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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Pretty Girl Guitarist’s Notes Chapter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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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17

얼마 뒤·

“근데 말이지·”

김이 나오는 달달한 커피· 딱 보기에도 따뜻해보이는 핫피· 이리저리 꽁꽁 싸맨 채로 얼굴과 손가락만 내놓은 상태로· 잠시간의 휴식을 즐기며 한가롭게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며 페달보드를 구성하고 있던 수연은·

“응?”

갑자기 자신의 옆에 다가와 앉으며 그렇게 뭔가 말하려고 하는 이서를 돌아보았다· 이번엔 또 뭘 말하려고 하는 건가 싶어서·

“이번에 우리 찍은 거 있잖아·”

“응·”

“뭔가 거기에만 써먹기는 조금 아깝지 않나? 기왕 연습했는데·”

그렇게 말하는 이서를 보며 수연은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인가? 이게 이서가 말하는 것이 맞는 건가?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개과천선을 한다던데 이서는 박명할 체질인 건가?

‘그런데 박명한다기에는 그럴 정도의 미인은 아닌데···’

“너 뭔가 좀 이상한 생각 하고 있는 거 아냐?”

“아니 아냐아냐·”

“맞는 거 같은데·”

도대체 뭘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뭔가 마음이라도 읽는 듯 그런 소리를 하는 이서· 수연은 딴청을 피우며 아무 소리나 했다·

“뭐가 맞아? 맞는 건 내가 너한테 맨날 맞고 있겠지· 고릴라야·”

그 말에 진짜 고릴라가 되어주겠다는 듯 “우끼끼!!” 라고 외치며 두 손으로 수연을 마구 두들기기 시작한 이서· 상당히 두꺼운 솜옷임에도 불구하고 육중하게 들어오는 펀치의 충격에 수연이 도망가려는 사이 화장실에서 나온 서하가 중얼거렸다·

“어이구 잘들 논다· 진짜 유인원이네 유인원·”

“유인원 펀치!!”

매우 불운하게도 서하는 솜옷이 없어 충격을 중화시키지 못했다· 으억억 신음을 흘리며 서하가 공중콤보를 맞는 동안 수연은 공격대상에서 벗어났다는 안도와 함께···방금 전 이서가 말했던 것을 되새겨보았다·

“분명히 거기에만 쓰기에는 조금 아깝긴 하지· 연습을 상당히 오래 했으니까·”

“그렇지?”

수연의 그 말에 이서는 서하(였던 것)으로 변해버린 뭔가를 치워두고 옆으로 달라붙었다· 또다시 스리슬쩍 다가오는 이서의 손을 탁 쳐낸 뒤 수연은 말했다·

“내 생각인데 곡 자체도 잘 만들었으니까 충분히 다른 데 쓸 수 있지 않을까 싶거든·”

“아니 다른 데 쓸 수는 있지· 그런데 그 ‘다른 데’가 어디냐가 문제인 거지 뭐·”

“아·”

수연은 머리를 살짝 꼬았다· 쓸 곳은 나름 있긴 했다· 예를 들어 어쿠스틱 라이브 공연을 해본다던가· 혹은 어쿠스틱 앨범을 다시 내본다던가· 다 전에 했던 것들이니 어느정도 검증은 된 방법들이다· 일본 정규 1집을 냈으니 더더욱 레퍼토리도 충분할 것이고 정규 1집의 노래 자체도 어쿠스틱에 어울리는 곡들이 꽤 있었으니까· 내달라는 수요도 있었고·

‘하지만 똑같은 걸 또 하기에는 약간 우려먹는 감이 있긴 하네·’

아티스트가 항상 경계해야 하는 것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식상한 자기복제’다· 

자기복제 자체는 좋다· 쌀밥이니 보리밥이니 식빵이니 어찌되었든 그런 것들을 지겹다고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세상에는 ‘새로운 맛’보다 ‘아는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월등히 많다·

하지만 일렉트릭 앨범의 언플러그드 버전은 쌀밥이나 보리밥이라기보다는 특식· 예를 들어 한국인 입장에서의 크림로제파스타떡볶이김치피자탕수육어쩌구라던가 하는 것에 가깝다· 맨날 먹기는 커녕 분기에 한번 먹는 것도 조금 지겨운 것이다· 

“써먹으려면 이전에 없던 다른 쪽으로 한번 방향을 틀어 봐야지·”

“방향을 튼다니?”

“예를 들어 뭐 아예 다른 장르로 편곡을 한다던가· 혹은 스케일을 키운다던가· 여러 방법이 있긴 한데···”

수연은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살짝 꼬았다· 방법은 많았지만 어떤 것이 재미있을지는 가서 봐야 할 일이긴 했다· 

“뭐 당장은 불가능하지· 한국 가서 해야지·”

그러나 그게 당장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수연의 생각이었다· 앨범을 내려고 해도 준비를 해야 하고 다른 걸 해보려고 해도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체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일본에서 뭔가를 시도하기는 조금 그랬다· 

“그런가···”

“그리고 이런 거 관련은 밴드 애들 다 모아서 이야기를 해야지· 우리끼리 결정하고 나혼자 결정하고 그러는 건 좀 그래·”

“이때까지 그렇게 잘만 해 왔잖아· 아주 그냥 다른 밴드로 이적까지 할뻔 했으면서·”

삐죽대는 이서의 말에 수연은 헛기침을 한번 크게 하고 말했다·

“그게 어떻게 다른 밴드로 이적하는 게 되는 거지?”

“다른 밴드랑 작업하느라 숙소에도 안 들어오신 분이시잖아요~”

“아니 그건 바쁘니까·”

“헉 혹시 아라키 씨랑 이것저것 한 건···”

“미친년아!”

어처구니 없는 음해에 수연은 벌떡 일어나 이서의 머리채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프하핳 웃으며 후다닥 도망가버리는 이서· 수연은 이서의 방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들기다가 자신의 손만 고통받고는 시계를 본 뒤 방에 들어가 현아를 깨웠다·

“야 일어나· 뭔 해가 중천까지 떴는데 아직까지도 자고 있어·”

“아홉 시인데요···”

“아홉시면 대낮이지·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일어납니다 몰라? 다 컸으면서·”

“그게 무슨···노래에요···?”

어리둥절한 현아의 표정을 보고 수연은 아차 싶었다· 이런이런 또 ‘시간선’이 잘못되어버린 건가· 수연은 아무튼 무표정으로 현아를 깨웠다· 사무실 회의에 갈 시간이었다·

* * * 

사무실에 마련된 회의용 테이블· 수연과 서하가 한 쪽에 둘러 앉고 이서와 현아는 난로를 쬐며 딴청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네· 일단은 이번주에 전에 찍은 거! 아마 공개될 것 같구요·”

“뭔가 빨리빨리 공개가 되네요·”

“빨리 공개해달라고 부탁을 하긴 했어요! 순번 밀리고 이러면 아무런 소용 없는 상황에서 영상이 나가고 이럴 수도 있으니까·”

정 차장은 관련 소식들을 정리하며 그렇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다른 방송국 스케줄도 슬슬 다 정리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그러면 프로모션은 그 정도로 끝나는 건가요? 제 거 한건 더 포함해서·”

“아 그 부분은···일단 저쪽 기획사들이랑 이야기를 해 봤는데 따로 하시는 프로젝트 부분은 좀 이야기를 더 해야 될 것 같아요· 어떻게 될지 상황은 봐야 될 듯 하네요·”

“좋겠다· 혼자 돈 벌어서·”

“아 누구는···혼자 밴드원들 버리고 도망가고···우리 는 숙소에서···찬바람 쐬면서···덜덜 떠는데···”

“내가 죽어야지 내가·”

수연은 언제나처럼 들어오는 공격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겼다· 그러는 사이 정 차장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다른 건이 하나 아니 하나라고 해야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있긴 한데요·”

“어떤 건가요?”

그런 질문에 정 차장은 서류 한 뭉치로 답을 돌려주었다· 수연은 그 서류를 받아 파라라락 넘겨보았다· 일본어로 적힌 것을 보면 회사 내부에서 만든 것은 아니고·

“이번에 프로모션 관련으로 대행사랑 조금 컨텍을 해 보니까 이런 제안을 줘서요· 아직 공식화 된 건 아니고 한번 역제안을 돌려보자는 이야기인데···”

“어떤 제안이요?”

“음악이랑은 좀 관련 없을 수도 있는데···혹시 여러분 의류 광고 모델 같은거 해보실 생각 없으세요?”

* * * 

한 순간 레이블 에코사운드 사무실에 폭풍을 몰고 온 그런 일과는 상관 없이·

그 주의 금요일 PM 21:50·

‘시간이 됐네·’

전날 목요일 21:00·

아무런 생각 없이 들어간 트위터에서 이번주의 더 퍼스트 샷에는 그룹 사운드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본 이후로·

그야말로 고통스러운 시간의 반복· 그런 기다림의 끝에 다가와있는 금요일 밤 10시· 아윤은 이리저리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두근대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애들이 더 퍼스트 샷에 나오다니···’

그야말로 진짜 중의 진짜만 나오는 채널 아닌가· 한국 아티스트는 아이돌(다들 뭔가 아이돌은 가산하지 않는 그런 느낌이었다) 외에는 단 한명도 나온 적이 없을 정도로·

– 와 더퍼스트샷 ㄷㄷㄷㄷ

– 진짜 대박이네

[국뽕 치사량 흡입 ㄷㄷㄷㄷㄷ]

[일본 유튜브 ‘더 퍼스트 샷’ 한국 밴드 최초 출연·jpg]

[한국 음악 위상 상승한게 바로 느껴지는 일]

[이게 국뽕이고 이게 마약이지 lol]

– 왜 이렇게 시간 안 감?

– 한국인 코멘트 왜 이렇게 많냐

– 기다리고있습니다❤️❤️❤️❤️❤️❤️

– 우리· 청년들· 고생이· 많네요· 타국에서 힘내시길· 바랍니다·

그런 생각은 그녀만 하고 있던 것이 아닌 모양인지 한국 인터넷은 오랜만에 그룹 사운드로 불타고 있었다· 라이브 투어로 몇만을 동원했다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했다···그런 것보다 바로 보이는 유튜브 영상이 훨씬 와닿는 것이기에 그럴지도 몰랐다·

‘시간···거의 됐다·’

그리고 멈춘 것 같지만 조금씩 흘러가던 시간이 초 단위로 바뀐 다음· 

10· 9· 8· 7· 6· 5· 4· 

3· 

– 오

– 오

– 온다

– 드디어

– 기다렸다고

– 컄lol 그룹사운듴lol

– 빨리빨리

1· 

최초공개의 시간이 0으로 변한 다음·

줄 하나가 1로 바뀐 다음 THE FIRST SHOT이라는 영어로 바뀐 뒤·

보이는 것은 늘 그렇듯 하얀색 벽면과 마이크 하나·

– 오

– 왔다

– 역시 이 그림인가

– 캬

– 다르지 않네요

– 익숙

– 왔다━(゚∀゚)━!

– 역시 어쿠스틱인가

4대의 카메라· 2대의 마이크· 미리 놓여져 있는 업라이트 피아노와 드럼· 한명씩 멤버들이 들어온다· 서하 현아 이서· 

그리고 수연이 들어와 헤드폰을 쓴다· 다들 차분한 느낌이다·

[“뭔가 한마디 하고 갈까?”]

[“어떤 거·”]

[“음···소감이라던가 어쿠스틱 곡으로 만든 계기라던가·”]

언제나의 더 퍼스트 샷처럼 살짝 이완된 분위기· 그리고 수연의 얼굴이 화면 전체에 확 비춰지며·

[“만든 계기···같은 건 딱히 없네· 그냥 이런 식으로 들어도 재미있겠다 싶었다고 해야 하나· 뭐· 음· 그냥 재미있게 들어주세요·”]

– 캬

– 좋아좋아

– 두근두근😍

– 언제나 봐도 그렇지만 이 아이 얼굴이 너무 좋다

– face-red-heart-shape

– 우오오오오옷

– 수연아 사랑해

그렇게 말이 이어진 다음· 스트레칭이라도 하는 듯 수연은 목을 양 옆으로 흔들었다· 마치 어린 사슴의 움직임을 보는 듯해 아윤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가자·”]

그리고 그 신호와 함께 드럼이 내려쳐진다· 

하나 둘 셋· 

넷 소리와 기타의 핑거 스냅 소리가 동시에 들린 다음·

연주가 시작되며·

– 😭😭😭😭

– 위험해위험해

– HERE WE GO

– 오 온다

– ㄷㄷㄷㄷㄷㄷㄷ

울려퍼지기 시작한 것은 확실히 오리지날과는 아예 다른 느낌의 곡이었다· ‘원곡’의 오프닝은 분명 강력한 슬랩 소리로 시작했건만· 지금 들려오고 있는 것은 다 부숴버릴것만 같았던 슬랩이라거나 낮게 끓어오르는 듯한 핑거 피킹 사운드가 아니라·

‘육중한 바이올린 그런 느낌···’

딱 그 말이 어울린다고 아윤은 생각했다· 뭔가 베이스처럼 들리면서도 베이스와는 살짝 다른 그런 사운드· 분명 티저로 들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저런 사운드를 택했을지는 약간 의문이었던·

그런 의문은 조금 있다가 들어온 기타가 풀어주었다· 원곡의 멜로디 자체는 유지하고 있으나 느낌이 완전 다른 그런 음색이·

‘와 이건···’

– 🔥🔥🔥🔥

– 미 쳤 다

– 진짜냐고

– 이건 위험해

– 이 아이들은 진짜 천재인가?

흐르기 시작한 기타의 톤은 거칠다기보다는 끈적이고 쫀득하게 이어지며 아예 다른 느낌의 음악을 자아낸다· 라틴 음악? 재즈? 보사노바?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아윤은 왠지 모르게 그런 풍경이 떠올랐다· 초저녁 혹은 얕은 밤에· 술 한잔을 마시고 만난지 얼마 되지 않은 연인과 춤을 추는 가운데· 그런 술집의 연단 위에서 누군가가 연주하고 있을 곡 같았다· 뭔가 머리가 벗겨진 네 명의 아저씨가 자신들의 관록을 뽐내며 관객을 즐겁게 해주는 듯한···

너는 여기 서서 

나의 눈동자를 노려다봐

저 밑에서

끓어오르는 진실

보컬은 담백했다· 원곡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없다· 모든 것을 다 덜어낸 듯한 그런 색깔· 

나를 향한 세상 모두의

증오를 받아내봐

도망갈 곳도

그럴 시간도 없어

그 덜어내진 것들은 모조리 악기로 흘러들어간 듯 했다· 원곡의 격렬하게 폭발하던 감정은 어디간 듯 없고 거기에는 오직 흥에 겨워 휘청이고 술에 겨워 춤을 추는 듯한 그런 느낌만이 있다·

그럴 시간은 없어

나는 더 기다리지 않아

지금 당장 여기서 

분위기는 계속해서 올라간다· 단 하나의 강렬한 소리도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담백하지만 찐득이는 쫀득이면서도 나른한 그 사운드가 점차 사람들의 채팅을 멈춰가는 사이·

Claim My kingdom

원곡과는 판이하게 다른· 마치 연인에게 나직하게 속삭이는 듯한 그런 이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유상무상이 나의 손 아래 있어

흙 속의 벌레들이 아무리 모여봐도

순간의 아픔은 단지 네 방패일뿐

울부짖어 맴돌아도 기어가며 절규해도

하이톤과 로우톤· 이중으로 전개되는 목소리· 간결하지만 신나게 그리고 리드미컬하게 들어오는 드럼· 뒤로 깔리며 계속해서 흥을 돋구어주는 피아노· 원곡과는 다르게 철저하게 바닥에 깔리며 기본을 잡아주는 베이스·

그리고 그 위에서 흥겹게 노래부르는 기타·

Claim My kingdom

이어지는 어쿠스틱 기타 솔로에 채팅창은 마치 숨이라도 참고 있던 듯 와장창 채팅을 뱉어냈다· 아윤은 그럴 법 하다고 생각하며 채팅을 읽었고 그런 생각의 끝은 자신의 손과 발뒤꿈치에 가 닿았다· 

왠지 모르게 자신 육체의 말단은 자기 멋대로 리듬을 타고 있었다·

그리고 아윤은 피식 웃었다·

이러고 있는 것이 자기 한명 뿐만은 아닐 것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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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Pretty Girl Guitarist’s Notes

TS Pretty Girl Guitarist’s Notes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Seo Myung-jeon, a famous guitarist known in the industry, suddenly dies one day and possesses Ha So-yeon, an Iljin high school girl who suffered a severe head injury in an accident while riding a shared kickboard and went into a vegetative state. Afterwards, while living as Ha So-yeon, she formed and performed in a 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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