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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is Murim’s Crazy Bitch Chapter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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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29

이후로는 인상착의부터 입을 모아보았다·

그때 천유학이 종이와 목탄을 꺼내 슥슥 그림을 그리며 나온 이야기에 따라 조금씩 조율을 해 나갔다·

“어 화공이었습니까? 이렇게까지 준비를 하시다니· 소저께서 생각보다 더 진심이셨군요·”

그에 무사들의 눈빛이 한층 따뜻해졌다·

사실 세상에 누가 낭인을 챙겨주겠는가·

싸게 쓰는 칼 앞에 세우는 칼받이들에 일 없으면 강도라고 은근히 멸시를 받아온 무소속 무사들이라서 작은 온정에도 민감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급수는 좀 딸리는 신녀문 제자라고 해도 명문정파의 여협인 청이다·

무림맹에 쪼르르 달려가서 일러바치는 아주 간단한 해결 방법을 놔두고 너희가 손해를 보지 않느냐며 챙겨주는 마음씨에 당연히 감동을 받을 수밖에는·

“훗· 전 항상 진심이에요·”

청이 자연스럽게 공치사를 받았다·

정작 용모파기 그리는 천유학의 눈썹은 꿈틀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이년아 저년아 할 수는 없는 때였다·

저마다 말이 조금씩 다르니 사람의 증언으로 용모파기 만드는 신뢰도는 흑점 때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높지 않았다·

하지만 애초부터 증언자들이 내 일 아니라서 대충 동전이나 받았던 흑점의 용모파기와는 달리 무소속 무사들은 퍽 진심이었으므로 종이 한 무더기 버리고 나니 다같이 동의하는 초상화 한 장이 나왔다·

“음· 평범한 돼지코네요···”

평범한 인물상에 특징이라고는 들창코 하나뿐이었다· 게다가 실물 보고도 누구인지 몰랐던 무사들이 그림을 본다고 알 리도 없고 청은 당연하게도 이거 누구 같은데 할 만한 식견이 없다·

“일단은· 그놈은 무조건 여러분들 앞에 다시 나타날 거예요·”

“그건 어째서지요?”

“어···· 범인은 무조건 현장에 다시 나타나는 법이니까?”

“과연!”

“소저의 신묘한 추리가 빛을 발하는군!”

여기저기서 감탄이 터져나왔다·

잘 구워삶긴 무사들이 홀라당 넘어왔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청이 아무 개소리나 내뱉더라도 기꺼이 손뼉을 치며 동의를 표할 준비가 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낭인이란 기본적으로 정에 굶주린 족속들인 것이다·

“그도 그렇지만 여러분들께서 이미 약점을 잡힌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잠람단이 비싼 물건일 텐데 금전이나 뜯자고 한 일은 아닐 테니까 아마 협박으로 떳떳하지 못한 일을 시킨다거나·”

그에 무인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듣고 보니 신투라는 말에 수상한 약품을 덥썩 받아삼킨 일이 얼마나 경솔했던 행동인지 깨달은 탓이었다·

하지만 장르가 바뀌어 낭인회귀 과거로 돌아간다 한들 무소속 무인들의 결정이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잠룡비무회에 임하는 간절함이 그랬다·

간절한 사람이 하는 행동이란 결국 남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기 딱 좋다·

“붙잡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위험할 수 있으니까 괜히 개기지 마시고 자자 여기 하나씩들 받으세요· 추종향이라는 건데 추종향이 뭔지는 다들 아시죠?”

청이 천유학이 내어준 약병을 사람 수대로 돌렸다·

“다시 만나면 몰래 끼얹어 버리세요· 막 얼굴에 뿌릴 필요 없으니까 바지춤이나 뭐 이런 데에 살짝·”

그래서 나온 결론이었다·

다시 접촉해오면 추종향을 묻힌다·

한 명이 실패하더라도 여러명이 시도하면 한 번은 성공을 하겠지·

그리고 그 후에는 우르르 몰려가 잡는다·

이후엔 원만한 협조를 통해 목적과 혹시 또 모르는 배후를 캐고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어딘가 허술해보이고 딱히 세부 사항도 없는 단순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청 치고는 매우 훌륭한 발상이었으니 모두 기립하여 존경을 표해도 모자랄 정도라고 하겠다·

“저··· 그런데 말이오·”

의자왕 아니 의자낭인 왕노필이 슬그머니 운을 떼었다·

“그런데 갑자기 우수수 떨어지면 놈도 뭔가 이상하다 싶어 경계를 하지 않겠소? 모처럼 십육강 높은 자리까지 진출했는데 약을 안 먹으면 분명 이상하다고 생각을 할 것이라고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는 거지 꼭 약을 먹겠다는 것이 아니라····”

청의 기세가 흉흉해지는 바람에 뒷부분이 많이 구차해지고 말았지만·

“뭐야 잠람단 처먹겠다구요? 뭐지? 무슨 의미이지? 처맞고 싶다는 의미인가?”

한알 더 먹으면 백 점 돌파다·

이용당한 멍청하고 불쌍한 놈에서 이용당한 멍청하고 불쌍한 것으로 바뀌게 된다·

“그럼 다른 잠람단이라도 좀 구해다가 먹으면···”

“그런 거면 나한테 허락 구하지 말고 알아서 판단해요· 그런데 개봉 바닥에서 잠람단 구한다고 돌아다니면 누구라도 눈치채지 않겠어요? 차라리 약 뿌린 놈이 수상하다 여기는 편이 낫지· 왜 안 먹었냐면서 다시 나타날 거 아냐·”

청이 한숨을 푹 내쉬며 그리 대답했다·

 

—-

 

굳이 만든 용모파기를 보여줄 사람이란 사실 해봐야 한 명 뿐이다·

“제갈이 혹시 이거 누군지 알아?”

“음· 일종의 시험 같은 겁니까? 으음·”

제갈이현이 한참 용모파기를 바라보다가 이내 부채를 착! 두드리는 것이 아닌가·

“오 누군지 알겠어?”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용모파기란 것이 그리 신뢰가 되는 물건이 아니라서· 그래도 이건 화풍이 그림 같지가 않군요· 화공의 선이 심상치가 않다는 점만 알겠습니다·”

제갈이현도 아직 후기지수일 뿐이다·

차라리 이름이나 별호라면 누구라며 정보를 줄줄 읊겠지만 그림을 보고 누군지 맞추라 하면 자신이 없는 것이다·

“뭐야 그런데 부채는 왜 두드려?”

“누님· 부채 정도는 두드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제갈이현이 싱글생글 웃으며 대답했다·

청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왜 꼽지?

그렇다고 핵을 투발할 정도는 아니었으니 과연 심산귀계로 유명한 제갈가의 개중에 가장 촉망받는 근육남이라 하겠다·

약 뿌린 놈 찾기야 사실 청의 입장에서는 막 다급하다거나 아니면 필생의 숙원으로 이뤄야 할 피의 복수 따위가 아니었다·

나쁜 짓 하는 놈이 마침 시야에 들어왔으니 찾아다가 쳐죽여야지 하는 정도랄까·

잠룡비무회의 우승자로서 대회의 명성이 훼손되는 것도 싫고·

그러니 청이 언제 나쁜 놈 나타나나 하고 목빠지게 기다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니 비무 준비 반검쌍도회와 어울리면서 마의 입고 피부를 헤집는 칼날과 같은 자극을 은근히 즐기다 보니 어느새 비무회 십육 강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십육 강의 상대는 청도 아는 얼굴이었다·

“···화산의··· 부탁···”

그러고 보니 무천각에 놀러오랬더니 한 번을 나타나지 않은 창빈이었다·

그래도 좀 친한 사이라 여인 중에 거의 유일하게 대화가 좀 된다 자부했는데 그간 안 봤다고 어째 도로아미타불이었다·

청이 키득거리며 마주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창빈아· 어째 어르신 계신 처소에 한 번을 문안 올리지 않는 것이더냐? 내 분명 일러두었거늘·”

거기에 섞인 웃음기에 창빈도 한결 긴장이 가신 표정이 되었다·

“그 그것이· 좀 남사스럽지 않습 않소· 여인이 묵는 숙소에 찾아가서 크흠 무슨 소문이 좋지 않은 뭐 그러한···”

창빈이 중언부언 변명을 토했다·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쉽지 않음’

“아· 미안· 내가 생각이 좀 짧았네·”

여인과 관련되면 완전 쫄보가 되어버리는 창빈의 연약한 마음씨를 헤아리지 못했던 것이다·

청이 화산파 객청을 습격해서 끌고 나왔으면 잘 따라왔을 텐데 놀러오랬다고 해서 수줍은 창빈이 놀러 올 수 있을 리가 없다·

“자 와라·”

“가겠슴·”

창빈이 존대도 평대도 아닌 애매한 소리와 함께 들이닥쳤다·

화산의 화는 꽃 화華를 쓴다·

청의 고향에서는 빛날 화로 많이 쓰이지만 고대에서 꽃 화花와 꽃 화華는 동음동의어 같은 말로 쓰였다·

빛나다는 뜻 역시 고대 중원에서는 발광이 아니라 아름다움에 눈이 부시다는 표현이었다·

그러나 정작 청이 본 화산은 무식하게 솟은 돌산이었는데 돌산중에서는 천하에서 제일로 험악한 돌산으로 인정받을 정도다·

그 돌산이 꽃처럼 보인다고 해서 화산이라고 불렀으니 중원 선조들의 시력이 맹인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니 화산의 검은 그 꽃이라 불리는 실은 칼날 같은 절벽을 닮았다·

창빈의 검이 한들한들 흔들린다 싶더니 희게 시린 검기가 지나는 길로 점점이 꽃잎들이 폭발하듯 수놓아졌다·

바람을 타듯이 유영하는 검기들은 실상 꽃잎들이니 화산의 진의는 거기에 있지 않고 험악한 검세에 있었다·

부드럽게 휘던 검이 돌연 벼락과 같은 궤적으로 떨어져내린다·

꽃잎처럼 휘날리는 화려한 검기는 그저 눈속임일 뿐 검에 집중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목이 달아나고 말 섬뜩한 절기였다·

깡! 청이 강으로 부딪쳐 벼락을 끊었다·

검을 밀쳐 날려보내고 나니 창빈의 신형이 한들한들 너울거리며 재간을 부린다·

어째 화산 무공들은 좀 음흉하지 않나·

청이 그리 생각했다·

흔들한들 여유로히 흔들리는 신법은 이미 창빈과의 비무로 익히 겪어본 화산의 세류표라는 무공이었다·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지처럼 건들거리던 창빈이 일순간 묵직하게 진각을 밟았다·

화산의 일곱 걸음 칠성보였다·

청이 한 걸음 빠지며 상체를 젖힌다·

몇 번인가 본 매화칠절검의 초식이 청의 어깨 앞을 헛되이 가른다·

그러나 궤적을 따라 몰아치던 꽃잎들이 그대로 청에게 휘몰아친다·

화산의 무공은 환과 변이 다르지 않지·

화려하게 현혹하는 매화 꽃잎의 검기들은 시선을 빼앗는 환상이지만 또한 그 자체로 날카로운 검기의 칼날들이었다·

청의 철검이 그제야 커다란 반원을 그리며 노을빛 태양 모양으로 타올랐다· 연약한 꽃잎들이 지는 태양에 스르륵 녹아 자취를 감춘다·

그러자 창빈의 검이 다시 일변한다·

정교하게 움직이는 검극이 유려한 선으로 뻗어나가는 매화나무의 가지를 그린다·

공간에 남는 검기는 화산파의 특징이니 이번엔 가지로 피는 매화가 청을 향해 쭈욱 팔을 뻗었다·

그런데 음· 맥문이 보이는 것도 같고·

어째 화산의 검술이 너무 자세히 보인다 싶더니 그 영감님 세상 가득하던 분분한 검강의 낙화 가운데 오로지 홀로 존재하던 무천대제의 자취 때문이다·

일이관지· 평범한 삼재검의 찌르기가 매화 가지를 대나무처럼 가르고 나아간다·

창빈이 깜짝 놀라 훌쩍 거리를 벌렸다·

“어떻게?”

존대와 존대 아닌 사이에는 아예 어미를 생략하는 방법이 있었다· 창빈이 그리 묻자 청이 웃음기를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

“잘? 자· 분발해야지·”

“그럼 가겠다”

다시 달려드는 창빈의 표정이 밝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무재라 가진 것을 몽땅 쏟아내는 순간이 즐거운 것이다·

경기장에 한바탕 꽃이 피고 휘날리고 또 땅에 떨어져 지는가 싶더니 늦은 오월에 부는 때아닌 춘풍에 다시 떠올라 흩날렸다·

그리고 마침내 멈추어 선 창빈이 정중히 포권하며 말했다·

“후· 졌습니다·”

매화검 중 칠절의 칠 수와 십 사수의 십 사수를 모두 펼쳤으니 창빈은 후련한 표정이었다·

“승자 신녀문 제자 서문청!”

이번에는 제법 환호성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화려한 기공으로 번쩍번쩍 빛나는 대결이지 않았던가·

어차피 창빈이 청의 실력을 알기에 아예 작정하고 내가 공부를 숨기지 않았으니 그를 받는 청 역시 검기를 일으켰던 것이다·

양민들에게 있어서 아예 마음을 놓고 볼 수 있는 절정 고수들의 유형화된 검기 대결은 그야말로 이럴 때가 아니면 볼 수가 없다·

게다가 화산의 무공이 원체 화려해야지·

추면검녀! 추면검녀! 추면검녀!

환호성은 환호성인데 어째 내용이 좀·

이전과 같은 단어라 해도 그에 담긴 감정은 정겨움에 가깝기는 하다·

물론 전에도 별 신경쓰지 않았던 청이 이후에 신경을 쓰지는 않았지만·

선상비무대 아래 통로로 뛰어내리고 나니 창빈이 어물어물 말을 걸어왔다·

“음· 서문 소저? 신경 안 쓰입니까· 굳이 그 미모를 감출 이유가 없는 것 같은···”

“딱히 감추는 건 아닌데· 이제 와서 벗고 짠 본래는 엄청난 미인이었습니다 하기도 좀 민망하지 않아?”

“그건 그렇긴 하지· 요·”

“아니 쫌· 편하게 하려면 편하게 하고· 아니면 말고· 애매하게 자꾸 이럴래?”

“하지만 또 소저가 배분상 완전 어르신이시라 평대는 좀 그렇지 않은 것이 아닌 것이 아니라고 하면 음 쉽지 않다고나 할까···”

아예 말을 놓기는 어려운데 그렇다고 또 존대를 하고 싶지는 않은 그러한 섬세한 창빈의 마음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화산파에 대해 설명을 덧붙였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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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is Murim’s Crazy Bitch

I Am This Murim’s Crazy Bitch

Score 8.8
Status: Ongoing
I became a female character in a martial arts game I’ve played for the first time. I know absolutely nothing about Murim, th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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