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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Chapter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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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6

북부 전사들이 산왕의 궁전을 포위했다·

산왕이 궁전 안에 머물고 있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무기를 든 깡패들이 집 앞까지 쳐들어왔음에도 산왕은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이쯤 되면 오기마저 생긴다·

설마 산왕이 환생한 현대인이라서 사과하기 VS 자살하기 중에 개같이 후자를 고른 건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마! 산왕 자존심이 있지! 인간한테 미안하다고 말하느니 차라리 죽고 만다!

··· 이 지랄 떠는 건 아니겠지·

“이안·”

“어떻게 됐습니까?”

얼마 전·

산왕의 궁전 포위 후 주술사들은 자신들이 먼저 산왕을 만나겠다고 주장했다·

대족장들은 흔쾌히 허락했다·

원래 산왕과의 외교는 주술사들이 맡고 있던 부분이다·

무엇보다 산왕은 짐승이다·

대족장이 앞에서 뭐라뭐라 떠들어봤자 서로 말이 안 통할 게 뻔했다·

그래서 먼저 선발대 주술사들이 산왕의 궁전으로 들어갔다·

이안은 외국인인 관계로 후발대가 되었다·

그래서 출입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 믿기지가 않는군· 산왕이 주술사들을 공격했네·”

“??? 왜 믿기지 않는데요?”

이안은 파이라의 의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치고받고 싸웠으니 산왕이 주술사를 살해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나?

“그야 모든 게 끝났으니까! 저항해봤자 무슨 이득이 있겠나?”

하지만 파이라의 의문은 합당했다·

산왕과 북부인들이 무슨 불구대천의 원수도 아니고·

최후의 한 사람까지 지옥으로 데려갈 정도의 사이는 절대 아닌 것이다·

무기를 들고 쳐들어오긴 했지만 북부인들도 산왕을 존중한다·

그래서 완만한 대화가 오갈 것이라 추측했는데···

놀랍게도 산왕은 대화를 청하러 온 주술사를 살해했다·

이게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산왕이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결사항전에 들어갔거나·

아니면 그냥 산왕이 미쳤거나·

파이라는 노골적으로 후자를 의심했다·

“산왕은 미쳐버린 게 분명해·”

파이라의 눈동자 사이로 미묘한 노기가 흘렀다·

전장에서도 ‘매너’라는 게 존재한다·

아무리 서로 죽고 죽이는 사이라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얼핏 들으면 웃긴 소리다· 서로 목숨 걸고 싸움을 하는데 ‘매너’라니?

하지만 전쟁에서 죽는 건 병사들뿐이다·

귀족도 백성도 군수상인도·

그밖에 이권이 얽힌 수많은 자들도·

그들은 전쟁터에서 죽지 않는다·

계속 살아가야 하는 그들은 전쟁이 끝난 이후의 생활을 생각해야 한다·

전쟁의 규칙이 존재하는 이유다·

산왕이 ‘규칙’을 어겼으니 화가 난 북부인들은 영산의 짐승들을 학살할 것이다·

산왕이 자초한 일이었다·

[이안· 산왕에게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불사조 위니가 짹짹댔다·

“그건 네가 바라는 거니? 아니면 네 영혼이 바라는 거니?”

[둘 다요· 저 역시 바라는 거예요· 이안·]

“··· 그래· 가서 이야기 해보자·”

[고마워요· 아빠·]

이안은 산왕의 궁전으로 들어가기 위해 동굴 입구로 향했다·

가까이로 갈수록 알아들을 수 없는 북부의 욕설이 들려왔다·

대충 산왕 개새끼 소새끼 하는 내용이었다·

“대족장님· 다음에는 제가 산왕을 만나고 싶은데요·”

“음?”

주위를 둘러보니 부상을 입은 전사들이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널부러져 있었다·

팔 다리가 없는 건 애교로 보일 정도로 흉측한 부상이다·

내장을 꺼내 놓으며 장기자랑을 하고 있는 전사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이안은 눈을 찌푸리며 애써 고개를 돌렸다·

“마법사라고 했던가· 지금 산왕을 만나는 건 현명하지 못한 짓이다·”

“뭐· 그래 보이네요·”

이안이 긍정하자 대족장은 얼굴을 찌푸렸다·

“지금 들어가면 얼음 궁전에서 흐룬달을 만날지도 모른다· 아· 너는 하늘신을 믿으니 ‘하늘나라’로 떠나는 건가?”

대족장이 점잖게 돌려 말했다·

대놓고 말하자면 ‘잘못하면 님 뒤져요·’라는 경고였다·

“그럼 산왕은 어떻게 할 겁니까?”

“뛰어난 전사들을 뽑아 목을 치게 할 거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후의 최후까지 대화를 거부했으니· 남은 건 처형뿐이다·

하지만 그 전에 이안은 산왕과 대화를 시도해보고자 했다·

위니가 바란다는 점도 있고·

산왕과 같은 ‘현명한 괴수’와 대화해볼 기회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안은 마법사다·

신비와의 다양한 경험은 반드시 성장에 도움이 된다·

“제가 굳이 산왕을 만나야겠다고 한다면요?”

“흥· 말리진 않겠다·”

대족장이 이안을 비웃듯 말했다·

“보아하니 넌 주술사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네 실력에 그리도 자신이 있나? 마법사?”

번역 : 깝치지 말고 조용히 있자· 외국인 친구·

이안은 그렇게 이해했지만 생각을 바꾸지는 않았다·

이안에게는 재주가 많다·

상황에 맞는 마법을 다룰 줄도 알고 아르카나 카드로 흐룬달의 축복을 받을 수도 있다·

정 뭐하면 공간이동 스크롤을 찢어서 도망치면 되고·

“제 한 몸 건사할 줄은 압니다·”

“좋다· 우린 전투를 준비를 해야 하니 그 동안 마음대로 하거라·”

대족장의 허락도 받았겠다·

이안은 거침없이 산왕의 궁전으로 향··· 하려다 동료들에게 붙잡혔다·

“혼자서 저길 들어갈 생각이었다고?”

벨렌카는 간만에 나쁜 말을 했다·

“너 미쳤나? 이안?”

“아니 욕할 것 까진···”

“벨렌카 경 말이 맞아· 우리도 같이 갈게·”

이안은 ‘어차피 대화만 하러 갈 거고 수틀리면 마법으로 튈 거니까 너흰 필요 없어!’라고 냉혹하게 말하지는 않았다·

사실 그렇게 말해도 되는데 그러면 제국으로 돌아가자마자 파티가 공중분해 될 가능성이 99% 이상이다·

사회성이 필요한 순간·

파티원들이 굳이 따라가고 싶다면야···

이안은 두 사람의 동행을 허락했다·

그때 타카리온이 끼어들었다·

“이안! 나도 함께 하지!”

“너도요?”

이안이 미심쩍은 표정을 짓자 타카리온이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그럼! 저들은 되고 난 안 된다는 거냐!”

“역시 타카리온· 존나 잘 아네요·”

“하하· 내가 좀 똑똑··· 아니 그게 아니라!”

벨렌카는 기사고· 키라는 반쪽짜리지만 화염술사다·

그런데 타카리온 저 새끼는 뭐지?

RPG 게임의 국룰 상 파티에 성직자 자리가 하나쯤은 있는 게 맞다·

근데 그건 RPG 게임 얘기고·

힐도 못해 신성 마법도 못 써·

할 줄 아는 거라고는 개쩌는 복음서를 써내는 능력밖에 없는 성직자를 데리고 다녀서 뭐에 쓴단 말인가?

“타카리온· 신성술 쓸 줄 알아요?”

“신성술? 아니? 난 클레릭이 아닌데?”

“그럼 산왕이 당신을 때려죽이려고 덤벼들면 당신은 뭘 할 수 있는데요·”

이안의 질문에 타카리온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기도!”

“···”

성직자가 말하니까 존나 그럴싸하게 들린다는 점이 개열받는 포인트였다···

타카리온이 열과 성을 다해서 기도하면 하늘신이 감동해서 도와줄지도?

“이안· 눈사태가 났을 때· 넌 나를 돕기 위해 마법을 썼지·”

“···”

“네 용기와 인품은 나랑 비교할 수 없이 훌륭하다· 난 진심으로 너랑 함께 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니 널 죽게 두지 않을 거야· 뭣하면 몸을 바쳐서라도 널 돕겠다·”

이안은 떨떠름한 눈으로 타카리온을 쳐다봤다·

그 후덕한 몸을 바치겠다고 말해봤자 별로 기쁘지 않은데···

그러나 이안만 그렇게 생각했지 나머지 동료들은 깊은 감명을 받은 표정이었다·

벨렌카도 키라도· 지극히 중세인스러운 관점으로 대화를 지켜본 것이다·

“훗· 완전 폐품인 줄 알았는데· 쓸 만한 구석도 있는 사내로군·”

“의리가 있네요· 타카리온은·”

결국 이안은 타카리온의 합류를 인정했다·

딱히 쓸모가 있어 보이진 않지만··· 살집이 두툼하니 이안보다 먼저 잡아먹히는 쓸모가 있을지도?(산왕은 초식동물이다)

“이안! 나도 같이 가지!”

마지막으로 주술사 파이라까지 따라붙었다·

“그럼 가봅시다·”

이안은 파티원들과 함께 산왕의 궁전에 입장했다·

#

얼어붙은 동굴은 황홀하리만큼 아름다웠다·

천장에 뻗어난 고드름은 샹들리에를 연상시켰고 갈라진 틈은 눈송이 모양의 프렉탈 도형을 떠올리게 했다·

“좋은 곳에 사는군·”

벨렌카는 한 마디로 동굴의 분위기를 평가했다·

이안은 동굴에 사는 어느 거대 도마뱀이 생각났다·

이안 덕분에 인테리어가 빠방하게 들어간 자기 집을 소유한 행운의 드레이크 롱테일이다·

대출을 받은 것도 아니니 부동산 하락 때문에 고통 받을 일도 없는 부러운 자식···

아무튼·

집을 보아하니 산왕도 지금껏 잘 먹고 잘 살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는 야곤을 학살하고 인간들과 적대한 걸까?

[또··· 또 인간들이 들어왔군···!]

그때 이안은 낮게 웅성이는 듯한 동물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이안은 곧바로 확신했다·

산왕의 목소리다·

쿵! 쿵!

어둠 속에서 거대한 몸뚱이가 튀어나왔다·

아마도 주술사들을 몰살시킨 일격·

산왕 베히모스의 공격에는 어떠한 기교도 섞여 있지 않았다·

그저 거대한 몸뚱이로 밀어붙일 뿐!

그러나 괴수의 질량 공격은 그 어떤 인간도 흉내 내지 못하기에 위협적이다·

저기 깔린다면 사이좋게 인간 쥐포가 되어버릴 것이다!

“벨렌카! 왼쪽으로!”

이안은 그렇게 소리침과 동시에 키라를 끌어안고 오른쪽으로 몸을 던졌다· 중간에 파이라를 밀쳐낸 건 덤이었다·

“키라! 괜찮아?”

“··· 으응· 멀쩡해·”

키라가 수줍게 대답했다·

벨렌카와 타카리온도 무사히 몸을 피한 것을 확인했다·

벨렌카는 즉시 전투를 준비했다·

“잠깐!”

이안은 크게 소리치며 동료들을 진정시켰다·

‘뭔가 이상하다·’

베히모스는 회심의 몸통박치기를 빗맞혀서 벽과 충돌한 상황·

이안은 천천히 베히모스의 몸을 관찰했다·

어두운 동굴 안이지만 이안의 뛰어난 암영술은 어둠 속도 대낮처럼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저건··· 상처?’

그리고 이안은 똑똑히 보았다·

베히모스의 거대한 몸뚱이 위로·

정확히는 네발짐승의 등 쪽으로 길고 흉측한 상처가 여러 갈래 새겨져 있었다·

심지어 보통 상처가 아니다·

검게 썩고 벌레가 들끓는 끔찍한 상처다·

[여긴 나의 집이다! 썩 꺼져라! 인간들아!]

고오오오오!

베히모스가 길게 포효했다·

천장의 고드름이 부서져 떨어지고 얼음벽에 금이 쩍쩍 갈라지는 우렁찬 포효!

“이안! 산왕은 대화할 상태가 아니니 어서 도망···”

파이라는 그렇게 소리를 지르다 멈칫했다·

주술사의 아르카나 마법은 저런 이성을 잃은 존재와 대화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방식이 간접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국의 [마법]은 다르다·

대마법사 마로니우스가 창조해낸 고유의 마법·

“[산왕이여!]”

이안이 마로니우스 어로 소리치자·

[··· 너는· 지금 나를 부른 것인가?]

베히모스가 더듬더듬 이안의 의지에 반응하여 말을 걸어왔다·

파이라는 아르카나와 전혀 다른 방식의 마법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진심으로 경악했다·

이안의 마법이 기묘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설마 산왕에게도 통하는 수준이라니!

“[그렇습니다· 제가 당신을 불렀습니다·]”

베히모스 역시 놀란 건 마찬가지·

상대의 의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도 놀라운데 심지어 상대는 자신의 의지를 알아듣고 대답한다!

이토록 선명한 대화는 동족끼리도 불가능했다·

[놀랍구나· 정말 놀라워·]

베히모스는 아까 전까지 미쳐 날뛰었다는 사실도 잊은 채 홀린 듯 이안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베히모스가 만티코어마냥 사악한 개새끼라면 당장 줄행랑을 쳐야 했지만·

대화를 나눠보니 알 수 있었다·

주술사들에게 듣던 대로 온화하고 현명한 영물이 분명했다·

이안은 편두통이 살살 느껴지는 감각을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저는 바다 건너에서 온 마법사입니다·]”

가장 먼저 이안은 자신이 북부인과 달리 산왕에게 아무 감정이 없다는 점을 어필했다·

이유는 단순했는데 산왕의 심리 상태가 극도로 불안정해보였기 때문이다·

“[등에 난 상처를 보았는데· 괜찮으십니까?]”

[···]

산왕은 이안의 질문에 침묵했다·

이안의 불길한 예감이 적중했다·

산왕은 자신의 상처에 대해 말하기를 극도로 꺼려했다·

[나는··· 나는···]

산왕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괜찮을 거다··· 분명 괜찮을 거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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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중세 판타지의 마법사가 되었다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bsurd adventure story of Ian, a wizard in a medieval fantasy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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