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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Chapter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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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0

드워프 왕국의 국왕 데나는 갑작스러운 방문객들을 바라보며 투구 속 머리를 긁적이고 싶은 충동을 힘들게 참았다·

“요즘 세상이 미쳐 돌아가나? 어째 하루가 멀다 하고 바람 잘 날이 없군·”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왕으로서의 위엄을 내보여야 하는 상대 앞에서 허술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일뿐이었기에 험한 말하는 데에는 아무런 거침도 없다· 

마신의 용사를 떠나보낸 것이 불과 며칠 전의 일이다· 왕국 역사를 통 틀어 처음 있었던 방문이었음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미우드 용장에게 모든 걸 부탁해야 할 정도로 데나 왕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산맥 너머의 잡것들만으로도 골치 아프거늘 얄밉기 그지없는 이웃이 십수 년만에 느닷없이 방문할 줄이야·

자연스럽게 눈앞의 사절단을 빙자한 전사들이 아니꼽게 느껴져서 눈에 힘이 들어간다· 이럴 때만큼은 감정을 마음대로 드러내도 괜찮은 투구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그 이면에는 자신의 심기가 불편한 것 역시 아무도 몰라준다는 단점도 함께 했지만 말이다·

그건 눈앞의 불청객들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거대한 늑대 마물의 가죽을 망토처럼 두른 러빌의 아홉 전사들은 데나 왕을 대신하여 오만상을 쓰는 가신들의 눈총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서 있을 뿐이다·

러빌인답게 남여 구분없이 죄다 기골이 장대한 터라 그 모습은 마치 석상을 세워둔 것만 같다· 결과적으로 데나 왕의 중얼거림에 반응한 것은 그들 앞에 서있는 러빌의 외교관 뿐이었다·

“저희의 요구는 단순합니다 데나 왕· 제국으로 이어지는 열차길을 제공해주십시오· 그러면 여러분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러빌 왕국도 함께 도울 것입니다·”

길거리 개도 안 짖을 법한 소리를 제안이랍시고 떠들면서 말이다·

“어차피 우리가 못 막으면 다음은 자네들일세· 그딴 걸 협상이랍시고 내세우나?”

그 오만한 태도에 결국 가신 중 한 명이 욕지거리를 참아가며 한 마디 쏘아붙였다· 다른 드워프들 역시 그의 의견에 공감하는 바였으나 문제는 저게 명백한 개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놈들은 그걸 협상 재료로 써먹을 수 있는 입장이라는 점에 있었다·

러빌의 외교관 역시 그점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설령 그렇다고 한들 드워프 왕국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는 것과 그 전에 움직여 협력을 도모하는 건 큰 차이가 있지 않겠습니까·”

실로 뻔뻔한 태도였으나 그 뻔뻔함만 제외하면 나쁠 게 없는 제안이긴 했다· 저들의 말마따나 협상을 받아들이면 러빌에서도 군대를 움직일 수밖에 없을 터이니 열차 좀 움직이는 대가라고 하기엔 굉장히 남는 장사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데나 왕은 주저했다· 외교에 있어 딱히 술수를 쓰지도 않고 우위에 점할 일이 없는데도 남는 장사가 된다는 건 어딘가 놓쳤거나 뒤가 구리다는 뜻이었으니·

삐딱하게 기울어진 투구를 손으로 받치며 잠시 고민한 데나 왕은 가볍게 턱짓을 하며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열차를 이용하려는 이유가 뭐냐·”

“러빌 내부의 사정입니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헛소리 하지 말고 바른대로 말해라· 말 안 할 거면 바쁜 곳에 와서 지랄말고 돌아든가·”

그가 던진 한마디에 기록관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각기 다른 이유로 인해 알현실에는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

드워프들은 어디에서도 할 말은 시원하게 질러버리는 왕을 향해 마음속으로 기립 박수를 치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침묵하고 러빌의 사절단은 어이가 없어서 입을 다물어 버렸다는 차이가 있었지만 정적은 정적이었다· 오직 데나 왕만이 침 삼키는 소리조차 나지 않는 알현실을 자신의 투구 두드리는 소리로 가득 채우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네놈들이 요청한 건 길가에 널린 이동 수단이 아니라 왕국과 에슈누아 제국을 하나로 잇는 유일한 통로의 사용 허가다· 네놈들이 열차를 타고 내리게 될 곳은 에슈누아의 대지요 에슈누아의 심장이다· 네놈들이 한 말은 우리에게 에슈누아 수도 한가운데에 무장 병력을 투입시킬 수 있도록 허가하라고 말하는 것과 진배없다· 그런데 네놈들의 사정 때문에 말을 못한다? 혹시 그 위쪽은 공기가 희박해서 대가리가 안 돌아가나?”

왕좌에 기댄 채 손바닥으로 자신의 머리 위를 휙휙 내젓는 데나 왕의 모습을 보며 반응하는 건 열심히 깃펜을 놀리는 기록관 뿐이다· 그가 자아내는 열성적인 사각거림 속에서 뒤늦게 반응한 것은 러빌의 외교관이었다·

“드워프 왕국에 불미스러운 일은 없을···”

“그건 네놈들 생각이고· 이미 이렇게 밝히지 못하는 것부터 구린내가 진동을 하는 거 같은데 아직도 더 들어 줘야 하나?”

뒤가 없는 듯한 데나 왕의 발언에도 러빌 외교관은 딱히 불쾌해 하지 않았다· 종이 다를 뿐이지 결국 그들은 이웃 나라였고 저런 모습은 외교관으로 지내며 자주 봤던 모습이라 오히려 올 것이 왔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대신 그는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전사들을 흘깃 바라봤다·

그들 사이에 섞여 있는 실권자의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이었다· 반응은 빨랐고 누구도 이상을 눈치챌 틈 없이 준비를 마친 외교관은 깊은 한숨을 조용히 내쉬며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러빌 왕실의 치부인지라 밝히기 꺼려 했으나 데나 왕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설명드리겠습니다·”

데나 왕은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쫓아내지도 않았으니 말해 보라는 것과 같은 뜻이었다· 여기까지는 예상대로였기에 외교관은 최대한 긴장을 억누르며 설명했다·

“왕족의 의무를 거부하고 도망친 탕아의 발자취를 쫓을 기회가 왔기에 서둘러 움직이고자 했습니다· 최근 왕국을 방문했던 마신의 용사가 그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지요·”

“납득이 가도록 부연 설명을 해봐라·”

“마신의 용사가 격전 끝에 용을 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희들이 추측한 바에 의하면 그 과정에서 용사는 필히 용혈의 축복을 받게 되었을 터 하지만 익히 아시다시피 용혈에는 축복만 함께 하지 않죠·”

더 듣지 않아도 무슨 맥락인지 이해할 수 있었기에 데나 왕은 가볍게 손을 내저어 외교관의 말을 막았다·

용혈 일족이라고 해서 용혈의 부정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를 억누를 비법 정도는 지니고 있다· 러빌 왕실은 이를 용사와의 교섭 재료로 써먹을 예정이었다·

허나 그 이유가 이상했다· 집나간 자식 찾는 거랑 용사랑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차라리 용혈을 유지하기 위해 종마를 구하러 간다고 하는 편이 더 믿을만 했겠군· 그쪽 자식 집나간 게 벌써 몇 년 전의 일인데 이제 와서 이티스엘의 용사에게 도움을 요청해?”

“말씀하신 것처럼 용사님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자 하는 속셈이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이겠지요· 허나 이티스엘 인근에서 왕녀님으로 예상되는 인물이 목격되었다는 정보가 상당히 모인 것 또한 사실· 뭐가 됐든 저희에겐 이득이지 실이 될 건 없기에 움직이고자 할 뿐입니다·”

외교관의 말을 마지막으로 조금 전과는 다른 형태의 침묵이 내려앉았다·

뒤가 구린 게 더 있을 법도 한데 당장 알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진짜 돌려보내자니 데나 왕도 도움의 손길 하나가 아쉬운 상황이라 쉽지 않다· 결국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데나 왕이 하는 거라고는 러빌의 사절들이나 노려보는 것뿐이었다·

한때는 양국이 사이좋게 지낸 과거도 있었다· 엄밀히 따져 보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시절이 안 그랬던 시절보다 더 길다· 데나 왕이 아직 코흘리개 어린아이였던 시절의 일이지만 똑똑히 남아 있는 기억이었다·

그땐 이런 자질구레한 문제로 상대방의 의중을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 겨우 열차 잠깐 빌려주는 거로 생색을 내지도 않았으며 그 열차 한 번 얻어 타겠답시고 힘들 때 도와 준다는 조건을 내걸지도 않았다·

얼마 되지도 않은 세월인 거 같은데 대체 어디서 이렇게 틀어진 것일까·

“저희 역시 득이 되면 득이 됐지 해가 될 것은 없는 듯 하오니 수락하는 것이 어떠련지요·”

지긋지긋한 고민 끝에 저도 모르게 현실 도피 비슷한 한탄으로 이어지던 데나 왕의 사고를 바로잡아 준 것은 미우드 용장이었다·

“대신 확실하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을 듯 하옵니다· 제국과의 교두보를 타국에게 허용한다는 건 중대사안이니··· 러빌 사절단의 목적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이에 부합하지 않은 모든 행동들에서 비롯된 문제에는 저희도 엄중히 대처한다는 조건은 어떻습니까?”

“공개적으로··· 말씀이십니까?”

순간 외교관의 얼굴에 난감함이 깃들며 다시금 일행의 눈치를 봤다·

어지간한 사람들이라면 알아차릴 수 없는 아주 미세한 반응이었으나 이번엔 미우드 용장의 눈에 잡히고 말았다·

“···처음에 저희의 조건이 다소 무례했던 것도 사실이니 그 조건으로 열차의 이용을 허가해주신다면··· 응하겠습니다·”

떨떠름한 감정을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감추며 대답하는 외교관을 말없이 바라보던 데나 왕의 투구가 아주 살짝 미우드 용장을 향해 움직였다·

“나는 미우드 용장의 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견異見은?”

“뜻대로 하시옵소서·”

“좋다· 열차를 준비해라·”

기다릴 것도 없이 즉답하며 데나 왕이 왕좌에서 일어나자 다른 드워프들도 우르르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래가 성사되었다고 하더라도 러빌의 태도는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 이 이상 보기 싫다는 표현이었다·

“흠 예전엔 괜찮은 애들이었는데 말이지·”

안내해주는 이 하나없이자리를 떠나는 러빌의 사절단을 바라보던 니앗에젤프의 나지막한 중얼거림은 드워프들이 자아내는 소음 속에 파묻혀 누구의 귀에 들어가는 일 없이 사그라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요율요율 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입맛에 맛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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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Never touch Eldmia Egga,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into a fantasy world. Since I somehow got born again, I resolved myself to live diligently once more. But, putting that aside, my entire village burning up and disappearing when I’m 8-year old f*cking crossed the line. f*cking shit-f*cking crossed the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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