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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migrated Into A Tragic Romance Fantasy Chapter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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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1

“드 들어가시면 됩니다·”

“고맙군·”

라펠리온 백작가의 엘든 라펠리온·

개망나니 주폭자 전투광·

새로 쓰여지고 있는 이명 혈귀공자까지·

온갖 괴명(怪名)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덕에 별다른 검문 없이 루겐 마을로 들어설 수 있었다·

거의 마패와 다름 없는 수준이다·

대공령 변방 마을에 상위 귀족이 행차할 일이 극도로 드문 것도 크게 작용했고·

마을 경비란 책무의 일부라도 수행하기 위해 이름의 진위여부 정도는 확인해야 하지 않나 싶지만 이름을 대자마자 사색이 된 채 버벅거리는 경비병들은 그럴 정신이 없어보였다·

고맙게도 말이다·

당연히 내 등에 업혀있는 르미앙은 후드 망토로 덮어둔 터였다·

혼약대전의 대면식에서 가면을 벗고 얼굴을 드러내자마자 하늘을 무너뜨릴 기세로 울려퍼진 함성은 6개월 간 북부령을 넘어 제국까지도 닿았을 것이다·

변방 마을이라 할지라도 르미앙을 알아볼 이는 수두룩할 터이기에 미연의 방지는 필수였다·

적어도 작금의 사태를 면밀히 명확히 파악하기 전까지는·

로건 대공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르미앙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전엔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을 테니까·

“평범한 마을이로군·”

그렇게 루겐 마을로 들어선 우린 우선 몬스터 부산물을 매각할 수 있는 잡화점에 들렀다·

몬스터 상인회 문양이 간판에 새겨진 잡화점으로 이곳에서 부산물들을 팔거나 살 수 있었다·

식재료는 거의 취급하지 않는다·

여기서 매매 가능한 부산물은 부패가 되지 않거나 부패가 극도로 느린 부위를 말하는데 대표적으로 이빨 외피 뼈 발톱 같이 단단하거나 질긴 것들이었다·

“여기 협회증일세·”

몬스터 사냥꾼 협회에 가입된 자만 받을 수 있는 협회증을 주인장에게 보여주었고 렌들러가 짐꾸러미를 펼쳐주었다·

산간 마을 슬로드부터 이곳까지의 여정길 중 틈틈히 수집해둔 부산물들이었다·

“어허~디 보자~”

매부리코가 인상적인 주인장이 수량과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차원을 가리지 않는 동서양을 막론하는 그 특유의 구수한 리듬을 곁들이며·

“붉은 롱거의 가죽 2장 화이트 고블린의 이빨 16개 마운틴 오우거의 어금니 3개 자이언트 스네이크의 꼬리방울 2개라· 어허디~ 보호~자~”

착착·

계산을 마친 주인장이 계산대를 열어 은화 22개와 동화 5개를 꺼내주었다·

이 정도면 루겐 마을에서 족히 보름을 쓰고도 남을 것이다·

스무마리는 잡아야 한번 볼까 말까한 고블린의 석화된 눈알은 아껴두었다·

희귀한 부산물은 도시의 잡화점에서 파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되니까·

“그럼 또 오십쇼~”

그렇게 계산을 마친 우린 잡화점을 나섰고 은화 3개로 숙소 한 채를 빌렸다·

2층짜리 숙소를 통째로 빌린 것이다·

르미앙을 위해서였다·

외부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지는 못 하더라도 과도한 제약은 풀어줄 수 있을 터다·

그렇기에 식사 또한 자체적으로 해결한다고 해두었다·

우리에겐 요리사로 거듭나고 계신 백작영애님이 있으니까·

“그럼 난 저녁 준비하고 있을게!”

그 백작영애께서 주방으로 향했고 레이첼과 함께 2층 침실로 들어섰다·

그리고 르미앙을 침대 위에 내려주었다·

내내 그녀를 덮고 있던 후드 망토도 걷어주었다·

기력을 조금 회복한 건지 르미앙이 얼떨한 얼굴로 침대 끝에 다소곳이 걸터앉아있다·

몸을 가누지 못 해 기댈 것이 없으면 앉아있지 못 했던 오후와 달리 말이다·

그런 그녀의 옆에 적을 것들을 놓아준 뒤 손에 시장에서 샀던 것을 하나 쥐어주었다·

“도움이 필요하시거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이 두부종을 흔드시면 됩니다·”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 하는 르미앙을 위해 사두었던 두부종이었다·

원목 막대가 달린 자그마한 종·

그것을 쥔 르미앙이 재차 얼떨떨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럼 쉬십시오·”

그런 그녀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어준 후 레이첼과 함께 침실을 나서려던 순간·

딸랑딸랑·

뒤에서 종소리가 들려왔다·

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다급히 무언갈 적고 있는 르미앙을·

슥 스슥·

이윽고 르미앙이 종이를 내게 들어보였고 종소리와 함께 다급히 적어낸 것은 인간된 도리에 대해 묻는 것이었다·

[왜 날 돕는 거야? 위험할 수도 있다고 했잖아·]

사람이란 위험에 처한 타인을 보게 되면 돕고자 한다·

교통사고 현장에 뛰어들어 사고자를 구하는 사람·

추락하는 아이를 제 목숨 바쳐 받아내는 사람·

길을 잃은 노인을 목적지까지 안내해주는 사람·

자신이 구할 수 없음을 깨닫고 구해줄 이를 찾아 울부짖는 사람·

국가적 위기에 제 집에 모셔둔 금덩이를 선뜻 쾌척하는 사람들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험에 처한 이를 무시하지 않으며 그것이 인간된 도리임을 알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선 그 도리를 악용하는 자들과 도움을 받고도 외면하는 자가 득세하며 인류애가 파괴되고 있었지만 동족에게 닥친 위험을 도와 종족을 보존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자 본능과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위험하시기에 돕는 것입니다·”

당연한 대답을 해주었다·

위태로워 보였던 그녀에게 연고를 쥐어주고 레이첼에게 따가운 눈총을 샀던 그날과 같은 마음으로써·

혼약대전이 거행되던 중엔 그 이상의 도움을 주지 못 했다·

난 기권자였고 기권자로써 무언갈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바꿀 수 있는 힘도 자격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전할 수 있는 도움이 있었고 바꿀 수 있는 힘과 자격이 있었다·

그래서 도울 뿐이었다·

“····”

말없이 나를 쳐다보는 르미앙에게 가벼이 목례를 해준 후 침실을 나섰다·

**

‘위험하니까··· 돕는 거다···?”

엘든과 레이첼이 나간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르미앙은 멍하니 침대 끝에 걸터앉아있었다·

엘든이 남기고 간 마지막 말을 되새기며·

더 이상 자신으로 인해 아무도 다치지 않기를 바라며 물은 질문에 위험에 쳐했기에 돕는 것이다 라는 답을 당연하다는 듯 해낸 엘든·

언젠가 일기에 적었던 적이 있었다·

축제기간 중 한 여인과 아이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던 거구의 사내를 단 한 방에 쓰러뜨렸다는 엘든의 무용담을·

믿기지 않아 몇 번이나 되물었고 그 모습이 문득 궁금해졌던 적이 있었다·

하여 그날의 광경을 상상해보려 했지만 상상이 되질 않았다·

상상되는 것이라곤 데론 일행에게 무자비하게 폭행당하던 자신과 그것을 방관하기만 하던 엘든이 어우러진 광경뿐·

수차례 그려보려 했지만 일면식도 없는 타인을 위해 직접 주먹을 휘두르는 엘든의 모습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었다·

봤던 것이라곤 폭행과 학대를 당하는 자신을 한심스레 쳐다보던 엘든의 멸시 섞인 눈빛 뿐이었으니까·

그래서일 거다·

위험에 처한 이를 돕는 것은 당연하다 라며 미소 짓는 엘든의 모습이 이질적으로 보인 것은·

따지고 보면 당연한 대답임에도 엘든이 하니 이질적으로 들려온 것은·

또한 참으로 이상한 노릇이었다·

그 대답을 하던 엘든의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잘 어울렸던 것은 말이다·

그래서 상상이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토록 자연스럽고 잘 어울릴지 몰랐으니까·

“····”

르미앙이 푹신한 침대 위를 훑어보았다·

대공성에서 눕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투박하고 허름한 것이었지만 지금의 자신에겐 너무도 과분하고 호사스런 침대였다·

침대보를 손으로 쓰다듬던 르미앙이 이내 바닥으로 내려갔다·

한기가 느껴졌지만 수십 일에 걸친 지독한 도피 생활은 이 한기를 외려 포근히 느껴지게 만들었다·

푹신한 침대보다 이 딱딱한 바닥이 편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바닥을 기어 침대 옆 벽에 기대어 앉았다·

늘 그랬듯 오므린 다리를 팔로 감싸며 고개를 파묻었다·

편했다·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온 듯한 느낌·

그렇게 르미앙은 제 무릎에 고개를 파묻은 채 눈을 감았다·

다리를 감싼 손에는·

엘든이 건네주었던 두부종이 쥐어져 있었다·

**

다음날 오전·

레이첼에게 르미앙과 함께 숙소에 머물러줄 것을 부탁한 후 아리엘 렌들러와 함께 마을로 나섰다·

아리엘은 르미앙에게 다려줄 약재를 사기 위해 난 무뎌진 검을 수리하기 위함이었다·

렌들러는 작은 수레를 구입할 만한 곳이 있는지 둘러보기 위함이었고·

“저기가 중앙 광장입니다·”

그렇게 숙소를 나선 우린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혹여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혈귀공자 일행에 새로이 합류한 한 명의 정체를 듣게 된 데론 공자께서 치졸하게 인질을 잡으려 들지도 모르니까·

무력적인 측면에서 별 볼 일 없었던 놈이라면 정면승부보다 비겁한 짓을 벌일 게 분명했다·

아카데미에서 그랬듯·

얻고자 하는 것을 가장 편히 효율적으로 얻으려 할 테니까·

당장 위험이 닥치지도 어쩌면 영원히 위험이 닥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어! 저기 약재상 간판이 보여!”

마을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아리엘의 눈에 간판 하나가 포착됐고 곧장 그곳에 들리려했다·

“도 도둑이다-! 저 빵도둑 새끼 잡아-!!”

불현듯 들려온 다급한 외침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 직후 내게 부딪히는 무언가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팍!

꽤나 강력한 충격에 크게 휘청였지만 이내 중심을 잡았다·

“뭐야?”

대체 무엇이 충돌했나 싶어 몸을 돌렸는데····

“옴뇸뇸! 헤헤· 빠 빵은 역시 마시따· 소중해· 내 꺼야· 으헤헷·”

빵 하나를 두 손으로 공손히 잡은 한 사내가 나와 부딪힌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빵을 먹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장미처럼 붉었을 적발은 거무튀튀해져 있었고 르미앙을 발견했을 때 못지 않게 산발이 되어있었다·

얼굴 또한 온갖 땟국물이 끼고 말라 거무스름한 자국으로 뒤덮어 있었고 푸르렀을 청안은 어디를 보고 있을지 가늠이 안될 정도로 초점을 잃은 채 탁해져 있었다·

“이봐-! 저 새끼 잡아-!!”

뒤편으로 몽둥이를 번쩍 치켜든 채 쫓아오는 빵집 사장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응당 놈을 붙잡아야겠지만 해바라기씨를 두 손으로 잡고 먹는 햄스터마냥 소중히 빵을 먹는 놈을 물도 없이 허겁지겁 먹는 빵으로 인해 볼이 부풀어오르는 놈을 붙잡을 수가 없었다·

“음뇸뇸뇸! 히히히· 이 빵 마시따· 샤르르 샤르르 녹는다· 녹아· 으헤헷·”

이어 놈이 우리를 지나쳐 도망치기 시작한다·

산발이 된 적발을 휘날리며·

구멍이 뚫릴 대로 뚫려 큰바람 한번에 찢겨질 듯한 옷을 휘날리며·

빵가루를 휘날리며·

“으헤헤헿· 역시 빠 빵이 최고다· 옴뇸뇸· 넘무 마시따· 헤헿·”

참으로 촐싹 맞게 도망치기 시작한 것이다·

본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남루해진 꼴이었지만 멀어지는 놈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이름을 중얼여야 했다·

“브··· 블런드···?”

혼약대전의 대미를 장식하는 퍼레이드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블런드 로스펠이 대공령에서 멀지 않은 루겐이란 마을에서 정신 나간 거지꼴이 된 채 빵도둑으로 전직해있었던 것이다·

“예? 브 블런드 공자 말씀이십니까···?”

“뭐? 저 저게 블런드라고···?”

빵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히 웃으며 도망치는 블런드의 뒷모습을 우리는 멍하니 바라보아야 했다·

느닷없이 이뤄진 재회가 너무도 충격적이었기에·

잠시 후·

퍽! 퍼억!

“이런 개새끼가! 아주 맛집이라도 찾은 거냐? 왜 우리 빵집에서만 훔치고 지랄이야-!”

블런드가 사장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빵집 사장에게 무자비한 몽둥이질을 당하면서도 바닥에 쓰러져 새우처럼 웅크리고 있음에도 소중히 쥔 빵을 게걸스레 먹어대는 블런드·

그 모습은 보고도 믿기 힘들 로스펠 후작가 도련님의 비참한 몰락이었다·

“으헿 마시땨· 빠 빵은 쇼중해· 옴뇸뇸뇸!”

물론·

놈의 정체를 모를 이들의 눈엔 정신 나간 빵도둑일 뿐이었지만 말이다·

“이 와중에도 빵을 쳐먹어? 이 새끼 진짜 독종이네!!”

퍽!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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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migrated Into A Tragic Romance Fantasy

Transmigrated Into A Tragic Romance Fantasy

Score 8.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curious about what a female-oriented tragic romantic fantasy was like, so I skimmed through only the free chapters. And then… “…Ha.” I found myself transmigrated into one of the main male characters, destined for tears of regret, exhaustion, and obsession. So, the first thing that had to be done was… “I, Elden Raphelion, hereby declare my withdrawal from the competition for the betrothal of the Third Northern Duchess.” To escape this trage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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