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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Pretty Girl Guitarist’s Notes Chapter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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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7

서하는 핸드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녹화가 있던 이후로 계속해서 울려대는 카톡· 홍대에서 싸돌아다니던 시절 만났던 사람들이 보내오는 것들이었는데 대답해주는 것도 한두번이지 이제는 정말 지칠 지경이었다·

“할 짓이 없나?”

그날 규식 오빠와 일행이 스튜디오에서 나갈 때 분명 마음이 안 좋긴 했다· 딱 봐도 수연의 재능에 마음이 꺾여버린 모습· 

그들을 좋아하지 않기도 했고 무례하게 행동하는 부분도 있긴 했지만···그렇다고 저렇게까지 상처받아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런 마음은 그날이 지나고 나서 싹 사라지고 말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주위에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왜 이렇게 자신을 귀찮게 하는가· 

그런 와중에 또다시 울리는 핸드폰· 잡아들고 보니 또 카톡이다· 그대로 무시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꽤나 친한 오빠여서 그대로 무시하기도 그랬다·

카톡을 열자 보이는 메세지·

[너희 밴드 기타 잘쳐?]

[규식이가 벽느끼고 기타 접고싶다고 술먹고 주절거리더라]

[취해가지고 막 밴드 관두고 폐관수련하러 갈거라던데 lol]

“아오!! 그만 좀 보내라·”

 

궁금하지도 않은 메세지에 서하는 최대한 사회성을 발휘해서 답장을 보냈다· 쏟아지는 메세지들의 내용에 근거해서 대충 추측을 해 보자면 뭐···그 날 수연이의 실력을 보고 충격을 받아서 주위에 떠벌리고 다닌 모양·

문제는 너무 많이 떠벌린 탓에 곳곳에서 서하에게 카톡이 오고 있다는 거였다· 게다가 쏟아지는 카톡 중엔 [너희 밴드 기타가 한승고 하수연 맞아?] 같은 좀 수상한 낌새를 풍기는 카톡도 있었고·

‘그런데 솔직히 벽을 느낄 만 해·’

서하는 처음 수연을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불과 몇달 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고만장해하던 자신에게 천외천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었던 아이·

절대적인 연수로 치면 얼마 되지 않는 서하도 그러할진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아무리 서명전 선생님이 가르쳤다고 한들 불가해할 정도의 재능· 재능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을 모두 범재로 만들어버릴만한···

‘심술궂은 면은 좀 그렇지만·’

이번 건도 그렇고 다른 일도 마찬가지· 서하와 수연과 처음 만났을 때 있었던 일도 최근에 수연이 말하기로는 “그때 너무 기고만장해있어서 좀 기강을 잡고 싶었지·” 라는 이유로 수연이 일부러 의도한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 덕에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조금 너무하지 않았나? 아니 뭐···사실 그때 싸가지 없었던 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규식 오빠가 싸가지 없게 군 것도 사실이고···흠···

‘아니 생각해보면 내가 나이가 많지 않나?’

잔뜩 감상에 빠져 있던 와중 서하가 문득 떠올린 생각· 수연의 나이는 고2 서하는 고3· 십대때는 나이 하나 차이가 절대적인데도 불구하고 수연은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그런 건 모르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또 수연이 이서마냥 “서하 언니~” 하며 앵겨붙고 서하에게 살갑게 대하는 상상을 해 보면···

“으엑·”

뭔가 약간 우주적인 공포를 느끼게 된 서하였다· 그런 건 있어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런 느낌? 왠지 이서가 보고 싶었다···

* * *

“엄마는 그럼 백화점 좀 갔다가 근처 카페에 있을게· 끝나면 연락해·”

“네·”

명전의 단답에 혜인은 괜히 명전의 옆구리를 간지럽혔다· 이를 악물고 웃지 않으려 버티는 명전의 얼굴을 보고 실실 웃으며 백화점으로 사라지는 혜인·

‘가면 갈수록 장난끼만 늘어간단 말이지···’

어른을 뭘로 아는 거냐···같은 생각은 해봐야 소용이 없다· 객관적으로 보면 자신은 그녀의 딸이니까· 몇개월 살아본 결과 뭔가 점점 적응해가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명전은 그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며 눈 앞의 건물로 발을 옮겼다· 녹음 스튜디오가 2층이라고 했던가? 오늘은 2프로 정도 세션을 할 거라고 했으니 이펙터 값 치고도 한 삼십만원 정도는 벌어갈 것으로 보였다·

“오! 수연 학생· 잘 왔어요·”

“안녕하세요· 다시 또 뵙습니다·”

스튜디오에 들어가자 이전에 봤던 채호근 교수가 명전을 반겼다· 악수를 나누고 이런저런 근황을 이야기하고· 

녹음을 시작하려면 시간이 좀 더 있어야 하긴 했지만 명전은 이야기도 할 겸 그냥 빨리 도착했다· 호근과는 그래도 음악적으로 말이 좀 통하는 사이였기에·

그렇게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명전과 호근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옛날 밴드가 어쩌고 사이케델릭 락이 어쩌고· 프록 락과 프록 메탈이 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 핑크 플로이드를 프록으로 볼 수 있는가? 같은 그런 그 시절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생각해봤을 사소한 이야기들·

그런 대화를 끝낸 것은 누군가가 스튜디오에 들어오며 던진 인사였다·

“채교수님! 계십니까!”

“오 박피디· 오랜만이에요·”

중년보다는 약간 나이가 들어보이는 평범한 체격의 아저씨· 공연히 선글라스를 낀 것을 보면 뭔가 성격이 유추가 되는 느낌이었다·

“이쪽은···?”

“아 이번에 앨범 세션 기타 해줄 친구에요·”

“그렇습니까? 아이고 반갑습니다· 박휘석이라고 합니다·”

박휘석 씨가 내민 명함에는 [박휘석 음악감독]이라고 적혀 있었다· 음반사 명도 같이 적혀 있었는데 꽤나 이름이 있는 음반사·

“반갑습니다· 저는 드릴 명함은 없고···하수연이라고 합니다·”

“오···하수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요·”

명전의 이름을 듣고는 고개를 이리저리 기우뚱대는 휘석· 그런 모습에 호근이 웃으며 “서명전 씨 제자야·” 라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휘석은 그 때문에 ‘하수연’을 알아보는 것이 아닌 모양새·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아! 김감독! 그 사람 맞지요? 김감독이 잡았는데 꺼지라고 했다던 그 여고생 기타·”

“응?”

무슨 소리인가 하고 쳐다보는 호근· 참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더니 이게 딱 그 꼴이었다· 명전은 얇은 한숨을 살짝 쉬고는 그때 일어난 사건을 설명했다· 처음 세션 서러 갔는데 김재훈이라는 사람이 무시하고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뭐 어떻게 했고 등등·

“아~ 그거 재미있었어요· 이야기 들었을 때· 김재훈 씨가 참 실력은 있지만 여러모로 이야기가 많다 보니···한번쯤 누가 그렇게 해주긴 해야 했지· 응·”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하는 말과는 다르게 웃음이 가득한 얼굴· 딱 봐도 그 ‘김재훈’이라는 사람을 별로 안 좋아했던 듯 보였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러던 와중 시간이 되어 슬슬 도착하는 사람들· 잡담은 이제 그만 나누고 녹음에 들어갈 시간이었다·

* * *

장시간의 녹음 후 살짝 지친 세션들에게 주어진 휴식시간· 명전은 왼손 스트레칭을 하며 계단을 내려갔다· 담배라도 한대 피고 싶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필 수 없음을 아쉬워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담배를 끊을 수 있었음에 고마워해야 하는 것일지·

편의점에서 캔커피를 구입하고는 따서 한번에 들이킨다· 스튜디오 내에는 분명 품질이 좋고 맛있는 커피들이 즐비했지만 명전은 왠지 모르게 이 캔커피를 좋아했다· 과거에 대한 향수랄까 무엇일까·

“연주 좋던데요?”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 소개받았던 박휘석 프로듀서였다· 명전은 대답 대신 고개를 으쓱 숙였다·

“원래 기타를 누구로 하지 막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교수님이 자기가 봐놓은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고· 막 엄청 잘하는 애가 있다고· 반신반의했는데 과장이 아니었네· 오히려 교수님이 과소평가하지 않았나 싶어요·”

“감사합니다·”

명전은 일단 고마워서 인사는 하지만 약간 의심스럽다는 생각을 하며 휘석을 쳐다보았다· 아무런 맥락도 없이 그냥 칭찬만 하려는 건가? 뭐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 저 나이 정도 되면 그런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뭐 OST 녹음해 볼 생각 없나?”

그럼 그렇지· 뭐 좋은 기회긴 하다고 명전은 생각했다· OST라· 어떤 생각일까? 이 사람 앞에서 보컬 같은 걸 보여준 적은 없다· 보여준 것은 오로지 기타와 얼굴 그리고 김재훈 감독을 엿먹였다는 실적 뿐· 그 때문일까?

“어떤 OST인데요?”

“드라마· 세션으로 녹음 해 주고 OST 메이킹 영상 찍어주면 될 것 같아요·”

역시 명전의 예상이 맞았다· OST는 대충 작곡가 붙여서 팔아먹고 메이킹 영상으로 여고생 기타리스트! 이러면서 어그로 한번 끌어보겠다는 거겠지· 

물론 환영할만한 일이다· 어찌됐든 돈이 벌리는 일이니까· 하지만 명전은 지금 시점에서는 돈보다 더 고려하고 싶은 게 있었다·

“곡을 녹음하는 것 자체는 상관이 없지만···”

“응?”

“저 개인이 하는 거 말고 밴드로 하고 싶은데요·”

“밴드? 그건 좀 곤란한데···”

‘하수연’ 개인의 화제성만을 뽑아먹고 싶었는지 그런 제안을 하자마자 바로 난색을 표하는 휘석· 하지만 명전은 그를 설득하려들기보다는 QR코드 하나를 보여주었다·

“이게 뭔가요?”

“저희 공연 QR코드입니다· 시간 날 때 한번 보시고 생각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허허···”

살짝 난감하다는 듯 웃는 휘석을 뒤로한 채 명전은 다시 스튜디오로 발을 옮겼다· 명전의 생각대로라면 휘석은 저 영상을 보자마자 바로 명전에게 연락해올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왜냐고? 여고생 기타리스트 하나만 보고 OST를 찍자느니 뭐니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양반인데 여고생 4명으로 이루어진 밴드라면 어떻겠는가·

* * *

명전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좋아요· 밴드곡으로 하나 갑시다·”

다음 날 학교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명전에게 걸려온 전화· 휘석은 어제 밤 영상을 보고 오늘 내내 고민을 했다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나로써는 모험이긴 해요· 원래 밴드곡이 없었거든· 그런데 밴드곡 자리를 하나 만들자는 거니까·”

“그런가요?”

자신이 손해를 봤다는 듯한 휘석의 이야기· 뭐 어쩌라는 건가 싶었지만 일 주는 클라이언트에게 그렇게 대답해서는 안 된다· ‘서명전’ 일 시절에도 그랬는데 ‘하수연’인 현재는 더더욱·

“그래서 말인데···”

그러면서 휘석이 꺼낸 이야기에 명전은 자신이 살아온 세월에도 불구하고 “고민 좀 해보겠습니다·” 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클래식/재즈 풍 밴드 음악···을 해달라고?”

자신이 잘못 들었나 하며 되물은 이서의 말에 명전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혀 잘못 들은 것이 아니다· 그런 쪽의 음악을 해달라고 한게 맞으니까·

“어떤 장면에 삽입될지 어떤 분위기일지는 나중에 지정을 해주겠다는데···당장 곡 자체는 저런 분위기라고 하네·”

‘하수연’의 몸에 들어오고 나서 명전은 작곡과 편곡에 어느정도 자신이 붙은 상태였다· 자신이 아는 분야 뭐 블루스라던가 락이라던가···좀 더 나가면 약간의 메탈이나 팝까지· 그런 쪽은 어느정도 해볼만 하긴 했다·

하지만 클래식이며 재즈라니? 나일론 기타(클래식 기타)를 잡아본 적은 있다만 그냥 세션에서 클래시컬한 사운드를 내기 위해서 잡은 거지 명전이 그 쪽에 소양이 있다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듣지도 않는 음악을 어떻게 만들겠는가·

“힘들 것 같지 않아?”

“그렇긴 한데···너희들이랑 이야기는 해 봐야지· 밴드 차원으로 들어 온 이야기니까·”

이야기를 거듭해보았지만 결국 거절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가운데···이때까지 침묵하고 있던 현아가 입을 열었다·

“해 보는 게 어때요?”

“응?”

“저는 가능할 것 같은데···우리 정도면요· 약간 좀 저도 클래식 작곡을 잘 하는 건 아니고 재즈 쪽이긴 한데···”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쪽에서 들려오는 대답· 그 말에 갑자기 이서가 벌떡 일어서 현아를 껴안았다·

“오! 아가현아~ 역시 언니야· 최고 최고·”

“으엑 소맛님 무거워요·”

“무거우라고 하는 거야·”

체격이 한참 차이나는 이서에게서 켁켁대며 겨우 벗어난 현아· 흐엑대며 숨을 약간 고르더니 다시 말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재즈 음악이라던지 이런 걸 요구하는 게 아니잖아요? 어디까지나 재즈/클래식 풍 밴드 음악이니까· 그 정도면 제가 좀 잡고 수연 님이랑 다른 분들이 도와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해요·”

“그런가·”

명전은 팔짱을 낀 채로 천장을 쳐다보았다·

현아의 작곡 실력은···딱히 검증된 것이 없다· 본인은 자신감을 표현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발현될지 발현되지 않을지는 모른다· 곡 의뢰를 받아놓고 대가리만 깨다가 마감 기한 놓치고 평판이 안 좋아지는 일만 생길지도·

그러나 뭐 그런 일이 있으면 있는대로 또 헤쳐나가는 게 인생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뭐든지 한번에 잘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리고 ‘하수연’의 재능이 있는 상황인데 솔직히 말해서 일단 틀만 잡히면 쓸 수 있는 음악 하나쯤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럼 한번 해 보자· 어차피 녹화도 했겠다 일정도 비는 참이니까···이번에는 현아 위주로 프로젝트 한번 해 보는 걸로·” 

명전은 그런 생각을 하며 현아의 제안을 수락했다· 제대로 된다면 밴드의 음악에 꽤나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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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Pretty Girl Guitarist’s Notes

TS Pretty Girl Guitarist’s Notes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Seo Myung-jeon, a famous guitarist known in the industry, suddenly dies one day and possesses Ha So-yeon, an Iljin high school girl who suffered a severe head injury in an accident while riding a shared kickboard and went into a vegetative state. Afterwards, while living as Ha So-yeon, she formed and performed in a 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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