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60
한국 음악 씬의 주류가 음반에서 다운로드로 그리고 스트리밍으로 전환된 이후· 이제는 초대형 메이저 가수 혹은 전직 아이돌 출신들이나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되던 초동 음반 1만 장의 벽·
인디밴드에게는 뚫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고 그렇기에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고 건드릴 생각도 없었던 그런 벽· 누가 뚫을지도 관심이 없었던 벽을 뚫은 것은···혜성같이 나타난 여성 4인조 밴드 [Group Sound]였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성과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성공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사례에 적용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결국 사람들이 분석해 낸 결과는 대체로 다음과 같았다·
1· 인디밴드 씬 및 관련자들의 기대·
그야말로 공전절후의 실력을 갖춘 기타리스트 ‘하수연’을 필두로 죄다 기본 이상은 하는 4명의 멤버들· 게다가 연주 실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곡 및 작사 편곡 실력까지 상당히 훌륭하다· 순수하게 곡만 봐도 충분히 흥행이 가능한 수준·
그 탓에 수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기대를 걸었다· ‘테일러드’의 김철연부터 해서 수많은 사람이 Group Sound의 앨범을 홍보해 주었고 수많은 인디 리스너들이 앨범을 사주었다· 이들로 인해 인디 밴드 씬의 중흥이 다시 이루어지길 빌면서·
2· 적절히 형성된 팬층·
정상적인 인디밴드라면 1년 차에는 팬은커녕 알아보는 사람도 한 명 없어야 한다· 하지만 Group Sound는 달랐다·
그야말로 갑작스럽게 인디밴드 씬에 나타나더니 클럽 파라독스의 정기공연 TO를 꿰차고· 그 다음 정부지원사업인 밴드 파이오니어에 참가해서 높은 순위에까지 올랐다· 그리고 그들의 서사를 마무리 지은 것은· [인베이전 2024]였다· 결성된 지 1년밖에 안 된 밴드라고는 믿기 힘들만 한 실력· 그리고 그들의 서사· 특히 ‘하수연’의 서사·
이후 소리 소문 없이 활동을 중단함으로써 팬층이 만개하지는 못했으나 이미 기반은 형성된 상태· 그리고 계속되는 ‘하수연’의 개인 활동과 때마침 만들어진 자체 콘텐츠 [공중정원]으로 생겨난 유입은···Group Sound의 팬층을 견고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3· 앨범 구성품 마케팅·
피지컬 음반에만 수록되고 스트리밍 서비스로는 들을 수 없는 한정 트랙 ‘日暮途遠’· 그냥 평범한 트랙이면 모르겠으나 ‘하수연’의 ‘기타력’이 최고로 발휘된 트랙이라는 김수렬 평론가의 평론은 사람들의 호기심에 불을 붙여버렸다·
문제는 누군가가 립을 따서 유튜브에 불법으로 올려도 금방 신고로 격추되는 상황· Group Sound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은 울며 겨자 먹기로 피지컬 음반을 살 수밖에 없었다· 4명의 포토 카드와 포스트 카드는 기본이며 폴라로이드 카드 스티커 등등· 굿즈로 사용할 수 있게끔 패키지의 형태도 통상적인 패키지와 다르게 조금 잘 꾸며놓았다·
게다가 초회 한정판은 어떤가· 멤버들의 친필 사인이 포함된 카드 한 장을 얻을 수도 있으며 리믹스나 따라 부르기가 가능하도록 전 곡의 Instrument와 작곡자 ‘하수연’의 곡에 대한 해설 그리고 ‘작사가’ 최이서의 가사에 대한 해설· 게다가 각 앨범마다 랜덤하게 들어가 있는 미발표곡(발표 예정 없음)까지·
특히 효과적으로 발휘된 상술은 ‘한정트랙’ 이었다· 일반판에 들어간 ‘日暮途遠’ 뿐만 아니라···한정판에 들어간 미발표곡들은 사람들이 지름을 참지 못하게 만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내가 들어본 적이 없을 수도 있다고? 내 옆의 다른 사람은 들었는데? 그런 심리를 부추기는 수법· 아이돌 업계에 있었던 ‘정유영’의 노하우가 극한으로 발휘되었다고 할 수 있는 앨범 구성품 마케팅·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논한 요인은 충분히 벤치마킹할 수 있어 보였다· 하지만 조금 더 분석을 시도한 사람들은 머지않아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이 사례는 따라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정유영 팀장이 사용한 프로모션 방법은 살짝 색다르긴 하지만 완전 새로운 것은 아니다· 기존 마케팅 방법을 변용한 것일 뿐 새로운 마케팅에 패러다임 쉬프트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누구나 떠올릴 수 있고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
하지만 ‘하수연’과 Group Sound는 어느 누구도 따라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정상급 기타리스트들조차 입을 모아 “나와 비슷하다” 혹은 “나보다 더 잘 칠수도 있다”라는 말을 하게 하는 기타 실력· 트렌드를 능숙하게 따라가며 옛 장르와 적절하게 조합해 새로운 해석을 끌어내는 프로듀싱 능력까지· 게다가 그런 하수연을 보좌하는 3명의 밴드 멤버 또한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었다· 슈퍼밴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프로모션은 따라 할 수 있다· 마케팅 방법도 따라 할 수 있다· 팬층 형성 방법도 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은 따라 할 수 없다·
그렇기에 Group Sound의 정규 1집은 그저 특수 사례만으로 남게 되었다· ‘실력이 안 되면 시도조차 하면 안 된다’는 말과 함께·
* * *
[···수많은 밴드를 꼽을 수 있겠지만 현재 가장 인디씬을 달구고 있는 밴드라고 하면 당연히 Group Sound의 이름이 맨 처음 나올 것이다· 어쩌면 한국 음악씬 전체를 두고 물어봐도 같은 답변이 나올지도 모른다·
[Plastic Nostalgia] 이후 근 1년만에 발매한 정규 앨범인 [별이 되어가는 것]· 얼핏 보면 주제 없이 난잡하게 펼쳐져 있는 것 같고 그저 듣기 좋은 음악을 모아놓은 것 같다· 심지어는 해설조차 없는 불친절한 앨범·
하지만 차분히 음악을 듣다 보면 어느새 청자는 자신의 내면에서 주제가 슬그머니 부상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들의 삶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는 치기어릴수 있는 주제이나 연령대를 생각하면 흐뭇해질 수 밖에 없다· ···
···[어쩌면 그 곳에]와 [Chromatic]는 최근 유행하는 J-Rock의 문법을 따라 다양한 베이스 주법을 선보인 곡이다· 선공개 싱글이었던 [공중정원]은 슈게이징에 대중성을 부여한다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 낸 트랙이며 ···
···타이틀 곡 [별이 되어가는 것]은 밴드 사운드의 극한을 추구한 듯한 느낌을 준다· 맥시멀한 악기들 위에 얹혀진 랩하는 듯한 톤 다운된 보컬· 블루스 풍의 기타는 살짝 지칠 수 있는 분위기에 감정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히든 트랙 [日暮途遠]은 기타리스트로서의 ‘하수연’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보여준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살짝 난잡한 듯 나열되었던 10개의 곡은 히든 트랙에서 하나로 모아진다· 日暮途遠 倒行逆施· 해석은 각자에게 넘길 수 밖에 없으리라·
– 수록곡 –
1· 어쩌면 그 곳에·
2· Chromatic·
3· 공중정원(선공개 싱글)· [추천]
4· 벨몬트 유리병·
5· 저녁 노을·
6·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7· Value of a variable·
8· 별이 되어가는 것(타이틀)· [추천]
9· 까마귀의 깃털· [추천]
10· 어느날 너는 내게 돌아와서·
11· 日暮途遠· [추천]
김수렬
★★★★☆(4·5 / 5)]
“잘 써줬네·”
그는 핸드폰에서 눈을 뗐다· 평론 웹사이트는 이제는 젊어져 버린 그의 눈으로도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촘촘하고 늙은 UI를 가지고 있었다· 무슨 글자가 이렇게도 빼곡한지·
“연수 그거 이해 됐어?”
“뭐가·”
“내가 쓴 거 있잖아· [까마귀의 깃털]· ‘언어의 비열한 융합과 섬세한 현실의 접점 그리고 존재의 손실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 이 곡은···’ 이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던데· 좋게 써주긴 했지만 나이 드신 분이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쉽게 쓰는 법을 모르시나 봐 하고 중얼거리는 이서· 그는 반사적으로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다 저런 식으로 의미를 알 수 없고 모호하게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변호할 뻔했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멈추었다· 한두 번 당한 것이 아니었기에·
“아무튼 뭐···”
그렇게 말하려던 사이 갑자기 걸려 온 전화· 모르는 전화번호에 그는 일단 경계부터 했다· 이번엔 또 어떤 스팸이고 보이스피싱인지· 하지만 전화 내용은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
“여보세요·”
[“아 네 하수연 학생이지요?”]
“네 맞습니다·”
[“아 저 이펙터집 사장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최근에 그 스승님 유품이라고 하는 그거! 그 이펙터 중에 하나가 들어와서요!”]
“···당장 가겠습니다·”
그는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서는 당황한 듯 눈을 잠시 굴리다가 뭔지도 모른 채 그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이거 맞지요? Electric Mistress V1· 1976년 생산·”
점장의 말을 무시한 채 그는 이펙터를 들어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여러 가지로 남겨져 있는 무늬 개조 흔적까지· 그의 것이 정확하게 맞았다·
“네 제가 찾던 것이 맞습니다·”
“아 다행이네·”
신기하다는 듯 가게를 둘러보고 있는 이서를 내버려둔 채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게 얼마 만에 보는 그의 플랜저인가· 그의 시그니처 톤을 결정짓는 데 아주 중요하게 작용하던 장비· 이제는 정말 그의 장비를 다 되찾기까지 얼마 안 남은 것으로 보였다·
“아 그거 찾는데 사연이 정말 많았어요·”
“그런 것 같긴 합니다· 얼마인가요?”
그 말에 점장은 잠시 머리를 긁었다· 할 말이 있는 듯한 눈치· 그는 입을 닫은 채 말을 기다렸다·
“아니 얼마 전에 누가 찾아와서 그걸 팔려고 하더라고· 근데 Electic Mistress길래 이제 찾아봤는데 학생이 그때 지정해 줬던 그 물건이더라고? 그래서 사는 김에 이야기나 좀 했지· 이게 누구 유품이라더라· 그래서 누가 찾고 있다· 그러니까 갑자기···”
점장은 화들짝 놀란 얼굴을 묘사하며 말을 이어갔다·
“막 이러면서 그게 누구냐는거야· 그래서 솔직히 말해주면 안 되긴 하지만 학생 이름을 말해줬어요· 그러니까 이제 자기는 이거 돈 못받겠다면서 그냥 그 학생한테 전달해달라 이러고 갔어요· 얼마전에 방송인가 거기 나왔다면서? 학생 알아봤고 그거 생각나서 팔러 온건데···뭐 어쩌고 저쩌고· 자기 이름은 말하지 말라고 하고 그러고 갔어요·”
뭐 그래서 이거는 가격을 받을 필요는 없다는 거지· 그렇게 중얼거리는 점장의 말에 그는 묘한 기분이 되었다· 고맙긴 한데···
“그거 얘가 말해주던데 도난장비라던데· 그러면 그 사람은 그냥 원래는 말 없이 쓱싹해버리던 거네요?”
“뭐···그렇다고도 볼 수 있죠?”
그의 심정도 그랬다· 애초에 유품을 멋대로 가져가 놓고서는 이제 와서 저런단 말인가· 뭐 돌려받았으니까 괜찮긴 하지만· 아무튼 이번 앨범은 꽤 성공적인 것 같았다· 예상치 못한 이런 일도 일어나고 하니까·
* * *
“···그렇게 판매량은 현재 순항중입니다· 초동 판매량정도의 그런 수치는 나오고 있지 않지만 충분히 팔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반 판매 음원 수익 유튜브 및 방송 출연 기타 등등···수많은 경로를 통해서 얻은 수입들· 고경민은 그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혜인에게만 건네주었다· 다른 회사 직원들까지 알 필요는 없다는 이유로· 혜인은 자료를 건네받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 회사는 순항중이네요· 앨범도 괜찮게 팔리고 음원 수익도 있고···그럼 고 팀장 그러면 이제 전에 말했던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원래는 다음 단계에서 앨범 및 각종 비용 등을 회수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어느정도 좀 절약한 그런 느낌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고경민은 새로운 PPT를 키며 말했다·
“이제는 꽤 많은 돈을 쓸 수 있게 되었죠· 좀 더 다양한 곳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구요·”
그가 연 PPT의 정중앙에는 타이포 하나가 떠 있다· 누구나 알 수밖에 없는 그 단어· 밴드라면 무조건 할 수밖에 없는·
이전 삶의 그가 그토록 원했던· 그러나 하지 못했던· 단지 무대 옆 변두리에 서 있을 뿐 주인공은 한 번도 되지 못했던···바로 그 일·
“단독 콘서트 투어···”
‘서명전’의 삶의 목표가 그곳에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하세요!! 오늘은 보너스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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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히나 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노벨피아의 후원 정책이 바뀌어 메세지를 보내지 못하시지만! 아무튼 저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어···올드 락을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에릭 클랩튼을 듣는다고도 하신 것 같은데! 저는 에릭 클랩튼의 앨범 중에서는 24 Night을 제일 좋아합니다!!
혹시 아니라면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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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정책이 바뀌어버렸으므로 혹시 후원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후원 공지에 적어주시면 되겠습니다!!
만약에 댓글이 남는 것이 부끄러우시다면 댓글을 쓰신 후 삭제하시면 됩니다!! 이력에 남으므로 제가 볼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