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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Chapter 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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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2

엘드미아는 몰랐으나 꺾인 장미 용병단은 내륙에서 다방면으로 상당한 유명세를 지니고 있는 집단이다·

이종족 혼혈들이 구성원의 대다수라는 점에서 온갖 모멸과 멸시를 받으며 풍문에서 시작된 악명을 지닌 것도 있고 혼혈에서 비롯된 뛰어난 능력들을 통해 실력자 집단으로 명성이 자자한 것도 있으나 무엇보다 유명한 것은 특유의 저돌성이었다·

“똑똑해질 시간이다 못난 새끼들아!!”

살아남으면 전장에서 경험을 얻었으니 똑똑해지는 거고 죽으면 이 좆같은 세상 빨리 떠났으니 똑똑한 거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구호· 그 근간엔 원치 않던 혈통에서 빚어진 삶의 애환과 서러움이 자리 잡고 있다·

태어난 것만으로 기피 받고 죄인 취급 당하던 이들이 꿈꾸는 것은 능력을 인정 받는 것이었고 그 바람을 하나로 모아 완성된 것이 지금의 용병단이었으니 이를 위해서는 목숨도 불사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단 단원들 뿐만 아니라 단장인 리지부터가 그러했다·

“길 막는 것들은 다 적이다! 덤비면 봐주지 마! 용사한테 닿을 때까지 밀어!”

순수한 근력만으로도 오러 유저와 맞붙는 게 가능한 몬스터의 저주받은 반쪽짜리 피는 타 종족과 섞였음에도 불구하고 약화되는 일 없이 제 능력을 발휘했다· 방패를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튕겨 나가고 정확한 기술과 힘의 배분 아래 휘둘러지는 도끼는 가차 없이 적을 도륙 낸다·

그렇게 선봉대가 되어 호기롭게 적진에 구멍을 내고 나면 나머지 단원들이 따라붙어 전열을 밀어 버린다· 그렇게 몇 차례 반복했을 뿐인데 용병단은 어느새 적진 한가운데에 들어오다시피 했다·

“단장! 퇴로 확보가 안 돼!”

“그딴 거 필요 없다! 붙어! 용사랑 못 붙으면 그냥 이 자리에서 뒈진다고 생각해!”

용사에게 용병단의 도움이 필요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기엔 혼자 적진을 뚫어 버리는 돌파력이 정신 나간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코앞의 레비엥이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티스엘이 국가 간의 분쟁을 두려워해서 마신의 용사가 죽을 위기를 손 놓고 구경만 한다는 미친 선택을 내릴 리는 없다· 당장 리지가 이티스엘의 입장이었다고 하더라도 연합군과 손을 잡느니 마신교도들과 손을 잡았을 테니까·

오히려 이 정도는 혼자 처리 가능하다고 보고 있거나 이러는 편이 쌍방에게 이득이라 여기고 있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병단을 움직인 것은 용사와 피멜의 거래만 믿고 방치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게 백 번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돈 드는 건 비슷하면 누구라도 시원찮은 똥개는 내다 버리고 실력좋은 번견을 쓰고 싶은 법· 이 전장은 잘만 할 경우 용사뿐만 아니라 이티스엘에게도 자신들의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용사 발견!”

“뚫자마자 용사의 후방과 측면을 엄호한다! 달려!”

그리고 리지는 그런 기회를 놓치는 법이 없었다·

피멜이 그녀에게 단장직을 넘겨준 이유이기도 했다·

뒤에서의 소란은 빠른 속도로 나와의 거리를 좁힌다· 아무래도 꺾인 장미는 내 예상을 훨씬 웃도는 실력자 집단이었나보다·

그와 동시에 저 멀리 레비엥에서 익숙한 깃발들이 흔들리며 비룡들이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상황이 무르익을 만큼 무르익었으니 슬슬 중재에 나설 생각인 모양이다·

루드라의 병력에겐 희소식이었다· 방금 전까지는 기약 없이 버티거나 내가 죽기만을 기도해야 했으나 이젠 비룡 기사들이 제공권을 장악하고 내게 멈추라고 통보할 때까지만 버티면 되니까·

당연히 나에겐 희소식이 아니고 귀찮은 타임 어택에 불과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문제가 되진 않았다·

“크헉···”

이미 목표인 루드라의 개는 내 발아래 깔려 있으니까·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루드라의 병사들은 무기를 쥔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구경만 할 뿐이다· 지휘관의 명줄을 내가 쥐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다기보다는 자신들을 사지로 내몬 녀석이 곧 죽을 거 같으니 굳이 덤비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나라도 그랬을 거다· 귓구멍이 열려 있는 놈들이라면 이 녀석이 하는 소리는 다 들었을 테니까·

“오만한 놈 같으니· 기어이 세상을 적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더냐···?”

그렇게 이제는 누가 봐도 목숨이 경각에 달한 상태이거늘 정작 당사자는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 하는 것인지 삶을 포기한 것인지 아득바득 발버둥 치며 헛소리를 지껄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망상을 하는 네가 더 오만한데? 루드라도 아니고 세상? 혹시 방금 쓰러지면서 어디 돌에 찧였나?”

겨우 한 나라 귀족이 복수에 눈이 멀어 멋대로 공격 명령 내렸다가 죽는 걸로 세상이 척을 진다니 얘도 범상찮은 망상병 환자였던 건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놈의 흉부를 밟고 있는 발에 힘을 주자 반사적으로 내 발을 치워 보려고 발버둥 치던 놈이 대뜸 웃음을 터트렸다·

“큭큭큭 미친놈· 용사로 불리며 칭송 받으니 온 세상이 네 것 같겠지· 사냥개조차 쓸모를 다 하면 처분하는데 왜 넌 그러지 않을 거라 믿는 거지?”

이 새끼가 뭐라는 거지·

순간 이해를 못 해서 미간을 찡그렸더니 놈은 자신의 헛소리가 내게 통했다고 믿는 것처럼 더욱 크게 웃었다·

“당장은 네놈이 아무리 오만해도 그 힘 때문에 다들 넘어가겠지· 하지만 용사의 힘이 필요 없어지는 그때도 과연 그럴까? 결국 너는 한낱···”

“뭔 소릴 하나 했더니·”

지 혼자 착각하고 소설 쓰고 있는 거였네·

절로 흘러나오는 한숨을 감추지 않으며 손을 뻗어 카쿨라의 도끼를 회수하자 놈의 웃음이 뚝 하고 끊긴다·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데·”

가슴팍을 밟고 있는 발에 힘을 주며 놈의 목을 조준하고 도끼를 들어 올린다· 그러자 방금까지만 해도 삶을 포기한 것처럼 악을 쓰던 놈의 얼굴에 공포가 일렁인다· 어쩌면 삶을 포기한 게 아니라 자신의 말이 내 행동을 저지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식부터 애비까지 웃기기 그지없는 집안이었다· 나는 부디 이놈들이 루드라 귀족 평균 인성이 아니길 바라며 나직이 말했다·

“난 용사가 되기 전부터 원래 이랬어·”

그와 동시에 ‘한낱 기물에 불과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루드라의 개는 제대로 된 유언조차 남기지 못한 채 목이 떨어졌다·

하여간 이놈의 귀족들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는 건 왜 이리 좋아하는 것인지 원·

괜히 기분이 나빠져서 놈의 머리통이나 한 번 걷어찰까 싶었지만 그래도 이미 죽어서 착해진 놈의 시체에 그러는 건 예의가 아닌지라 고개를 들어 아직도 주저하고 있는 루드라의 병사들을 바라보며 마지막 통보를 하기로 했다·

“지휘관은 죽었다· 살고 싶으면···”

-쿠웅!

그 순간 뒤에서 묵직한 쇳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와르르 쓰러지는 소음이 들려왔다·

몸을 완전히 돌려 확인할 것도 없이 고개만 살짝 돌려 뒤를 바라보자 루드라의 병사들이 펼쳤던 포위망을 뚫고 달려온 꺾인 장미 용병단이 파도처럼 쏟아져 나오는 중이었다·

“용사 발견! 호위해라!”

“후방과 측면을 지켜! 나서서 싸우지 마라! 자리를 사수해!”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전장에서 착착착 기계처럼 깔끔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단원들의 모습에는 가슴이 웅장해지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판돈 받으러 왔습니다·”

그 한가운데에서 덤덤하게 한 마디 던지며 모습을 드러낸 리지 단장은 말할 것도 없다· 그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웃음벨 일행이 자연스럽게 내 뒤에 서며 무기를 고쳐쥐니 적들이 보기엔 오금이 저리기 딱 좋은 연출이다·

“···무기를 버리고 무릎 꿇어라· 그러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하겠다·”

마침 우리 머리 위까지 날아온 레비엥의 비룡 기사들이 뿔피리를 불며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하자 우리 주변에 있던 병사들은 주저 없이 무기를 바닥에 내던졌다·

병장기 떨어지는 소리는 이내 지휘관의 사망을 알리는 목소리로 번지고 그 목소리는 더 나아가 무기를 버리지 않으면 계속 싸워야 한다는 형태로 바뀌며 아군들을 설득한다· 덕분에 루드라의 병력들이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무릎을 꿇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미리 언질이라도 주셨으면 최선을 다해 도와드렸을 텐데 말이죠·”

그 광경을 보며 드디어 일이 끝났다는 실감을 느끼고 있을 때 내 곁으로 조용히 다가온 리지가 자연스럽게 존칭으로 말을 걸어왔다· 분명 한참을 밀고 왔을 텐데도 호흡 한 번 흐트러지지 않는 그녀는 과연 하프 오크다운 체력의 소유자였다·

“뭐 여러 이유가 있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도와줄 실력인지 알 수 없어서?”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유라고 할 것까진 아닙니다· 그냥 혼자서 처리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었을 뿐이죠·”

군대와 군대의 싸움으로 번지면 이 머저리들은 끝까지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헛짓거리를 이어나갔을 것이다·

고작 한 명에게 개털릴 수 있다는 놈들이 품고 있던 상식을 근본부터 초토화 시키는 경험을 겪어야 그나마 정신을 차리지· 어차피 죄다 쫓아낼 생각이지만 그 정도 깨달음은 줘야 마왕군과 싸울 때 뒤에서 개짓거리를 덜 하지 않겠어?

꺾인 장미가 참전하는 건 계획에 없었지만 그래도 용병단이 연합군의 빈자리를 채울 만한 실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걸 증명했으니 나쁘진 않았다·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마신의 용사로 활동하고 있는 엘드미아 에가 입니다·”

시키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이쁜 짓을 해준 그녀에게 악수를 권하자 어째서인지 아무 반응 없이 한동안 바라보기만 하던 리지가 어깨를 들썩이며 내 손을 맞잡았다·

“꺾인 장미의 2대 단장 리지입니다· 용사님은 생각보다 훨씬 유쾌한 분이군요·”

설마 이 난장판을 만들었다고 저런 말을 하는 건가?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리지는 호탕하게 웃을 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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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Never touch Eldmia Egga,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into a fantasy world. Since I somehow got born again, I resolved myself to live diligently once more. But, putting that aside, my entire village burning up and disappearing when I’m 8-year old f*cking crossed the line. f*cking shit-f*cking crossed the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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