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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apter 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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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93

산서구가는 화공의 세가다·

이는 지난날 중원에 구가가 등장한 시기부터 지금까지 그랬고·

구가의 가주와 직계 혈통은 모두 화공을 사용했다·

내기를 이용해 불꽃을 피워내는 삼매진화·

얼핏 보면 이와 구가의 무공은 닮았지만 근본은 다르다·

대대로 불꽃을 사용하는 화공을 필두로 중원에 존재하던 세가·

그것이 산서구가였다·

다만·

‘모든 구 씨가 화공을 쓰는 건 아니지·’

화공이 근본이라는 세가지만 모든 혈족이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단전에 구염화륜공을 둘 수 있는 건 오로지 직계 가주 태생의 씨족만이 가능했고·

그게 아닌 방계의 이들은 구염화륜공 말고 다른 심공을 익히고는 했다·

그렇게 익히는 심공은 여러 계열로 나뉘고는 했으나·

열(熱)을 다룬다는 공통점은 존재한다·

육체에 열기를 담아 신체 능력을 올린다거나·

그걸 이용해 검술을 사용하는 등·

화공은 쓰지 못해도 다른 심공을 응용하기도 했고·

이를 극도로 수련해 본가의 직계 심공 만큼의 힘을 내는 이들도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전대 일장로인 구창준이 그러했고·

더불어 지금 화가 잔뜩 난 노인·

“후우웁!”

현 일장로·

염아권 구륜·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쿠아아아아아—!!!

노인의 일격에 지면이 뒤집힌다·

일격의 강도를 알려주듯 소리와 파급력이 어마어마했다·

하물며·

쾅-! 쾅쾅-! 콰앙-!!

파괴력은 물론이고 속도 또한 빨랐다·

‘우와·’

주먹을 피하며 속으로 감탄을 내비쳤다·

‘노인네 아직 정정하시네·’

일장로가 화경에 닿았음은 안다·

어찌 모를까·

아마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화경이었을 양반이다·

하물며 본디 구가의 장로란 직계 혈족들만이 이을 수 있는 위치·

유일하게 구선문의 문주만이 직계가 아니라도 장로직에 오를 수 있거늘·

저 노인네는 그런 법칙을 깨고 장로직에 오른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이는 즉·

구가에서 그만큼의 영향력을 지녔다는 뜻이며·

그런 영향력을 만들 만큼 강하다는 의미기도 했다·

치이이익-!!

일장로의 육신에서 수증기가 발산되는 게 보인다·

빠르게 배출되는 증기와 동시에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고

동시에 주변에 있는 내기의 무게감이 달라졌다·

텁텁한 감각에 눈을 찌푸렸다·

후욱-!!

그 순간 주먹이 코앞에 나타났다·

고개를 틀어 공세를 피해냈다·

이후 허리를 비튼다·

육신이 빠르게 회전하고 그 힘을 이용해 발에 힘을 줬다·

빠악-!

다리가 일장로의 복부에 직격한다·

충격을 받은 일장로가 살짝 밀려나지만·

그 순간·

우드득-!

“허?”

일장로가 대뜸 옆에 있던 나무를 움켜잡더니 그대로 뽑아 들었다·

‘미친·’

무슨 밭에 파 뽑듯이 저리 쉽게 나무를 뽑는 거지?

심지어·

후우우욱-!

일장로는 잡은 나무를 내게 힘껏 휘둘러왔다·

고목은 거대했으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날아드는 속도가 너무나 빨랐다·

보기에 강기가 있을 게 뻔하다·

피하기는 애매하고· 이렇게 되면·

‘부수는 게 낫겠어·’

판단을 내린 즉시 손에 기운을 담아 휘둘렀다·

주먹으로 고목을 부숴버릴 생각이었다·

콰득-!!

‘뭐?’

예상대로 주먹질에 고목은 부서졌다· 문제는·

‘강기가 안 둘려있어?’

고목에는 아무런 강기도 둘려있지 않았다· 그제야 알아차렸다·

‘이런·’

일장로의 노림수였다는 것을 말이다·

너무나 쉽게 부서지는 고목은 오히려 자세를 휘청이게 만들었다·

나무의 파편이 허공에 휘날린다· 

그 틈으로·

치이이익-!

익숙한 수증기 소리와 함께 거체가 날아들었다·

잔뜩 근육을 팽창시킨 일장로다·

그가 커다란 주먹을 내 쪽으로 휘둘렀다·

이미 자세는 무너진 상황· 피할 수는 없다·

어쩔 수 없어 팔을 들어 방어를 하는데·

콰직-! 쿠웅!!

“···!”

예상보다 더 큰 충격에 몸이 뒤로 밀려났다·

끄그극-! 

지면을 견디며 반동을 제어했다·

간신히 몸을 멈췄을 때·

“···하·”

손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거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어처구니가 없어 물으니 앞에 있던 노인이 고개를 까딱인다·

“뭐가 말이냐·”

뭐가 말이긴·

“적당히 하실 줄 알았더니· 진심으로 패시네요?”

팔이 얼얼하다 못해 저릿저릿하다·

이건 진심으로 때리지 않고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호신강기가 박살이 났잖아·’

방어 태세를 위해 기껏 주변에 덮어 놨더니 일장로의 주먹질 한 번에 깨져나갔다·

이거야 원····

“예절 교육이라더니· 두 번 받으면 죽겠는데요·”

“흥·”

퉁-! 퉁-!

일장로가 짧게 발을 털어내는 데도 진동이 느껴진다·

분명 실컷 맞고 있던 건 난데· 저 노인네는 어째 영 마음에 안 드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뭐가 문제일까·

이상한 낌새에 가만히 일장로를 보고 있으니·

“양천아 너야말로 노부를 우습게 만드는구나·”

일장로가 미간을 찌푸린 채 내게 말했다·

“제가 뭘요?”

“늙은 노부가 이리 열심히 해주고 있거늘· 어찌 제대로 하지 않는 게냐·”

“···”

이런·

일장로의 말을 듣고 머쓱하게 웃었다·

‘···역시 안 속나?’

가능한 공격 하지 않고 넘어가려 하고 있었는데·

그걸 일장로는 진즉 파악한 모양이다·

그것 때문에 저리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이건 나로선 진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잘못 쳤다간 일장로가 어떻게 될 줄 알고·’

아직 화력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반격하겠다고 공격했다간 나조차 어찌 될지 예상이 안 됐다·

그 탓에 반격은 못 하고 대충 공격만 흘리고 있던 것인데·

“쯧쯧쯧·”

그게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일장로가 연신 혀를 찬다·

“철 든 것 같지는 않은데· 못 본 사이 마른오징어같이 됐구나·”

“마른···뭐요?”

“뭐가 그리 걱정되어 머뭇거리기 바쁘냐는 말이다·”

“···”

“설마 정녕 이 노부가 손주 놈 솜방망이 하나 견디지 못할까 봐?”

대답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쓸데없는 걱정이다·”

치이이익—!!!

일장로 몸에서 느껴지는 수증기가 더욱 짙어지고·

“노부는 염아권 구륜이다·”

뿜어져 나온 열기가 주변을 뒤덮었다·

“네가 왕이 되었다느니 영웅으로 치켜세워지고 있다느니· 말이 많은지라 눈을 헛으로 뜨고 있는 모양인데·”

쿵–!!! 

이내 일장로의 육체에서 수증기를 비롯해 내기가 섞이며 존재감이 점차 커지기 시작한다·

“노부는 손주 놈 재롱은 물론 훈육도 못 할 만큼 나약하지 않느니라·”

“아니 저는 그게 아니라···· 끙·”

진퇴양난이다·

왠지 모르게 일장로는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 정도로 말이 안 통하면 튀는 게 맞지 않을까·’

어차피 말이 안 통하면 그냥 냅다 튀어 버릴까·

여기까지 오니 그런 생각만이 떠오른다·

예전부터 일장로가 대련하자고 오면 매일 같이 튀었으니 이번에도 그러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느낌이 다르긴 하지·’

예전엔 이길 수도 없는데 싸우기 싫어 튄 것이고·

이번에는 그와 정반대의 처지였으니 말이다·

구태여 조절할 수 없는 상황에 싸우고 싶지도 않았고·

그걸로 인해 상처입히고 싶지도 않았다·

하여 당장 도망칠 궁리하기 바쁘던 찰나·

“표정을 보아하니 여차하면 또 도망칠 생각이구나·”

“···”

딱 들켜버렸다·

“···그런 건 아니구요·”

“양천아·”

“예····”

“언제부터 철이 그렇게 들었다고 노부와 싸우기를 무서워하는 게냐·”

“사람은 원래 막 그렇게 싸우고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허허·”

내 말에 일장로가 웃음을 터트린다·

“어제 오던 길에 누렁이 한 마리를 봤는데 말이다·”

“갑자기 개요?”

“그놈이 지금 널 보면 뭐라 하며 짖을 것 같더냐·”

“···그걸 제가 어찌 압니까·”

“지랄하지 말라 할 게다·”

“···”

“동네 개도 네 말을 들으면 그리 말할 거란 뜻이다·”

“아니 뭔····”

“하나 다소 좀 모자라도 손주 놈이니 어쩌겠느냐· 내 도와주어야지·”

말을 끊어내며 일장로가 턱을 움직인다·

그럴 때마다 목 쪽에서 뚜두득 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명분을 쥐여주마·”

“···명분 말씀이십니까?”

“맞다· 네가 이 노부를 이긴다면···· 그래 선물을 하나 주면 될까?”

선물? 뜬금없는 얘기에 눈을 찌푸렸다·

“뜬금없이 무슨 선물을 얘기하시는 건지요·”

“아까 널 찾은 약아빠진 노인네 있지 않느냐·”

초대단주 얘기인 것 같았다·

“네가 물었지· 그놈은 뭐 하는 놈이냐고·”

“···”

“그걸 알려주마·”

“···!”

일장로의 말에 즉시 눈을 키웠다·

“그리고 그 노인네의 비밀도 하나 네게 알려주도록 하마·”

“···그거 뭐· 사실 그분 정체가 백화상단 초대단주고 그런 거 말씀하시는 거 아니시지요·”

“무슨 그런 황당한 소리를· 너는 이 노부가 그리 치졸한 인간 같더냐?”

“···”

“대답·”

“···물론 아니지요·”

무조건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하니 참 다행이다·

아무튼·

“하면 양천아·”

부름에 일장로를 다시 쳐다봤고·

“이만큼 명분을 주었는데도· 너는 이 노부를 무시할 생각이더냐·”

물음을 듣고 나직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우우우우-!

심장에 천천히 힘이 들어간다·

즉시 몸에 기운이 퍼져나갔다· 

열이 오르며 육체가 점차 활성화 되기 시작한다·

이를 느끼며 일장로에게 말을 이어 붙였다·

“저는 한 번도 장로님을 무시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 단 한 번도·

살면서 일장로를 무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속으로 쌍욕을 박은 적은 몇 번 있긴 한데···· 그래도 무시한 적은 없었다·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는 무시가 아니라···구태여 따지자면·’

걱정·

내뱉었다간 쪽팔려 뒤질 것 같은 말이지만 이게 맞다·

순전히 일장로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었다·

“나이도 있으신 양반이 왜 자꾸 사서 고생하시는지 모르겠네요·”

“허? 이놈이 또 말본새가····”

뚝·

말을 뱉던 일장로가 순간 눈을 키운다·

스스스스스–!!!

몸에 있던 힘을 개방했다·

참고 있던 육체를 열어젖히니 막혀있던 기운이 제어를 벗어나고·

사아아아–!!!

어깨를 타고 점잖게 뻗어나간다·

역시나 였다·

‘과하게 나가고 있다·’

바라던 것보다 훨씬 과한 양이다·

덕분에 육체에 스미는 속도 또한 빨랐지만 영 가성비가 안 나오는 수준이었다·

“···허허허····”

하나 이를 본 일장로가 헛웃음을 터트린다·

나도 놀라운데 일장로는 어떻겠는가· 일장로의 눈빛은 못 믿겠다는 감정이 여실했다·

그걸 보며 물었다·

“장로님 혹 이제라도 그만하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뭐라?”

마지막으로 묻는 말에 일장로의 웃음이 짙어진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오기나 하거라· 아까도 말했듯·”

일장로의 커다란 주먹이 내게 겨뉜다·

“노부는 염아권 구륜이다·”

“···예 그러셨지요·”

하여튼 똥고집은·

그런 일장로를 보며 한숨 섞어 말을 이었다·

“장로님·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 지금 진짜 힘 조절이 좀 어렵-·”

말을 뱉던 찰나· 눈앞에 무언가 보인다·

아까와 비슷하다· 일장로의 주먹이었다·

다만·

‘거참·’

아까와는 사뭇 다른 게 있었으니 바로 일장로의 주먹이 훨씬 느리게 보인다는 것이다·

인식하는 속도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내 몸이 반응하는 속도도 달라졌다·

후욱-!

파아앙–!!

피한 주먹이 허공에서 파동을 터트린다·

이어 일장로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흡!”

일장로가 급히 동작을 바꾼다·

이미 주먹은 뻗어냈기에 회수하긴 늦었고· 하체를 이용해 견제를 시도하지만·

그때 이미 내 주먹이 일장로에게 맞닿은 상태였다·

퉁-·

짤막한 감촉·

보기에 별 볼 일 없는 맞닿음이다·

하지만·

우우우웅—!!

“크···!?”

뒤이어 터진 충격에 일장로의 몸이 요동쳤다·

풍압이 몰아치며 휩쓸려 튕겨 나간다·

상당히 멀리 날아가는 일장로·

그걸 보며 딱 한 걸음을 내디뎠다·

툭·

발바닥이 지면에서 떨어지고· 내 몸은 어느새 일장로의 뒤로 닿아 있었다·

“허!!”

그 모습에 일장로가 놀란 듯 헛숨을 토해낸다·

동시에 상체를 돌려 공세를 이어온다·

아까와 마찬가지다· 

주먹은 강했고 팽창한 근육에 비해 속도도 빨랐다·

하지만·

그보다 내가 조금 더 빨랐다·

툭-! 투툭-!

손을 채찍처럼 휘둘러 공격을 튕겨냈다·

심안은 일장로의 공격을 모두 알려주었다·

속도는 빨랐기에 쳐서 흘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하하하—!”

일장로의 거친 웃음소리가 귀에 때려박힌다· 

이 와중에 뭐가 저리 신나는 걸까·

치이이익—!!!

수증기가 튀어나와 시야를 가렸다·

의도적인 행동이다· 증기 자체가 내기로 이루어진 터라 심안이 잠시 가려진다·

쉬이익-!

그렇게 시야가 가려진 순간·

앞을 가린 증기를 뚫고 일장로가 주먹을 내질렀다·

방심을 틈타 습격한 주먹이 내 얼굴에 닿기 직전·

꽉-!

“···!!”

아쉽게도 일장로의 주먹은 제 의지를 시행하지 못했다·

내 손이 그의 손목을 잡아 멈추었기 때문이다·

손목에 닿은 손바닥에서 느껴진다· 

일장로의 육체가 얼마나 뜨거운지 또한 진심으로 날 상대하려 했음을 말이다·

“···”

이를 느끼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두근-!

심장에 엮인 불꽃의 고리가 크게 요동쳤다·

준 힘에 비례하듯 커다란 기운이 주먹에 몰려든다·

툭·

피부 끝으로 불꽃이 싹텄다·

오랜 생각은 필요 없다· 

기운이 맺혔으니 그걸 풀어줄 따름이다·

우우우웅–·

진동을 따라 주먹이 뻗어진다·

이는 기다렸다는 듯 매끄러웠고· 누군가 이끌어주듯 자연스럽다·

뭐지·

묘한 감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 느낌·

뭔가 평소보다 미세하게 다른 것 같다·

붕 떠오른 것 같기도 했고· 평소의 동작보다 무언가 다르다·

동작은 물론 담기는 기운도 사뭇 차이가 있다·

마치 기운에 홀린 것 같았다·

이거 설마 깨달음인가?

뜬금없이 일장로를 패다가 찾아온 깨달음이란 말인가·

무엇에 관한 깨달음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느낌이 다름은 알겠다·

본능이 말한다·

지금 이 느낌을 기억하라고·

육체가 붕 뜬 것 같으면서 자연스럽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고양감·

이걸 기억하라고·

그걸 위해선 어떻게든 확실히 잡아야 했다·

지금 감각을 기억하며 완벽히 동작을 끝맺어야 한다·

이에 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

나는 뻗어내던 손을 바꿔 각도를 틀었고·

주먹은 일장로의 가슴을 빗겨가 옆구리의 빈 공간을 파고들었다·

쿠아아아아아—!!!

곧장 불꽃이 터져 나왔다·

구염태륜아·

청염이 터져 나와 사방을 휩쓸었다·

평소보다 훨씬 커다란 불꽃이 주변을 뒤덮지만 이번엔 놀랍게도 지형지물에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그저 타오를 뿐·

타닥타닥 눈을 빛내는 청염을 보며 호흡을 골랐다·

“···”

딱히 숨이 거칠어진 건 아니다· 

내기도 순식간에 빠져나간 건 맞지만 부담될 정도는 아니었다·

한데 숨이 거칠어진 연유는 다름이 아니다·

‘놓쳤다·’

뭔가 올 것 같은 걸 놓쳤다· 그 호흡· 그때의 감각·

찰나에 찾아온 순간을 놓친 것· 거기서 오는 공허함이 몰려왔다·

‘···놓지 말 걸 그랬나?’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를 순간이었을 텐데· 이를 놓친 건 어마어마한 손해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지만· 

‘어쩔 수 없지·’

별수 없었다·

그렇다고 일장로한테 진짜 직격탄을 날릴 수는 없었으니까·

“아····”

거기까지 떠올리니 정신이 좀 든다· 생각해 보니 이럴 때가 아니었다·

“일장-”

급히 일장로를 살피는데· 일장로는 멍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아차·’

상당히 충격받은 표정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심했던 걸까? 제대로 하라고 하기는 했으나 끝내 선을 넘은 건 아닐까·

긴장한 채 일장로의 기분을 살피는데·

“하-·”

“하?”

“하하하하하–!!”

“···?”

갑자기 일장로가 거칠게 웃기 시작하더니·

“이 녀석! 이 녀석!”

언제나 그렇듯 내 머리칼을 미친 듯이 헝클이기 시작했다·

“대단하구나-! 정말 대단해–!!”

“···아니 잠···잠시만····”

“하하하-!!”

충격받긴커녕 잔뜩 신이 난 반응이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혹시 실수로 머리를 때렸나? 아닌데 확실히 빗겨 때렸는데···?

일단 슬슬 머리 흔들리는 것도 지쳐서 우선 일장로를 멈추게 해야 했다·

“···아니 이제 그만 좀·”

“잘했다·”

“···”

“고생했구나·”

말을 듣고 반응이 굳어졌다·

“녀석· 이리될 때까지 얼마나 열심히 살았을꼬·”

뱉으려던 말은 들어가고 치워내려던 손은 유지했다· 

타닥·

타닥·

아직 회수되지 못한 청염 속이 타들어 가는 소리 속·

늘 상 있던 일이나 잠시 잊고 있던 틈에 다시금 깨닫는다·

실력이 아무리 늘고 경지가 드높아진들 내가 끝내 일장로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는 이유·

“정말 잘했다· 우리 손주· 자랑스럽구나·”

“···”

내 삶에서 유일하게 날 칭찬해 주던 이·

그게 일장로 뿐이었기에·

그래서 그랬던 것이 문득 떠올랐다·

******************

잔뜩 머리카락을 내어준 직후·

상황이 정리되는 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하하하 이 녀석-!!”

물론 그다음에도 일장로는 연신 웃음을 멈추진 않았다·

내가 자신을 이긴 게 기분이 나쁘지 않은 건가·

아니 이 정도면 오히려 좋아하는 느낌이었다·

뭐가 그리 기특한지 일장로는 내 등을 쉼 없이 두들겼고· 이제는 슬슬 한계였다·

“···이러다 등 터집니다·”

“아아 맞지· 노부가 기분이 좋아 다소 과했던 모양이구나·”

“대체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으신 겁니까?”

“으음?”

힘 조절이니 뭐니 선 넘은 말을 한 것도 모자라 결국 이겨버리기까지 했으니 나로선 일장로 입장에선 충분히 언짢을 일이라 생각하는데·

“기분이 어찌 좋지 않겠느냐·”

일장로는 그런 나와는 많이 다른 것 같았다·

“손주놈이 이리 훌쩍 자랐음을 알았거늘·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겠지·”

따지자면 손주는 아니다·

그렇게 말하려다 입을 닫았다·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닌 걸 잘 알았으니까·

“양천아· 너야말로 어떻더냐·”

“뭐가 말입니까···?”

“몸을 움직이고 나니 머리가 좀 개운해진 것 같지 않느냔 말이다·”

“···”

개운하다라·

‘글쎄·’

잘 모르겠다·

복잡한 생각은 지워지지 않았고· 이것 좀 움직인다고 풀릴 건 아니다만·

“도움이 되기는 하네요·”

적어도 아까보다는 낫다· 그런 느낌은 있더라·

마냥 나쁘진 않네· 괜찮은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일 즈음·

‘어 그럼 잠깐···· 가만있어봐·’

문득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장로님·”

“응?”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건데 말입니다·”

“그래 말해 보거라·”

“설마 일부러 그러신 겁니까?”

일장로의 눈을 보며 물었다· 기껏 훈육이란 명목으로 대련을 시작하더니 실상 내가 강해졌다는 사실에 좋아하기만 했고·

지금도 물어보는 건 내가 괜찮냐는 물음뿐이었다·

그렇다는 말은·

“···처음부터 그냥 저 기분 풀어주려고 이러신····”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나·”

“···”

일장로는 씨익 웃으며 말하지만 오히려 그걸로 확신했다·

어쩐지 대뜸 싸움을 거시더라니·

‘이 노인네가?’

어이가 없네·

나이도 있으신 양반이 뭣하러 이런 무식한 방법을 썼을까·

이에 한숨을 섞어 말을 내뱉으려 하지만·

“일장로····”

“아 그러고 보니 내기를 했었지?”

일장로는 귀신같이 내 말을 끊어냈다·

“노부가 졌다· 하니 약속대로 알려주마·”

“···”

내기·

일장로와 대련 도중 내게 걸어왔던 조건이었다·

대련에서 내가 이기게 되면····

‘초대단주의 정체와 비밀 하나를 알려준다고 했던가·’

궁금한 부분이긴 했다·

저 초대 단주라는 노인네는 대체 뭐길래 구가에 관해 알고 있는 듯 말하는 것이고·

그가 지닌 비밀이란 건 또 무엇일까·

그게 궁금하기는 하다만은·

‘···일장로가 하는 말인 만큼 그다지 좋은 정보일 것 같지는 않고·’

당장 하던 얘기도 있으니· 우선 이것부터 끝내고자 했다·

“지금 중요한 게 그게 아니라-”

“그 노인네는 본디 구가의 사람이었다· 그것도 너와 같은 직계혈족이었지·”

“나이가 있으신데 자꾸···네?”

뱉다 말고 들려온 말에 벙찐 얼굴로 굳어야 했다·

“···에?”

이건 또 듣도 보도 못한 미친 소리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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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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