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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Chapter 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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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8

누군가에 의해 억지로 전력 질주를 한 끝에 체력을 싹 다 태워 버리고 눈앞이 노랗게 변한 상태로 숨을 헐떡인 적 있는가?

용이 그저 내뿜기만 하는 마력을 정면으로 처맞는 순간 내 폐의 상태가 그러했다·

피곤하거나 어디가 불편하거나 그런 게 아니다· 느닷없이 숨이 턱 하고 막히며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발적으로 알아서 잘 움직이던 몸의 모든 기능들이 내 의사와 별개로 활동을 정지하고 파업하는 듯한 감각·

덕분에 난 왜 ‘진짜’ 용을 마주할 때 사람들이 공포에 떠는 것인지 너무나도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 작자가 보기에 한낱 풍왕 이라노레프 따위를 잡고 용살자의 칭호를 얻은 인족이 얼마나 같잖아 보였을까· 흔하디흔한 ‘그 녀석은 우리 중 최약체였지·’ 클리셰를 입에 담는다 하더라도 합법일 것이다·

“갑자기 마력은 왜 드러내는 겁니까?”

가까스로 평정을 되찾고 등을 타고 흘러 내리는 식은땀을 느끼며 겨우 한 마디 내뱉자 용은 안면 가득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대답했다·

“설령 눈앞에 신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드러내며 고고孤高할 것· 용족 간의 예의니까 잘 기억해 둬라·”

“평소에는 감추고 있잖습니까·”

“그거야 당연하지· 격이 딸리면 압박감 때문에 죽어 버리니까· 너도 느끼고 있을 텐데?”

맞는 말이긴 했다· 용이 마력을 온전히 드러내자마자 가장 먼저 확인한 게 외부의 동태動態와 미우드 용장의 반응이었으니까·

하지만 주변의 모든 것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여전히 평온하다· 저 용이 오직 나만을 노리고 마력을 조절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자기 딴에는 예의라고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제멋대로 시험대에 올려진 기분인지라 절로 자세가 껄렁해진다·

“예의라고 했으니 통성명부터 제대로 하고 넘어가죠· 당신은 절 알고 있지만 전 당신을 모르거든요·”

뭐 때문에 그가 드워프를 연기하며 왕국에 몸을 숨기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조금 무례하게 군다고 하여 여기를 초토화시킬만큼 단순한 이유는 아닌 것이 확실하다· 그런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대놓고 막 나가 본 거였으나 어째 용은 그런 내 태도조차 재밌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호의를 얻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잘 듣고 잘 대답하는 거라는 말이 있지· 나는 니앗에젤프다·”

그 태도엔 어떠한 압박이나 강요도 없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듣자마자 껄렁해지려던 자세가 쫄보처럼 똑바로 잡히려는 걸 억지로 견뎌야 할 만큼 영향력있는 이름이다·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걸 정말 견디고 또 견뎌서 조금이라도 양아치처럼 구는 게 맞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경건한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는 중이다· 눈앞의 용은 그만큼 말도 안 되는 거물 중의 거물이었기 때문이다·

사념님께서는 세상에서 용족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셨고 실제로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용족들의 자취가 사라진 것도 맞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세상에 그 명성을 떨치며 살아 숨 쉬는 용들이 있다·

당연히 그 용들이 전부 우리에게 이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지理智를 잃고 몬스터와 다를 바 없는 형태로 바뀌거나 괴팍한 심성으로 인해 필멸자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용들도 있는가 하면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며 우호적이거나 무덤덤한 용들도 있다·

그리고 이 생명체라는 범주를 초월한 것 같은 존재들은 그냥 해를 끼치지 않고 가만히 숨만 쉬어도 감사한 일이었기에 사람들은 그런 용들의 이름을 역사에 남겨 길이길이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세상엔 우리가 아무 짓 안 했는데도 지랄하는 용들이 넘치니 최소한 중립 기어 박고 있는 용들 만큼은 깍듯이 알아 보고 괜히 건드리지 말라는 선조의 지혜였다·

그렇게 기록이 남은 용들 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존재감을 자랑하며 잊을 만하면 역사서에 고개를 내미는 용들이 있었으니 바로 화룡 니알이레프 뇌룡 에쉬들로프 독룡 네예나르프 빙룡 니앗에젤프가 되시겠다·

 

그래 빙룡 니앗에젤프·

자그마치 지금 내 눈앞에 앉아 있는 드워프가 수천 년을 살아온 신화적인 드래곤이라는 소리다· 결국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 나는 한참을 입만 뻐끔거리다가 아주 천천히 그의 이명異名을 입에 담아야 했다·

“···겨울의 주인?”

“박식하군·”

정말 우스운 이야기지만 그의 짧고 간결한 확답을 듣고 나니 가슴 한 켠에서 안도감이 비집고 나오는 듯했다·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잊을 만하면 모습을 드러내는 수준을 넘어 수시로 지랄병을 떨어대는 탓에 악명이 자자한 화룡 니알이레프와 달리 빙룡 니앗에젤프는 명성이 드높은 용이라는 사실도 이유 중 하나였고 광기에 침식되지 않고서야 빙룡이 악신을 돕거나 드워프 왕국에 해를 가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안심시킨 건 빙룡 니앗에젤프 정도는 되어야 지금 나를 압박하고 있는 마력을 보유하고 뿜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라노레프와 격의 차이가 너무 심각하다 보니 이게 용족 평균이면 어쩌나 정말 많이 걱정했는데 말이지·

그런 내 안도를 읽어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수천 년을 산 것치고 정말 다채로운 감정 변화를 보이며 짧게 흥미를 내비친 니앗에젤프는 찻잔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보면 볼수록 재밌어서 나도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지만 지금은 질문을 좀 더 들어서 네 호의를 사도록 하지· 아직 궁금한 게 많지?”

“예· 바즈칼의 신상은 왜 사람마다 다르게 보이는 겁니까?”

오래 살고 시간이 넘치는 고룡古龍답게 여유롭기까지 한 그의 호의를 거절할 생각은 없었기에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던지자 니앗에젤프의 표정이 예상치 못한 형태로 바뀌었다·

“···용혈을 뒤집어썼다고? 그런데 왜 저주나 부작용이 보이지 않지?”

환장할 만한 동문서답 같아 보이지만 어이없게도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맞았다· 그러니까 내 눈에 바즈칼의 신상이 용처럼 보이는 건 용혈이 원인이라는 거고 부작용이나 저주도 없으니 그게 딱히 이상하거나 잘못된 건 아니라는 소리로군·

말인즉슨 애초부터 그런 의도로 만들어졌다는 소리인데···

“저도 이유는 모릅니다· 애초에 인족이 마력을 쓸 수 있는 것부터 이상하니 특이체질이거나 에파가 님의 가호라 여기고 지냈습니다· 그보다 용혈을 뒤집어쓰거나 용족에게는 바즈칼의 모습이 용처럼 보이는 겁니까? 왜죠?”

“그게 바즈칼의 본 모습이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용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반룡인 거고·”

마족의 과거사부터 시작해서 어째 어디 갈 때마다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들려온다·

“용족의 이름조차 이어받지 못한 바즈칼이 어떻게 신위에 오르게 되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건 나에게조차 굉장히 먼 과거의 이야기니까· 왜 용장들이 만든 신상에 용의 피를 품은 자들만 볼 수 있는 자신의 본 모습을 담아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믿기 힘들 수 있지만 너도 아래에서 용장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며 대충 떠봤다면 알 거 아냐?”

“당신의 존재조차 자각 못하고 있죠·”

내 즉답에 니앗에젤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맞아· 그런 자들이 바즈칼의 신상을 만들면서 뭔가 다른 수작을 어떻게 부리겠어? 저건 그냥 바즈칼이 내리는 권능 내지는 축복과도 같은 거야· 제대로 된 이유는 바즈칼 본인만 알겠지·”

세계수나 에파가 님과는 다르게 바즈칼께서는 내게 별다른 관심이 없는 모양이니 석상의 비밀은 어쩌면 영원히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뭐 비밀병기라거나 마왕을 처단하는 데에 있어 굉장히 결정적인 요소인 것도 아니니 그냥 용혈이 원인이라는 걸 알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하긴 했다·

어차피 그런 것보다는 두 번째 질문이 더 중요하다·

“용혈을 뒤집어쓴 것도 사실이고 이를 석상을 통해 유추하셨으니 진실이라 믿겠습니다· 왜 정체를 숨기고 드워프들 사이에 계신 겁니까? 용의 부산물을 가공할 수 있는 용장들의 기술과 연관있는 겁니까?”

“비슷해· 지금은 버젓이 왕국을 세우고 번영을 누리고 있지만 드워프들은 한 때 일부 용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노예처럼 지냈거든· 스스로를 지킬 힘을 주기 위해 지식을 전수해줬었지·”

“그런 힘을 줬다면 굳이 드워프로 모습을 바꿔 그들 사이에 머물 필요도 없는 거 아닙니까?”

굉장히 의외라는 듯 처음으로 놀라움을 표출한 니알에젤프에게 이어서 질문하자 그는 뒤에서 미우드 용장이 내뱉은 잠꼬대에 반응하여 잠깐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대화를 이어 나갔다·

별거 아닌듯하지만 굉장히 인상깊은 장면이었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신경을 좀 기울이면 미우드 용장이 진짜 자는 것인지 아니면 깨어 났는데 자는 척을 하고 있는 것인지 파악이 가능하다· 나조차도 그럴진대 그라면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반응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고개를 돌려 확인하는 것은 몸에 새겨진 습관같은 거다· 그리고 그건 니알에젤프가 드워프들 사이에 섞여 지낸 시간이 꽤 길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이건 산맥의 주인으로서 내 땅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을 보호하는 과정에 가깝지· 몇백 년정도 된 거 같긴 한데 이전에는 인족으로도 지냈어· 지금은 러빌이라 불리는 왕국에서 살았었지·”

“···러빌이요?”

갑자기 용혈일족이라는 단어가 스쳐 지나가는 건 기분 탓일까· 본 지 꽤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생생한 예카트리나의 괴력을 떠올리며 나름 합리적인 의심을 품는 사이 니앗에젤프는 어깨를 으쓱이며 내 질문을 끊었다·

“이 정도면 많이 대답해준 거 같으니 이제 슬슬 나도 하나 물어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질문하시죠·”

그럼 대체 휼겐 대사가 말했던 용의 위협은 뭐냐는 질문이 남긴 했으나 니앗에젤프의 반박은 타당했기에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현명한 선택이었다·

“나를 제대로 목도한 지금 너는 네가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필요하면 용족과도 싸울 수 있다고 자부할 수 있어?”

내 대답에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 지은 그가 탁자에 턱을 괴며 던진 질문이 내 마지막 의문과 이어져 있는 듯했기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알테어 님 무언의 10 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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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Never touch Eldmia Egga,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into a fantasy world. Since I somehow got born again, I resolved myself to live diligently once more. But, putting that aside, my entire village burning up and disappearing when I’m 8-year old f*cking crossed the line. f*cking shit-f*cking crossed the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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