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 Pretty Girl Guitarist’s Notes Chapter 36

Chapter 36

[[𝐏𝐥𝐚𝐲𝐥𝐢𝐬𝐭] 밤하늘 은하수를 바라보며 | 어둑한 겨울 밤 듣기 좋은 기타 연주곡]·

명전은 영상의 제목을 바라보았다· 밤하늘 은하수를 바라보며···어둑한 겨울 밤···감성이 아주 넘치는구나· 그런데 이게 그와 무슨 상관이 있길래 이서가 이 영상을 그에게 들이민 것일까·

“여기 내 노래가 나온다고?”

“응· 아니 몰랐던 거야?”

이서는 놀라서 그렇게 물어보았다· 유튜버들이 소위 ‘일방적 콜라보’로 유명하긴 하지만 그녀가 듣는 이 플리 유튜버는 사전에 이메일도 보내고 뭐 어쩌고 저쩌고 한다고 하던데· 그래서 꽤나 믿고 듣는 편이고 응원도 많이 하고 있었는데···

“그보다 저 영상 안에 내 노래가 나온단 말이지·”

“응·”

“그럼 도둑놈들 아닌가? 이거 저작권으로 고소해야 하는 거 아냐?”

“어···”

이서는 잠시 입을 열었다 닫고는 머리를 긁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이런 건 알아듣기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어서·

“일단 플리···저걸 플레이리스트라고 하는데· 저 사람들은 돈을 안 아니 못 벌어·”

“아니 영상을 올리고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수익 창출 요건에 맞으면 돈을 버는 거 아닌가· 남의 거 훔쳐서·”

“그게 아니라 유튜브가 그 뭐냐···뭐 어떻게 하는진 모르는데! 노래를 식별해가지고 저 노래가 자기 노래가 아니다 이러면 수익을 들고 있다가 원 저작권자한테 주게 되어 있어·”

영 알아듣지 못하는 표정의 수연을 보고 이서는 약간 깜깜하다는 심정이 되었다·

“그게 가능하다고?”

“아 뭐 뭔가 뭔가 아무튼 그런 게 있대· 막 ai인지 뭐시기인지 알고리즘인지 돌려가지고 그걸 판정을 해서 저작권자한테 돈을 돌려주는 거지·”

명전은 더 알 수 없는 심정이 되었다· 도대체 어떻게 기업이 그걸 다 알고 뭐 내 영상의 노래니 뭐니···그들을 일깨운 것은 갑자기 불어오는 찬바람이었다·

“으엑! 추워· 어디 들어가기라도 하자·”

“그래· 그 뭐 여튼···저기 스타벅스 있네·”

이서는 코트를 벗어 의자에 내려놓는 수연을 바라보았다· 평소에 맨날 입고 다니던 복장과는 약간 다른 느낌· 

10월에 만났을 때 부터 수연은 언제나 아디다스 츄리닝이나 후드 티 같은 거만 입고 다녔는데 오늘 만난 수연은 살짝 달라붙는 얇은 검은색 터틀넥 니트에 슬릿이 들어간 검은색 롱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취향이 예전대로 돌아온 건가? 그런 데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예전의 수연은 훨씬 더 화려한 옷을 입었던 것으로 이서는 기억했다· 훨씬 더 달라붙고 살색이 가득한···인스타에 올리면 남자들이 와바박 붙어서 자기들 성기 사진 보낼 것 같은 그런 옷을 주로 입었던 게 수연이었는데·

이서는 멍하니 수연을 바라보다가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수연의 특정 부위가 살짝 커진 것 같기도 하고···? 

기분 탓인가?

“옷···이상해 보이나?”

“응? 아니 아니 아니···아냐· 잘 어울려·”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던 시선을 느낀 것인지 겸연쩍은 목소리로 묻는 수연· 이서가 아니라고 대답하자 수연은 머리를 빙빙 꼬며 입을 열었다·

“아니 이런 거 입을 생각 전혀 없었는데···엄마가 샀으면 제발 좀 입어달라고 뭐라뭐라 해가지고· 어쩔 수 없이 입고 나왔지·”

“너 정도면 입을 만 해· 아니 이런 옷 사 놓고 맨날 아디다스나 입고 다녔어? 그거 자체가 손해라니까· 인류에 손해·”

“그것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살짝 호들갑을 떨자 수연은 한심하다는 눈으로 이서를 쳐다보았다· 그 눈빛에 이서는 쪼그라들었지만 해야 할 말은 해야겠다 싶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우리 이제 밴드 할 거잖아· 밴드에는 스타성도 중요하고 외모도 중요한 거 아냐? 너처럼 그런 후줄근한 옷만 입고 다니면 안 되는 거 아닐까? 이쁜 옷도 입고 앞에서 섹스어필도 하고 그래줘야···”

그런 이서의 말에 명전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아니 ‘엄마’도 그렇고 이 애도 그렇고 뭐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도대체 왜 이렇게 그에게 ‘여성성’이니 뭐니를 강조하는 건지·

“그런 건 별 상관 없지· 킹 크림슨(King Crimson)의 로버트 프립(Robert Fripp)을 생각해봐라· 그냥 의자에 앉아서 기타만 치는데도 그런 위대한 밴드를 만들었다고·”

“뭔···뭔 립? 폭립?”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헛소리를 하는 이서· 이 밴드를 알지도 못하는 아이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날 잡아서 한번 록의 역사 같은 거라도 강의를 해야 하나· 

명전은 머리를 살짝 꼬았다· 그도 밴드의 인기에 비주얼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잘 알아는 사람이긴 했다· 게다가 가진 몸이 여성이니까 어쩔 수 없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춰보고자 하는 건 괜찮지 않을까? 전직 남성된 자로써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은가·

“아무튼 나는 아까 그 이야기가 이해가 안 되는데· 그 사람이 올려도 나한테 돈이 들어온다는 게 무슨 이야기냐?”

“어···아무튼 그런 게 있어· 뭔가 등록하긴 해야 하는데···나도 올해 초에 조금 본게 전부라서· 아무튼 저 사람들은 돈을 못 벌거든?”

이서는 이런저런 설명을 늘어놓았다· 유튜브에는 콘텐츠 ID라는 게 있어서 해당 영상의 일부 또는 전체가가 콘텐츠 ID에 등록된 콘텐츠에 해당하면 그 수입이 저작권자에게 가고 이러쿵 저러쿵·

“그런데 나는 그걸 등록한 기억이 없는데·”

“···그래? 그런 거 자격요건 충족됐으니 등록하라고 메일 오고 그러지 않나? 혹시 메일 안 봤어?”

“그걸 왜 봐· 나한테 메일 보낼 사람도 없는데·”

의외로 명전은 메일 사용법을 잘 알고 있는 편이었다· 이메일을 통해 주고받아야 하는 서류나 연락 등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알고 있다는 것과 친숙하다는 것은 거리가 멀어서 명전은 이메일을 누가 확인해달라고 하지 않는 이상 절대 확인하지 않는 편이었다·

“요즘 그런 건 다 이메일로 온단 말이야· 컨택 같은 것도· 이메일 지금이라도 확인해봐·”

그 말에 명전은 메일함을 열었다· 그리고 자신이 단 한번도 열지 않은 메일함임에도 불구하고 들어온 메일 중 몇개가 확인처리가 되어 있는 것을 목격했다·

“···뭐지?”

그는 한번도 이메일을 확인한 적이 없는데···확인처리가 되어 있는 이메일 몇개를 눌러보니 콘텐츠 ID 관련 메일들이었다· 무언가 이리저리 서류를 주고받은 정황이 보이는 메일들· 계좌번호도 그의 계좌번호로 되어 있고·

명전은 머리를 몇번 꼬다가 이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을 떠올렸다·

‘이혜인 씨 인거 같은데···’

그의 이런저런 정보를 알 수 있는 사람은 ‘하수연’의 엄마인 이혜인 씨 밖에 없었다· 그 외엔 누가 알겠는가? 물론 뭐 중국인 해커도 그의 정보 중 일부를 알지도 모르지만···

명전은 그렇게 생각하다가 예전의 일 하나를 떠올렸다· 이혜인 씨가 “수연아 유튜브 채널 제대로 관리하고 있니?” 같은 소리를 했어서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본인이 관리를 해주겠다고 했었던 것 같기도 했다·

“엄마가 뭔가 그런 거 등록해준 것 같기도 하네···”

“엄마가? 하긴 수연이 너네 엄마가 엄청 젊어보이긴 했어·”

젊은 거랑 그런 게 상관이 있나?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이메일함을 슥 훑어보았다· 그다지 많이 쌓이지는 않은 이메일·

“그 채널 이름이 뭐라고?”

“[내가듣고싶어서모음]·”

찾아보니 그런 이름을 가진 곳에서 보내진 메일이 있었다· 내용은 뭐 아무튼 당신의 음악이 너무 좋은데 플레이리스트로 사용이 가능할까요 이러쿵 저러쿵· 그가 2번째 곡을 업로드한 지 얼마 안 된 시기에 보낸 메일·

“뭐 그런 유튜버들은···사실 막 갖다쓰는 게 보통이지· 자기들한테 수익이 안 들어오니까 우리가 올리는 거 자체가 광고다! 이러면서· 너한테 뭔가 베풀었다는 생각도 할 걸·”

“싸가지 없는 쉐끼들·”

왠지 모르게 움찔거린 이서를 두고 명전은 생각했다· 옛날 방송국 피디들이 그랬지· 딴따라 새끼들 데려와서 홍보해주면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어디 돈을 받아먹을라고 씨발~ 뭐 그랬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좆같은 소리를 하는 피디에게 어떻게든 술값이라도 바쳐야 하던 시기가 있었더랬다· 여자들은 성희롱이니 성추행이니가 기본이었고· 참 그때 생각하면 요즘 세상 좋아지긴 했어···

왠지 열이 올라오는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고는 명전은 다른 이메일도 확인해보았다· 관리 정책 변경 구독 알림···이상한 것들 참 많이 올라와있네·

“응?”

그렇게 별 볼일 없는 이메일들을 확인하다 제목 하나가 눈에 띄었다·

“유튜브 White Room 님과의 콜라보레이션 제안···?”

* * *

준홍은 얼마 전 보냈던 이메일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았다· 여전히 읽지 않았다고 표기되고 있는 이메일·

“아 이 사람이랑 콜라보 하면 그래도 조회수 꽤 뽑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안 읽지?”

“이메일로 보내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런데 이메일 밖에 없잖아~! 유튜브 하는 여고생이면 이메일 같은 건 매일 확인해보지 않나?”

편집자의 부정적인 말에 준홍은 살짝 쿠사리를 주고는 다시 상대의 유튜브를 열어보았다· 구독자는 1만명 정도 되어 있는 성장세 자체는 상당히 괜찮은 채널· 하지만 준홍이 주목한 것은 그 부분이 아니었다· 

‘기타 실력이 진짜 미친 수준이야·’

목소리나 몸 같은 것을 보면 아무리 높게 잡는다 해도 20대 중반을 넘기진 않을 연령대· 하지만 기타를 치는 실력은 나름 세션계에서 이름을 알렸다고 할만한 준홍조차 놀라게 할 정도였다·

‘아니 나보다 잘 치는 것 같은데·’

댓글 중 일부는 [잘 치긴 하는데 이 정도로 호들갑인가 흠···] [흠···그정둔가] 같은 리플을 달고 있었지만 준홍은 알 수 있었다· 

초보와 고수를 가르는 것은 화려함이 아닌 기본기· 

그리고 이 채널은 보통의 커버 채널처럼 겉멋이 잔뜩 든 테크닉을 보여주거나 화려함을 뽐내지 않고···커버곡을 어떻게 하면 더 원작에 가깝게 혹은 원작의 맛을 잘 살리게 재현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만 주목을 하고 있었다·

준홍은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자작곡도 충분히 마음에 들었지만···그보다 더 마음에 드는 것이 바로 기타리스트로서의 자세· 원작을 존중하고 기본기에 충실한 진정한 근본 기타리스트·

“내 채널에 출연을 해 주면 이 친구 홍보도 되고 좋을텐데 말이지·”

준홍의 본업은 기타 세션· 유튜브는 본업이 아니라 부업으로 하고 있었지만···다양한 커버곡과 유용한 기타 강의 등을 올려놓아 15만 정도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채널이었다· 그래도 나름 홍보는 해줄 수 있는 체급·

‘뭔가 씬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킬 스타가 필요해· 이 애가 그런 스타가 되어줄 수 있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준홍은 다시 한번 이메일을 확인했다· 언제 답장을 주려나 하는 심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