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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Pretty Girl Guitarist’s Notes Chapter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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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20

정서 경험이니 하는 그런 것들보다 귀에 꽂히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고 말하던 서하·

수연은 그 이야기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최근 드라마 OST들을 들어보면 더 그랬다· 작곡가들을 폄하한다거나 그런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수연 자신이 생각하기에는···어떤 곡의 깊이나 심상보다는·

‘익숙하게 들려오고 귀에 남는 게 더 중요한 거네·’

드라마 OST의 작곡가들을 보면 더 그랬다· 노래를 부른 가수들이 곡을 써서 들고온 것이 아니라 음악감독을 맡은 작곡가가 곡을 쓰고 아티스트들은 노래를 부르기만 하는 모습· 그러다보니 아티스트의 고유한 색깔은 사라지고 드라마에 어울리는 느낌만 남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특별취급을 받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때 음악감독도 모험을 했구나· 아니 다시 생각해보면 그냥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 도중에 들어간 거라···드라마 자체에는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것보다는 ‘메이킹필름’이라는 그런 부속적인 홍보수단이 필요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이전 드라마 OST를 맡았을 당시를 떠올리며 수연은 머리를 살짝 꼬았다· 익숙하게 들려오고 귀에 남는게 중요하다고 한다면···

‘락 발라드가 딱이겠다·’

‘밴드’라는 Group Sound 고유의 느낌을 살리면서 드라마에 착 붙어 들어가기에는 딱인 곡· 그쪽 음악감독도 “뭐 어떤 장르를 쓰라고는 말은 안 하겠지만 발라드가 좋아요·” 라고 했었으니까·

수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팔짱을 꼈다· 곡 자체의 구성은 MMA 2025에서 라이브 버전으로 보여주었던 [유성]과 비슷한 느낌으로· 하지만 같다는 소리는 절대 안 나오도록· 강렬한 색채를 가지면서도·

그리고 무엇보다 따라부르기가 쉽도록·

‘생각해보면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래방 같은 것도 많이 가지·’

옛날에 어딘가에서 들었던 이야기· 한국처럼 노래방 가는 것을 좋아하는 민족은 일본 정도밖에 없다고· 그리고 그 일본도 한국처럼 저렇게 열성적으로 노래를 부르지는 않는다고· 한국은 그야말로 노래의 민족이라고·

썸네일 좀 유치찬란하게 만들고 막 붉은 글씨에 태극기 흔들고 그런 유튜브에서 나왔던 이야기라 그게 과연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연은 일리가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따라 부르기 쉽다는 것은 따라 부른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따라 부른다는 이야기는 그 사람의 머리에 남는다는 이야기니까·

작곡 프로그램에 코드를 찍는다· 당연하게도 머니 코드· 듣자마자 흥얼거릴 수 밖에 없는 멜로디· 인트로와 아웃트로는 힘을 뺀다· 자동추천 플레이리스트에 섞여들어가도 바로 눈치채고 곡을 빼 버리는 것이 아니라···‘어 이거 좋은데?’ 라고 생각하는 부분까지 충분히 들을 수 있게끔·

그리고 하이라이트·

‘오락가락하지만 누군가를 선택하게 되는 이라···’

수연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1절의 하이라이트를 급하게 끊고 브릿지를 넣었다· 

과거 자신의 경험을 되살려보면 그런 일이 있지 않았던가· 나 자신의 감정을 알 수 없는· 그렇기 때문에 통제하고 싶은· 남에게 나의 감정을 숨기고 싶은· 그런 느낌을 그려넣는다· 동시에 듣는 사람이 ‘아 뭔가 아쉬운데?’ 라는 감정이 들도록·

그리고 2절에서는 확실하게 표현한다·

‘나는 선택했다’고·

빌드업 이후의 잠시간의 침묵· 그리고 고요함을 깨트리는 목소리· 일순간 공허해지며 목소리만 남는· 선택의 결의를 표현하는·

그런 다음 악기들을 다 집어넣는다· 

하이라이트의 감정을 더 끌어올리고 정석대로 고음을 충실하게 내지른다· 애드립을 넣을 수 있는 파트도 준다· 감정에 취한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워어어어~~!” 같은 소리를 지른 다음 나 이 곡 잘 불렀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그 마무리로는 코러스까지 넣는다·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으면서도 곡이 일으킨 감정에 취할 수 있도록·

그리고 사람들이 이 곡을 듣고 ‘아 그 드라마!’ 라고 생각할 수 있게끔· 그리고 그 드라마를 보고 ‘아 그 곡!’ 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끔· 

최종적으로 드라마와 곡을 듣고···‘도대체 Group Sound가 누구야?’ 라고 생각해서 찾아볼 수 있게끔·

* * *

‘이게 맞나·’

계약서를 썼던 당일으로부터 며칠 후· 작업 기한은 아직 남아 있는 시기였지만 박현태 음악 감독은 그렇게 생각을 하며 전봇대 옆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

‘지금이라도 다른 데랑 해야 할까? 아직 시간은 있을 것 같은데···’

곡 설명을 대략적으로 해 주었던 그때 이후로 아무런 연락이 없는 상대방· “어떤 장르로 갈까요?” 라거나 “이런 식으로 만들어봤는데···” 라던가· 무언가 하나는 물어보거나 진행 상황을 알려줄 법 한데도 그저 침묵만 하고 있는 메신저·

박현태는 다 태운 필터를 집어 던진 후 새로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옆집에 사는 너]는 그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작업이다· 살짝 부진했던 그의 커리어를 다시 되살릴 수도 있는 그런 건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인맥을 써서까지 크림에 부탁을 했던 거였는데·

‘일이 왜 이렇게 된 건지···남의 부탁 들어주면 안 되는 거였어·’

불안과 초조에 떨던 현태는 담배를 피우며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위약금을 물던가 하는 식으로 파기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잡아드는 순간 화면에 뜬 것은 자주 본 적이 없는 이름· [하수연]·

[방금 이메일 보내드렸습니다]

[일단 가상악기로 찍기만 하고 허밍으로 가이드 녹음만 해서 보냈어요]

[괜찮으시면 저희 애들이랑 같이 밴드 연주로 녹음해서 2차로 보내드릴거고]

[가사 같은 경우에는 따로 작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

‘딱 이 타이밍이냐·’

공교롭다고 생각하며 현태는 빠르게 사무실로 올라갔다· 그리고 확인한 이메일· 정말 성의없는 파일명· [1·wav]· 불길한 느낌을 받으면서 재생한 음악·

그리고 현태는 잠시 침묵했다·

특징 없이 녹아들어가는 인트로· 사랑이란 아무런 예고와 징조 없이 다가온다고 하지 않던가· 바로 그 느낌으로 어느새 그의 곁에서 소리를 내고 있는 노래·

‘유리 였던가···’

그는 안경을 살짝 고쳐 썼다· 고등학생 시절이었는지 중학생 시절이었는지· 기타를 친다 음악을 한다 이외에는 아무런 특징 없던 그의 시선 안에 항상 머무르고 있던 아이· 90년대 말 다들 이래저래 꾸미면서 자기들의 특징을 표현한다 어쩐다 그렇게 난리를 칠 시절에도 꿋꿋히 단정하게 입고 있던 그런 애·

그의 첫 사랑·

그리고 허무하게 져버렸던 사랑·

고백을 하던 그 날이 떠오른다·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받아줬었던 그 애· 소리를 지르면서 껴안았던 그 애의 살짝 따뜻한 체온· 그리고 시간을 쪼개가며 돌아다녔던 서울 시내· 첫 눈을 서로에게 던져가며 놀았던 그 날· 어느새 우연으로 그리고 필연으로 끝나버렸던 젊은 날의 추억·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도 그는 역설적으로 유리의 마음을 생각했다· 그 애는 어땠을까· 그 애는 왜 나를 받아주었을까· 어떤 마음이었을까· 주위에서 맴돌던 나를 아무런 특징이 없던 나를 어떤 심정으로·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곡이 너무 좋은데·”

현태는 시큰거리는 코를 살짝 훌쩍였다· 이 곡을 듣는 다른 사람들은 이 정도는 아니겠지· 하지만 곡을 관통하는 정서는 이래야 한다 라고 설명해주었던 게 현태였으니···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네· 이제 갓 이십대라서 연애 같은 걸 잘 안 해봤을텐데···아니 그래서 그런 감수성이 있는 건가? 막 그렇게 불꽃같은 연애를 할 때라?’

[곡이 확실히 좋네요]

[우리 사무실에 오거나 뭐 제가 그리로 가거나 하면서 리얼악기로 녹음하고 그 과정에서 손만 좀 보면 될 것 같은데]

[알겠습니다]

참고로 순도 10000% 착각이었다·

* * *

“안녕하세요~!”

최종 녹음 전 음악감독과 곡을 조율하고 있던 와중· 음악감독의 스튜디오에 문을 두드리고 찾아온 것은 수연이 전혀 보지 못했던 사람 한명·

“아! 맞다· 기자님 오늘 오기로 하셨었죠?”

“네· 혹시 설마···”

“어···죄송합니다· 잠시만 좀 앉으시겠어요?”

그 사람을 잠시 바깥에 앉혀 놓은 후 현태는 빠르게 작업실로 들어가 이야기를 했다·

“죄송합니다· 오늘 인터뷰가 있는데 이걸 까먹었네·”

“인터뷰요?”

“우리 이거 작업하는거· 이거 음악 관련으로 인터뷰 온다고 했는데 내가 이걸 작업을 한다고 몰두를 해가지고···아이고·”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현태를 보고 수연은 “저는 괜찮으니까 인터뷰 하세요·” 라고 말을 했다· 어차피 수연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녹음 들어가기 전에 자신이 직접 손 봐야 할 부분도 꽤 있었기에· 그 말에 ‘젊은 애가 마음씨도 참 좋아·’ 라고 생각하며 응접실로 부리나케 나간 현태·

“요즘은 어떠세요?”

“저야 뭐 작업 열심히 하고 있고요·”

“작업은 잘 되가시나요?”

“잘 되고 있죠·”

그런 의례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은 후 음악감독이란 어떤 직업인가···그런 소리도 좀 하고· 그렇게 이야기를 조금 나눈 두 사람은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갔다·

“[옆집에 사는 너]· 현재 기대작이고 제작사 감독 배우 등···다양한 분들을 인터뷰를 했는데 다들 자신감을 표하시더라고요· 박현태 음악감독님은 어떠신가요?”

“아 물론 저도 그 분들이랑 비슷한 느낌이죠· 자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성공할 수 밖에 없다! 너무나 재미있으니까· 그런 느낌?”

“그런 자신감의 원천을 좀 듣고 싶은데요·”

“아 일단 원작이 너무 잘 빠졌고· 그리고 존경하시는 김홍수 제작 피디님 김제우 배우님 이우영 배우님 정경수 배우님···뭐 일일히 다 말하지 못할 정도로 좋은 배우분들께서 이제 절정의 연기를 펼쳐주시고· 그렇게 뭐 재료가 엄청 좋으니까·”

이래저래 너스레를 떨며 이야기를 하던 현태는 마지막으로는 자신감을 표현했다· 일반적으로 다른 드라마의 OST를 만들 때라면 절대 그렇지 않았겠으나···수연의 음악이 그가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으므로·

“그리고 메인 OST까지· 아직 가작업본이긴 한데요 듣자마자 스태프들이 전부 다 엄청 좋아하셨거든요· 완성되면 자기들부터 들려달라고 막 말씀까지 하시고·”

“그 정도인가요?”

“그 정도입니다· 확신할 수 있습니다·”

“오···그럼 혹시 저 한번만 좀 들어볼 수 있을지···”

“음···”

고민을 하던 박현태 음악감독은 잠시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가 수연에게 질문을 던졌다· 고개를 끄덕이는 수연· 그리고 손짓에 따라 작업실에 들어간 기자·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하수연 기타리스트님이시죠? Group Sound!”

“네 맞습니다·”

“Group Sound에서 메인 OST 작업한다는 이야기 듣고 엄청 놀랬어요· 네임밸류가 와···[옆집에 사는 너]가 확실히 기대작이긴 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네임밸류만 있는 게 아니라 네임밸류가 이 친구 실력보다 적어요! 하핳핳ㅎ헣ㅎ·”

“아 그런가요?”

이야기를 잠시 주고받은 후 현태는 컴퓨터로 음악을 재생시켰다· 조용한 인트로 끝에 나오는 나지막한 수연의 허밍· 3분 30초 가량의 침묵이 이어진 후·

“와···엄청 좋은데요·”

“기대하셔도 된다고 했죠?”

“이게 수연 기타리스트님이 만드신 건가요?”

“네 맞아요·”

“제가 듣기에는 확실히 원작 내용이랑 엄청 어울리는 것 같은데···딱 1절과 2절이 1부 2부 그런 느낌?”

“확실히 아시네요! 야 역시 음악 전문 기자라서 뭔가 다르긴 달라·”

능숙하게 기자를 치켜세우는 박현태· 수연은 그 모습을 보면서 저게 사회인인가 그런 생각을 했다· 분명 아까 표정은 영 안 좋았는데· 그렇게 생각하던 와중 수연에게 날아든 기자의 질문·

“이런 사랑 이야기 같은 건 사실 경험하지 않으면 좀 쓰기 힘든 그런 게 있는데 말이죠· 혹시 실제 경험인가요?”

“어···”

순간 수연은 말문이 막혔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그냥 상상? 이라고 말하기에는 좀···저렇게 기자가 주제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그냥 상상으로 썼어요·” 같은 소리를 하는 건 좀 그런 느낌이고· 어떻게 말을 해야 뭔가 좀 딱 들어맞으면서도 어그로도 끌수 있는 그런 느낌일까·

“어 혹시 좀 민감한···그런 부분일까요?”

수연에게서 대답이 나오지 않자 흐려지는 기자의 말 끝· 수연은 “아 아니에요·” 라고 내뱉었다· 그러고도 잠시 고민하던 수연은 일단 떠오르는 대로 말을 하기로 결정했다·

“어···서명전· 서명전···제 스승님이 뭐 그런 경험이 있었다···그런 이야기를 전에 해주셨어가지고· 좀 실감나게·”

“스···스승님이요? 돌아가셨다는?”

“음···네·”

어그로가 필요할 때마다 나오는 하수연의 전매특허· 스승 타령이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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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Pretty Girl Guitarist’s Notes

TS Pretty Girl Guitarist’s Notes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Seo Myung-jeon, a famous guitarist known in the industry, suddenly dies one day and possesses Ha So-yeon, an Iljin high school girl who suffered a severe head injury in an accident while riding a shared kickboard and went into a vegetative state. Afterwards, while living as Ha So-yeon, she formed and performed in a 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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