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7
김현우가 제일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은 미궁 개척을 하기 위해 영웅을 고용하는 것이었다·
영지에 소속되어 있는 미궁은 영주에게 고용된 영웅만이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이 부분은 원래 키웠던 영웅들이 있었다면 좀 더 편하게 진행할 수 있었을 텐데·’
김현우는 그런 생각과 함께 조금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으나 금세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확실히 그가 예전에 키웠던 영웅들이 있었다면 미궁 개발은 순식간에 이뤄질 수 있으나 애초에 김현우가 키운 영웅은 지금 여기에 없었으니까·
‘메릴다와 대화해 적당히 딜을 치고 미궁 개척을 한다면 편하긴 할 텐데·’
물론 그가 파악하기로 아직 어느 정도 호감도가 있는 것 같은 메릴다가 있기는 했으나 유감스럽게도 김현우는 그녀에게 부탁할 생각이 없었다·
‘그건 오히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꼴이지·’
당장 어떻게든 메릴다와 딜을 쳐 초기화된 미궁을 개척한다면 편할 것은 분명했다·
김현우는 그녀의 강함을 이미 눈앞에서 보았으니까·
다만 문제는 메릴다를 고용할 경우 가파르게 성장해야 할 미궁 도시가 그냥 무너져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
아니 사실상 메릴다를 고용할 경우 미궁도시가 무너져버릴 가능성은 필연에 가깝다·
메릴다를 영입했을 때 얻어야 하는 관계도 페널티는 그것을 가능하게 할 정도로 엄청났으니까·
‘···조금만 관계도가 멀쩡했어도·’
김현우는 메릴다의 영입 창이 떴을 때 보았던 정말 끝을 모르고 주르륵 떠올랐던 관계도 페널티를 저도 모르게 떠올리며 식은땀을 흘렸다·
심지어 하나하나가 기본적으로 전쟁까지 일어날 수 있는 –70 이상을 가뿐히 넘겼었던 것 같은 관계도와 더불어 그녀를 영입했을 때 생기는 –1200%에 가까운 영지민 유입률을·
···아무튼 그런 상황이다 보니 새롭게 영웅을 구해 미궁을 개척하는 편이 좋겠다 싶어 주점에 온 것이었으나 김현우는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애초에 기본적으로 건물의 레벨이 높지 않은 이상 고레벨 영웅이 찾아올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으니까·
아니 더 정확히는 가챠확률이 높지 않다고 말하는 게 옳을 것이다·
애초에 이 아르테일의 근본은 가챠 영지물인만큼 영웅들이 찾아오는 건 순전히 가챠요소였으며 운이 좋다면 주점 레벨이 1이더라도 5성 영웅을 뽑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김현우는 그런 요행을 바라지 않았다·
애초에 그는 중학생의 나이로 50만 원이라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거금을 쓰고도 5성을 뽑지 못해 이 세상의 쓴맛을 경험한 적이 있었으니까·
···심지어 그때 당시 10연챠가 고작 9900원이라는 혜자 가격이라 무려 500연챠를 가져다 박았는데도 5성 영웅을 먹지 못한 덕분에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며 ‘1성 영웅을 5성으로 키우는 게 더 재미있을 거야·’라는 자기세뇌를 걸었던 추억까지 있다 보니 김현우는 별다른 기대 없이 주점에 향했으나·
거기서 발견하고 만 것이다·
“어 저기···저로 괜찮으시다면 잘 부탁드릴게요”
대박을·
김현우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수줍게 인사하는 그녀를 바라봄과 함께 앞에 떠 있는 영웅 창을 바라보았다·
—–
※영입대상이 주점에 있어 정보창이 열람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영웅
이름 : 엘레나
칭호 : X
성(星) : 1성 ★
친애도 : 0
능력치
근력 : 19 민첩 : 24
지력 : 17 행운 : 18
마력 : 15
-특성-
노력가 : 그 어떤 일이라도 성실하게 수행하려 노력하며 수련과 수행의 효율이 항상 최대치로 유지됩니다·
간파 : ‘천부적인’ 이상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무기를 사용할 경우 50% 확률로 공격이 방어 무시로 간주됩니다·
-재능-
손도끼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킬-
[열람하기]
—–
김현우가 치아까지 드러내며 좋아하는 것과는 다르게 그녀의 정보창은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는 전형적인 1성의 능력 창이었다·
그런데도 그가 좋아하고 있는 것은·
‘노력가에 간파 그리고 천부적인 재능···!’
바로 엘레나의 특성창과 재능창이 엄청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아르테일에서 기본적으로 영웅의 성능을 정하는 것은 특성과 재능이었다·
물론 시작부터 5성인 태생 영웅들이야 기본적인 능력치 자체가 넘사벽이다 보니 상관없지만 그 이외의 영웅들은 특성과 재능이 굉장히 중요했다·
어느 정도로 중요하냐고 하면 이 특성과 재능이 얼마나 조화롭냐에 따라 이 영웅을 끝까지 키웠을 때 달 수 있는 별의 개수가 정해진다고 볼 수 있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눈앞에 보이는 엘레나의 정보창은 김현우가 박수를 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좋은 정보창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딱딱 맞아떨어지지?’
물론 엘레나보다 당장 좋은 특성과 재능을 가지고 있는 영웅을 김현우는 많이 보아왔다·
심지어 당장 이 곳에 있는 대충 일곱 정도의 영웅의 정보창을 훑어보기만 해도 엘레나보다 능력치가 좋거나 특성과 재능이 상위호환격인 영웅 또한 존재했다·
하지만 이 게임에 있어서 중요한 건 특성과 재능의 시너지가 제대로 조화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당장 엘레나의 오른쪽에 앉아있는 영웅에게는 진리를 보는 눈이라는 특성이 달려 있었다·
진리를 보는 눈이라는 특성은 범상찮은 이름처럼 정말 사기적인 특성으로 효과는 바로 ‘재능’중 ‘말도 안 되는’이라는 접두사가 붙은 재능이 있을 때 그 재능에 한해 모든 공격을 방어 무시 공격으로 판정시켜주는 사기 기술이다·
허나 유감스럽게도 그 영웅에게는 ‘말도 안 되는’접두사가 붙어있는 재능이 없다·
있는 거라곤 쓸만한 정도의 검술뿐·
즉 아무리 좋은 특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런 상황이라면 그저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아르테일에는 저런 유감스러운 재능과 특성이 정말 많은 만큼 엘레나의 특성 재능 조합은 너무나도 훌륭했으니까·
‘물론 이대로 크면 4성 정도가 한계겠지만·’
1성 영웅을 모두 5성으로 만든 전적이 있는 김현우는 영웅을 키우는데 매우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즉 엘레나의 태생적 한계를 넘어 5성으로 만들어 낼 자신이 있었기에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고·
[★영웅 ‘엘레나’에게 영입 제안을 하시겠습니까? Y/N]
“잘 부탁합니다·”
“어 어어···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는 엘레나의 영입 창에 망설임 없이 손을 가져다 대며 미소를 지은 뒤·
“자 그럼 곧바로 일을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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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명 정도 되는 그다지 높은 등급은 아니었지만 나름 이쪽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활동해 꽤 이름이 나 있는 10명 정도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용병단 알타즈·
그중에서도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콜럼은 뚱한 표정을 지으며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앞에 보이는 것은 라르타니아 영지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숲속에 있는 고블린 부락·
“근데 우리 진짜 이러고 있으면 됩니까?”
척 봐도 꽤 오랫동안 방치한 것인지 꽤 커져 있는 부락을 바라보고 있던 콜럼은 옆에서 들려오는 부하의 목소리에 대답했다·
“뭐가?”
“아니 그냥 이렇게 보고만 있으면 되냐고요·”
“보고 있으라니까 그렇게 하면 되겠지·”
뚱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콜럼의 말에 부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신기하네요· 영주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희를 고용한 거랍니까?”
“그걸 알 리가 있나·”
콜럼을 포함해 용병단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바로 라르타니아의 영주인 김현우가 이제 새로 생긴 영지인 만큼 마침 일거리가 없나 싶어 영지에 찾아온 그들을 고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들이 고블린 부락에서 일정 거리 이상 다가가지 않는 이유는 용병단이 고블린 토벌을 의뢰로 고용 당한 것이 아니기 때문·
‘···영웅이 싸우는 걸 지켜보다 혹시 모를 상황이 오면 구해서 탈출해라 인가·’
콜럼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과 동시에 저 앞에 있는 의뢰의 대상을 바라보았다·
푸른 장발의 머리칼을 가지고 있는 양손에는 자그마한 손도끼를 든 채 고블린 부락 앞에 서 있는 그녀를·
피식·
고블린 부락 앞에 소심하게 서 있는 엘레나를 보며 콜럼은 저도 모르게 피식하는 웃음을 지었다·
‘···10년 전 그 라르타니아 영지를 만들었던 영주라더니 보는 눈이 없네·’
콜럼은 엘레나를 알고 있었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알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 지역 근방에서 ‘낙제 영웅’라는 누가 들어도 멸칭임이 분명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여자였으며·
분명 영웅임에도 불구하고 그 능력이 어떻게 영웅이 됐는지도 모를 정도로 미천해 엘레나와 한 번이라도 일을 같이한 용병들은 그녀를 비웃기 일쑤였다·
그것이 영웅이 되지 못한 용병들의 음습함에서 튀어나온 조롱임에도 그녀가 약한 것은 사실이니까·
그렇기에 콜럼을 포함한 용병들은·
“전쟁도 아닌데 영웅 죽는걸 눈앞에서 볼 줄은 몰랐는데·”
“뭔 개소리야? 쟤 죽으면 우리 의뢰금도 없는데·”
“아 그렇네· 뭐 사실 낙제 영웅이 아니라도 이명이 없는 영웅들이 예상 개체 수 200마리 이상인 고블린 군락을 혼자 처단할 수 있을 리가 없지만·”
용병들의 대화·
확실히 그들의 말대로 이명조차 없는 영웅 혼자서 고블린 군락을 홀로 없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맞았기에·
“한 마리도 못 잡을 것 같지?”
“저번에 보니까 틈새에 껴서 3~4마리 정도는 잡는 것 같더만·”
“내기나 할까?”
용병들은 엘레나가 몇 마리의 고블린을 잡을 수 있을까를 점치며 내기를 걸기 시작했고·
그런 용병들의 대화와 함께 마치 기다렸다는 듯 부락에서 뛰쳐나온 고블린들이 일제히 녹슨 무기를 들고 엘레나에게 달려나가는 것 보며 용병들은 낙제 영웅의 전투를 감상하기 시작했고·
약 10분 정도가 지났을 때·
““···””
실길 거리며 웃고 있던 용병들 사이에 침묵이 감돌았다·
미소를 짓고 있던 용병도·
꺼드럭거리던 용병도·
당장 영주의 눈썰미가 허접하다며 비웃던 콜럼마저도·
모두 침묵했다·
그 이유는 엘레나의 주변에 만들어진 수많은 고블린의 시체 때문이었으며·
“뭐 뭐야-?”
“이게 말이 돼?”
동시에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나 있기는 했으나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 양손에 손도끼를 들고 있는 엘레나 때문이었다·
““???””
그 모습을 보며 용병들은 하나 같이 경악과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엘레나를 바라봤고·
정작 홀로 고블린 부락을 두 개의 별 볼 일 없는 손도끼로 작살내버린 엘레나는·
“???”
거친 숨을 내쉰 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멍하니 서 있다·
“에? 뭐 뭐야??”
저도 모르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항상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갑자기 며칠 사이에 글이 팍 성장해서 놀랐는데 일반 랭킹에 올라왔더군요·
기분이 좋네요···!
댓글도 항상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또한 후원해주신 B급 음식님과 kimdoyunniming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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