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02
“진짜···안 재워줄까요···?”
“그런 게 어디 있어· 적당히 하고 재워주겠지· 되는 데까지 노력하고 안 되면 재워달라고 징징거리자· 그럼 수연이가 들어줄걸·”
하지만 그런 바람도 무색하게 수연은 정말로 아이들을 재우지 않았다· 아니 재우긴 했다· 아이들이 생각하고 있던 취침시간이 한참 지나서·
“곡을 안 썼는데 어딜 자려고 해·”
“수연아···나 진짜 졸려···”
“졸려? 그럼 안 졸리게 해줄게· 여기 물 한잔만 가져다주시겠어요? 얘 머리에 쏟아버려야겠다·”
“아아아니! 안 졸려!”
진짜 쏟아버릴 기세로 컵을 들고 맹렬히 걸어오는 수연에게 손을 내민 후 다시 노트북에 머리를 처박는 이서· 그리고 그 모습을 슬쩍 보고 있다가 자신들은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는 듯 마찬가지로 노트북에 머리를 박는 다른 아이들·
“우리가 왜···”
“내가 안 재운다고 했지·”
“아니 진짜 졸린다고!!”
“그래 자· 자고 내일 화끈하게 굶자· 이서 요즘 다이어트한다며· 하루 정도 굶으면 이제 살 완전 쭉쭉 빠질 것 같은데?”
“···그냥 할게·”
하지만 그런 노력도 무색하게 곡이 막 튀어나오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런 일은 수연 정도나 가능한 일· 게다가 곡을 짜내야 한다는 압박감 아래에서 쭈그러진 아이들이 괜찮은 것을 만들어낼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몇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한 3인방은 다음 날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스타트!!”
“으아아아악!”
일어나자마자 마치 옛날에 유행했던 예능 ‘1박 2일’에 나오는 것처럼···스태프의 유도에 따라 이리저리 달려가고 몸을 쓰는 게임을 하고 난리를 치기 시작한 아이들·
“아니!! 이렇게까지 해서 밥을 먹어야 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 – 주로 유서하 – 도 있었으나· 그러나 저렇게 말을 하다가도 가만히 내버려두자···어느새 호승심이 발동해 게임에 몰입하고 있는 모습·
그렇게 멤버들이 필사적으로 게임을 수행하고 스태프는 그 모습을 촬영하면서 웃는 그런 모습· 그리고 그런 광경을 여유있게 쳐다보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바로 하수연이었다·
“아이고 아이스크림이 달다·”
“쟤 진짜 나쁜 애야·”
“내가 어제 밤에 그랬지 않나? 너희들 작업 못 끝내고 자면 내일 엄청 고생할 거라고· 그랬는데도 아 몰라 이러면서 잤지· 원래 모든 일에는 댓가가 있는 법이야·”
으그극 거리며 수연을 쳐다보는 삼인방· 하지만 수연은 느긋하게 아이스크림을 한개 까 먹었다· 참 이 아이스크림도 역사가 오래되긴 했지· 옛날에는 진짜 고급 아이스크림이었어서 큰 결심 하지 않고서는 먹지 못하는 그런 거였는데···
“흡···흡 헉···으엑···”
“아니 언니!! 그걸 또 놓치면!!”
이런 코너가 있으면 항상 나오는 게임 ‘입으로 종이 옮기기’· 폐활량이 딸리는 것인지 부끄러운 건지 아니면 뭐 다른 요인이 작용하는 건지 계속해서 중간에 서서 종이를 떨구고 있는 현아· 그 상황에서 이서는 “잠도 얼마 못 잤는데 밥도 못 먹을 수는 없어!”를 외치며 이리저리 자리를 바꾸고 현아에게 코칭도 해주고 있었지만 마음대로 되는 건 없다고 하던가· 그 말 그대로 완전 멸망해버린 상황·
“현아가 요즘 다이어트를 하나보네· 저렇게 점심 먹기 싫다고 어필을 하는 걸 보니까· 너희들도 친구 된 입장으로서 좀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진짜···죽이고싶다···”
음산하게 중얼거리는 현아의 모습을 보며 수연은 신나게 웃었다· 그러게 수연이 경고하지 않았는가·
“회의 한 다음에 갑자기 시간 많이 남았다고 보드게임 하고 싶다면서 판 깔때부터 내가 알아봤지· 그런 게임만 안 했어도 시간이 안 모자랄 수도 있었을텐데···”
“이런 데 와서 보드게임 하는 거 참는다고?”
“못참긴 하지·”
서로 주고받는 폼새가 능숙하다· 수연은 피식 웃고는 “그래 정신차릴때까지 고생 더 하고·” 라고 말하며 숙소에 들어가려 했다· 잠시 조금 누워있다가 점심때 나올 생각으로· 고생하고 있는 아이들과 수연의 캠을 대비해서 재미를 줄 모양인지 따라들어오려는 카메라·
“잠깐!!”
“응?”
하지만 그런 수연의 움직임을 멈춘 것은 이서가 외친 한마디였다·
“우리 협상하자·”
“협상? 무슨 협상·”
“코스프레···강도 약하게 해줄게· 대신 우리 세명 밥 먹을 수 있게 해줘·”
그 말에 수연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꽤나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아무리 수연이 자신은 ‘하수연’이며 어쩌고 저쩌고···그런 것들을 받아들였다 할지언정 그 즉시 바로 ‘아 나는 이제 여고생이니까 신나게 외모를 뽐내면서 SNS에 셀카도 올리고 노출도 하고 그렇게 살아가야지!’ 라고 한 것이 아니었으므로·수연도 수치심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런 제안 자체는 꽤 받아들일만 했다· 하지만···
“음···마음에 드는 제안이긴 한데···”
그 말에 다른 아이들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 찰나 수연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어차피 이서 너는 내가 여기서 그렇게 해준다고 해도 그걸 속냐! 이러면서 다른 거 입히려고 할 거잖아·”
“아니 전혀···!”
“나도 지능이라는 게 있는 사람이라 더이상 안 속지· 그렇게 배신할 가능성이 백퍼센트가 넘는데 어차피 인형놀이마냥 막 뭐 입히고 입히고 할게 분명하다면 나는 지금 이 광경을 보고 즐겨야겠어·”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 다시 앉은 수연은 아이스크림을 하나 더 꺼내 입에 베어물었다· 1등급 프리미엄 좌석에라도 앉은 듯 안락하게 턱을 괴고 다리를 꼰 채로 어디에서 난 것인지 모를 선글라스를 끼고 삼인방의 촌극을 관람하기 시작한 수연·
‘진짜 복수한다 내가···!’
이서는 그 모습을 보며 이를 갈았다· 수연에게 있는 수치심이라는 것을 모조리 폭발시켜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 * *
[지옥송캠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p·1]
– 아진짜 애들개귀엽다ㅠㅠㅠㅠㅠㅠ
– 이서플래카드보고 도망가려는거 존웃lol
– 수연신 선글라스 껴도 이쁘네요
– 수연이 미모 진짜 국보급이다 lol 원탑비주얼
– 우리애들 화장 옅게 해도 이쁜거 진짜 아이돌그룹인거같음 왜 얘들 데뷔 안하나요···?
ㄴ 데뷔했어요 밴드로
– 14:53 얘는 보정어플이 얼굴위에 장착된거 같음 어떻게 영상인데도 이리 이쁘냐
– 24:35 이 곡 공개된 적 없는 거 같은데 진짜 신곡인가요?
ㄴ 네 그런거같음 제가 수연이 밴드 데뷔 전 인방까지 다 챙겨봤는데 이런거 친적없어요
ㄴ 좀 소름돋는;;;
ㄴ 와 진짜 그러면 딱 영감 떠오르자마자 만들었다는 건데 천재성 무엇
– 홀홀홀 이모는 콘서트만 기다리고 있어요 제발 늙어죽기전에 해주세요
ㄴ 아줌마
ㄴ 저 아줌마 아닌데요 ㅡㅡ
수연은 어느새 반쯤 자신의 자리가 되어버린 회사 한 켠의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바라보았다· 얼마 전 찍었던 자체 컨텐츠에 대한 반응들· 나름대로 재미있게 찍긴 했지만 과연 사람들이 좋아해줄까 싶긴 했는데···그런 우려는 과했던 모양이었다·
– 24:20 여기부터 나오는 곡 진짜 신곡인가보네요
– 수연이가 즉석에서 만든 곡 앞에 애들 이야기 들으면서 생각하니까 진짜 그런 거 같음 ㅠㅠ 뭔가 슬프면서 애틋하면서도 희망찬 그런 느낌이 막 있음···
– 됐고 곡이나 내주세요 제발
– 이미 이거 녹음해서 모닝콜로 쓰고있음 진짜 대박적 상쾌하게 일어남
ㄴ 저런···좀있으면 그 음악이 싫어질텐데
‘곡 자체는 뭐···좋다는 느낌인가·’
물론 Group Sound에게 호평밖에 하지 않을 팬들의 의견이니 객관성이 아주 철저하게 결여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아무튼 ‘오 약간 독특한 것 같음 lol’ 이라거나 ‘좀 어려운 듯?? 나는 잘 듣고 있음’ 같은 그런 돌려돌려 ‘이 음악 좀 별로에요’ 라는 의견은 없었으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보다···’
수연은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아우로라의 리더 하린이 보낸 카톡· 마지막 녹음 날 제발 연락처 좀 달라고 카카오톡 보내고 싶다고 울부짖던 모습이 아직도 수연의 기억에 남아 있었다·
[하수연 작곡가님! 저 아우로라 하린입니당! ❤️❤️❤️❤️ 저희 내일 선공개곡 나갈 예정인데!! 실례가 안 된다면 혹시 응원의 한마디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저 지금 너무 긴장돼서 ㅠㅠㅠㅠㅠㅠㅠ]
아우로라의 EP [Love Dance DIVE]· 5곡으로 구성된 Ep의 선공개 곡은 수연이 만든 콜라보 곡인 [유성]이었다· 크림 엔터의 요청에 따라 Group Sound의 색채를 단 하나도 빼지 않고 작곡한 트랙· 오히려 수연이 “이렇게 해도 되나요?”라고 물어봤을 정도의 곡·
‘확실히 남의 곡이라서 긴장이 좀 되는가보네···’
수연은 생각했다· 아우로라는 그들 Group Sound보다 데뷔가 조금 더 빠른 3년차 아이돌이었다· 그런 만큼 컴백을 한다 무대에 선다 이런 것들이 긴장될 레벨은 아닐 텐데· 굳이 외주 작곡가인 수연에게까지 카톡을 보낼 정도로 긴장되고 굳어있는 상태인 걸까·
잠시 턱을 괴며 생각을 이어나가던 수연은 그냥 피식 웃고 답장을 보냈다·
[잘 되실 거에요·]
그럴 것이다·
수연이 보기에는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곡이었으니까·
* * *
그리고 그런 수연의 예측은 아주 제대로 들어맞았다·
“순위 바뀌었어요!”
대중성은 스포티파이나 유튜브에 밀려버렸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멜론은 어떤 상징적인 하나의 지표로서 기능을 하고 있었다·
멜론은 여러가지의 차트를 가지고 있다· HOT 100 TOP 100 일간 월간 등· 지표 측정법이 있긴 하지만 요약하자면 오른쪽으로 가면 갈수록 어려워진다· 웬만한 중소 아이돌은 TOP 100 차트라도 들어보는 것이 소원일 정도다·
그리고 3년차 아이돌 아우로라의 커리어하이는···멜론 일간차트 3위·
TOP 100이나 HOT 100 1위는 해본 적이 있지만 일간이나 월간 차트의 고고하고 높은 벽은 커리어하이때도 뚫지 못했다· 그리고 아우로라의 관계자들은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곡에 대한 믿음을 보내는 것과는 별개로 일간 1위를 뚫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았기 때문에·
하지만 이번 멜론 차트는 그들에게···
“며···몇위인데?!”
“이···일간···”
[ 1 | NEW | 유성 (Ft· Group Sound) | 아우로라 | Love Dance DIVE ]
“일간!”
“일간 1위!!”
“으어아아아아아악!!”
일간 1위라는 드높은 자리를 허락했다· 크림 엔터 아우로라 팀 사무실이 박살날 정도로 난리가 난 날이었다·
따져보면 이유는 다양했다· 아우로라의 팬덤이 “이번에는 제발 1위 띄워보자!”라고 칼을 갈았던 것도 있고 웬 밴드와 콜라보를 한다는 소리에 다들 이목이 집중되었던 것도 있고 그게 Group Sound라는 찌라시에 Group Sound 팬들까지 몰려든 것도 있고···찾아내고자 하면 정말 많은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크림 엔터테인먼트의 사람들은 가장 큰 이유를 바로 짚어낼 수 있었다·
“진짜 누구야! 철원이! 철원이 어디갔어!”
“김 주임님이요? 자기 팀에 있겠죠···?”
“야! 다른 애도 아니고 철원이가 지금 여기에 지분이 얼만데! 걔가 이 곡 안 물어왔으면 진짜 이런 일 없었어!”
곡이 정말 좋았다고·
이미 락 리스너들에게는 인정을 받은 밴드인 Group Sound· 그들이 가진 고유의 색깔이 케이팝틱한 멜로디에 묻어나옴으로 인해 기존 아이돌 곡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색채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색채에 대해 대중은 엄청난 호평을 보냈다·
– 아우로라 신곡 진짜 좋네요 ㅎㄷㄷ·
– 여돌들 곡 좋다고 느낀 거 몇개 없는데 이번에 진짜 좋은 듯
– 이거 피쳐링에 그룹사운드는 누구임?
ㄴ 밴드 이름임
– 일반적인 케이팝이랑 약간 달라서 듣기 좋네요~ 막 엄청나게 시끄럽지도 않고
특히 고무적인 것은 코어팬들의 각축장인 멜론 뿐만 아니라···유튜브나 지니 플로 바이브 스포티파이 등· 많은 음악 스트리밍 어플리케이션에서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 1위가 코어팬들이 모여서 만든 것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 결과로 아우로라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음악방송 첫 지상파 1위를 [유성]으로 거머쥐었다· 이런 미래는 믿기 힘들다는 듯 하린이 눈물을 흘리고 다른 아이들이 다독여주고·
“저희 진짜 이번 곡은 열심히 준비했구요······저희 믿어주신 박중현 대표님 이의민 실장님 김정욱 팀장님 이대현 매니저 오빠······이 곡을 저희에게 주신 Group Sound의 리더 하수연 님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아우로라의 약진과 함께 Group Sound의 이름도 같이 퍼져나갔다·
* * *
“수연 님! 방금 크림 엔터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어떤 일인가요?”
“혹시 연말 어워드 무대 아우로라랑 같이 서볼 생각 없냐고 하는데· 라이브 방송으로요· 핸드싱크 말고 완전 라이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024-03-13(수) 후반부 전개가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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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르기니 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파페포포 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을 받을 때마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 게 독자분들이 써주시는 메세지를 보지 못한다는 것인데요!!
혹시라도 저에게 남기실 말이 있으시다면 후원 공지에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공개하기 부끄러우시다면 댓글로 달아주신 후 지우시면 됩니다!! 어차피 기록이 남거든요!!
그럼 오늘의 추천곡!
얼마전에 ZUTOMAYO 내한 관련 소식이 있었죠· 3월 8일 그리고 오늘 티켓팅에 성공한 기념으로!
ずっと真夜中でいいのに。(ZUTOMAYO) – 花一匁(하나이치몬메) !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입니다! 재미있게 들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