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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Chapter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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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4

대륙에서 가장 문명화된 사회를 구축하고 있는 종족은 드워프다.

사실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매우 당연한 일이다. 그들의 뛰어난 손재주는 대장기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옷 장신구 건물 등등 모든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니까.

학문적인 발전 역시 말할 것도 없다. 마법을 꺼려하고 경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마법을 대체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다보니 타 종족에 비해 과학도 꽤 많이 발전한 상태다.

그 타고난 종족값으로 인해 좀 많이 호방할 뿐이지 물질적인 풍요와 고급스러움만 놓고 보면 어지간한 귀족들까지 야만인으로 만들 수 있는 게 바로 드워프였다.

제국이나 왕국 대도시에 존재하는 하수 시설과 화장실 고대의 수로 같은 시설도 전부 그들에게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드워프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인족을 대하면서 속으로는 똥오줌도 제대로 못 치우는 야만인이라 여긴다 하더라도 반박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선민의식에 찌든 행동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던 드워프 특유의 호방함에 있다.

말만 잘 통하고 상호 간의 존중만 잘할 줄 알면 똑같은 사람이라는 마인드. 얼핏 보면 매우 단순하면서도 대인배스러운 그 발상이지만… 거기엔 함정이 있다.

말 잘 안 통하고 상호 간의 존중이 없으면 똑같은 사람이 되기에 아주 많은 문제가 있으니 주먹부터 날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아주 미묘한 함정이.

그리고 그렇게 발생한 불만을 해소하는 데에 있어 드워프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젠장 억지를 부려도 정도껏 부려야지. 이게 지금 뭐 하자는 거요?”

설령 억지라고 해도 좋을 에스뮈에의 초대에 응하기 위해 몰려든 제국 안팎의 귀족들이 모두 바라보고 있다 하더라도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종족인 것이다.

“겨우 하루 이틀 더 기다리는 게 그리도 힘들었소? 아직 살 날도 많으면서 그리 성급하면 장차 제국은 어떻게 이끌려고?”

몰랐다.

그 돌직구의 수준이 심히 노빠꾸 그 자체인지라 상황에 따라서는 보는 이의 오금이 다 저리게 만든다는 것을.

동시에 생각했다.

이거 내 평소 행실도 대충 이렇게 보일 수 있겠구나 라고.

“아니면 뭐 우리 드워프들은 이런 거에 둔하니까 대충 모르고 넘어갈 줄 알았소? 안 그래도 바쁜 열차 일정을 최대한 비워서 낸 건데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이오!”

의외로 드워프 왕국과 외교를 하면 흔히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 빠르게 시선을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사절단의 불만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얼어붙은 상태였다.

덕분에 이 상황이 조금도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슬쩍 시선을 내려 에스뮈에를 바라보았고 마침 나를 바라보며 티 안 나게 웃고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에스뮈에에게는 이마저도 상정 내의 상황인 모양이었다. 그녀는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려 주변 사람들부터 안심시킨 뒤 자연스럽게 자리를 권하며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그에 대해 이야기할 터인데… 일단 들으면서 목부터 축이시는 게 어떻겠소?”

그녀가 조금도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자 그제서야 주변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애초부터 그런 것에 관심따위 가지지 않고 있던 드워프들은 그런 에스뮈에의 모습을 능청떠는 것으로 받아들였는지 대놓고 미간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또 그렇게 얼렁뚱땅…”

“내키지 않은가 보군. 그대들의 노고를 예상하여 이에 작게나마 보답하고자 40년 숙성의…”

“…넘어갈지 어떨지 모르니 일단 듣기는 해 보겠소.”

그리고 표정과는 정반대되는 조심스러운 자세로 사용인들이 마련해준 의자에 앉아 에스뮈에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 행동이 너무나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탓에 나는 헛웃음을 참기 위해 얼굴 근육에 온 힘을 다 줘야 했다.

드워프 사절단이 연회장에 도착한 것은 정말 에스뮈에가 말했던 대로 한창 연회가 무르익은 저녁 무렵이었다. 직접 겪고도 믿기 힘든 일이었지만 그전까지는 정말 놀랍게도 평범하게 연회가 이어지고 있었다.

하루 만에 급조되었다고는 도무지 믿기 힘들 정도로 완벽하게 준비가 끝난 연회장 안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음식과 사람들이 들어서는 광경을 구경하는 건 분명 평생 해 보지 못했던 경험이긴 했지만 딱 그 정도였다.

그 외에 별도로 엄청 신경 써야 하는 특별한 일 같은 건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무 일 없이 밥만 먹으며 시간이 흘러간 것은 아니다.

이티스엘 왕실에서 찰거머리 왕녀가 온 탓에 짧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전선에서 내가 한바탕 휘저어놓은 연합군 소속 귀족들이 조심스럽게 아쉬움을 토로하려다가 눈치만 보고 빠지는 걸 구경하기도 했으며 황제와 황후를 비롯한 에스뮈에의 형제 자매들과 함께 상석에 앉아 식사하느라 끝없이 쏟아지는 귀족들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기도 했다.

그저 황가 사람들이 내게 너무나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며 쉴 틈 없이 이것저것 물어보는 바람에 제대로 기억조차 안 남았을 뿐이다.

황가의 가족애가 얼마나 돈독한지 모르고 들었다면 단순히 용살자를 향한 흥미본위의 질문이라 여겼을 법한 대화였지만 정황을 알고 들으니 장녀가 데려온 남자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쏟아지는 질문 공세 그 자체였거든.

에스뮈에가 눈치를 주지 않았다면 황제와 황후는 몰라도 다른 형제들에겐 계속 붙잡혀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연회의 주역들에게 쏟아질 관심을 빼앗으면 안 된다는 핑계로 황제와 황후가 먼저 자리를 피하자 다른 형제들도 순서대로 연회장을 벗어나기 시작했고 그 뒤로는 정말 굵직 굵직한 귀족들만 다가와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는 등 매우 무난하게 흘러갔다.

그 무난하기 짝이 없던 연회장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냉랭하게 바꿔버린 게 바로 지금 눈앞에 있는 드워프들이다.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당시만 하더라도 꺼지지 않는 화로의 불길처럼 격정적이기 그지없던 그들의 등장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지금이야 마음껏 놀고먹으며 하하하 웃고 있지만 연회장에 모인 손님들은 하나같이 에스뮈에의 막무가내 초대장을 받자마자 온갖 고생을 하며 참석한 사람들이었고 이는 의도치 않게 동병상련의 과정을 겪은 피해호소인들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당연히 저 먼 북쪽 산맥에 위치한 드워프 왕국이 시간에 맞춰 축하연에 참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는지는 알 수 없어도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하진 않았을 거라는 것만큼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누구는 참석하지 않을 거라 여기고 누구는 이튿날부터 참석할 거라 여겼다. 그런 모두의 예상을 깬 채 씩씩거리며 모습을 드러냈으니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아마 드워프들이 말한 ‘열차’의 존재를 아는 이들은 그 성능에 감탄하고 모르는 이들은 게이트도 없이 이렇게 빨리 올 수 있었던 방법에 대해 궁금해하며 놀라지 않았을까?

그 사건의 중심에 앉아 조용히 눈치만 보고 있는 나로 말할 거 같으면 솔직히 그런 것보다 에스뮈에가 하오체를 쓰는 게 더 신기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하여 별도의 언질을 넣을 기회조차 없다 보니 이런 과격한 형태로나마 그대들을 불러 대화를 나누려는 목적도 있었소.”

“끄응… 확실히 악신과 관련된 문제는 간과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건 좀…”

“심히 불편하고 의도를 곡해할 수밖에 없는 형태였다는 것은 인정하오. 허나 이쪽에서도 할 말은 있소. 내 이런 일에 대비하기 위해 별도의 긴급 소통 수단을 마련하는 게 어떻겠냐고 예전부터 수 차례 언질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차일피일 미루며 임시 방편으로 통신 수정구라도 두자는 부탁마저 거절한 것은 왕국측이잖소.”

“으으으음… 그래도 직접 언급을 했으면…”

“대충 여러 상황이 맞물렸으니 서두르라고 재촉하는 것에 불과하다 여기고 이틀 뒤에 왔을 거 아니오?”

“끄으응……그랬겠지.”

엘프만큼은 아니더라도 수백 년은 족히 살 수 있는 드워프에게 40년 묵은 술이라는 게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지 반신반의했던 것과 달리 한 잔 따를 때마다 드워프들의 표정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진 표정은 에스뮈에가 말을 이어 나갈 때마다 다른 형태로 안 좋아진다.

“마나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는 드워프들의 신념을 존중할 뿐만 아니라 함께 하겠다는 의미로 ‘쌍방’의 원활한 교류를 목적으로 설치한 열차의 철로 설치 비용도 제국이 부담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하오. 제국은 드워프 왕국의 기술을 탐하고 약탈하는 것이 아닌 절차탁마할 수 있는 공존을 원하오. 과인이 휼겐 대사 그대를 대하는 태도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했거늘 아무래도 부질없는 착각이었나 보구려.”

“그 그럴 리가 있겠소. 당연히 알고 있지…”

겨우 말 몇 마디 섞었을 뿐인데 방금 전까지 외교적 무례를 지적하던 드워프는 온데간데없고 과거의 잘못이 켜켜이 쌓여 오늘의 문제를 야기한 탓에 할 말이 없어진 드워프만 남게 되는 진귀한 광경을 직관하는데 팝콘이 없다니.

아쉬운 대로 바삭하게 구워진 바게트 비스무리한 빵이나 주워 먹으며 구경하자 에스뮈에와 직접 대화하고 있는 휼겐 대사라는 드워프를 제외한 다른 사절단의 시선이 슬금슬금 내 쪽으로 향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목구멍으로 음식을 넘길 줄 아는 신기한 생물을 보는 듯한 시선이 재밌어서 더욱 열심히 빵을 먹는 동안 순식간에 정리된 이야기는 어느새 ‘그러니 앞으로 함께 상부상조하며 잘 좀 합시다.’라는 분위기로 마무리되었다.

상세한 내막을 알 리 없는 드워프들은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술로 넘기자는 에스뮈에의 반응에 깊이 감동하며 더욱 술잔을 기울였지만 어느 정도 내막을 알고 있는 나는 꿈보다 해몽 수준의 이야기 포장 능력을 선보인 에스뮈에를 보며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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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Never touch Eldmia Egga,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into a fantasy world. Since I somehow got born again, I resolved myself to live diligently once more. But, putting that aside, my entire village burning up and disappearing when I’m 8-year old f*cking crossed the line. f*cking shit-f*cking crossed the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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