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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Chapter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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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7

산왕은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괜찮을 거다’라는 말만을 중얼거렸다·

이안은 목소리 너머로 숨겨진 불안감을 눈치 챘다·

산왕은 자신이 건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자기최면을 걸 듯 괜찮을 거란 말을 반복하는 것이었다·

‘··· 저건?’

그때 이안은 산왕의 몸 주위를 빙빙 돌고 있는 음습한 기운을 느꼈다·

처음에는 산왕의 몸에서 흘러내린 생명력의 기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저것은 유령과 닮아있었다·

‘이런 개 같은-’

이안은 경악했다·

산왕의 몸 주위를 뱅뱅 도는 유령들은 녹슨 사슬에 꿰인 채 억지로 산왕의 주위를 돌고 있었다·

그 모습은 섬뜩하고 기괴했다·

이안은 어렵지 않게 유령들의 정체를 알아냈다·

산왕에게 억지로 연결당한 유령들은 바로-

“[야곤을··· 드셨습니까?]”

산왕은 침묵했다·

이안이 정답을 맞춘 것이다·

산왕은 초식동물인 주제에 동물인 야곤을 억지로 뜯어 먹었다!

바로 야곤의 생명력을 몸 안에 가두기 위해서!

이안은 그제야 모든 게 이해됐다·

산왕은 모종의 이유로 깊은 상처를 입고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억지로 고기를 뜯었다·

이는 북부인들이 건강식품(?)을 만드는 원리와 똑같았다·

동기상구의 원리다·

생명력이 넘치는 짐승인 야곤을 뜯어 먹음으로써 그 생명력을 손에 넣고자 했던 것이다·

베히모스는 신비를 품은 생물이니 인간들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생명력을 흡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리석은 짓을 하셨네요·]

위니가 짹짹댔다·

[산왕· 당신의 상처는 하급 생물의 생명력을 끌어온다고 치유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닙니다·]

이안은 알 수 있었다·

위니의 말은 팩트다· 보통의 상처라면 야곤 몇 마리를 뜯어 먹었을 때쯤 치유가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베히모스의 몰골을 보라·

계곡 가득히 시체가 쌓일 만큼 야곤을 먹어 치워놓고도 악취와 벌레를 질질 흘리는 상처를 등에 달고 있지 않은가?

동기상구의 원리가 쓸모없다는 사실은 옛날 옛적에 깨달았을 것이다·

원래 팩트는 사람을 열 받게 만드는 힘이 있다·

위니는 팩트를 말했고 베히모스는 팩트에 긁혔다·

[닥-쳐라! 죽지 않는 자여!]

콰르르르!

성난 베히모스의 울부짖음에 동굴이 쩌렁쩌렁 울렸다·

벨렌카가 다급히 검을 다시 뽑았다·

하지만 이안이 그녀를 진정시켰다·

[네가! 네가 뭘 안단 말이냐! 너같이 육신을 버리고 살아가는 존재가! 육체에 대해 뭘 안다고 멋대로 지껄이냔 말이다!]

“[산왕! 진정하십쇼!]”

이안은 다급히 위니를 내밀었다·

“[아직 어린 것이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여기 보이시죠?]”

[··· 육체를 버리지 않은 불사조라니· 뭐냐 저건?]

베히모스는 당연히 위니가 육체 없는 존재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불사조는 아직 육체를 버리지 않았다·

이안이 빠르게 속삭였다·

“사과해· 위니·”

[제 말이 지나쳤습니다· 산왕· 하지만···]

이안은 위니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이 세상에 ‘하지만’이 붙는 사과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누가 그걸 사과라고 우긴다면 당신을 가스라이팅 하려는 것이다·

[··· 죄송합니다·]

위니가 사과하자 산왕은 분노를 거두었다·

이안은 산왕이 또 흥분하기 전에 얼른 질문을 던졌다·

“[그 상처는 어쩌다 입으셨습니까?]”

[···]

산왕은 분노를 참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곧이어 깊은 한숨처럼 힘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검고 날개 달린 짐승이··· 내 영역을 침범했다·]

“[검고 날개 달린 짐승?]”

산왕이 떨리는 눈으로 말했다·

[드라카·]

그리고 앞발을 덜덜 떨었다·

마치 발음을 하는 것조차 두렵다는 듯·

[너희 인간들이 ‘드래곤’이라 부르는 존재 말이다···]

이안은 목구멍으로 욕설이 솟구치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개 씹···’

드래곤? 지금 저 베히모스가 드래곤이라고 말했나?

이안은 에레디스의 수업에서 배운 지식을 떠올렸다·

드래곤·

절대 상종해서는 안 되는 악(惡)·

일본 판타지 세계에 마왕이 있고 무협지에 천마가 존재하듯·

서양 판타지 세계에는 드래곤이 존재한다·

마왕과 천마와 동급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드래곤은 헐벗은 여자··· 가 아니라 세계관 최종 보스급 되는 끔찍한 존재다·

드래곤은 잔인하고 포악하다·

취미는 생물 죽이기와 보물 모으기·

성격이 나쁘기로는 만티코어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이며 전투력은 만티코어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다·

에레디스에게 절대! 절대! 절대로!!! 상대하지 말라고 귀에 딱지가 앉게 들었던 이름이 드래곤인데···

설마 북부 야만인의 영산에서 그 이름을 듣게 될 줄이야·

[그것은 자신을 ‘프레디우스’라고 말했다· 혹시 알고 있는가?]

“[아뇨· 처음 들어봅니다·]”

[··· 그런가·]

산왕은 차분히 설명했다·

어느 날 흑룡 프레디우스라는 존재가 자신의 영토를 침범했다·

산왕은 당연히 침입자와 맞서 싸웠다·

그리고··· 처참하게 졌다·

흑룡은 산왕이 지키고 있던 보물 [번개 구름]을 빼앗아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이안· 그 보물에는 산의 정기가 담겨 있어요· 산왕의 힘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럼···”

위니가 작게 속삭였다·

[네· 그 보물을 빼앗겼으니 산왕은 곧 죽을 거예요·]

“···”

이번에도 알 수 있었다·

위니의 말은 팩트다·

산왕의 상처가 완전히 치유되지 않는 이유는 산의 정기가 담긴 보물을 빼앗겼기 때문·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산왕은 보통 생물이라면 진작 죽었을 상처를 입었다·

보물이 있었다면 상처가 치유됐겠지만 그게 없으니 죽는 거다·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산왕의 상처를 치유할 방법이 없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무슨 소리냐!]

하지만 위니의 말을 들은 산왕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는···! 죽지 않는다! 나는 이 땅의 주인이며 천 년의 세월을 견뎌온 자다! 내가! 고작 이깟 상처 때문에 죽을 것 같으냐!!!]

쿵! 쿵!

산왕이 어디론가로 절뚝이며 걸어갔다·

이안은 말없이 산왕의 뒤를 따라갔다·

얼음 동굴 깊은 곳·

엉성하게 만든 우리에 수많은 야곤들이 갇혀 있었다·

“이런·”

코를 찌르는 악취가 느껴졌지만 파이라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살아남은 야곤들의 숫자가 상당히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산왕의 행동에 파이라는 얼굴을 찌푸렸다·

산왕은 짐승 우리에서 야곤 한 마리를 끄집어내더니 그대로 씹어 먹었다·

콰드득! 콰드득!

야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즉사했다·

산왕은 질겅질겅 야곤의 고기를 씹었다·

그리고 씹다 만 고기를 역겨운 구덩이에 토해냈다·

“이게··· 대체···”

야곤들은 겁에 질려 바닥에 오줌을 지렸다·

산왕은 말없이 새로운 야곤을 끄집어내어 입속에 쑤셔 넣었다·

콰드득!

파이라는 산왕을 보며 낮게 탄식했다·

벨렌카는 혐오를 감추지 않았고 키라는 동정어린 눈빛을 보냈다·

[나는··· 죽지 않는다··· 상처를 치유하고··· 보물을 되찾아··· 놈에게 복수할 것이야···]

콰드득! 콰드득!

산왕은 씹다 만 고깃조각을 구덩이에 토했다·

이안은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산왕님· 그만하십쇼·]”

[···]

“[그걸 더는 드셔서는 안 됩니다·]”

그러자 산왕이 노기 어린 눈빛으로 이안을 노려보았다·

[네놈이··· 뭘 안다고 그딴 말을 지껄이는 것이냐?]

산왕이 살기를 내뿜자 벨렌카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안· 여기까지만 하고 밖으로 나가자· 전사들과 함께 저 녀석을 처리하는 거다·”

“그래· 보아하니 정상이 아니로군· 우리들이 알아서 할 테니 자네는 몸을 피하게나·”

두 사람 말이 맞았다·

어차피 바깥에는 성난 북부 전사들이 대기하고 있다·

희생은 있겠지만 산왕을 못 죽일 일도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안은 두 사람의 제안을 거절했다·

산왕의 이상행동을 이안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산왕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신의 죽음을 앞에 두고 초연할 수 있는 존재는 그리 많지 않다·

하루살이조차 조금이라도 더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데·

하물며 천 년을 살아온 산왕의 생에 대한 집착은 이안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거대할 것이다·

“[산왕님· 정말로 당신의 상처가 나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뭐라···?]

산왕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안은 또렷한 눈빛으로 산왕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지상의 인간들은 당신이 현명하고 지혜로운 존재라 칭송합니다· 저는 당신의 지혜를 믿습니다· 그러니 대답해보시죠·]”

[···]

“[정말로 상처가 나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순간 산왕은 구덩이로 달려가 뱃속의 내용물을 토해냈다·

소화되지 않은 고깃덩어리가 시큼한 냄새를 풍기며 쏟아졌다·

[흐 흐으으윽···!]

산왕이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북부인들이 말한 대로 산왕은 지혜로운 존재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의 상처는 영영 낫지 않을 것이라고·

아니·

드래곤을 만났을 때 이미 목숨을 잃었어야 했다고···

[나는···!]

산왕이 울부짖듯 말했다·

[죽음이··· 두렵다···!]

인정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하지만 한 번 감정을 인정하니 산왕은 자기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었다·

[나는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아! 계속 살고 싶다! 흑룡! 그 녀석이 내 보물만 빼앗아가지 않았더라면! 아아···!]

산왕의 구슬픈 울부짖음이 동굴에 메아리쳤다·

“[산왕님·]”

누군가가 보기에는 꼴사나운 모습이다·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추하게 발버둥치는 모습이 말이다·

하지만 저것이 생물의 본성이다·

죽음의 공포는 극복하기 어렵다· 때문에 죽음 앞에 초연한 자가 칭송받는 것이다·

이안은 산왕의 두려움을 충분히 이해했다·

때문에 고민했다·

죽음을 앞둔 자에게 건네줄 수 있는 응원은 과연 무엇인가?

갈 때가 됐으니 그냥 좀 가라?

뒷일은 신세대에게 맡기고 빠져라?

전부 오답이다·

생물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죽음이 영원한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자에게는·

죽음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바로 사후세계다·

“타카리온·”

그리고 이 자리에는 사후세계 전문가가 있다·

바로 성직자 타카리온이다·

“어··· 응? 나?”

“이리 와보세요·”

타카리온은 이안이 시키는 대로 산왕의 곁으로 다가왔다·

“[산왕님·]”

이안은 차분한 목소리로 산왕을 진정시켰다·

“[혹시 믿는 신이 있습니까?]”

흐룬달을 믿는다면 파이라로 바꿔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산왕은 고개를 저었다·

[신이라니· 그자들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

“[반대 아닙니까· 당신이 신에게 관심이 없는 건 아니고요?]”

이안의 지적에 산왕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 맞는 말이구나· 그래· 난 신에게 관심이 없었다· 신을 믿지 않아도 사는데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

이안은 웃으며 말했다·

“[인간들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귀족들도 죽기 직전에 기부를 하면서 신을 믿는 척하죠· 하지만 비난받을 짓은 아닙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거니까요·]”

[···]

“[혹시 신을 믿어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인간의 신을··· 말이냐?]

“[인간의 신이 아닙니다· 이 세상의 신이죠·]”

이안은 타카리온에게 말했다·

“타카리온· 산왕에게 성사를 부탁드립니다·”

“???”

그 말을 들은 타카리온은 즉시 황당해졌다·

아니 말도 안 통하는 산짐승에게··· 성사를 해달라고?

“난 못 해!”

“산왕이 짐승이라서요? 하지만 말도 잘 통하고 충분히 인간성도 있는···”

“그게 아니라! 난 수도사라고!”

“네· 수도사죠·”

타카리온은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수도사가 어떻게 성사를 봐?”

“못 봐요?”

“아씨 너 수녀가 고해성사 들어주는 거 봤어?!”

네· 존나 많이 봤는데요· 창작물에서·

이안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타카리온의 말뜻은 금방 이해했다·

수도사는 사제가 아니다·

천신교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지 천신교 관계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너무너무 좋아하니 반쯤 관계자 취급을 해주는 것 뿐·

원칙적으로 수도사는 성사를 볼 수 없다·

하지만···

모든 인간의 규칙은 신 앞에 무용지물이 된다·

“그럼 제가 물어볼게요·”

“??? 뭘 물어봐?”

“신한테· 타카리온이 성사를 봐도 되는지요·”

“???”

무슨 미친 소리를···?

타카리온은 뜨악한 표정으로 이안을 쳐다봤지만·

이안은 벌써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커피의 수호성인 성 이안의 진심어린 기도였다···!

“하늘의 주인이시여· 제 목소리가 들리실까요?”

[후훗· 네· 듣고 있답니다·]

“타카리온이 갈 곳 잃은 영혼을 천국으로 이끌어주고자 하는데··· 그래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이안·]

이안이 기도를 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타카리온의 몸 주위로 황금빛 빛무리가 반짝이는 것이다···!

“오오!”

파이라는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타카리온을 쳐다봤다·

혹시 저게 하늘쟁이들의 주술인가?!

동시에 타카리온은 기절할 것만 같은 극도의 긴장과 흥분을 느꼈다·

이거 설마···

기적?!

기적인 건가!

“하 하늘이 응답하셨다!”

타카리온은 간만에 성직자같은 소리를 내뱉었다·

“이안! 내 내가 해볼게!”

“부탁드립니다·”

타카리온은 눈을 감은 채 산왕의 머리 위로 손을 올리고 성서를 외우기 시작했다·

[지금 뭘 하는 거지?]

산왕이 이안에게 질문했다·

이안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산왕님의 영혼이 하늘나라에 닿기를 기도하는 중입니다·]”

[···]

산왕이 커다란 눈을 깜빡였다·

따뜻한 눈물이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렇군··· 나는··· 죽는 거로군···]

“[천국으로 올라가는 거죠·]”

어떤 이는 종교가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도구라고 말한다·

정말로 사후세계가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은 신비의 영역이니까·

하지만 두려움에 빠진 불쌍한 이의 영혼을 구해줄 수 있다면·

분명 종교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낸 것이리라·

이안은 산왕을 위해 한참을 기도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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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Became a Medieval Fantasy Wizard

중세 판타지의 마법사가 되었다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bsurd adventure story of Ian, a wizard in a medieval fantasy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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