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16
강철의 단위 면적당 인장 강도는 원시적 중원의 제철 과정을 감안하더라도 약 이십 근에서 육십 근에 이른다·
다만 인장 강도가 육십 근에 가까운 강철은 철장들도 어쩌다 한 번 그조차도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몰라서 그저 천운에 감사할 뿐이었다·
그저 양품의 강철이라 하면 대개는 사십 근 정도의 강도를 가지니 청의 손가락 한 마디에 채워진 강철 구속구의 단위 면적을 역산하여 도출하면 약 구십 근의 힘이 필요하다·
다만 기구가 관절을 역방향으로 꺾어내는 용도라서 그러한 구속구가 모든 관절의 위와 아래에 하나씩 자리를 잡았다·
팔만 해도 손가락 마디마다 붙고 손바닥의 위와 볼에 채워졌으며 팔목 위에 하나 하박의 중앙 팔꿈치 아래와 위 상박의 중앙 그리고 어깨 바로 아래와 배낭 줄 매듯이 어깨를 둥글게 감쌌다·
청이 반동 없이 한 손으로 들어 올린 철구의 무게가 이백오십 근이었으니 사람이 낼 수 없는 괴력이기는 하나 구속을 끊어낼 정도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것이다·
하물며 몸이 기구에 딱 밀착하여 부푼 살이 아플 정도로 끼워졌으니 온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자세조차 나오지 않았다·
아· 이거 힘으로 안 되는구나·
청이 크게 반성했다·
이러다 수틀리면 끊고 나올 수 있지 않나 하고 방만하게 구속구에 몸을 누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힘으로 불가능한 바가 있으니 앞으로는 조심해야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었다·
중원에 강철로 전신을 둘둘 말아두는 구속구가 또 달리 있겠냐마는·
그럼에도 덜컥덜컥 끼익끼익 기구가 비명을 지르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전신의 족쇄는 그렇다 쳐도 바깥쪽으로 정교하게 휘도록 만들어진 기관 자체에 큰 무리가 가는 것이었다·
이대로라면 청의 고향의 강철양놈처럼 전신에 강철 구속구를 두른 괴인이 탄생할 판이었다·
천유학이 놀라 청을 만류했다·
“아이고 얘야· 좀 놀렸기로서니· 무슨 놈의 계집이 힘이 항우장사 뺨다구를 후려쳐 이빨을 몽땅 털게 생겼냐·”
천유학의 말에 청이 몸부림을 멈추고 눈을 끔벅거렸다·
천유학이 청의 재갈을 다시 풀어주고는 거품 물고 발광을 하느라 길게 늘어져 붙는 걸쭉한 침에 질색하며 쫙쫙 털었다·
“어 안 아파요?”
“아프다· 진짜 죽을 만큼 아파· 도중에 기절하다 깨기가 여러번이다·”
“음· 그걸 굳이 해야 할까요?”
“하아· 들어봐라· 신투가 뭐 온종일 무공 수련이나 하면서 하하호호 완성을 향해서 나아가는 무림방파가 아니지 않냐·”
일인전승이라 하면 말만 그럴듯하지 실은 언제라도 명맥이 끊어질 위기와 함께하는 멸종 위기종이라 하겠다·
보통의 무림방파가 재능 있는 제자들을 여럿 들이고 그들이 성취를 이루며 기존의 것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것을 만들거나(뺏어오거나) 하며 점차 문파의 무공 수준도 발전해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일인전승은 어떠한가·
제대로 된 후계를 찾지 못하면 발전은 커녕 지속해서 퇴보나 하는 꼴이다·
게다가 겸업으로 세상의 평화를 지키는 신투들이다· 본업이 따로 있다 보니 세상의 평화를 지키기에도 시간이 없는데 무공의 발전까지 꾀할 짬이 있겠는가·
“그래서요?”
“그러니 우리 수련들이 이래· 편법이라고 해야 하나· 칼을 손 대신 쓰고 황금을 녹인 약탕을 흡수해 관절을 꺾고 시약궁창 말고도 지옥화탕이라고 각성신공을 위한 약탕이 또 따로 있다· 네가 격공순신 수련을 위해 신을 신발도 조립중에 있고·”
바른 길이란 본래가 시간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없으니 지름길로 돌아가야 했다· 선량한 방법으로 빠르게 가고자 하면 본인이 아픔을 감수해야 하는 법이다·
사악한 방법으로 빠르게 가려면 반대로 남들이 아픔을 감수하게 된다· 이를 마공 혹은 사술이라 하는 것이고·
“···하지만 그렇게 아픈 건 조금·”
“글세· 내가 봤을 때는 아주 안달이 나서 빠르게 가고 싶은 눈치더만· 아니냐?”
“그건 그렇긴 한데요·”
아닌 게 아니라 청이 요 근래에 굴러다닌 이유가 조급함 때문이 아니었던가·
어느 순간 몇 번째 위기든 아니면 운명의 장난이든 게임 세계의 순환이건 간에 어떤 필연적인 전개에 당해버릴 것만 같아서·
“게다가 너만 아픈 줄 아냐?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알아? 아프라고 마냥 힘줘서 눈물콧물 뽑으면 다인 줄 알아?”
농담으로야 증오의 대물림이니 말했다·
하지만 본래부터가 정확한 감각으로 관절과 힘줄 근육의 딱 한계 지점을 아주 정확한 수치만큼만 꺾는 정교한 작업이었다·
힘이 덜하면 아프기만 하고 효과가 거의 없으며 힘이 더하면 수련이 아니라 부상이 되어 오랫동안 정양해야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신투의 초월적인 감각으로 아주 집중하여 정성을 들여야 하는 작업이었다·
“안 그래도 진기도인 해 주느라 아주 온 몸에 힘이 쭉 빠졌는데 아주 배부른 소리 한다· 하기 싫으면 말어· 황금 세 관짜리 약탕이 다 허사로구만· 쯧쯧·”
천유학이 기분 상한 기색이 역력하니 툴툴거리며 철컥철컥 구속구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청이 죄송한 표정으로 눈치를 보았다·
“그 죄송해요· 제가 아픈 건 좀 많이 무서워해서···”
“아픈 게 안 무서운 사람이 있냐? 남들이 외공 익힐 때에 이십년 꾸준히 아파온 것을 고작 일 년 남짓으로 줄이려니 몰아서 아픈 거지· 이거 아니어도 한 이십 년 정도 약 바르면서 관절 쭉쭉 펴면 할 수 있으니까 정 못 하겠다면 어쩔 수 있냐·”
“아녜요· 그럼 빠르게 할게요·”
“헹· 너만 빠르게 하면 다냐? 나도 그냥 운공이나 가르쳐주고 놀러다니는 게 편해· 제자 입에서 비명이 터지는데 스승이 참으로 즐거운 일이겠다· 안 그러냐?”
청이 더더욱 죄송한 표정이 되었다·
“그 죄송해요···”
“되었다· 어차피 약성도 몸에 좋은 거니 일주일쯤 지나면 붓기도 다 빠진다· 그러면 경공 수련이나 해 둬야 하나·”
“헤헤 스승님· 제자가 몰라서 그랬어요· 다 절 위해서 하시는 걸 알았으니까 본래 해주시려는 데로 부탁드릴께요 네?”
“저 좋을 때만 살살 눈웃음이나 치지· 거 아주 편리한 애교 아니냐· 쯧쯧·”
천유학이 투덜거리며 다시 철컥철컥 족쇄를 채웠다·
그 모습에 청은 안도했다·
그리고 천유학은 속으로 웃었다·
하여간· 이리 순진해 빠져서야·
신투는 천하의 도둑놈이고 도둑놈이라면 으레 남을 등쳐먹기에도 능한 법이다·
“자· 아 해라·”
“아·”
청의 입에 다시 재갈이 물렸다·
천유학이 꾸며낸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눈은 아예 힘줘서 꽉 감고 있어라· 물론 불편하면 안 그래도 되기 한데 그러다가 눈에 핏줄이 터지면 시뻘겋게 피눈물 흘리는 수가 있어·”
그에 청이 눈을 꼭 감았다·
아니 그런데 말을 해주셔도 꼭 이렇게 무시무시한 소리를 하니까 당연히 겁아악!!
“으읍!!!! 으브으!!!!!!”
돌연 팔꿈치가 밖으로 접혀나가는 통에 저절로 비명이 터졌다·
그야말로 세상에 없던 고통이었다·
내 팔 팔! 팔 부러진다아! 팔이!
아닌 게 아니라 바깥쪽으로 내리누르는 고통에 이윽고 신체 안에서 투툭 하고 뭔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그 순간 힘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청이 어느새 저도 모르게 번쩍 치들고 있던 고개를 힘없이 머리받이에 툭 떨궜다·
세 시진 후·
청이 본래의 몸의 형상대로 허리와 팔다리만 홀쭉해졌다· 나머지는 원래부터 중원 평균에서 중원 땅 아니라 하늘 아래 어떤 인종의 평균보다도 많이 높은 편이다·
청의 꼴이 아주 가관이었다·
머리는 산발을 한 채로 눈은 개개 풀려 초점이 없고 눈가는 퉁퉁 불어 눈물자국 가득하고 코에는 콧물이 줄줄 흘러 콧방울이 드문드문 불어나왔다·
재갈을 벗기자마자 주르르륵 멀건 침이 한 바가지나 흘러내린다· 늘 촉촉하던 입술마저도 푸석하니 살이 허옇게 일어난 꼴이었다·
“한 한 시진이라고 하셨잖아요··· 끕·”
청이 끅끅 울면서 원망하는 소리를 냈다·
천유학이 지친 기색으로 대답했다·
“네가 시약궁창의 약성을 홀라당 다 처먹지 않았냐· 몸에 약기운이 남았으니 도중에 멈출 수가 있어야지· 그래도 삼 회분을 한 번에 치렀으니 오히려 낫지· 아이고· 이젠 서있지도 못하겠다·”
천유학이 그리 말하며 욕탕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아닌 게 아니라 천유학 역시 의복이 온통 땀에 젖어 물에라도 들어갔다 나온 사람의 형상이었다·
“본래는 닷새에 한 번씩 열 달이니까 육십 회 정도면 되겠다만 이렇게 약성을 다 처먹고 세 배로 하면 이십 회 대신 휴식을 좀 늘린다 쳐도 반 년이면 유류연련의 연련까지는 끝내겠구만·”
“이걸 앞으로 스무 번이나요···?”
“네가 골라라· 약성을 줄이고 한 시진씩 육십 이제는 쉰 일곱 번을 할지· 아니면 이렇게 세 시진으로 열 아홉 번을 할지·”
“그럼 약을 더 늘려서 열 번···”
“조질 수 있는 관절은 다 조졌으니 약을 늘려봐야 어차피 쉴 수밖에 없다· 원래는 말단부 하체 상체 순으로 조지는데 세 배로 하니 다 조진 것 뿐이야·”
“조진다고 하지 마요···”
청이 기운 없이 말대답을 했다·
대정선공이 아니었다면 큰일을 치렀을 수도 있는 것이 고통으로 살심이 치솟을 때마다 불가의 절세신공이 위로하기에 가까스로 제정신 붙들고 있을 수 있었으니까·
그것도 한 시진 지나고 나서는 천유학 역시 눈에 띄게 늙어버린 형상을 하는 바람에 참을 수 있는 결과였다·
고문하는 사람부터가 힘들고 지친 것이 빤히 보이니 전부 제자를 저를 위해서라니 거기 대고 화를 낼 수도 없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에 원망할 사람은 따로 없으니 그냥 서럽고 아파서 엉엉 울었더란다·
천유학이 저도 참지 못하고 울었다고 했던 말이 떠오르는 통에 참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청이 새삼 다시 생각하자 끔찍하여 이전에 제갈이현에게 들은 문자를 중얼거렸다·
“분근착골도 이렇게는 안 아프겠다···”
“뭔 소리냐? 분근착골이 무슨 뜻인데?”
“근육을 가르고 뼈를 쥐어짠다는 고문법 아니에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고통스럽다고····”
“네가 당한 건 뭔데?”
“근육을 늘려 뜯고 관절을 밖으로 꺾는· 아···· 아씨····”
내가 당한 게 그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고문법이었구나·
청의 눈가에서 눈물이 주륵 흘렀다·
우는 것도 체력이 필요하다 보니 완전히 퍼져 그저 눈물로 흐르는 통곡이었다·
“아이고· 진짜 죽겠다· 아침부터 진기도인에 세 시진이나 집중했더니 아이고 아이고오···”
천유학도 천유학대로 완전히 방전이 되어버렸으니 저절로 앓는 소리를 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드르렁 드르렁 요란하게 코를 골았다·
본래 코 고는 소리는 피곤함에 비례한 법이라서 안 그래도 욕탕을 쩌렁쩌렁 메아리치는 음량만 들어도 아주 제대로 곯아떨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스승님···? 주무실 거면 마저 좀 풀어 주시고···”
청이 큰 소리를 내려 해도 목이 다 쉬어 딱 그 정도였으니 코 고는 소리에 파묻혀서 제대로 들리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아···”
청이 포기하고 고개를 툭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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