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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Pretty Girl Guitarist’s Notes Chapter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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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26

‘한국의 락을 찾아서’·

지상파에서 방영했었던 기타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와 기타]의 마지막 화 시청률은 8·9%· 괜찮은 대형 예능 프로그램이 들어오기 전 잠시 쉬어가는 느낌으로 편성됐었던 프로그램이 얻은 성적치고는 상당히 괜찮은 결과· 게다가 중장년층을 겨냥한 프로그램이었기에 광고도 꽤나 많이 팔려 [나와 기타]팀이 보너스를 받았었다·

아무도 이런 성과가 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나와 기타]는 분위기를 이어갈만한 프로그램이 편성되기 전에 종영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 분위기를 다시 한번 살리기 위해 예고편 격으로 편성된 인터뷰 예능 겸 세미 다큐멘터리가 바로 ‘한국의 락을 찾아서’였다·

그리고 아주 당연하게도 프로그램의 핵심이 될 MC는···당사자의 의견을 묻기도 전에 이미 낙점되었다· ‘하수연’이었다·

‘내가 거절했으면 어떻게 하려고 한 거지?’

[나와 기타] 종영 후 처음 보는 임종훈 피디· “이야~ 오랜만이에요 하수연 씨!” 라고 하며 쾌활하게 자기 이야기를 떠벌여대는 그를 앞에 두고 수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이 거절했더라면 이 프로그램은 어떻게 되었던 걸까? 뭐 타이밍 좋게 이야기가 됐으니 거절할 필요는 없었겠지만·

“사실 이 프로그램 올해 초에 좀 하려고 했거든요·”

“네·”

“그런데 하수연 씨 스케줄이 안 된다고 해서 될 때까지 기다렸지·”

“허어···”

그 정돈가· 수연은 머리를 살짝 꼬았다· 그러나 임종훈 피디는 진짜 그 정도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밴오기] [나와 기타] 둘 다 하수연 씨가 거의 주인공이 된 프로그램이잖아· 그리고 하수연 씨 때문에 성공한 것도 있고·”

“저 때문에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물론 뭐 100% 자기 때문이라고 하긴 그렇지· 그런데 나는 한 30% 정도는 자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럼 뭐야· 70% 있다고 30% 내던지고 갈 건가? 그랬다가 망하면? 그래서 국장님이 쪼아도 뭐 우리 슈퍼스타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고 내가 그랬거든·”

그러니까 다행히 되는구만! 그렇게 말하며 임종훈 피디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뭐 좋게 봐주니 좋은 게 아니겠는가 하고 수연은 생각했다·

* * *

“원로 기타리스트 분들 중에 혹시 아시는 분 있으세요?”

‘모르는 사람이 더 적긴 하지·’

촬영지까지 차를 타고 가는 와중 촬영팀의 직원 중 한명이 건넨 질문· 수연은 그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너무 많아서 누구를 꼽기가 힘든데· 

“안다는 게 어느 기준까지인가요? 뭐 예를 들어 안면을 익혔다던가· 아니면 번호를 가지고 있다던가·”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안다 정도···”

“그럼 뭐 거의 다 알죠·”

“아 역시 스승님께서·”

“···아 뭐 네·”

안다고 이야기를 하자 뭔가 스스로 납득해버리는 촬영 스태프· 수연은 뭐라고 해야 될지 몰라 그냥 스타리아의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피곤한 것은 신체의 컨디션이 안 좋기 때문인가· 아니면 몇년 전만 해도 명절마다 인사를 왔었던(이것은 과장이다· 서명전은 명절마다 인사를 받을 정도로 인성이 좋지는 않았다·) 까마득한 후배니 친구니 얼마 나이 차이도 안 나는데 형이라고 거들먹거리던 양반들이니를 전부 조상님 취급하면서 극진히 대접해야 되기 때문인가·

둘 중 뭐가 진실인지는 모르지만 수연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첫 게스트는 그래도 그와 사이가 아주 나빴던 그런 관계는 아니었다···

‘죽었다고 그렇게 막 말해도 되는 거냐?’

첫 일차 촬영을 끝내자마자 수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어 반박을 못 한다더니 정말 그랬다·

“락에는 기타리스트의 이야기가 빠질 수가 없잖아요· 여기 계신 하수연 씨의 스승님···서명전 선생님도 기타리스트였다고 제가 알고 있는데요·”

“어···맞아요· 명전이· 그러고 보니까 수연 씨가 명전이 제자였다고 했지?”

“네 맞습니다·”

“참 그 놈은 복도 좋아· 어떻게 이런 제자를 두게 되었을까· 성질도 더러운 놈이···”

“성질이···안 좋으셨나요?”

원활하게 촬영을 해나가던 와중 피디가 던진 질문· 수연은 그 질문에 대답을 하는 ‘김씨 노인네’의 입을 한대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만큼 얄미운 말이었기에·

“명전이가 참 기타 실력은 좋았는데···기타 실력이 좋아가지고 옛날에 진짜 속되게 말하면 싸가지가 없었어요· 저놈 저거 손 잘리면 아무도 받아줄 놈 없어서 노숙자 된다는 말도 있었다니까·”

“그런가요?”

“어 수연 씨는 좀 자기 선생이니까 글쎄 이런 말이 좀 안 달가울 수도 있겠지만· 옛날에는 심했어· 자기 삔또 상한다고 녹화 삼십분 전에 기타 던지고 그냥 나가는 일이 있질 않나· 지나가던 여자한테 추파 던지는 건 예사고· 술 먹고 어디 널브러져 있기도 하고·”

“아니 그건 좀···그리고 명전 선생님이랑 지금 이 방송 이야기는 좀 관계가 없는···”

어처구니 없는 음해를 막기 위해 수연은 슬쩍 끼어들었다· 하지만 피디는 뭔가 재밌어하는 눈치였고 ‘김씨 노인네’ 또한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그것도 있고 뭐 다른 일도 있었는데···”

수연은 생각했다· 분명 프로그램은 ‘한국의 락을 찾아서’ 이고 찾아가는 사람들이 죄다 기타리스트뿐인 것도 아니어서···그래서 서명전의 이야기가 굳이 나올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수연을 본 모든 사람은 꼭 이야기의 말미에 서명전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예컨대 이런 식으로·

“서 선생님 제자라고 하던데 배울 만 했나? 아니었을 것 같은데·”

“잘 가르쳐 주셨어요·”

“아닐 것 같은데· 그 양반이 멀쩡하게 가르칠 리가 없는데· 늙어서 그럴란지는 몰라도 옛날에는 성격 장난 아니었어·”

“아···아하하···그런가요·”

“그렇다니까· 옛날에는 내가 옛날에 기타 못 칠때 이야기인데· 서 선생님이 와서 너 도대체 그렇게 못 칠 거면 딴따라 왜 하냐? 빨리 집어치고 공장이나 가라! 이랬던 적도 있고·”

라거나·

“락 밴드들은 서명전 씨를 모를 수가 없었습니다· 일단 세션을 구하다보면 거의 무조건 만나는 기타리스트였고 기타가 필요 없어서 세션을 안 쓴다? 그럼 이제 다른 세션들 중에 서명전 씨랑 싸운 사람들이 있는···뭐 그런 느낌인 거죠·”

“그렇게 성격이 안 좋으시면 막 업계에서 퇴출하고 뭐 그럴 법도 했겠는데요·”

“그럴 수는 없었어요· 일단 명전 씨 만큼 기타를 잘 치는 사람도 드물었으니까· 잘 친다 하는 사람들도 고유의 연주가 있어서 잘 친다 소리 들었지 순수 테크닉으로는 그 양반 이기기 힘들었죠· 그러다보니 웬만한 한국 대형 락밴드랑은 다 공연을 해 봤을 겁니다· 그러다보니 자기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강했어요· 남들도 자기한테 끼워맞출려고 하고· 좋은 성격은 아니었죠·”

“그렇게까지 성격이 안 좋으신 건 아닌 것 같던데요···”

“아니요· 돌아가신 분께 예의가 아닐 수도 있지만 성격이 좀 나쁘신 건 사실입니다· 증인들도 많으니까·”

라거나·

“어떻게 명전이랑 만나서 기타를 배웠는지 모르겠네· 그런 애가 아닌데···”

“제가 뵙기에는 괜찮으신 분이었는데요·”

“내가 죽은 양반 욕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긴 한데 솔직히 말해서 미화를 좀 더해도 괜찮은 성격은 전혀 아니었어·”

라거나·

물론 수연은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안다· 아무튼 그 ‘서명전’의 제자였으니 생전의 ‘서명전’이 기억나는 것도 당연하겠지· 그래서 그냥 추억을 되살릴 겸 웃으면서 옛날 이야기 좀 하고· 그렇게 타인의 죽음을 흘려보내는 게 한국의 방식이니까· 거짓말을 좀 섞는 것도 뭐 일종의 유머라고 봐야 되겠고·

하지만 듣는 사람은 팔다리 다 묶인 채 두드려맞고 있는 심정이란 말이다· 뭐라고 반박을 할 것인가? “야 내가 (구) 서명전인데 너 왜 개 좆같은 소리 하냐? 그때 니가 잘못했잖아!” 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영감님한테 들었는데 그때 선생님이 잘못했다고 하던데요···” 라고 할 건가? 

“너 얼굴이 왜 그래?!”

“아무 일도 아니야·”

그렇게 촬영이 끝나고 사무실에 앉아 작업을 하던 수연을 보고 이서는 반쯤 비명을 질렀다· 무슨 정신공격이라도 당한 건지 애가 하루만에 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었다···

* * *

촬영 2일차·

“안녕하세요···”

“오 안녕하세요· 이야 진짜 이쁘신 분이시네· 말로만 들었는데·”

카메라가 쫙 깔린 가정집· 촬영 세팅을 마친 상태에서 하수연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일어서서 수연을 맞이하는 이현철 기타리스트· 촬영 순서는 1일차와 비슷하다· ‘한국 락 씬’에 있어 인터뷰이가 수행했던 역할을 묻고 당시의 분위기를 되살리는 이야기를 하고·

그러면서 한국 락의 역사를 따라가는 그런 느낌의 촬영·

“그럼 이현철 기타리스트 님께서는 대학가요제 출신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뭐 그렇게 말해도 문제는 없긴 한데· 이거 뭐 대학가요제에서 수상을 했어야 대학가요제 출신이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나는 수상을 못 했어요· 그 이야기 있잖아· 배철수 선배가 샌드페블즈 노래 듣고 저정도면 나도 하겠다 이래서 대학가요제 나왔다고·”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고 듣긴 했어요·”

“나도 뭐 그런 느낌이거든· 물론 나는 한참 뒤에 나가기도 했고 뜨지도 못하고 탈락해서 대학가요제 출신이다 이러기는 좀 부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락 역사에 족적을 남기셨잖아요·”

“하 몇 곡 뜬 거 가지고 족적이라고 할 수가 있긴 한가···”

“저는 ‘검은거미’ 하실때의 [왜 이렇게 됐나] 정말 좋게 들었는데요·”

“오 그래요? 이야 그거 수연 학생···아니 수연 학생 어머니 어릴 때 쯤 노래일텐데· 아닌가?”

촬영은 언제나처럼 평화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하수연은 한국 락에 대한 지식이 예상 외를 넘어 엄청날 정도로 풍부한 사람이었고 그 탓에 인터뷰이들은 “이런 걸 왜 하는지···” 라며 불만을 제기하다가도 대화 몇번 나눠보면 표정이 완전 풀어져서 화목하게 촬영을 진행하곤 했으니까·

“그런 다음에 사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지만 [Judgement]로 스레시 메탈을 시도하시기도 했으셨구요· 저도 그 노래 잘 들었었는데·”

“이야···진짜 잘 아네· 맞아요· Naty 나오기 전에 우리가 그걸 한번 해보긴 했었지· 그런데 잘 안 됐어요· 아무래도 사실 스레시라기보다는 좀 어정쩡한? 그런 느낌도 있긴 했고· 아무튼 잘 안됐어요·”

젊은 여성 인터뷰어와 늙은 인터뷰이의 만남이라기보다는 동년배 음악 애호가들의 만남이라고 해야 더 알맞을 것 같은 그런 대화· 임종훈 피디는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를 듣고 있다가 적정한 선에서 “컷!”을 외쳤다· 잠시 쉬어가야 할 타이밍이었다·

“진짜 잘 아네· 서 형이 가르쳐줬나?”

“아 네 뭐···”

휴식 시간이 되자마자 이현철 씨가 던진 질문· 그 말에 수연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졌다· 현철은 왜 저러나 싶은 얼굴로 수연을 바라보았으나 임종훈 피디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항상 저 이야기만 나오면 수연의 스승인 서명전 기타리스트의 욕이 따라왔던 것이다·

“참 그 양반도 너무 빨리 돌아가셨어· 욕 많이 먹어가지고 사실 오래 살 줄 알았는데·”

“그 이야기 많은 분들이 하시더라고요·”

“아 그래요? 하긴 뭐 서 형 이야기는 유명하니까·”

“혹시 재미있는 일화 같은 거 있나요?”

그 말에 비 맞은 개마냥 허탈하게 종훈을 바라보는 수연·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현철은 입을 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음···서 형이랑 사실 전에 내가 한번 무대를 뛴 적이 있거든· 뭐 큰 무대는 아니고 그냥 밤무대에서 기타 좀 쳐 주는 거· 서 형이 이제 기타 한대 더 필요한데 데려갈 만한 사람 없대서 내가 갔지· 페이는 뭐 적당히 준다고 하고 그래가지고·”

“네·”

“그런데 이제 뛰고 나니까 며칠 뒤에 서 형이 와서 이러는거야· 야 사장이 돈을 못 주겠다는데? 지금 현금이 없다던가 뭐라던가 뭐 그러면서 못 주겠다고 했대· 그래서 자기가 나중에 받아올거라고· 나는 그런 갑다 하고 있었는데···나중에 알고 보니까 나이트 주인은 돈을 줬고· 그 돈으로 어디서 술마시고 놀다가 다 까먹은거지· 그래가지고 나한테 그런 말을···”

“···영감님도 그런 의도는 아니지 않았을까요? 진짜 돈을 못 받은 걸수도···”

“아니야 진짜라니까· 아무튼 그거때문에 한 몇년 안 봤어· 그러고도 나중에 연락을 하긴 했는데 아무튼···”

스승의 흑역사가 또 한건 까발려지는 상황에 천장을 보며 한숨을 푹 쉬는 수연· 그렇게 이어지던 짧은 휴식시간이 끝난 후 종훈은 현철에게 말했다·

“이 다음 코너는 이전에 이야기해드렸듯이···과거 현철 기타리스트님이 만드신 밴드의 곡을 하수연 기타리스트가 연주를 해보는 코너입니다· 한번 듣고 평가를 해주시고 지적할 점 같은 게 있으면 신랄하게 지적을 해 주시고· 그래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 내가 좀 말이 센데· 괜찮겠어요?”

“네 괜찮습니다·”

의외라는 듯 눈을 가늘게 뜨는 현철· 그리고 검은 스트랫을 든 하수연이 연주하기 시작한 것은 현철의 대표곡···[왜 이렇게 됐나]· 가정집 거실에서 마샬의 대표작 JVM410H를 통해 흘러나오는 기타 소리·

연주 내내 현철은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했다· 그렇게 길지도 짧지도 않은 연주가 적막 속에서 마무리 된 순간·

“서 형이 도대체 무슨 괴물을 만든건지 알 수가 없네···”

현철의 나지막한 중얼거림이 마이크를 통해서 흘러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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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Pretty Girl Guitarist’s Notes

TS Pretty Girl Guitarist’s Notes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Seo Myung-jeon, a famous guitarist known in the industry, suddenly dies one day and possesses Ha So-yeon, an Iljin high school girl who suffered a severe head injury in an accident while riding a shared kickboard and went into a vegetative state. Afterwards, while living as Ha So-yeon, she formed and performed in a 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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