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1
[Part 2 ‘자격이 없는 사람’이 시작합니다·]
다시 한번 유리아의 시야는 암전됐다·
바로 전까지 맡았던 새벽의 공기는 쿰쿰한 던전의 공기로 바뀌었고 유리아는 천천히 눈을 뜨며 깊은 한숨을 뱉었다·
‘내가 리카르도를 오해했던 거였어···’
유리아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리카르도가 벌인 짓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애꿎은 사람을 미워했고 증오했다는 생각에 유리아의 낯빛은 어둡게 변하기 시작했다·
‘사과해야겠지?’
유리아는 깊은 숨을 쉬고 고개를 들었다·
돌로 만들어진 천장·
벽돌 사이에 이끼가 가득한 던전의 복도에서 유리아는 서 있었다·
그리고 던전의 한구석·
손으로 눈을 가리고 울고 있는 분홍색 머리 소녀가 외롭게 서 있었다·
무너져 내린 입구를 보며 울고 있는 과거의 자신· 그 모습을 본 유리아는 주먹을 쥐었다·
[열람이 시작되기 10분 전입니다·]
울고 있는 자신의 모습·
고개를 숙이고 서글프게 울고 있는 과거의 자신의 모습에 착잡한 마음과 동시에 울컥한 생각이 머릿속을 뒤덮기 시작할 때·
푸른 창이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날 당신은 친구들에게 버려졌습니다·]
알고 있는 익숙한 내용이다·
버려졌고 돌아갈 길이 막혀서 서글프게 울었던 가슴 아픈 기억을 푸른 창은 구태여 말하고 있었다·
‘알고 있어·’
주먹을 꽉 쥔 유리아는 원망을 담은 눈으로 푸른 창을 노려봤지만 푸른 창은 그저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할 뿐이었다·
[의심스러운 제안이었습니다· 이른 새벽에 기숙사에 찾아온 것도 가벼운 인사만 나눴던 친구가 갑자기 찾아온 것도 의심스러운 제안이었지만 던전을 함께 탐사하자는 권유에 당신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때 당신은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고 외로웠으니까요·
어색해진 리카르도·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을 어느 순간부터 당신을 피했으니 오랜만에 친구들의 권유는 반가웠습니다·
새벽이라는 이른 시간에 던전을 탐사하자는 이상한 부탁을 들어줄 정도로 말이죠·]
유리아는 화가 담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평소에 화라는 것과 거리가 먼 유리아였지만 아픈 말을 뱉는 푸른 창에 마음이 요동치는 그녀였다·
‘알고 있다고·’
주먹을 쥔 유리아는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왜 사람의 아픈 마음을 건드는 거냐고 분노를 담아 유리아는 소리쳤다·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조용히 해····’
안 그래도 심란한데··· 자꾸만 심기를 건드는 푸른 창에 원망을 쏟는 유리아였다·
알고 있으니까···
제발 좀···
닥쳐··
더는 말하지 말라고 유리아는 귀를 막으며 쪼그려 앉았지만 무뚝뚝하게 울리는 푸른 창의 이야기는 유리아의 피를 차갑게 만들기 시작했다·
[그날 던전에 함께 갔던 친구들은 당신의 친우 ‘카일라’의 부탁으로 모인 생도들이었습니다·
많은 돈과 아카데미 학비를 부담한다는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여 당신을 던전에 버리고 와 달라는 부탁을 말이죠·
당신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던 친구들은 그 제안을 수락하였고 본래 약속했던 것보다 더 깊은 곳으로 당신을 버리기로 단합을 했습니다·]
[당신을 버릴 때 그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이렇게 나대는 거야· 남자가 그렇게 좋아?
-너 때문에 평민들이 싸잡아서 욕을 먹잖아· 평민이면 평민답게 행동해·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남자들한테 꼬리 치는 것도···
상냥하게 대해준 것에 대한 보답이 폭언이라니·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죠·
마법으로 무너져버린 출구를 앞에 두고 지금 당신은 절망에 빠져있습니다·
돌아갈 길도· 상처받은 마음도·
넝마가 되어버린 당신의 마음은 아카데미로 돌아가기를 무서워했습니다·
저들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고 상처받은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그 순간·
연약해진 당신의 귓가에 치명적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리 와·
-내가 복수해줄게·
-죽이고 싶지 않아? 어떤 소원이든 다 들어줄게·
100년 전 제국의 기사들에게 패배한 ‘칼립스’라는 흑마법사가 당신의 귀를 간지럽히고 있었습니다·]
푸른 창의 이야기는 점차 자신이 모르던 진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귀를 막고 피하기를 반복하던 유리아는 푸른 창의 갑작스러운 말에 멈칫하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촉촉한 눈망울로 천천히 고개를 드는 유리아는 떨리는 눈으로 푸른 창을 바라봤다·
‘뭐라고···?”
푸른 창은 유리아의 의문을 단번에 해결해줬다·
[칼립스는 재기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100년 전 전투에서 부상을 입은 육체를 회복하고 당신과 같은 사람을 현혹해 어둠의 마력을 보충하려는 사악한 계략을 말이죠·]
[당신은 그곳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뒤를 따라오는 어느 남자가 죽음으로 걸어가는 당신의 손을 잡았습니다·]
마지막의 문단은 유리아의 귀에 강렬하게 다가왔다· 당신은 죽을 뻔했지만 리카르도가 살려줬다고·
유리아의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으며 눈앞에 푸른 창을 노려봤다·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어떻게···’
-째각···
-째각···
-째각···
푸른 창에 있는 타이머가 ’00:00’를 가리키자· 유리아의 쉬는 시간은 끝이 나버렸다·
[열람이 시작됩니다·]
푸른 창이 사라짐과 동시에 서글픈 울음이 들려왔다·
-끄흑··· 흐으읍··· 하아아아···
서글프게 우는 과거 자신의 목소리가 유리아의 귓가에 들려왔다·
-내가··· 끕··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냥 나는 모두랑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끕··
눈을 비비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에 유리아는 흔들리는 눈으로 과거의 자신을 바라봤다·
-흐아아앙·· 다들 왜 나를 싫어하는 건데···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건 그리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울지 마·’
-나는 그냥···
‘울어도 달라지는 거 없으니까 울지마· 유리아·’
-모두랑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서····
‘울지 말라고···’
과거의 자신은 힘없는 발걸음으로 던전의 심층부를 향해 걸어갔다·
푸른 창의 말이 맞았다· 아카데미에 돌아가기 무서웠고 또다시 그 녀석들을 볼 생각에 눈앞이 캄캄했으니까·
솔직히 무섭다고 생각했다·
교수들과 소수의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더라도 교실에 들어가면 얼음처럼 차가워지는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었으니까·
오물이 된 것 같았다· 만지기 싫어하고 가까이 가기를 싫어하는 오물이 된 기분·
그래서·
과거의 자신은 던전의 심층으로 도망갔었다· 차라리 숨어있는 게 마음이 편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유리아는 과거의 자신의 축 처진 어깨를 보고 중얼거렸다·
‘이제 충분하잖아·’
왜 자신의 눈에 이런 게 나타난 지 모르겠지만 잘못을 깨달았으니까· 이제 끝내주기를 바랬다·
리카르도가 한 짓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오해한 자신에 대한 잘못을 깨우쳤다고 유리아는 두 주먹을 꽉 쥐고 눈앞에 푸른 창에게 소리쳤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는 푸른 창이었다·
유리아는 울분을 담아 소리쳤다·
‘고작 한 번이야··· 한 번···! 나는 한 번 오해했지만 리카르도는 나를 더 많이 괴롭혔어!’
인정한다고 자신의 잘못이 사라지는 건 아니였다·
하지만
리카르도가 아카데미에서 자신에게 한 짓에 비하면 자신의 오해는 새 발의 피였다·
그래 고작 한 번이다·
던전에서 낙오가 됐던 일· 한 번·
지금보다 더 심한 일을 리카르도에게 당했었고 그 일 때문에 더 많이 울었었다·
만약 눈앞에 푸른 창이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타났다면 번지수를 단단히 잘못 찾았다고 유리아는 생각했다·
이런 건 자신에게 보여줄 것이 아니라 리카르도에게 보여주는 게 맞으니까·
그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전해지지 못한 사랑 때문에 얼마나 괴로웠는지· 리카르도는 상상도 못 할 테니까·
그러니까···
이제 그만해줬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끄흡···
과거에 자신이 너무 초라해지는 것 같으니까·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복도를 걷던 자신의 시야는 점차 흐릿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초점이 없고 무언가에 홀린 듯이 던전의 깊숙한 곳을 향해 걷기 시작하는 과거의 자신·
-시끄러워···!
-친구를 죽이고 싶단 생각 따윈 하지도 않았어!
-닥치라고···!
머리를 싸매고 혼잣말을 반복하고 있는 과거에 자신의 모습에서 유리아는 서늘함을 느꼈다·
-아니야···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나는 혼자가 아니야·
점차 부정적인 말을 뱉기 시작하는 과거의 자신이 유리아의 눈앞에 보였다·
한참을 미친 사람처럼 혼잣말을 반복했던 걸까· 귀를 막고 비틀거리던 과거의 자신은 점차 안정을 찾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야· 친구를 없애고 다시 만들면 혼자가 아니게 되잖아·
-그래 걔네들이 나쁜 거야· 그럼 혼내줘야 하는 게 맞지·
초점이 없는 눈으로 과거의 자신은 던전의 벽 앞에 서서 노크를 하기 시작했다·
좀 전까지 한스와 대치를 하던 탐욕의 재단으로 이어지는 통로에 노크하고 있던 과거의 자신·
똑똑· 노크가 벽 뒤에 공간을 울리자 우르르 소리를 내며 무너져내리는 벽에는 음산한 기운이 풍겨오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reader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오늘은 퇴고가 어설픕니다··
퇴고를 더 하면 개복치가 될 것 같아서···
아마··· 어마무시한 오타가 있을 거라··· 생각됩니닷···!
죄송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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