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Chapter 648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EP·648

사실 캬루베로스에게 마왕군의 영혼을 꼴아박는다는 선택지는 있지도 않았다·

불가능하다는 건 아니다· 악마들과의 계약이라는 건 찬찬히 뜯어 볼 경우 노예 계약조차 공정하게 느껴질 정도로 심각한 불공정 계약이라서 내가 억지로 녀석의 영혼을 담보로 지장을 찍게 만들면 녀석은 강제로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토해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지에서 비롯된 잘못된 신념이 낳은 죗값을 죽어서도 갚게 만드는 건 신들께서 알아서 하실 문제지 내가 할 일이 아니다·

결국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공갈에 불과했다는 소리지· 다행히 그 효과는 굉장했고 물어보지 않은 정보까지 열심히 입 밖으로 쏟아 내려 했기에 오히려 내 쪽에서 물리적인 수단을 동원해 놈의 주둥이를 막아야 했다·

“엥? 열심히 말하고 있는 애를 왜 기절시키십니까?”

그러자 옆에서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던 캬루베로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했다· 졸지에 녀석에게 희망 고문을 하게 된 꼴이었지만 악마 새끼라서 불쌍하진 않았기에 심심풀이로 한 번 더 걷어찼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절묘하게 옆으로 구른 캬루베로스가 흡혈종과 부딪치자 은잔이 파고드는 고통 속에서 다 죽어 가는 신음을 흘리고 있는 녀석의 비명이 한 옥타브 정도 올라갔다가 다시 떨어졌다· 이젠 비명 지를 기운조차 없는 모양이었다·

그런 녀석들의 꼬라지가 심히 만족스러워서 원래 해 줄 생각 없었던 대답을 해주기로 했다·

“쓸모없는 이야기니까·”

제국에 숨어 있는 스파이가 몇이고 구성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를 여기서 듣는다고 내가 다 외울 수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곧 있으면 이런 일의 적임자들이 돌아올 텐데 굳이 개입할 이유도 없다· 나는 흡혈종 죽일 수 있게 된 것과 놈들에게는 더 이상 예비 흡혈종이 없다는 걸 알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자세한 내막은 드워프 왕국과 제국이 알아내겠지·”

그리 말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 기지개를 켜자 방금까지만 해도 다 죽어 가던 흡혈종이 느닷없이 웃기 시작한다· 방금 부딪친 충격으로 기어이 미쳐버린 건가 싶어서 바라봤지만 되려 아까보다도 더욱 독기가 오른 시선을 보낼 뿐이다·

“신의 장난감에 불과한 신세라는 것도 모른 채 스스로의 힘에 취해 있는 꼴이 우습···아아아악!”

그 꼴이 참으로 병신같아서 은잔을 지그시 밟아주자 다시 몸부림치며 비명을 내지른다· 제 딴에는 부당하게 얻어맞았다고 생각하고 있을 캬루베로스조차 그런 내 모습을 보고는 질색하며 무릎으로 움직여 거리를 둔다·

“이 미친 새끼야아아아!”

“어 맞아· 미친 새끼· 잘 알면서 왜 자꾸 미친 새끼 건드려서 매를 벌어· 그런다고 피가 나오기를 하니 덜 아프기를 하니?”

신성력은 확연하게 약해졌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걸 그때그때 에스테가 빨아 먹는 것에 가까운 수준이다·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내 괴롭힘에 흡혈종은 더욱더 독기어린 반응을 보여줬다· 문제는 ‘차라리 죽여라’를 외치는 게 아닌 나를 향한 비난을 일삼으려고 한다는 점이었다·

그냥 가만히라도 있다면 적당히 실험할 거 실험하고 올려 보내줬을 텐데 과연 모기 새끼답게 사람 거슬리게 하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는 녀석이다·

“결국 에테의 뜻을 집행하며 그게 정의라고 믿을 뿐인 위선자 새끼 같으니! 네놈이 행하는 폭력과 살인은 정의롭다고 믿···끄아아악!”

“응 아니야· 나 마신의 용사야· 내 폭력과 살인은 정의가 아니라 정당방위야·”

어느새 반 정도 파고든 은잔이 더 이상 지저분해지기 전에 꺼내 들자 흡혈종은 다 죽어 가는 비명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렇게 꺼내 든 은잔엔 피와 살점이 지저분하게 떡칠이 되어 있었지만 마치 물이 증발하는 것 같은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가더니 금방 깔끔해졌다·

“무 무슨···? 어떻게 인족이 마신의 용사일 수···”

굉장히 신묘한 구경거리 덕에 흡혈종이 뭐라 떠드는 소리도 귀에 잘 안 들어올 지경이다· 정작 저 녀석에게 먹였던 피의 흔적은 여전히 그대로인데 말이지·

은잔을 파괴하면 죽는다고 하지만 만약 그렇게 죽을 경우 녀석의 몸을 갉아먹던 힘은 사라지는 걸까?

은잔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은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할까?

손상된 은잔은 녀석에게 타격으로 이어질까 아니면 완전히 파괴되어야지만 타격이 올까?

은잔을 완전히 파괴하는 게 아니라 피를 담을 수 있는 다른 형태로 바꾸는 것은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만약 이 은잔을 파괴하여 녀석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 뒤 다시 은잔을 만들면 녀석도 다시 살아나진 않을까? 애초에 죽이기 위한 저주가 아니라 영원히 고통받게 하기 위한 저주에 가까운 거 같으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거 같은데·

“만약 은잔이라는 형태가 아니라 은잔을 구성하는 ‘은’ 자체에 저주가 연동된 거라면···”

파괴해서 녀석을 죽인 다음에도 다른 녀석들에게 유효타를 먹일만한 무기가 되지 않을까?

“재밌네· 지루하진 않겠어·”

가볍게 불길을 일으켜서 은잔에 담긴 피를 태울 겸 충격을 가하자 경악으로 물들어 있던 흡혈종의 얼굴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고통을 느낀 것처럼 일그러졌다·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아직도 삶에 미련이 남아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녀석의 얼굴에 공포만큼은 확연하게 깃든다· 고통에 대한 내성이 없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반응이었다·

나는 그런 녀석과 불 속에서 깔끔해진 은잔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미소와 함께 대답해주었다·

“뭐긴 뭐야 실험이지·”

우선은 물리적인 수단으로 경미한 손상을 주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고·

세닛히구아는 생각한다·

사실 엘드미아는 인족이 아니라 악마로 태어나야 했던 게 아닐까 하고· 당사자가 들었다면 그대로 곤죽이 될 때까지 얻어맞을 소리라는 것을 알기에 함부로 입 밖에 내지 못 하는 생각이었지만 더할 나위 없이 진심이었다·

솔직히 성배를 찾아왔을 땐 그냥 파괴하고 끝일 줄 알았다· 아니면 기껏 해봤자 흡혈종이 보는 앞에서 목숨을 구걸하게 만들거나 죽음의 공포 속에서 반쯤 미쳐가게 만든 다음 죽일 줄 알았다· 그렇게 안일한 마음으로 별 생각 없이 옆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던 탓에 세닛히구아는 왜 잉글라디우가 엘드미아만 보면 발작을 일으키는 것인지 이해하고 말았다·

일말의 광기조차 존재하지 않는 그저 순수하기 짝이 없는 악의가 흡혈종에게 쏟아지는 장면은 악마인 세닛히구아가 보기에도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것이었다·

종족을 차별하지 않고 모두 대등하게 대하는 태도가 똑같은 외견을 지닌 종에게 폭력을 자행하는 것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는 말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야 이해했다· 아무런 우월감도 쾌감도 없이 철저하게 이성적인 분석을 위해 성배와 흡혈종의 연결점을 확인하는 모습은 의학의 발전을 위해 시체를 해부하는 의사를 떠올리게 했다·

고문과도 다를 바 없는 과정 속에서 온갖 저주와 절망을 담아 절규하는 흡혈종을 보면서도 시끄럽다며 덤덤하게 주먹을 휘둘러 턱을 깨부수는 자가 정녕 용사가 맞는지에 대해 의구심마저 들었다·

사실은 진짜 마왕인 게 아닐까· 그런 의문이 들기 시작할 무렵이 되어서야 성배는 완전히 파괴되었고 엘드미아의 길고 긴 ‘실험’은 끝을 맞이하는 듯 보였다·

“캬루베로스·”

“예?!”

“이거 적당히 주물러서 잔처럼 만들어 봐·”

심혈을 기울여 만든 화염 마법 속에서 녹아내리는 성배와 함께 흡혈종은 죽음을 맞이했다· 형태가 일그러지거나 다른 외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영혼을 다루는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악마였기에 세닛히구아는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대체 엘드미아가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어서 벙찌고 말았지만 수 초도 지나지 않아 그 의중을 이해하고 소름이 돋고 말았다·

“설마···”

“악신의 저주라며· 특별한 조치를 위하는 게 아닌 물리적인 파괴는 일시적인 죽음에 불과할 지 누가 알겠냐· 똑같은 형태로 만들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재주는 없으니 이거라도 확인해야 봐야지·”

미치지 않은 미친놈이다· 어쩌면 너무 심도있게 미쳐서 미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체 뭘 어떻게 하면 저딴 발상이 가능한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지만 세닛히구아는 입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하기로 했다·

저 실험대에 자기가 올라가고 싶진 않았기에·

최선을 다해 스스로의 유용성을 증명하고자 원래 성배와 비슷한 형태까지 은을 주물러 내놓은 결과물을 건네자 엘드미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절해 있던 마왕군을 건드려 깨웠다·

“으헉?! 무 무슨?!”

“닥치고· 저거 깨울 때 그냥 피만 먹이고 끝이었어?”

“저 저거···?”

자신이 기절한 사이 일어난 처참한 과정을 알지 못 하는 마왕군의 입에서 엘드미아가 원하는 대답이 나오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결국 엘드미아는 목적을 달성했고 덤으로 마왕군의 피까지 담아낸 다음 다시 기절시키고는 마왕군이 알려 준 주문과 함께 흡혈종의 시체에 다가가 성배였던 잔에 담긴 피를 부었다·

“끄···어···”

그러자 분명 죽었던 흡혈종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광경을 목도한 세닛히구아는 진심으로 경악하고 말았다·

“씨발 세상에···”

엘드미아의 예상이 맞았다· 죽어 가던 악신이 남긴 저주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신성력 자체가 문제인가 보군· 이 정도면 충분히 다른 흡혈종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겠는데·”

하지만 정작 악마조차 기겁하게 만드는 악의를 바라보는 엘드미아는 침착하기 그지없다· 그는 되려 만족스럽다는 듯 다시 한번 성배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은잔을 파괴하여 흡혈종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 뿐이었다·

그 후로도 은덩이를 날붙이처럼 날카롭게 만들어 피만 찍어 먹이는 식의 실험을 몇 번 더 끝마친 엘드미아는 잔이라는 형태가 아니면 발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만족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시체는 봉인하고 은덩이는 무기로 만든다·”

그 모습을 보며 세닛히구아는 직감할 수 있었다·

저 인족이 대륙에 남아 있는 흡혈종을 죄다 잡아 죽일 생각이라는 것을·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럴 경우 흡혈종과 엮인 악마들 역시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어쩌면 만마전 자체가 위험해지지 않을까?

“헤··· 헤헤· 주 주인님이 어디를 가시든 이 캬루베로스가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가자 세닛히구아는 어느새 무릎으로 흙바닥을 기어 엘드미아에게 다가가며 아첨을 하고 있었다·

“···? 왜 갑자기 지랄이야?”

당연하다는 듯 대뜸 발차기가 날아왔지만 세닛 아니· 캬루베로스는 웃을 수 있었다· 살아 있음에 감사한다는 건 그런 거였으니까·

드워프와 인족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 이후로도 꽤 시간이 흐른 뒤였다·

다음화 보기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Never touch Eldmia Egga,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into a fantasy world. Since I somehow got born again, I resolved myself to live diligently once more. But, putting that aside, my entire village burning up and disappearing when I’m 8-year old f*cking crossed the line. f*cking shit-f*cking crossed the li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