kimdoyunniming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히로인 상태창이 나올때마다 두근거려요! 라고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매번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올리는 상태창··· 굉장히 떨립니다·
독자님께 현실 세계에도 상태창이 보이는 이세계의 요정! 퇴근의 요정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하늘연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항상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요정 독자님의 사랑으로 듬뿍듬뿍 커가고 있습니다·
독자님에게 추운 겨울에 호떡이 먹고 싶을 때 10걸음 안에 포차가 있는 행운의 요정을 보내겠습니다!
그대곁에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항상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파트··· 사실은 굉장히 길게 가려고 했습니다만 너무 루즈해질 것 같아서 단축해버렸습니다!
요즘에 감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독자님께서도 항상 감기 조심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이 요정! 독자님에게 배달이 왔는 데 실수로 닭다리가 3개가 들어간 마술의 요정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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