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4
어둠의 절대자가 들려오는 집행검의 소식에 환호하기 시작할 무렵·
“3계층의 보스는 석영 골렘입니다· 당연히 마석으로 움직이는 골렘이다보니 지치지도 않고 공격이나 방어력도 월등할 겁니다·”
김현우는 엘레나에게 3계층에 관해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다만 엘레나가 처리하기 어려운 상대는 아닐 겁니다· 석영 골렘은 움직이는 것도 느리고 행동도 굼뜨니까요· 거기에 지금까지 알려드린 약점의 위치만 잘 외우고 계시면 골렘을 쓰러뜨리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사실 3계층은 보스보다 그 주변에 나오는 몬스터들을 조심해야 하는데-”
3계층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엘레나에게 알려주는 김현우·
사실 어제도 미리 엘레나를 불러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복습을 해놓는게 좋다고 판단했기에 김현우는 3계층에 출발하기 전에도 그녀를 불러 이야기하고 있었고·
“자 그럼 제가 주의할 점은 전부 말해드린 것 같으니 잘 갔다 오세요· 3계층의 몬스터에 대해서는 병사들과 용병들에게도 말해주시고요·”
“네”
이어지는 김현우의 말에 엘레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하는 것을 끝으로 병사와 용병들을 이끌고 3계층에 내려갔다·
그리고 곧 영주성의 창문을 통해 엘레나와 함께 진입하는 병사와 용병들을 보며 김현우는 생각했다·
‘괜찮겠지?’
사실 김현우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3계층은 별걱정을 하지 않아도 무방했다·
당장 미궁은 아래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어려워지기는 했으나 당장 엘레나의 능력치는 3계층을 클리어하기에는 충분한 능력치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번에는 숙련도가 전부 차올랐음에도 업그레이드하지 못한 병종들이 죽을까 용병들도 대량으로 고용했다·
우선 용병들이 있으면 병사들이 죽는 것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물론 4계층부터는 슬슬 병사를 끌고 들어가는 건 자제해야겠다만·’
그건 지금 당장 고민해야 할 문제는 아니었다·
애초에 지금 당장 김현우가 원하는 미궁 도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계층은 3계층까지였으니까·
그렇기에·
‘우선 3계층을 공략하고 나오면 곧바로 미궁 도시를 시작할 수 있을 테니 그건 걱정이 없는데···자원은 어떻게 하지·’
이제는 완전히 미궁 안으로 들어가 버린 엘레나를 바라보던 김현우는 화제를 돌려 고민했다·
당장 남은 마석이 있는 덕분에 라르타니아 가공소는 전부 수리하긴 했으나 당연하게도 자원의 생산량은 영지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그렇다고 푸른 돌을 쓰자니 슬슬 푸른 돌이 아까워지고 있었으며 발전을 기다리자니 속도가 너무 느렸다·
‘원래 믿고 있던 교역소도 주변 영지와 친분이 있어야 가능한데·’
유감스럽게도 현재 김현우에게는 주변 영지와 친목을 다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당장 김현우의 밑에 있는 영웅이라 해 봤자 엘레나와 라니밖에 없었으니까·
‘···어차피 미궁 도시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고 생각하면 그 시점에는 일이 알아서 풀릴 테니까 발전을 그때쯤같이 한다고 생각해야 하나?’
그렇기에 이 상황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시점·
그런 김현우를 저 멀리에 있는 언덕에서는·
“···”
메릴다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최근 그녀의 기분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물론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라고 물어보면 그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저번에 어둠의 절대자가 찾아왔던 그 이후로 그녀에게는 딱히 이렇다 할 사건이 없었으며 그 뒤로 기랄이 찾아오긴 했으나 그도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즉 이곳에서 딱히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사람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어찌 보면 최근 그녀의 기분은 원래 만들어 놨던 붉은 눈의 영토에서 생활할 때보다 훨씬 더 좋을 때가 많았다·
그저 아무런 감정도 없이 꿈속에서만 그를 찾던 때와는 다르게 지금의 그녀는 주인의 모습을 하루하루 직접 감상하고 있었으니까·
거기에 더해 저번에 들었던 주인의 칭찬은 아직도 생각할 때면 메릴다의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게 할 정도였다·
···그리고 오히려 그렇기에 메릴다의 기분은 최근 더더욱 좋지 않게 변하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그것은 김현우의 탓이 아니었다·
굳이 문제라고 한다면 그것은 메릴다의 문제였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칭찬 그 다음을 원하는 그녀의 문제였다·
맨 처음 그녀는 김현우에게 처음 거절당하고 선물을 받은 그날 라르타니아 영지의 밖에 나온 메릴다는 생각했다·
주인을 뒤에서 돕고 친애를 쌓아 그가 다시 불러주기를 기다리자고·
그렇게 생각한 뒤 메릴다는 단 한 번도 김현우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그를 도왔다·
묵묵히 뒤에서 김현우를 도왔으며 그가 이 사실을 깨달아 줄 때까지 기다렸다·
그 삶에 분명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불현듯 김현우의 칭찬을 들었을 때 메릴다의 결심이 흔들렸다·
솔직히 말하면 그녀는 김현우가 자신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이 그리 좋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허나 의외로 김현우는- 아니 주인이 그녀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메릴다는 주인이 엘레나의 앞에서 자신의 두둔해주었던 것을 들었으니까·
그렇기에 메릴다는 그에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느꼈으며 동시에 생각하게 된 것이다·
만약 주인이 자신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
오히려 안 좋은 감정보다는 조금 더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다시 한번 이야기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분명 그녀가 처음 결심한 것과는 다른 생각이었으나 이미 한번 그녀의 머릿속을 침범하기 시작한 그 생각은 부지불식간 메릴다의 머릿속을 장악해 그녀의 참을성을 실험하기 시작했고·
‘···주인·’
메릴다는 요즘 김현우가 혼자 있을 때면 그의 앞에 서는 상상을 자주 하곤 했다·
당장 그의 앞에 서서 용서를 구하고 그녀를 거절했던 주인이 너무나도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상상을·
“···”
그런 상상을 할 때마다 메릴다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녀가 그런 상상을 할때마다 참을성은 마치 목이 마른 사람이 바닷물을 마신 것처럼 더더욱 심해지기 시작했고·
특히 요즘엔 자신의 주인이 엘레나와 이야기하는 것을 봤을 때는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메릴다가 생각하길 스스로가 가장 개연성 있게 등장할 방법까지 생겼다 사라진 터라 그녀의 참을성은 현재 한계치에 다다라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
참을성이 한계에 다다를 쯤이면 항상 느껴지는 왼쪽 주머니의 감각에 메릴다는 조용히 주머니에 손을 넣어 상자를 꺼냈고·
그곳에 있는 주인이 선물해준 자그마한 상자를 보던 메릴다는 문득 이곳에는 없는 기랄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저 두목이 저 인간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거라면 조금 더 주도적으로 나서시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한참 메릴다가 등장할 기회가 사라져 저기압인 상태일 때 조심스레 건넸던 기랄의 말·
그때 당시에는 기분이 좋지 않아 반응하지 않고 넘겼으나·
“···주인에게 칭찬받을 일이라···”
뒤늦게 떠오른 그의 말에·
“주도적으로 나서서 칭찬받을 일·”
조용히 중얼거리며 영주성을 바라보았다·
####
그로부터 약 다섯 시간 뒤·
떠 있던 태양이 서서히 넘어가 석양이 질 때쯤 3계층을 토벌하러 들어갔던 엘레나와 병사들이 빠져나오는 것을 확인한 김현우는·
—-
[병종] 일반 병사·
리더 : 말론 [숙련도 100/100]
인원수 : 200명 [상세 보기]
전투 효율 : 좋음·
[상위 병종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인원이 생겼습니다 (200명)]
[상위 병종 ‘경비병’으로 전직할 수 있습니다·]
[병영 레벨이 높지 않아 상위 병종 업그레이드가 제한 됩니다·]
[상위 병종 ‘수색대’으로 전직할 수 있습니다·]
[병영 레벨이 높지 않아 상위 병종 업그레이드가 제한 됩니다·]
····
···
··
·
[업그레이드 병종 더보기]
-기본 장비-
머리 : 투구·
몸 : 경량 갑옷·
허리 : 가죽띠·
다리 : 가죽을 덧댄 하갑·
무장 : 철창· 부 무장 : 없음
※숙련도가 최대 수치에 도달한 병사들이 있습니다! 숙련도가 저장됩니다!
—-
‘다행이다·’
정보창을 확인해본 결과 이번에도 병력이 단 한명의 사망자 없이 깔끔하게 빠져나온 것을 확인하곤 미소를 지었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김현우는 집무실로 찾아온 엘레나에게 3계층에 대한 보고를 들을 수 있었다·
이미 병사와 엘레나가 멀쩡한 것을 보고 어느 정도 예견을 하기는 했지만 보고를 들어본 결과 김현우의 예측처럼 3계층에서 유감스러운 일이 생기지는 않은 듯했다·
다만 이번에도 특이사항이라고 할만한 것은 있었다·
“푸른 뼈 역시 이번에도 나왔나요?”
“네· 이번에는 오히려 석영 골렘을 먼저 공격해 영주님께서 말씀하시길 제일 골치가 아프다는 오른 다리 쪽에 있는 핵을 없애줬어요·”
엘레나는 그 말과 함께 김현우의 책상에 푸른 뼈를 올려두었다·
척 봐도 이전에 보았던 것보다 조금 더 큰 뼈·
그것을 빤히 바라보던 김현우는·
‘역시 미궁에도 뭔가 있는 것 같은데·’
3계층 가까이 푸른 뼈가 나타난 것과 함께 미궁에도 어떠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라 확신했다·
어떤 비밀인지까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나 그 비밀이 적어도 푸른 숲의 사령 술사와 어느 정도 연계되어 있다는 것까지·
그렇기에 한동안 엘레나가 가져다준 푸른 뼈를 바라보고 있던 김현우는 우선 뼈를 한쪽으로 치운 뒤 그녀를 보며 이야기했다·
“이번에도 고생하셨습니다·”
“아니에요· 이번에도 영주님 덕분에 별 어려움이 없었는걸요·”
슬쩍 웃으며 대답해주는 엘레나·
분명히 이전보다도 훨씬 더 잘 웃게 된 그녀와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던 김현우는·
“우선 오늘은 쉬시고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하도록 하죠·”
“알겠어요·”
오늘 하루 동안 고생한 엘레나를 돌려보내 쉬게 하는 것을 끝으로·
‘자 그럼 내일부터 곧바로 준비에 들어가 보실까·’
김현우는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고·
그 다음 날·
어젯밤 푸른 뼈에 특이한 점이 발견되어 조사하느라 평소보다 늦게 잠든 김현우가 일어났을 때쯤·
“영주님 노르바왕국에 속해있는 테스노카 공작이 영지에 찾아오셨습니다·”
“···뭐? 영주가 왔다고?”
“예·”
갑작스러운 타 영지의 영주가 찾아왔다는 소식에 김현우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것도 잠시 김현우는 테스노카 공작을 맞이했고·
곧 김현우는 경비병의 안내를 따라 영주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온 엉덩이골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보랏빛 장발을 가지고 있는 척 봐도 굉장히 아름답게 생긴 테스노카 공작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혹시 나와 결혼할 생각 있어요?”
매우 여유로운 표정으로 김현우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입가에서 나온 말에·
“···예?”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되물었고·
쿵-!
김현우가 보이는 창문의 언덕 쪽에서 작은 폭음소리가 들려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본선에 올라갔습니다·
모두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또한 후원해주신 콜롬비아커피님 감사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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