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10년 방치한 게임에 들어왔다·
3화
메시지· (2)
로리아의 말과 함께 김현우의 눈앞에 알림창이 주르륵 떠올랐다·
—–
수인의 왕
어둠의 절대자
적색의 살룡
영웅왕
보색의 마녀
올룽가의 종인
····
···
··
·
—–
“이건?”
김현우의 의문 어린 목소리에 로리아는 답했다·
[영주님이 떠나시고 난 뒤 자연스레 영지가 쇠락하며 떠난 영웅들의 목록입니다· 터치를 통해 페이지를 넘길 수 있으니 확인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녀의 말에 김현우는 가만히 알림창의 페이지를 넘겼다·
그가 손가락을 휘 적일 때마다 떠오르는 수많은 영웅의 이름들·
당연히 그중에서는 가챠를 뽑은 처음부터 김현우가 키우지 않아 금방 떠나버린 영웅들의 이름 또한 있었고 그가 자주 사용하던 영웅들의 이름도 있었다·
그리고·
“···”
김현우가 엄청난 숫자의 금액을 과금하며 지켜왔던 했던 라르타니아의 최고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5인의 이름 또한 그곳에 있었다·
[이 중 한 명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한 명?”
[예 한 명입니다· 전부 보낼 수는 없습니다·]
“거 더럽게 쩨쩨하네·”
로리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김현우는 턱을 어루만지며 생각했다·
사실 지금 입장에서 김현우가 부를만한 영웅은 당연하게도 그가 10년 전 엄청난 과금과 애정을 들여 키운 영웅만 모아놓은 ‘원탁’ 인물 중 하나여야만 했다·
당장 그중 한 명만 데리고 올 수 있다 하더라도 당장 김현우가 겪고 있는 미궁 브레이크 사태는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
허나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김현우의 입이 쉽게 열리지 않는 이유는 이것이 어디까지나 영웅들을 확정으로 데리고 오는 ‘확정권’이 아닌 ‘메시지’일 뿐이라는 것이다·
즉 메시지를 보내도 영웅이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소리·
‘애초에 메시지 시스템 자체가 게임 속 요소에서도 일정 확률로 영웅이 재출현하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였었지?···뭐 이곳은 게임이 아니니 확률은 아니겠지만 그렇기에 더 중요하지·’
김현우는 냉철하게 생각했다·
현시점에서 호감도가 다 떨어져 있을 것으로 예상이 가는 영웅 중 누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가장 확률이 높을지에 대해서·
그리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
“수인의 왕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
김현우는 결정을 내렸고·
[말씀하신 대로 메시지 발신을 진행하겠습니다·]
이어지는 로리아의 말에 김현우는 응? 하는 표정을 짓다 당황스레 물었다·
“잠깐 메시지라며? 뭔가 적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닙니다· 메시지의 기능은 그저 영웅에게 영주가 돌아왔다고 알리는 기능일 뿐 어떠한 문자를 담아 메시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어질어질하네 진짜·”
저도 모르게 욕을 하려다 말고 또 한 번 이마를 탁 친 김현우는 탄식했다·
‘메시지를 못 보내면 좀 곤란한데·’
김현우는 라르타니아의 최고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원탁의 5성 캐릭터들을 1성일 때부터 키워왔다·
즉 그는 5성 캐릭터들의 배경설정을 어느 정도는 꿰고 있었고 그렇기에 수인의 왕에게 메시지를 보내기로 정한 것이었다·
그가 알고 있는 배경설정이라면 수인의 왕에게 몇 가지 말을 전달하는 것으로도 그녀를 움직일 수 있을 거라 판단했으니까·
“진짜 방법 없어?”
[메시지에 문자를 포함할 방법은 없습니다· 또한 이미 메시지는 송신되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하루 뒤쯤이면 영웅에게 메시지가 전달될 겁니다·]
“잠깐 메시지 보내는 게 왜 하루나 걸리는데?”
[우편 특송이니까요·]
지랄 났네 라고 짧게 중얼거린 김현우는 눈을 질끈 감고 한숨을 내쉬었으나·
‘어차피 지금 사태에서는 이게 최선이다· 거기에 수인의 왕은 메시지만 가도 올 확률이 있으니-’
그런 생각과 함께 미련을 털어버린 뒤 입을 열었다·
“로리아 우선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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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의 왕이 오면 모든 것이 해결되기는 했으나 김현우는 그런 요행에 모든 것을 걸 생각은 없었기에 곧바로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결국 수인의 왕에게 모든 걸 걸고 있다 혹여라도 그녀가 오지 않으면 김현우의 인생은 거기서 끝이었으니까·
그러나·
“이건 좀 심하지 않나?”
꼬박 몇 시간 동안 로리아가 이전 아르테일을 할 때와 흡사하게 만들어둔 게임 창을 뒤적거리던 김현우는 냉정한 현실을 깨달았다·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말 그대로 현재 지금 김현우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병력을 소집하려 해도 인구가 없고 바리케이드를 올리려 해도 자원이 없어서 못 하고 심지어 인력들에 나눠줄 금화도 없네·’
“이런 개 씨-”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김현우의 화가 그리 나지는 않았을 터였다·
허나 지금 이 순간 그의 입에서 쌍욕이 튀어나오고 있는 이유는·
“영지가 박살 났으면 영지 레벨도 같이 1로 떨어져야지 영지 레벨이 30이면 어쩌자는 거야!?”
김현우의 영지 라르타니아의 레벨이 1레벨이 아닌 30레벨이라는 것·
물론 영지 레벨 30도 예전 김현우가 아르테일을 할 때를 떠올려보면 약하다고 할 수 있었다·
10년 전 아르테일을 할 때 김현우가 키우고 있던 라르타니아의 레벨은 60이 넘어갔으니까·
영지 레벨이 높으면 좋은 것들이 많다·
당장 상위 건물을 해금할 수 있거나 받아들일 수 있는 영지민의 숫자가 늘어나며 소속시킬 수 있는 땅 또한 늘어난다·
거기에 더해 가챠 캐릭터 즉 영웅을 데리고 있을 총 숫자가 늘어나기도 하기에 영지 레벨은 꽤 중요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지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을 때를 가정할 때의 이야기였으며 지금의 김현우처럼 아무것도 없는데 영지 레벨이 높을 경우 부작용이 생긴다·
아르테일은 기본적으로 영지 레벨에 따라 쳐들어오는 몬스터의 숫자가 결정되며 그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미궁 브레이크도 영지 레벨에 따라 쳐들어오는 몬스터의 숫자가 달라진다·
즉 지금 상황을 설명하자면 제대로 된 영지로 기능조차 하지 못하는 발전도 –20인 도시에 영지 레벨 30 만큼의 몬스터 군대가 몰려온다는 것이었고·
다 간단하게 한 줄로 아니 한 단어로 김현우의 상황을 요약하자면 이랬다·
좆됐다·
그것만큼 완벽하고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단어는 없었기에 그는 오만상을 찌푸렸으나·
“로리아·”
[예·]
“지도 펼쳐줘·”
김현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주변 영지에 원군 요청이라도···!’
상황이 최악의 최악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멘탈이 터져 하늘에 기도만 하고 있기엔 김현우는 자신의 목숨이 너무 소중했다·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본다···!’
그는 로리아가 펼친 지도를 바라보았다·
지도는 그가 10년 전에 본 것과 같은 정 사각형을 기준으로 거대한 도트들이 쉼 없이 찍혀있는 모습·
갈색 지형은 땅을 녹색 지형은 숲을 파란 부분은 바다를 상징하는 아주 익숙한 도트지도를 바라본 그는 곧 초록 마커로 찍혀있는 주변 영지들을 확인하다·
“로리아 이 외부에 있는 주황색 점들은 뭐야?”
저도 모르게 느껴진 의문에 질문을 던졌다·
김현우가 가르친 것은 게임을 했을 때 발견했더라도 조그마한 호기심만을 가지곤 신경 쓰지도 않았을 굉장히 머나먼 곳에 있는 주황색 점·
그가 갑작스레 그 점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주황색 도트를 처음 봤기 때문이었고·
[저도 영주님이 깨어나실 때 같이 깨어난 터라 주황색 점은 처음봅니다만 지도 시스템을 살펴보니 주황색 점은 아무래도 보스 존인 것 같습니다·]
이어진 로리아의 말에 김현우는 되물었다·
“보스 존?”
[예 병사를 보내서 퇴치하시면 막대한 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이름은-]
로리아의 말이 무엇인가를 바라보듯 멈췄다 이어졌다·
[-붉은 눈 이라는 이름으로 주변 영지와 왕국에게 불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수인들은 기본적으로 전투적인 종족이다·
투쟁을 좋아하고 싸우기를 즐기며 자신보다 강한 존재와 싸우는 것에 두려움보다는 즐거움을 느끼는 그야말로 전투 병기라고 부를 수 있는 종족이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수인들의 모여있는 영지나 군집은 기본적으로 싸움을 놀이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오는 수인들 덕분에 잠잠할 날이 없다·
수인들은 그 어디에서든 틈만 나면 싸우기를 좋아하며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도 대적하는 것을 서슴지 않으니까·
아무튼 그런 수인들의 특성은 오롯이 그들만 모여있는 군집인 ‘붉은 눈’에도 자연스럽게 해당되어 기본적으로 붉은 눈은 항상 시끄러운 상태였기에·
이 수인들의 군집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수인 ‘게르타’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
조용했다·
벌써 이맘때면 싸움판이 벌어지고 술판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붉은 눈’의 영토는 벌써 4일째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붉은 눈이 침묵한 지가 벌써 4일째·
평소 수인치고는 눈치도 좋고 싸움도 잘해 사천왕 중 한 명에게도 꽤 똘똘한 취급을 받고 있는 그는 도저히 끝나지 않는 침묵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왜 4일 전부터 다들 겁먹은 개처럼 싸우지도 않고 입도 다물고 있는 겁니까?”
4일째 전투 욕구를 풀지 못해서인지 수인 특유의 거친 말투가 묻어나오는 게르타의 물음·
그에 다른 수인들과 마찬가지로 침묵을 지키고 있던 랑인족이자 이 붉은 눈의 사천왕 중 한 명이기도 한 ‘기랄’은 간단하게 이야기했다·
“죽고 싶지 않으니까·”
“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 게르타·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게르타 지금은 두목이 정한 기일이니 침묵해라· 지키지 않으면 죽을 테니까·”
“···두목이요?”
“그래·”
하지만 그가 그런 표정을 짓든 말든 기랄은 그 말을 끝으로 침묵하라는 듯 대답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고·
기랄을 바라보던 게르타는 시선을 산의 정상쪽으로 돌렸다·
그로서는 몇 번 보지도 못한 항상 싸움판을 벌이고 술을 마시는 수인들과는 다르게 언제나 산의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는 두목·
그러다 보니 그녀와 별다른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는 게르타의 입장에선 두목에 대한 우두머리로서의 존경심이 옅기는 했으나·
“···알겠습니다·”
게르타는 그런 기랄의 말을 수용해 얌전히 입을 다물기로 했다·
물론 그는 두목을 몇 번밖에 보지 못했다·
허나 그런데도 게르타가 아무런 이견 없이 입을 다문 이유는 고작 몇 번밖에 보지 못했던 그녀의 힘을·
전율을 넘어서는 공포를 두 눈으로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몸이 한번 쏘아져 나갈 때 수십의 병사가 터져나가고·
그녀가 한번 팔을 휘두를 때 거체의 몬스터들이 두부 자르듯 잘려나가며·
그녀의 손짓 한번에 건방지게 숫자를 모아 우두머리 자리를 빼앗겠다고 대들었던 수인들이 곤죽이 된 장면을 두 눈으로 보았기에·
게르타는 수인들의 경외를 받고 있는 두목이 있을 산꼭대기를 보며 침묵했고·
그 산 꼭대기의 중앙·
하연 꼬리에 몸을 파묻은 채 조금은 부은 퀭한 눈을 어거지로 감고 있던 그녀는·
툭-
“···?”
하늘에서 떨어진 한 장의 편지를 받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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