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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apter 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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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드드득-!!

쾅-!!

폭발하듯 내기가 만발한다·
수십 년의 세월이 담겨있을 기운· 그 기운이 만들어낸 검강이 연신 막을 후려치고 있었다·

쾅-! 쾅쾅-! 콰드드득–!!

참격이 터져 나온다·

막을 어떻게든 찢어버리겠다는 듯 무수한 섬광이 일지만

스으으-!

강기가 아무리 몰아친들, 막은 여전한 모습이었다·

“빌어먹을-!”

연신 검을 휘두르던 무인이 욕설을 터트린다·
벌써 내기의 반절을 넘게 사용했건만 오리무중인 상황이었다·

하물며 자신만 그러면 모를까· 그는 옆을 쳐다보며 격하게 호흡을 골라야 했다·

‘···칠철삼권조차 저걸 부수지 못하다니···!!’

화산의 매화선·

무당의 검선·

무림맹의 검제까지·

명가와 명문의 이들뿐 아니라, 중원의 십대고수라 불리는 이가 셋이나 있거늘·
그들 모두가 힘을 합쳐도 저 막을 베어내기엔 무리였다·

“대체 바깥에선 뭘 하고있는 거요!”

“···어, 어서 뭐라도 해주시오·”

뒤편에선 상단주들이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무인들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들도 이 상황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지 알고는 있는 모양·

정말 이게 어찌된 일일까·

“···흐으음·”

자홍빛 검강을 흩뿌리던 매화선이 미간을 찌푸리며 수염을 쓸어내렸다·

그리곤 옆에 있던 검제를 보며 말한다·

“아무래도 단순한 막은 아닌 듯 보이오만·”

“···”

끄덕·

검제 또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전력을 다한 참격이 여러 번· 모인 이들의 경지가 낮은 것도 아니었고·

이 정도 수치라면 삼존이라 한들 막지 못할 화력이었다·
한데, 그걸 모두 맞고도 저 막은 흔들림이 없으며, 되레 지닌 빛이 더 강화되는 듯 보였다·

이렇게 된 이상 바보가 아니라면 알 수 있으리라·

“진법, 혹은 결계의 영역이오·”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는 의미로군· 하면, 우봉· 무언가 보이시오?”

매화선은 화력을 터트리던 내내 합세하기보단 막을 살피던 노인· 개방 방주 우봉취개를 향해 말을 묻지만·

“보고는 있다만···· 보고만 있다·”

“전혀 못 알아냈다는 게로군· 영 쓸모가 없구려·”

“···”

매화선의 긁는 말에 우봉취개가 끙···! 하는 소리로 침음을 뱉었다·

맞는 말이긴 하다만, 그에게도 억울한 부분이 있었다·

“이 도인놈이···· 내가 진법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안다고 꼽을 주는 게냐·”

“힘을 안 쓰고 쳐다만 보고 있기에, 뭐라도 아나 싶었거늘· 그것도 아니었잖소·”

“난 이쪽 관련 인물이 아니란 말···· 아, 그래! 풍룡대주· 그 노친네는 뭐 하고 있는 게요·”

정확히 이쪽 담당·

맹 전역의 진법을 감당하고 있을 풍룡대주 비마파 여선·
그녀가 있다면 도움이 될 일인지라 검선에게 급히 물음을 청했다·

그러자 검선이 일그러진 얼굴로 대답을 내놓는다·

“상황이 벌어졌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할 거요·”

대답을 하면서도 검선은 주변을 둘러봤다·

-으아아아아-!

-나가야 해···! 나가야 한다고! 비켜!!

막 너머로 엉망이 된 상황이 보인다·
혼란에 휩싸여 갈피를 잃은 이들이 난장판을 만들고 있었다·

역대급 축제라 불리던 무투제가 무너진 모습·
이를 보던 검선이 주먹을 말아쥐었다·

뿌드드득·

꽉 쥔 주먹에서 거친 소리가 울린다·
그만큼 검선의 감정은 요동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

심상찮은 일이 벌어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습격인가? 어디서 어떻게?’

어떤 미련한 이가 하남· 
그것도 맹이 있는 곳을 습격한 걸까·

지금은 모든 전력이 포진되어 있을 상황·
습격한다면 적어도 지금은 하지 않아야 하지 않았는가·

심지어·

‘어떻게 나타난 거지?’

무슨 방법을 썼기에 이리 갑작스레 일을 치를 수 있던 것일까·

‘분명 풍룡대주가 진법을 계속 확인하고 있었을 텐데·’

전력이 가득하다고는 하나, 그래도 위험은 도사리는 법·

이에 지속적으로 순찰을 하는 건 물론, 습격을 방지하기 위한 진법도 곳곳에 깔려 있을 상황이었다·

경계를 뚫고 왔어도 진법에 걸려 알아차렸어야 할 일이란 말이다·

설마·

‘풍룡대주가 배신한 건가?’

일리 있는 의심이다·
맹 일대의 진법을 총괄하는 건 풍룡대주였고·

그녀가 만일 배신했다면 이 현상도 가능한 일이리라·

특히, 근래 풍룡대주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보고도 있었으니, 이는 혹시 모를 일이었다·

‘···설마· 그래서 나타나지 않는 것인가·’

상황이 이렇게 되어서도 나타나지 않는 이유·
그 이유가 혹 풍룡대주의 배신이 이유라면 합당한 상황이였다·

‘끄득·’

검선의 눈에 감정이 차오른다·

터지고 꼬인 상황· 왜 지금에서 일이 벌어진 걸까·
하필이면 자신이 맹주일 때에·

격한 감정이 용솟음친다·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다·
자신의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그리 생각하며 검선이 기를 쓰고 방법을 떠올리려는데·

“모양새가 꼭 독 안에 든 쥐와 같구나·”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안에 있던 이들이 모두 고개를 들었다·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동시에 쳐다본 것이다·

“참으로 어울리는 꼴이야·”

스으으·

가득 찬 먹구름과 하늘을 바탕으로 점점 선을 잇기 시작한 주홍빛 선·

그 아래·
검은 도포를 입은 노인이 서서히 내려오는 게 보인다·

노인치고는 균형 잡힌 육신을 지녔고· 한 손엔 묵직한 둔기를 움켜잡고 있었다·
허공에 떠오른 노인은 막 너머에 모인 이들을 보고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그래, 우물 안에 갇힌 기분은 어떠한가· 참으로 궁금하구나·”

“···”

그 말에 모두가 깨닫는다·

지금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이 바로 저 노인이라는 걸 말이다·

“···다, 당신은 누구요!”

“감히 우리가 누군 줄 알고 이러는 게요! 당장 내보내 주시–!”

같이 모여있던 상단주들이 범인을 보며 목소리를 키우던 찰나· 매화잎이 뻗어 나와 그들의 입을 막아냈다·

매화선이 벌인 일이다·

상대를 자극해선 위험하다· 그리 판단해 행한 일이었고·
입을 막은 직후 매화선이 노인을 보며 잔잔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본인은 화산파 16대 장문인인 도화라 합니다·”

“매화선· 잘 알고 있지· 대단한 이를 보게 되어 영광이로군·”

“안면이 있는 분은 아닌 것 같은데···· 귀하의 성함을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끌끌끌····”

매화선의 말에 노인이 웃음을 흘렸다·

“소개라···소개 좋지···· 그래, 본인들을 누가 이렇게 만들었지는 알아야지 아무렴!”

마르디 마른 목소리를 흘리더니·
후웅-!

그가 둔기를 들어 올린다·

“이름은 잊은 지 오래이나· 적어도 제 본질은 잊은 적이 없으니· 이리 소개하겠다·”

원망과 분노에 가득 찬 눈빛· 
노인은 그런 눈을 한 채 막 너머를 보며 말했다·

“나는 너희가 누명을 씌워 내팽개친 제갈가의 후인이다·”

노인의 소개에 막 안에 있던 이들이 격하게 반응했다·

“···뭐!?”

“제, 제갈···?”

“제갈이라면···· 설마·”

제갈세가·

과거 정파에 속한 것은 물론· 오대세가라 불리며 정파의 기둥 중 한 곳이었으나·
무림맹 몰래 사악한 힘을 탐하던 것이 들통나 몰락하게 된 세가였다·

저 노인이 그 제갈세가의 생존자라는 말인가?

“어떠한가· 누명을 씌워 지워냈다고 생각한 이들이 살아나 자신들의 목에 검을 들이민 느낌은?”

“누명? 누명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제갈세가는 분명····”

사악한 힘· 정확히는 과거 혈겁을 일으킨 혈마의 힘을 탐하고 추종했다고 알려져 있건만·
그게 누명이라는 소리인가? 영문 모를 말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그래, 이미 오래 지난 일이고· 정파인에겐 더 없이 숨기고픈 일이니···· 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지워버렸겠지·”

노인은 그런 반응이 되레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하나, 지옥에 떨어진 우리는 기억한다·”

구구구궁—!!!

진동은 점점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비록 우리를 버린 너희는 잊었을지언정,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는 말이다· 어찌 잊으랴· 그리도 고통스러운 기억이었거늘! 도대체 어찌 잊으란 말인가–!!”

포효하듯 터트린 소리에 내기가 감겨 터졌다·

후아아악–!!

-꺄아아악-!

-으아아아아–!!!

이는 아직 맹에서 탈출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피해가 끼칠 지경이다·

노인의 분노는 그만큼 강했고·
그걸 마주한 무당검선은 이내 한 걸음을 내디디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하여,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이오?”

검선의 말에 노인이 그를 쳐다봤다·

“검선, 이 썩은 무림맹의 맹주로구나· 가장 무능하고 쓸모 없는 맹주 말이야·”

비난에 가까운 말에 검선의 미간이 찌그러진다· 다만, 지금은 이를 따지고 들 때가 아니었다·

“제갈가의 일은 모르오· 하나· 귀하의 말마따나 누명이었고 이에 분노해 복수를 하려는 건 알겠으나· 지금의 일이 정녕 합당한 복수가 맞소?”

과거의 맹이 무슨 일을 저질렀든·
지금의 이들에게 복수를 하는 게 맞냐는 검선의 말이었다·

어떻게 보면 정론일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용서라도 하라는 건가? 그럴 일이었다면 이리 나서지도 않았을 일이다·”

노인에겐 통하지 않을 말이었다· 

“···여긴 무림맹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당시의 일과 엮이지 않은 민간인도 있는 곳이오· 복수를 할 거라면 차라리···!”

“알고 있다· 그래, 본래 개혁에는 희생이 필요한 법이지·”

“···그 말은 설마, 관여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피해를 주겠다는 뜻이오?”

“하하·”

검선이 분노하며 뱉는 말에 노인이 비웃음을 터트렸다·

“참으로 우습구나 맹주·”

“뭐가 우습다는 말이오·”

“마치 그게 문제인 양 떠들어대는 꼴이 우습구나· 언제부터 그대가· 아니, 너희가 그런 걸 신경 썼다는 게지?”

“···그게 무슨-!”

“보아라·”

검선의 말을 끊고선 노인이 넓게 손짓한다·
저 멀리 아비규환이 된 이들을 지나쳐· 막 주변에 몰려든 이들에 향한다·

“상황이 이리 되었거늘, 협의와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비켜어어어—!! 비키란 말이야!!

-끄아아아!!!

-도망쳐—!!

노인의 파장이 문제였을까· 안 그래도 혼란스럽던 주변에 절규가 가득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맹주님을 구하라-!

-막을 부숴-! 단주님을 구출해야 한다-!!

-습격-! 습격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부대주님-! 일단 전투에 지원을···! 

-지금 맹주님이 저곳에 있단 말이다-!! 다른 놈들을 보내고 우선 이 막부터 처리해! 제기랄! 풍룡대는 뭐 하고 있는 거냐고!

엉망진창이 된 무인들을 가리키며 노인은 계속해서 웃었다· 민간인을 지킨다는 정파의 무인들의 꼴이 저것이 과연 맞는 모습인가·

무엇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이상한 점은, 저 아래 있는 무인들은 노인이 있다는 걸 모르는 듯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이 너희가 말하던 규율과 정의인가· 썩어가던 뿌리를 감추며 지켜낸 것이 저것이냐는 말이다·”

“이것은 자리만 지켜내려 발버둥치던 너희가 일궈낸 세상이다·”

“하니, 이를 단순히 너희를 향한 복수라 칭하지 말라·”

노인이 검선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이건 우리가 너희에게 내리는 징벌(懲罰)이다·”

구구구구궁—!!!

먹구름 사이 커지는 진동·
그 틈에서 노인은 막을 향해 형을 내리듯 내뱉었다·

안에 있는 이들은 모두 당황과 분노에 찬 표정들이다·

‘그래·’

그걸 보며 노인은 희열을 느꼈다·

‘저거다·’

저 표정이다·

자신이 한평생 짓고 있던 표정들·
그리고, 반드시 네놈들에게 짓게 만들고 싶었던 표정이었다·

‘어떠하더냐·’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절망만을 느끼는 기분은 어떠한가·
우리가 느껴왔던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기분은 어떠하냔 말이다·

짜릿하다·
정말로 기분이 좋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재앙이 벌어지기까지 불과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저 막은 약점을 알지 않는 이상 절대 힘으로 부술 수 없다· 
힘으로 부수려거든 정말 어마어마한 기운이 필요할 터·

아무리 강자들이 모여있다고 한들· 그마저도 부족할 힘이었다·

‘그러니 얌전히 독 안에 갇혀 지옥을 구경하고 있거라·’

그리고 자신이 펼쳐낸 태풍에 휩쓸려 사라져라·
그리 생각하며 노인이 희열을 느끼고 있던 찰나·

우웅·

“···!”

노인이 급히 몸을 틀어냈다·

그 순간·

투우웅–!!!

어마어마한 강기가 노인이 있던 곳을 스치고 지나갔다·

쿠아아아아—!!! 허공에서 터지는 폭발·
갑작스러운 습격이었다·

누구지?

노인이 당황한 눈으로 상대를 확인하는데·

“그대가 이번 습격의 주동자요?”

둔탁한 목소리를 지닌 거한이 눈에 들어왔다·

황색 도포를 입은 중년인이었다·

“나는 황보세가의 가주· 황보열위라 하오·”

“···”

뭐지?
노인은 당황했다·

자신에게 공격한 것도 모자라 또렷하게 자신을 쳐다보기까지 하고 있다·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분명, 주술은 제대로 발동되고 있거늘· 어떻게···?’

어찌 저놈이 자신을 볼 수 있는 게지?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그런 의문을 지닐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나 맹호구권 황보열위가 정파의 이름으로 악(惡)을 처단하겠소·”

황보열위는 말을 끝으로 도약해 노인에게 달려들었고·
그 모습에 노인이 급히 둔기를 휘둘렀다·

우우우웅—!!!!

강기와 강기가 맞닿으며 파동이 터졌다·

쿠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악!! 이게 뭐야–!!

-사, 살려줘어어어–!!!

충격에 모두 비명을 내지르던 사이·
공격을 흘리던 노인이 문득 눈을 좁힌다·

착각일까?

황보 가주라 소개한 인물의 눈이· 
어쩐지 자색으로 빛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쿠웅-!! 쿵쿵-!!!

연신 충격이 터져 천장이 흔들린다·
아무래도 계획이 시작된 모양이었다·

쿠아아아–!!

얼마나 충격이 강한가 다소 멀리 있을 이 위치에도 소리가 들릴 지경·

가능하면 최대한 격하게 하라고 명을 내려놓은 게 문제였을까· 
조금 과하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만····

‘저 정도면 괜찮지·’

오히려 좋은 상황이었기에 구태여 신경 쓰지 않고 걸음을 옮겨갔다·

뚜벅·

어둡고 탁한 공간을 지나간다·
인기척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공간이었다·

원래도 기척이 적었을 공간이지만, 사고가 시작된 탓인지 유달리 더 적어진 느낌이다·

그게 아니라면·

‘있던 이들이 사라졌거나·’

원래는 사람이 있었지만·
지금은 타의에 의해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나아갈 즈음·

“···”
한 문 앞에 당도하게 됐다·

이 문이 아니더라도 문은 여러 개가 더 존재했지만·
내 목적은 이곳이었으니 더 갈 필요가 없었다·

망설임 없이 문을 잡아 뜯었다·

까드드득·

철문이 부서지듯 뜯겨나가고·

쿵-!

부서진 문 너머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걸 보며 눈이 살짝 찌푸려진다·

뚝·

뚝···!

기분 나쁜 소리는 물론, 코끝으로 비릿한 향이 스쳐갔다·

혈향· 지독한 피 냄새다·

찰박·

걸음을 나아가니 축축한 바닥이 날 반겼다·
물이 아니다· 바닥은 전부 핏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여기저기 뜯기고 망가진 시체들이 가득했다·

얼굴이 둔기에 맞았는지 함몰되어 있거나· 상 하체가 잡아 뜯겼는지 반으로 찢어진 시신들도 보인다·

그렇게 도륙된 이들의 수가 열이 넘었다·

잔혹한 모습에 혀를 살짝 찼다·

“알차게도 날뛰었네·”

질린다는 듯 내뱉으니, 앞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저 앞, 인간으로 만들어 낸 웅덩이 중심· 

그곳에 누군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짙은 녹색 머리칼· 
죄인을 나타내는 죄수복을 입고 팔과 다리가 쇠사슬로 묶여있었으나· 사내를 막기엔 너무나 부족해 보인다·

툭·

발끝에 무언가 걸렸다·

시선을 내려 확인하니 사람의 목이다· 
그것도 손으로 잡아 뜯은 모양새였다·

그러고 보니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인데? 익숙한 생김새에 잠시 쳐다보고 있을 무렵·

“일룡대주의 목입니다·”

앞에서 알려주듯 소리가 들려온다·

“맞네· 그놈이었어·”

어디서 봤나 했더니만, 그랬구나·

이제야 궁금증이 풀린다· 
흥미가 사라지니 곧장 목을 지나쳐 사내에게 걸어갔다·

그 이상의 관심은 느껴지지 않았다·

“몸은 좀 어때·”

“문제없습니다·”

말을 증명하듯 사내가 몸을 일으키는데·

구구구·

서서히 일어나는데 키가 끝도 없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참 거대한 육체다·

피부 곳곳엔 흉터가 그득하다· 대부분은 세월의 흔적이 보이나 몇 개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근래에 고문으로 생긴 흉터인 듯싶었다·

“팔다리 보니까 인대가 끊어진 것 같은데· 괜찮은 거 맞아?”

“재생했습니다·”

“그럼 됐어·”

알고 있지만 물어봤다·

하기야, 재생 안 됐으면 주변을 이 꼴로 만들진 못했겠지·

납득하며 품에서 옷을 꺼내 놈에게 던지고 사내·
당덕이 옷을 받아 들고선 곧장 펼쳤다·

펄럭-!

검은 무복·
필두마가 입던 옷과 같은 모양이었다·

그걸 본 당덕이 입이 찢어지라 웃음을 짓는다·
이게 무얼 뜻하는지 알아차린 듯싶다·

입으라고도 안 했는데 바로 몸에 걸치는 걸 보니, 무척 신이난 것 같았다·

저 새끼 웃는 걸 몇 년 만에 보는 것 같네· 어휴 징그러워라·

“나가면 노란 옷을 입은 놈이 네 무기를 준비해 놨으니 알아서 찾아가고·”

“예·”

“그리고···· 아니다· 더 말해봐야 듣지도 않는 상태 같으니까·”

당덕의 눈은 이미 맛이 가있었다·
뭘 더 말해봐야 부질없는 일이며· 어차피 남은 말은 하나뿐이었다·

고생했다는 말도 필요 없다·
놈이 바라는 말은 그런 게 아니라····

“가서 날뛰어·”

쿵-!!
이 말이었을 것이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당덕이 날 지나쳐 벽을 부수고 지나간다·

···콰드득· 우르릉–!!

멀찍이서 다 부수고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한숨을 살짝 쉬어야 했다·

‘···진짜 괜찮은 건가?’

이전에도 하지 말란 짓을 몇 가지 명해 놓긴 했는데·
상태를 보니 지킬지 의문이긴 했다·

마음 같아선 따라가서 조절하고 싶다만····

‘이쪽도 할 일이 많아서 말이야·’

찰박·

당덕은 우선 무시한 채 걸음을 더 걸어갔다·

본디 당덕이 있던 자리· 그 뒤로 공간이 하나 놓여 있었다·

“찾았다·”

그곳에 내가 찾던 것·

아니, 정확히는 찾던 이가 있다·

나는 한 인물을 발견하고 몸을 숙이고 상대와 눈을 맞췄다·

“···흐···끄으으····”

양팔이 축 늘어져 있는 게 부러진 듯 보였고· 다리의 인대도 끊어진 듯 상태가 영 안 좋아 보이는 노파·

바로 풍룡대주 비마파 여선이었다·

“반가워· 어디 있나 했더니 여기 계셨네? 한참 찾았잖아·”

“···흐···흐으으····”

공포에 눌린 듯 덜덜덜 몸을 떤다·
그런 노파의 모습을 가면 안으로 지켜보며 그녀에게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당신에게 부탁할 일이 한 개 있는데·”

당연하게도·

“좀 들어줄래?”

거절이란 선택지는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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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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