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9
휘석이 명전과 아이들에게 설명해준 마케팅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1· 우선 OST 곡을 선공개한다· 이 때 가수와 작곡가 세션은 비공개한다·
이에 대해서 휘석은 말했다·
“어차피 가수는 유명한 사람 쓸 거야· 왜냐하면 내정이 되어 있으니까· 미공개인데 왜 유명한 사람 쓸 거냐고? 미공개 OST로 나가도 다 음색이나 목소리 들어보면 알음알음 다 알 수 있거든·”
휘석의 말은 이러했다· 팬들에겐 ‘우리 가수님 정체가 공개되면 어떨까?’ 하는 기대감을 줘서 자발적 홍보를 하게 만들고 대중들에겐 가수와 작곡가를 추리하는 즐거움을 준다·
그런데 가수를 추리하면 추리했지 작곡가를 추리하는 사람이 있을까? 작곡가와 실연자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은 없지 않을까 하는 아이들의 물음에 휘석은 답했다·
“원래대로라면 당연히 그렇지·”
“그럼 이제는 아니라는 말인가요?”
“대중들이 궁금해하는 사실은 진짜 대중들이 궁금해서 궁금해하는 걸까? 아니야· 대중들의 궁금증은 매체가 만들어낸 거야· 물어보지도 않은 것에 대해서 근처에서 자꾸 이야기를 해 대면서 ‘궁금하지? 그렇지??’ 라고 하면 대부분 궁금해지기 마련이거든·”
휘석이 아는 척 하며 주워섬긴 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정도 대중매체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이야기였다· 21세기 아니 그 전부터 사람들은···자신이 진정으로 보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매체와 그 제작자들이 보여주길 원하는 것을 보는 사회에 살고 있으므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꾸 여러분에 대한 떡밥을 뿌릴 거에요· 지금 만들어질 드라마는 뭐 엄청날 정도는 아니더라도 꽤나 관심을 받고 있는 드라마거든· 그러면 이제 사람들은 반응을 할 수 밖에 없어· 첫 번째는 가수를 공개하고 그 가수가 그런데 같이 녹음했던 밴드 애들이 너무 좋더라 이렇게 말을 하면 이제 사람들은 아니 도대체 뭐가 좋다는 건데? 식으로 반응을 하게 되거든·”
2· OST와 가수를 공개하고 그 기세를 몰아 여고생 4명이 결성한 밴드 + 곡 메이킹 영상 + 그 외 기타사항을 내보낸다·
“여러분이 우리 회사에 소속이 되어 있었다면 정말 매끄럽게 돌아갈 수 있었겠지만···”
휘석은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 이야기했다· OST 메이킹 영상 밴드 생활 영상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등을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연예인 데뷔!!
휘석은 그 모든 것을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기회라는 것 마냥 눈 앞에 두고 흔들어댔고 다른 아이들은 은근히 거기에 혹하는 것 같았지만···명전은 딱히 그럴 생각이 없었다·
‘요즘 낌새가 심상치 않아·’
얼마 전 날아왔던 카톡· ‘하수연’의 과거와 관련해서 사과를 했던 아이에게 온 것이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수연아]
[응?]
[너 요즘 뭐 밴드 관련해서 하고있다며?]
[어떻게 알았어? 뭐 지원 사업 같은 거 해]
[너 조심해]
[다른 애들도 그렇고 얼마전에 나한테도 은근슬쩍 너 옛날 일에 대해서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더라]
[나는 별 생각 없다고 말했는데 다른 애들은 어떨지 몰라]
그 이야기를 듣고 명전은 올 게 왔구나 싶었다· 물론 대책은 착실하게 세워놓긴 했지만·
아이들에게도 사과를 했고 – ‘하수연’의 기억이나 다인 채린 수현 등의 친구들 혹은 당시 피해자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애들을 제외한다면 – 약간 위선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봉사활동도 꾸준히 다녔다·
그리고 그동안 만난 음악계 대선배(명전은 이 표현이 참 미묘하다고 생각했다)들에게 명전의 과거에 대한 밑밥도 전부 깔아놓았고 ‘하수연 킥보드 사건’ 당시 술을 같이 마셨던 애들과도 이야기를 좀 해 놓은 상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이 있었다’라는 사실 자체를 없애버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성주희’라는 사람의 존재가 가장 걸림돌이었다·
‘말이 되게 이야기를 좀 맞추긴 했는데···’
인터넷에 정통한 것 같은 학교 3인방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든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자료를 정리해놓은 상황·
그래도 명전은 ‘음반제작사’에 소속되어 회사까지 참여하는 대난장판을 만들고 싶진 않았다· 자칫하면 ‘학폭 과거 숨기고 회사 들어갔다가 회사까지 망하게 만들었다!’ 라는 누명을 쓰고 만다·
안 그래도 하지도 않은 일 – 죽었다가 일어나보니 학폭 저지른 애 몸에 있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 에 고생하는 판에 그런 누명까지 쓰면 진짜 돌아버리지·
* * *
명전은 턱을 괸 채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일이 전개되고 있었다· 휘석의 방송가 짬은 헛되게 먹은 게 아닌 모양인지 진짜 그의 말대로 점점 선공개 OST의 밴드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씩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 역시 주현님 ㅠㅠㅠㅠㅠ 음색 개깡패···
= 와 진짜 재즈천재 무엇···
= ㅅㅂ 이새끼는 얼굴도 잘생기고 노래도 잘부르고 곡도 잘뽑고 세상이 왜 이따구냐? 존나 불공평하네
ㄴ 말은 험한데 죄다 주현님 칭찬인게 웃김lol
= 현님이 인스타에서 이 곡 만드신 밴드 진짜 기대해도 좋다는데 혹시 아시는분?
ㄴ 2222222
ㄴ ㄹㅇ 개궁금···인스타에 물어봐도 절대 안가르쳐주세요 ㅠㅠㅠ
그래봐야 가수에 대한 관심만 못하긴 했지만 어쨌든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어때?”
“뭐 그 아저씨 말대로 잘 되고 있긴 하네·”
연습실에서 맥북을 쳐다보고 있는 와중에 걸려오는 이서의 이야기· 명전은 노트북의 화면에서 눈을 뗐다·
“이거 공개되고 영상도 나오고 하면 이제 우리도 아이돌 밴드 비슷하게 될 수 있는 건가?”
“무리지· 아니 뭐 될 수 있을지도 모르긴 하겠지만···너도 알겠지만 내가 과거가 뭐 이것저것 있으니까·”
몇개월 전이긴 했지만 명전은 밴드 아이들에게 그의 과거사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아무튼 과거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학폭 관련해서 뭔가 이슈가 있었고 그것 때문에 밴드 관련해서 말이 나올 수 있고 뭐 이것저것·
‘하수연’에 대해서 잘 알던 이서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나머지 둘은 상당히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기억에 남던 것은 “그게 진짜 실제로 있던 일이 아니었다고요?” 라며 ‘하수연’이 후배들 세워놓고 일열종대로 뺨을 쳤다는 소문을 이야기해주던 현아였다·
아니 상식적으로 그런 일을 했겠냐고· 당연히 그런 적 없다· 명전도 그 소문 들었을 땐 기겁해서 이리저리 수소문을 해 봤는데 그냥 부풀리고 부풀려진 루머에 불과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미성년자가 술 먹고 킥보드 타다 날라가서 죽지도 않으므로 명전은 ‘하수연’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이해하기를 그냥 포기했다·
“아무튼 이제 곧 발표일이긴 해· 이제 그거 발표되면 오프라인 공연 준비해야겠지· 그럼 지금처럼 이렇게 널널하게는 연습 못하겠지·”
“으엑·”
명전의 말에 이서는 죽는 듯한 시늉을 했다· OST 관련 녹음을 할 때 분명 수연보다는 널널하게 해줄 줄 알았던 현아에게서 제 2의 수연을 느끼고 상당히 괴로웠던 차였는데·
이제 또 그 지옥같은 연습에 돌입한단 말인가· 이서는 눈 앞이 깜깜해졌다···
* * *
“안녕하세요~”
“아이고 가수님· 오랜만입니다·”
“이야~ 교수님 또 뵙네요· 일년만인가요?”
홍대 모처 [2024 밴드 파이오니어 심사]이라고 붙어 있는 회의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서로 고개를 숙이고 악수를 해가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올해는 어떨까요?”
“글쎄요···이제 웬만한 밴드들은 다 수상을 하지 않았나· 올해는 좀 유력한 후보가 보이지 않던데요·”
“그래서 더 뭔가 치열하지 않을까요?”
심사위원은 네 명· 유명한 락 밴드의 리더 음대 교수 유명 프로듀서 음악방송 피디· 두 명은 몇 년 동안 심사를 맡아왔고 두 명은 새로 심사를 맡게 된 사람들·
심사 방식은 별 것 없다· 정해진 양식과 기준에 따라 각자 채점을 하고 동순위자가 생길 경우 토론을 통해서 의견 합의를 이끌어낸다· 마지막까지 의견 합의가 안 될 경우 다수결로 결정하지만 웬만하면 이 지경까지 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딱 들어보면 감이 오니까·
그들은 일반적인 세금 나눠먹기형 공모전의 심사위원이 아니라 꽤나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사업의 심사위원· 음악계에 두 발을 전부 넣어 놓은 사람들으로써 그들의 판단이 빗나가는 일은 웬만하면 없었다·
“제가 올해 듣기로는 유력한 우승후보가 한 팀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요? 저는 못 들었는데···”
“남녀 혼성팀인데 약간 제이팝쪽으로 해서 트랜드를 제대로 수입한 모양이에요· 올해 음반 낸게 대박이라고 하던데·”
“새로운 후배들이 또 나타난 모양이네· 이래서 밴드씬은 흥미롭다니까·”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누군가가 서류를 뒤적거리다 입을 열었다·
“아 저도 이야기 하나 들었어요· 재미있는 이야기·”
“어떤···?”
“서명전 기타리스트님 제자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이번에 밴드 시작했다고· 주현이 형이 추모 콘서트 갔다 와서 칭찬을 엄청 하던데?”
“아 그 친구·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저도 만나봤어요· 꽤나 싹싹한 여자애더라고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연참입니다!!
살짝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내용을 수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