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Chapter 668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EP·668

전직 마왕군들은 휴식을 취하라고 하고 용장들은 마음껏 편하게 둘러보라고 이야기를 나눈 다음 마주한 렐리에와 예카트리나의 표정은 여러모로 심각했다·

예카트리나가 말한 것처럼 렐리에의 속삭임이 어느 정도 귀에 들어왔기에 알게 된 거지만 두 사람이 품은 심각함은 종류가 다르다· 예카트리나를 걱정하는 렐리에가 나를 경계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겠지·

“아무래도 조용한 편이 나을 거 같으니 일단 집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눠보죠·”

다짜고짜 대화를 단절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렐리에는 충분히 이성적인 판단능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걸 알기에 나도 진정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제안했고 두 사람은 묵묵히 이를 받아들여 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집무실로 향하는 길이 마냥 평온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용혈을 뒤집어썼을 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저주를 받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빙룡 니앗에젤프와의 만남을 언급하고 그의 입을 통해 저주 받지 않았음을 입증받았다고 말하면 한 방에 해결될 문제지만 그랬다간 드워프 왕국에 빙룡이 살고 있다고 광고하는 꼴이니 시도조차 할 수 없다·

용사라서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대륙 역사상 용혈로 목욕한 용사가 나 하나면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아서 씨알도 안 먹힐 거다· 그렇다고 어중간하게 둘러대거나 제대로 대답을 안 하면 렐리에의 경계심만 높아질 게 뻔했으니 이래저래 난제였다·

이런 번거로움을 감수하며 굳이 저주받지 않았음을 증명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하필 용혈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거 같은 예카트리나가 내게 도움을 주겠다고 헛다리를 짚을 기세인 게 걱정이다·

당장 렐리에의 반응만 보더라도 그녀에게 있어 용혈을 언급하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용혈의 영향을 받았다는 확신을 가지자마자 자세한 내용을 언급했다· 그런 친구에게 도움을 주진 못 할망정 안고 있는 문제를 키울 수는 없지·

“차는 됐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진 아무도 오지 못하게 해 줘·”

우리를 조용히 따라온 티에는 내 부탁에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섰다· 그 모습이 정말 영락없는 메이드 그 자체인지라 점점 저쪽 교단 사람들을 사용인으로 고용하는 미래가 굳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으나 일단은 눈을 돌리고 현재에 집중하기로 했다·

“솔직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일단 솔직하게 이야기할 만한 것들은 하고 시작하죠·”

두 사람을 앉히고 나서야 뒤늦게 갑옷을 수납하며 나도 맞은편에 자리 잡자 예상치 못한 성능에 두 사람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하지만 그녀들 역시 언급하고 싶은 이야기는 용혈인 탓에 따로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용혈로 인해 감각이 강화된 거 맞고 풍왕 이라노레프를 잡을 때 여유가 없어서 뒤집어쓴 겁니다· 하지만 저주같은 건 걸리지 않았고 아무런 불편 없이 이득만 본 상황이구요· 자 그럼 이제 이 전제를 깔아 두고 질문하시죠· 성심 성의껏 대답해드리겠습니다·”

“용혈을 뒤집어썼는데 아무런 악영향도 받지 않았다고?”

내 말이 끝나자마자 곧장 반응한 것은 당연하게도 예카트리나였다· 갑옷의 특이함에 놀랐던 얼굴은 어느새 경악과 의구심으로 가득 차 있었으나 그 감정들은 단순한 불신이 아니라 걱정에서 비롯된 의아함에 가까운 듯했다·

“혹시 이명이 들리거나 특정 욕구가 비대해지거나 이유 없이 화가 난다는 등의 변화가 있지 않았어?”

이를 증명하듯 의사가 증상을 확인하는 것처럼 구체적인 예시들까지 언급하는 예카트리나였다· 그런 그녀의 배려에 고마움이 솟아나는 것을 숨기지 않으며 웃어보인 나는 천천히 고개를 내저으며 웃는 얼굴로 화답하···

“당연히 없···?”

···려다가 순간 움찔했다·

어째 증상들이 내 일상이랑 비슷하지 않아···?

거기에 맞춰 예카트리나의 표정도 대번 심각해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다급하게 고개를 내저을 수 있었다·

“아뇨! 없어요 없어! 거짓말 아닙니다· 지금 제 일상이랑 너무 흡사해서 순간 당황한 거니까 오해하지 마시고!”

“일상이랑 흡사하다고? 어떻게 그럴 수···”

“이명은 얘랑 대화하는 거 때문이고 특정 욕구가 비대해지는 건 진짜 다 때려치우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수시로 들어서 그런 거고 화가 나는 건 그런 제 앞길을 하루가 멀다 하고 가로막는 놈들이 지천에 널렸기 때문이죠· 당연히 각자 합당한 이유가 있으니 용혈에 의한 이상 현상은 아닙니다· 진짜로·”

다급하게 에스테를 검집 째 들어 흔들어 보였지만 어째 예카트리나와 렐리에의 시선은 더더욱 짠해질 뿐이었다· 나는 그 반응을 보고 나서야 두 사람에겐 에스테가 성검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릴 기회가 없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사실 이런저런 이유로 얘가 지금 성검이 됐거든요? 야 에스테· 네 주인 이상한 사람되기 전에 검신이라도 좀 울려 봐·”

[에잉 귀찮게시리·]

투덜거리면서도 웅웅 거리며 반응해준 에스테 덕에 검에 말을 거는 정신나간 놈 취급할 것만 같던 두 사람의 시선은 금방 누그러졌다·

···사실은 아직도 ‘멀쩡한 검을 공명시켜 인형 복화술같은 짓을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문이 담긴 렐리에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일단은 넘어가줬으니 차차 납득시키기로 한 것에 불과했지만·

“정말 멀쩡하다고? 아니 그야 무사하면 다행인 거지만···”

“네 이게 흔하고 당연한 일이었으면 지금까지 용혈을 목전에 두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모든 사람들이 머저리가 되는 거죠· 특이한 거 압니다· 저도 처음엔 에파가 님의 가호 같은 건 줄 알았으니까요·”

“아니었다는 소리네·”

본격적으로 납득시켜야 하는 상황이 왔다· 그렇게 판단이 서자마자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잘 굴러가지 않던 머리가 간만에 맹렬한 속도로 회전하는 듯했다·

“당장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확인한 끝에 저주같은 건 겪지 않고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왜 겪지 않는가’ 라는 의문을 해결하진 못했죠· 어쩌면 풍왕 이라노레프가 용으로서의 격이 떨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악신의 잔재에 물드면서 뭔가 변이가 일어났었던 것일 수도 있으며 둘 다 일지도 모릅니다· 그 외의 가능성은 상상조차 못하겠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라는 질문에는 저도 답해드릴 수 없어요·”

빠르게 돌아가는 두뇌만큼이나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온 말을 들은 두 사람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렐리에는 더 이상 나를 경계하거나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나를 신뢰해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예카트리나의 판단을 따르기 위해 그녀를 바라보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와 렐리에의 시선을 받고 있는 예카트리나는 한 점 흐트러짐 없는 시선으로 우직하게 나를 바라보며 침묵을 고수한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지인이기 때문에 용혈의 영향을 받은 나를 이렇게 걱정해주는 것일까? 그게 아니면 그녀에게 있어서 용혈이라는 건 과민반응을 불러오게 만드는 역린과도 같은 것일까·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추측을 이어 나가던 찰나·

“만에 하나 엘드미아 네가 저주에 걸렸더라도 그걸 해주解呪할 방법은 내게 없어· 그런 주제에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저주에 걸렸는지 아닌지 알 방법이 따로 있는 것과 더불어 한시적이나마 저주를 억제할 방법이 있는 곳을 알기 때문이야·”

먼저 입을 연 것은 예카트리나였다·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만 난 러빌의 용혈 일족 중 하나야·”

렐리에가 소리 없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예카트리나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리고 나 역시 갑작스러운 화제 전환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의문을 표하거나 눈을 뗄 수 없었다·

“억제하는 방법을 아는 이유도 이와 연관있지· 내 조상님들도 용혈의 특혜만 누리며 살진 못했거든·”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기에·

“엄밀히 따지면 말이 좋아 용혈 일족이지 실상은 과거의 영광에 얽매인 고리타분한 가문에 불과해· 선조는 용의 피를 이어받았다고 하지만 그게 진짜인지도 알 수 없고 설령 진짜라 하더라도 벌써 수백 년 전이 일이거든· 초창기엔 꾸준하게 혈통을 증명할 만한 사람들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말조차 더 나은 종을 얻기 위해 끝없이 좋은 말들끼리 교배를 시키는데 겨우 한 번 섞인 걸로 그런 게 계속 이어진다면 웃기지 않겠어?”

자조적인 웃음과 함께 어깨를 으쓱인 예카트리나였지만 이어질 이야기는 분명했다·

“그런데 이어졌군요·”

“응· 어처구니없게도 말이지·”

정확히는 근 수십 년 사이 극소수의 일부만 용혈의 영향을 받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능력이 나타났다· 아무런 조짐도 징조도 없이 나타난 총아寵兒의 등장에 용혈 일족이라 불리던 가문 사람들이 얼마나 들떴는지는 말할 것도 없다·

“그게 예카트리나인가요?”

그 뒤로 이어질 이야기도 어렵지 않다 여기며 지레짐작하고 질문한 나였으나···

“아니 난 아니었어· 정확히는 ‘아닌 줄 알았다’고 해야겠지·”

···놀랍게도 되돌아온 것은 부정이었다·

“우선 한두 명이 아니었어· 내가 러빌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열 명가량이 용혈을 품었다는 조짐을 보였지· 예전에 했던 말 기억해? 러빌은 정령술에 대한 체계가 부족해서 타고 나는 사람만 정령술사가 된다고 했던 말·”

“기억합니다· 저희가 처음으로 의뢰를 받았던 날이죠·”

까마득히 먼 옛날처럼 아련한 기억은 나와 예카트리나 그리고 렐리에 모두에게 잠깐이나마 웃음을 안겨 주었다· 덕분에 아주 살짝 풀어진 분위기 속에서 예카트리나는 두 손을 깍지끼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거랑 비슷했어· 누구는 천 조각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폭설이 몰아치는 산맥을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냉기에 친숙하고 누구는 그런 폭설을 조종한다고 해도 될 정도로 정령과의 교감이 뛰어났지· 또 다른 누군가는 용처럼 입에서 냉기 브레스를 내뿜기도 했어·”

누가 봐도 니앗에젤프의 피잖아·

이게 말이 되는 우연인가? 아니면 이것도 ‘균형’이랑 연관있나? 어째 요즘따라 몸이 좀 편해진다 싶으면 자꾸 머리가 고생하는 거 같은데·

“예카트리나는요?”

“나는 당시에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어· 그 탓에 자연스럽게 주변과 비교되며 승계서열에서 밀려났고···”

잠깐 승계서열에서 밀려나?

느닷없는 폭탄 발언에 이번만큼은 표정 관리가 잘 안되고 말았다· 그리고 나를 똑바로 주시하고 있는 탓에 그 변화를 금방 알아차린 예카트리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나름 유쾌함을 연기하려는 듯 가슴을 펴며 당당하게 선언했다·

아니지? 아닐 거···

“용혈 일족은 러빌의 왕가야· 이래 봬도 공주라고?”

오 에파가 맙소사·

아닌 게 아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HWS28 님 5 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글쎄요?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만 굳이 제목을 영어로 번역하게 된다면 네버 돈 땃쥐 엘드미아 아닐까요···?

다음화 보기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Never touch Eldmia Egga,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into a fantasy world. Since I somehow got born again, I resolved myself to live diligently once more. But, putting that aside, my entire village burning up and disappearing when I’m 8-year old f*cking crossed the line. f*cking shit-f*cking crossed the li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