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75
고경민이 Group Sound 멤버들에게 보여준 것은 그 ‘락 페스티벌 출연 제안’이었다·
라이브 투어에 대한 본격적인 홍보 수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경민은 투어의 스타트를 페스티벌로 끊고 거기에 더해서 페스티벌에서 “저희 라이브 투어 합니다!” 같은 방식의 홍보를 해볼 계획이 있었다· 그렇기에 역제안을 할 계획이었으나···오히려 페스티벌 쪽에서 들어온 오퍼·
“다들 동의하십니까?”
“당연하죠!”
쾌활한 이서의 말과 함께 결정지어진 Group Sound의 GGRF(Grand Groove Rock Festival) 출연· 경민은 곧바로 페스티벌 측에 출연 의사를 전달했고 일은 일사천리로 처리되어···
[GGRF 2nd Line-up Announcement]
신규 라인업을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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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19:30 ~ 20:40 Group S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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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up Sound의 출연이 발표된 당일·
‘국내 최대’의 타이틀을 달지는 못했지만 GGRF도 엄연한 대형급 락 페스티벌이다· 페스티벌 출연경험이 몇번은 있고 단독 콘서트나 전국 해외 투어 정도는 펼칠 수 있는 레벨의 뮤지션이어야 GGRF 급의 ‘메인 스테이지 서브 헤드라이너’ 자리에 설 수 있다···인식되는 위치·
그런 위치에 Group Sound가 선다고 발표되었으니 음악 커뮤니티가 난리가 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고양락페 1일차 메인 서브라이너 그룹사운드 lol]
[아니 이거 맞냐??]
[와 개 기대된다]
[성장세가 엄청나네요]
[아 돈없는데 ㅅㅂ 장기팔아야되나]
[수연아 언니가 돈은 없어도 신장은 있어 팔면 티켓값은 나오겠지]
사람들의 의견은 대략 셋으로 나뉘었다·
[쟤들 노래 엄청 좋던데 꼭 가봐야겠네]
[고양페 가볼만한가요?]
[이번에 고민하고있었는데 결심했음 가봐야지 lol]
[후 갈등된다 쿠팡 좀 뛸까 lol]
Group Sound의 출연에 좋아하는 사람들·
[첫 출연에 서브헤드;;]
[성장세 미쳤네]
[좀 이르지 않나? 노래는 확실히 좋던데]
[라인업 미치긴 했네요]
조금 이르지 않나 생각하면서도 서브라이너급 뮤지션의 탄생을 축하하는 사람들·
[lol ㅅㅂ 뭔]
[Ep하나 정규 하나 있는 새끼들을 서브에 올리는게 말이 됨?]
[고양페 좆망했네 lol 매년 갔는데 올해는 안갈듯 뭔 ㅅㅂ]
[솔직히 쟤들 무대에서 보기엔 돈아깝지]
분노에 차 키보드를 두들기는 사람들·
음악 커뮤니티나 일반 커뮤니티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Group Sound의 서브라이너 출연을 환영했다· 음악방송에는 나오지 않았다 한들 지상파에 나오면서 그들의 역량을 증명한 밴드· ‘음악편지’에 나왔던 언플러그드 공연이나 대학 축제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은 Group Sound를 소위 ‘일반인픽’으로 만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원차트에서도 장기간 머무르면서 ‘일시적 거품’이나 ‘바이럴’ 같은 것이 아닌 진짜 사람들이 많이 듣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밴드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서브라이너가 아니라 헤드라이너로 서야 되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일부지만 나올 정도로·
Group Sound의 출연을 이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태양에 가까이 다가갔다 날개가 녹아 추락한 이카로스처럼 그들의 너무 빠른 성공이 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일 뿐으로···출연 자체는 환영하는 쪽이었다· 음악 팬 입장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락 밴드를 싫어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것도 국내 밴드를·
하지만 물 끓여 마시라고 있는 호텔 커피포트에 속옷을 빨래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처럼 세상에는 오만 사람들이 다 있는 법이다·
세 번째 부류가 그런 부류였다· 그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이 좋아하는 밴드가 락페에 올라가지 못했다던가 그냥 젊은 애들이 잘나간다던가 음악이 마음에 안 든다던가 하는 이유를 들어 Group Sound에 대한 온갖 악의적인 발언을 비공개 커뮤니티나 SNS에서 일삼았다· 주로 하수연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최이서가 SNS에 올린 사진 등으로·
[얘들 이거 뭐하는 거임]
(욕설 및 비아냥 캡쳐 짤)
존나 음습하네 ㅡㅡ
하지만 그렇게 비공개 커뮤니티에서 들끓던 유언비어는 팬클럽 중 누군가가 캡쳐해서 끌어냄으로서 진압되었다· 탈커뮤를 하거나 타 커뮤니티에 박제되고 심하게는 신상이 털리기까지· 그렇게 오늘도 커뮤니티의 하루가 가고 있었다·
* * *
“한번 더 가자·”
“좀 쉬자!! 나 못해!!”
그렇게 외치고는 베이스를 메고 드러누워 버린 이서·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이 스트랩에 결박된 가슴을 조금씩 흔들어놓고 있었다· 그는 그 모습을 보다가 다가가 이서의 팔을 걷어차며 말했다·
“빨리 일어나· 연습해야지·”
“지금 우리 3시간 연속 했다고!!”
“3시간 연속 한게 중요하냐? 지금 못 맞췄다는 게 중요한 거지· 3시간을 연습한 게 아니라 지금 3시간을 그냥 땅바닥에 내다버린 거나 마찬가지인 거라고·”
고함을 지르는 이서를 두고 그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중요한 것은 ‘연습한 시간’이 아니다· ‘연습으로 무엇을 이뤄냈는가’가 중요하다· 십 분을 연습했어도 목표를 이뤄냈다면 알찬 연습인 것이고 천 시간을 연습했어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면 시간을 버린 것과 같다·
‘고작 3시간 밖에 안 했는데 드러눕다니 요즘 너무 많이 해이해진 것 같긴 하네·’
밴드 초창기에는 어땠는가· 그냥 모이자마자 연습부터 했고 시간 같은 건 계산하지 않았다· 물집이 잡히면 잡힌대로 악기를 잡았고 팔이 아프면 아픈대로 연습을 했다·
그렇게 이를 악물고 연습을 한 결과가 지금인데 이제는 능숙해져서 더 연습을 알차고 오래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지 왜 3시간밖에 안 했다고 드러눕는가· 기강을 잡아야 되지 않을까 하고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좀 쉬고들 하세요~!”
도대체 어떻게 기강을 잡아야 할까· 그가 어릴 적에 당했던 것처럼 종아리에 회초리질이라도 할까···라고 생각하고 있던 사이 정유영 과장이 커피와 디저트를 사가지고 들어왔다·
“언니!! 사랑해요!!”
“저는 남자친구가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남자친구 있으셨어요?”
“네! 한 6년쯤 된 거 같네요!”
커피를 사왔다 싶더니 갑자기 테이블에 앉아 연애 이야기를 하는 이서와 정 과장·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는 이서를 두고 그는 쿠키를 베어물었다·
“이거 맛이 이상한데요·”
“아 그거! 진저브레드(생강쿠키)인데요! 맛있지 않나요? 생강맛이 엄청 진해서···”
입맛이 희안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쿠키를 그냥 바로 입에 털어넣었다· 그러고 있던 그에게 다가온 것은 서하였다·
“페스티벌 무대는 어떻게 구성할 건데?”
“글쎄· 그쪽에서 이야기를 해 줘야 알겠지만···작년에 사진 보면 알지 않을까· 그리고 뭐 페스티벌이니까 일단 무대 연출 같은 건 좀 힘들 것 같긴 한데···”
“이야기를 좀 해 봐야겠네·”
“뭐 해 보게?”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서하· 그는 “혹시 뭐 결정된 거 있으면 이야기 좀 해 주고·” 라고 말한 후 커피를 살짝 마시고서 펜을 잡았다· 쉬는 김에 공연 구성에 대해서 좀 생각하기 위해서·
‘아무래도 그때 바이테일러드 했던 때랑은 완전 다르게 구성을 해야겠지· 시간도 다르고 관객들의 구성도 다르고 규모도 다르고·’
바이테일러드 페스티벌은 1일 최대인원 5천명 정도의 규모를 가진 페스티벌이었다· 인디 계열에서는 엄청날 정도로 크지만 본격적인 상업 페스티벌 레벨에서는 작은 수준·
하지만 GGRF는 3일간 최대 관객 10만명을 논하는 거대 규모의 페스티벌이다· 1위의 15만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일간 1만명을 동원하는 바이테일러드와는 산술적으로만 봐도 10배의 격차가 있을 정도의 레벨·
게다가 시간이나 관객의 기대치 또한 다를 것이니 지금까지의 구성대로 가면 분명···뭐 욕은 먹지 않더라도 실망할 관객들이 조금 있으리라고 그는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의 밴드 Group Sound는 항상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전통 아닌 전통이 이번 페스티벌에 이어지지 않을 이유도 없겠지· 고 팀장 말마따나 투어 홍보도 해야 되겠고···’
그는 머리를 긁적이고는 펜을 들었다· 관객들에게 보여줄 몇가지 새로운 것을 위해서·
* * *
‘락페는 완전 처음이네· 아니 이런 곳 자체가 처음이긴 하네···’
평범한 대한민국의 여학생답게 아이돌 덕질을 하던 시기를 지나 애니메이션 덕질을 하고· 애니메이션 음악 덕질을 하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아웃도어보다는 인도어파에 가깝던 것이 바로 그녀 아윤이었는데· 어느새 그녀는 락 페스티벌에 혼자 오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것도 다른 밴드들은 잘 모르는 상태로· 단 한팀만 보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그래도 뭔가 재미있는 것 같긴 하다· 처음에 생각하던 건 무슨 문란한 파티 그런 거였는데···’
페스티벌은 반쯤 나체인 상태의 언니 오빠들이 돌아다니고 서로 음악에 맞춰 부비부비 춤을 추는 그런 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던 그녀였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른 광경에 그녀는 안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했다· 그녀가 봤던 건 락 페스티벌이 아니라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이니까·
[다들 어디 계신가요?]
[저는 푸드존에 있어용]
[헉; 저 아직 못들어감 ㅠㅠ]
[재밌게 놀고들 오세요~]
[ㅠㅠ 부럽다 미자는 웁니다···]
프리미엄(팬클럽) 한정 공식 디스코드· 오늘 페스티벌에 오는 사람과 가지 못한 사람 갈 수 없는 사람의 부러움이 뒤섞인 가운데 모이는 사람들·
“안녕하세요~”
“어! 회장님 오셨네요!”
“이젠 회장 아니에요 으흐흫흫·”
친목질을 방지하기 위해 닉네임으로만 서로를 부르고 연락처 교환은 안 하는 가운데 락페에 대해서 잘 아는 것 같은 회원이 그들을 이끌었다· 메인 스테이지에 갔다가 서브 스테이지에 갔다가· 푸드존에 들르기도 하고 락페의 문화를 소개해주기도 하고·
“락 페스티벌만의 특별한 문화는 슬램 모싱 등이 있어요·”
“그게 뭔가요?”
“좀 특이한 댄스인데 나중에 직접 보시면 감이 올 거에요· 보통 이제 중간에 보면 막 공간 비워놓은 그런 데가 있을텐데 거기가 이제 슬램존인 거죠· 거기서 슬램도 하고 모싱도 하고 월 오브 데스도 하고···뭐 그런· 원래는 좀 다른 장르 주로 하드코어나 펑크 같은 거에서 하는데 요즘엔 이상하게 건수만 보이면 슬램을 해가지고···”
타칭 ‘락페잘알’이 그렇게 문화를 소개해주는 동안 아윤은 무대를 바라보았다· 전혀 알지 못하는 밴드지만 무대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지는 모습·
게다가 공간을 비워놓고 뭔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저것이 ‘락페잘알’이 말한 그 슬램인가 모싱인가 하는 그것 같았다· 조금 과격하기도 해서 생소하지만 즐거워보이는 행위·
그렇게 음악을 감상하고 있던 아윤이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공연이 한창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점점 자리를 비우는 사람들· 보던 것을 멈추고 다른 곳으로 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아윤은 왜 저러나 생각을 했다·
‘집단으로 식중독이라도 걸린 건가?’
“지금 사람들이 막 빠지고 있지 않아요? 아직 공연중인데·”
“···아 맞다! 지금 빨리 가야돼요!”
아윤의 말에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 외치는 ‘락페잘알’· 그 외침에 문득 아윤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걷는 사람도 있고 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다 전원 메인 무대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은 같았다·
“지금 다 왜 가는거에요? 아직 다음 무대 한참 남았는데···”
“빨리 안가면 앞에 자리가 없어요! 우리 애들을 못 봐!”
“헉·”
그 말에 아윤은 바로 몸을 돌려 이동하기 시작했다· 우리 애들을 못 본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그럴 수는 없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그녀 뿐만이 아닌 듯 메인 무대로 가는 길에는 이동하는 사람밖에 없었다· 아까 전 한참 사람이 붐비던 푸드존은 갑자기 휑해졌다· 방금 전까지 먹던 것이 분명한 닭꼬치와 맥주 같은 음식들도 그냥 놓여 있을 정도로· 한참 늘어서있던 화장실의 줄도 엄청 짧아진 상황이었다· 한시간 정도는 참을 수 있다는 걸까· 모든 걸 다 내려놓고 갈 정도로 우리 애들이 인기가 많다는 걸까·
‘큰일났네···’
아윤은 그렇게 생각하며 메고 왔던 카메라를 슥 꺼냈다· 저 멀리서 그녀의 ‘아이돌’···하수연이 기타를 멘 채로 무대에 등장하는 것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