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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Chapter 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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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7

차라리 설명을 듣고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쳤다면 머릿속으로 생각이라도 정리했을 텐데·

하지만 현실은 사념 님의 말씀만으로도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해버린 내가 있을 뿐이었고 난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감정 속에서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엘프·”

어떻게 내뱉은 것인지도 알 수 없는 한 마디였지만 사념 님은 고개를 끄덕이시며 말을 덧붙이셨다·

“용족·”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선문답이라고 여길 단어들이었지만 나에겐 뒤통수를 후려 맞은 듯한 충격을 안겨주는 대답이다·

수천 년 전을 경험한 엘프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도 어느 순간부터 용족들이 차례차례 모습을 감춘 것도 전부 다 그 균형의 굴레를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그대는 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뇨·”

전지전능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지까지는 어떻게든 가능성이 있을지 몰라도 전능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설령 신들이라 할지라도 완벽할 수는 없다· 이미 에파가 님과 대화하면서 확인한 결과를 입에 담자 사념 님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신들부터 완벽하지 않으니 신들 역시 자신들의 피조물에게 완벽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건강하게 그저 홀로 설 수 있도록 운명을 개척하길 원할 뿐· 그 마음이 과해 태초의 생명체인 용족은 너무나도 강대한 힘과 긴 삶을 부여받았고 엘프들은 감당하기 힘든 삶을 부여받았지·”

그렇게 하나의 종족들이 새로운 삶을 얻을 때마다 신들 역시 깨달음을 얻었고···

그 결과 ‘균형’이 만들어졌다·

덮어둔 책 위로 쏟아지는 햇살을 어루어만지듯 손바닥으로 한차례 표지를 쓸어내린 사념 님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만든 당사자들도 대체 균형이 어떻게 작용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네· 안다는 건 곧 구조를 이해한다는 뜻이고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면 간섭할 수 있다는 뜻이니 설령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기억을 지워야할 판이지· 그저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했으니 누구도 알려 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렇다면 악신 따까리나 다를 바 없는 놈들에게 힘을 줘선 안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본능을 따라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이성에게 억눌려 아래로 내려갔다·

이해하고 만 것이다· 균형의 판단 기준은 선과 악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필멸자들의 자율성을 바라는 신들께서는 절대적인 잣대나 규칙을 균형에 심어놓지 아니하셨다·

“균형이 있었기에 결코 넘볼 수 없는 힘을 지닌 강대한 용조차 결국 필멸자들에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너무나도 많은 혜택을 받았기에 오만함에 취해 있었다고는 해도 그들의 현명함은 거짓이 아니었기에 용족은 금방 균형을 이해하고 몸을 숨겼다· 위협을 없애려는 순간 더 큰 위협으로 돌아올 것이 분명하니 현상 유지를 택한 거지·”

그렇게 일부 감시자에 가까운 용들만 남겨둔 채 시대를 풍미했던 용족은 자신들만의 은신처로 자취를 감추었다·

이를 알지 못한 악신들은 끝없이 자신들의 권능을 남용했고 결국 현신한 선신들과 필멸자들의 협공 속에 스러져갔다·

엘프들도 이 사실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전승 정도는 남아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뤼밍스 같은 엘프들이 세상에 나오지 않는 상황을 설명하기 힘들었으니까·

“처음엔 같은 사람이되 그대의 역량을 아득히 뛰어넘는 강자들과의 싸움만 있었을 것이다· 허나 수많은 이변과 엮이면서 그대가 베어 넘긴 적들은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존재들이 되어갔겠지· 악신의 잔재에서 파생된 피조물들 용 데미 리치 고대의 흡혈종처럼·”

사념 님의 말을 듣고 나니 전장에 가까울수록 기이할 정도의 성장세를 보이는 병사들에 대한 의문도 같이 해결되었다· 이 모든 게 결국 균형의 결과라고 생각하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수순인 것이다·

“그대가 처단한 악종들은 그대에게 힘을 주었다· 나 역시 나에게 대적하려는 악종들에게 같은 힘을 줄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때가 오면 죽음을 맞이하려 하시는 거다·

어떠한 저항도 없이·

“그렇게 심각한 얼굴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어디까지나 극단적인 경우잖나? 적들이 나를 노리지 않을지도 모르고 설령 노린다고 해도 목적을 달성하지 못 할지도 모르지· 이는 어디까지나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미리 언질을 준 것뿐이라네·”

자신의 죽음까지 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념 님은 너무나도 태연하게 웃으며 다시 손뼉을 쳐서 성역을 해제하실 뿐이었다·

이후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눈빛으로 물어볼 게 있냐고 질문하는 사념 님께 정중히 인사 드리고 걸음을 떼는 동안에도 내 머리는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마왕의 갑작스러운 마스터 운용에 대해 의문을 가질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꼴이었으니 당연했다·

사념 님의 말씀대로 지금까지는 어중간한 대응이 오히려 나를 강하게 만든다는 걸 몰라서 헛짓거리를 했지만 만약 어떤 계기를 통해 알게 됐다면? 그래서 느닷없이 마스터 급을 꺼내 단기 결전으로 날 죽이려고 한 거라면?

심지어 놈이 행동에 나선 시기마저 내가 사념 님을 발견한 뒤다· 이 모든 게 정말 단순히 우연의 일부라고 할 만한 상황인가?

“아 용사님· 말씀은 다 나누셨습니까?”

깊어져 가는 혼란과 불신을 걷어내고자 고개를 내저으며 장서관 입구에 다다르자 마침 저들끼리 계획을 구상하고 이야기를 마친 하프 웃음벨 일당들이 나를 보며 반응했다·

“어· 계획은 세웠고?”

“장서관이 본관에 있기도 하고 이 주변을 지키는 게 저희만 있는 게 아니니 큰 어려움은 없을 거 같습니다· 혹여 내성에 문제가 발생해도 저분을 모시고 회의실 근처로 이동하면 될 테니까요·”

“좋네· 이번 일 끝나면 너희들도 슬슬 이름 지어 보자·”

“···막 웃음벨 2호 3호 이렇게 되는 건 아니죠?”

“일단 넌 2호다· 네가 여기 총괄해·”

감투를 씌워줬음에도 불구하고 똥 씹은 표정을 짓는 놈을 향해 다른 녀석들이 낄낄거린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억지로 웃어 보려고 했지만 영 쉽지 않다·

다른 때라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표정 관리였겠지만 지금은 하필 옆에 셰릴이 있다는 게 문제였다·

“뭐가 걱정되나?”

내가 얘에 대해 아는 만큼 얘도 나를 아니까· 가벼운 농담끝에 일하러 떠나는 호위들을 뒤로하며 나직이 물어보는 셰릴의 시선은 떠보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빨리 말해’에 가깝다·

“사념 님을 지켜야 하는데 그게 잘 될지 모르겠다·”

처음엔 대충 둘러댈까 했지만 굳이 얘한테까지 그럴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실직고하기로 했다·

당연히 과거 활약했던 신의 편린을 ‘감히’ 지켜야 한다는 상황 자체를 처음부터 납득하지 못했던 셰릴의 단무지 눈썹이 묘하게 뒤틀렸기에 아주 약간의 부연설명도 곁들여야 했다· 그래 봤자 사념 님의 사정 때문에 적들과 절대 싸울 수 없다는 것밖에 말할 수 없었지만 다행히 셰릴은 그 이상 깊게 파고들려고 하지 않았다·

“용사도 결국 몸은 한 개인 법이다·”

대신 매우 한심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뭔가 굉장한 걸 알려 준다는 듯 생색을 내기 시작했다·

무려 진심을 담아서·

“당연한 말을 뭘 새삼스럽다는 듯 말하는 거니?”

덕분에 어이가 출타해버린 내 입에서 척추반사로 반박이 튀어나오고 말았지만 내 말대꾸는 오히려 셰릴의 시선을 더더욱 싸늘하게 만들어버렸다·

“당연한 문제를 두고 새삼스럽게 고민하는 네가 있으니 하는 말이잖나· 여기 아군이 몇 명인데 혼자 다 지키려고 해?”

“아니 하지만 마스터 급이···”

“여기도 마스터 급은 있다· 지천에 널린 게 병사고 하늘엔 비룡 기사들이 날아다니지· 몇놈이 쥐새끼처럼 숨어들어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마스터 급이라는 놈 역시 너처럼 몸뚱이는 하나일 텐데 대체 뭐가 걱정이냐?”

단순하게 봐라· 단순하게· 거만하게 팔짱까지 끼며 나를 가르치는 셰릴은 무척이나 괘씸했지만···

“네가 다른 사람들을 잘 안 믿는 건 안다· 네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는 것도 알지· 하지만 과거 대륙을 악신들로부터 지켜내고자 헌신한 신의 편린인 존재는 비단 너만의 문제가 아니다· 존재가 알려질 것을 우려해서 공표하지는 못했을지언정 모두가 심혈을 기울여 지켜내야 하는 분이지·”

···얘가 뭘 잘못 먹었는지 입 밖으로 내뱉는 말에 딱히 틀린 구석이 없어서 뭐라 반박할 수 없었다·

“정 못미더우면 나도 남겠다· 내가 마스터 급을 상대로 이길 리는 없겠지만 딱 한 번 정도는 기회를 노릴 수 있을 테니·”

“그럴 바에야 그냥 내가···”

따악! 셰릴의 발이 내 정강이로 날아와 부딪치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녀의 기습 공격이 용의 비늘로 만들어진 그리브를 뚫는 일따윈 일어나지 않았고 셰릴은 찔끔 눈물을 흘려야 했다·

“정신 차려· 네가 언제부터 문제가 다가올 때까지 손가락이나 빨며 기다렸다고 여기 있겠다는 거냐· 그럴 시간에 차라리 도시 한 바퀴를 더 돌아서 숨어 있는 마왕군 대가리를 따라· 그건 너밖에 못 하는 일이잖나·”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회담이 끝날 때까지 혹시나 모를 테러를 대비해서 아실리에에게도 라이카와 함께 순찰을 부탁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비트랩이나 거동이 수상한 놈들을 잡아내기 위함일 뿐 아실리에가 마력을 추적할 방법은 없다·

“···맞네·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조바심이 나서 그 당연한 걸 잊고 있었다·”

기다리는 건 취향이 아니다· 정말 레비엥에 놈들이 있다면 미리 선수를 쳐서 박살을 내야 내 스타일이지·

그거야말로 내가 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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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Never touch Eldmia Egga,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into a fantasy world. Since I somehow got born again, I resolved myself to live diligently once more. But, putting that aside, my entire village burning up and disappearing when I’m 8-year old f*cking crossed the line. f*cking shit-f*cking crossed the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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