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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is Murim’s Crazy Bitch Chapter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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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63

비무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마무리되고 말았지만 승패를 가리는 데에는 굳이 엄중한 판정씩이나 필요하지 않았다·

청이 무아지경에 빠진 내내 공손요예가 있는 힘껏 그 초식을 받아주느라 그야말로 개처럼 얻어맞았다·

청의 깨달음을 이어가도록 배려한 필사적인 노력이었다·

마지막 그 한 수· 사위를 온통 메워 흩날리던 수천수만의 꽃잎 하나가 실은 사람의 피륙을 아무렇지도 않게 뚫어내는 흉악한 칼날이었던 것이다·

만약 청이 살심을 가지고 휘몰아쳤다면 공손요예는 아마 잘 다진 고깃덩이가 되었을 터다·

선상비무대가 무너진 이유는 간단했는데 여느 때보다 격렬한 비무의 연속으로 목재 자체가 멍들고 금이 가서 피로가 가득 쌓인 상태였던 것·

거기에 공손요예의 여의봉처럼 죽죽 늘어난 검기가 석석 상처를 내고 이후엔 검강의 꽃잎들이 광범위하게 할퀴었다·

그러다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결국 우지끈 무너지는 작용점 하나가 연쇄적으로 번져 와장창· 무림맹의 행사 계획도 와장창 선상비무대 건설 비용 회수도 와장창창·

그리고 청은 어푸어푸 꿀꺽꿀꺽·

어째서 무의식중에 독고구검의 팔 초식 천변만화가 튀어나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절검벽에서 본 무천대제의 환영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는지 아니면 벽 넘어서 무의식적으로 아주 제대로 허세를 부렸는지 혹은 진기가 모두 우르르 몰려나오는 통에 청의 무의식이 혈맥 보호를 위해 한꺼번에 펼칠 수 있는 거대한 한 수로 해소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무천대제는 인간으로 태어났으나 인간으로 죽지는 않은 불멸의 고수다·

그러한 고수가 말년에야 남긴 깨달음을 까마득히 드높은 경지를 감히 흉내 낸 꼴이다·

뱁새가 황새만 쫓아가도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이니 하찮은 서문청이 극심한 탈진을 통해 전신 근육의 총파업을 맞이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하겠다·

무공 모르는 사람이 봐도 살면서 다시는 못 볼 절경이었지만 무공을 잘 아는 사람이 보면 더욱 놀라운 경이로운 한 수였으니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이러했다·

다만 조금 기이한 점은 있었다·

오방색 검강에서 노란 것은 불가의 황금빛에 도가의 기운이 섞인 것이오 파랑은 도가의 청정하기 그지없는 맑은 진기다·

나머지는 그래도 음란하기 짝이 없는 붉은 진기는 그래도 화합양생의 오래된 도가 전통의 신선술이라고 볼 수 있기는 했다·

그러나 희고 검은 것은 잘 봐도 특히나 검은 것은 그렇게 추악한 수심이 담긴 세상 흉악한 마기의 집약이더라·

그렇다고 한 사람이 여러 진기를 검강이 맺힐 정도로 풍부하게 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아마 무천대제께서 어떠한 기이한 변화를 통해 창안하시지 않았나·

천변만화라니까 진기의 성격도 바뀔 수가 있지 않겠나 역시 무천대제 역시 선배님!

뭐 대충 이러한 흐름이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서문수린만 애써 당황한 기색을 감추느라 애를 먹었다·

그리하여 유하 진인이 묻기를·

“막내 사매· 그것이 천변만화 무천대제 선배님의 한 수가 아니더냐?”

“어 음· 맞을 거예요·”

어쨌거나 청은 독고구검을 펼친 기억이 없으니 어정쩡하게 대답할 수밖에는·

“그야말로 신과 같은 한 수였다·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칼날이라 화산의 기상이 그러하니 무천대제께서 남기신 바가 그러한 뜻이었겠지· 음· 그런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네· 아직 무천대제 선배님의 무학에 닿기에는 제가 한없이 모자란가봐요·”

“그야 이제 초절정에 막 발을 디뎠으니 어쩔 수 있겠니·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천천히 조급하지 않게 걸어가거라·”

그에 청이 화산파 장문 유하 진인이 손에 꼭 쥐고 있는 종이 뭉치와 세필을 보았다·

청을 보자마자 혹여 초식의 주해가 가능한지 물었으니 신경 쓰고 조급한 사람은 정작 유하 진인 할아버지가 아닌가 하고·

그 시선에 유하 진인이 슬그머니 든 것을 청에게 내밀었다·

“흠흠 그게 아니라· 네가 글씨에 취미가 있다고 들어서 보답으로 가져온 것이다· 죽기 전에 절검벽의 가르침을 눈으로 직접 보았으니 이 얼마나 큰 선물이더냐·”

그런 것 치고는 종이는 희고 밝으며 무늬가 고즈넉하니 최고급 중에서도 최고급인데 그에 반해 세필은 딱히 고급이란 것이 아니라서 보이는 대로 주워 온 느낌이다·

“그런데 천변만화가 팔 초식이라지?”

“예· 팔 초식 천변만화라고 하셨어요·”

“크흐흐 들었지? 팔 초식이라잖나· 구대문파에 초식이 각각 하나씩인데 팔 초식· 이게 무슨 뜻인지 알지?”

“크흠·” “흠 흠·” “커흠·”

그에 단체로 덕담해주러 온 구파의 어르신들이 불편한 기침을 토해냈다·

본래 초식이란 나중에 위치할수록 더욱 심화하여 어렵고 강맹한 것이니 화산파의 초식이 팔 초식이라 하면 위로 하나 아래로 일곱을 깔았다는 뜻이었다·

“각기 다른 깨달음을 묘사하셨는데 선행 초식이 어디있고 심화 응용이 어디 있나· 도사라는 놈이 싱거운 소리나 하고· 이러니 화산 놈들이 말코 소리를 듣지·”

앙숙인 무당파 장문 채건 진인이 딴지를 걸었다·

“뭬이야? 하 내가 봤을 때 무당에 남겨두신 초식이 딱 일 초식이야· 애초에 태극 그거 진가장에서 얻어온 깨달음 아닌가?”

“일 초식이면 어떻고 구 초식이면 어떤가? 유치하게 그런 걸로 순번이나 매기고 말야· 나이 처먹었으면 진중할 줄을 알아야지 애처럼 순번이나 매기고 말야· 쯧쯧·”

참고로 이 자리에서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독고구검 구 초식은 무당파에 있다·

아마 채건 진인은 나중에 입이 화근이라는 말의 뜻이 무엇인가 곰곰이 씹어보게 될 터다·

그러자 무학 대사가 핀잔을 주었다·

“그만들 해· 너희네 막내 사매 보는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아?”

“크흠·”

“아니 막내 사매는 무슨 끄응· 배분이야 그렇긴 합니다만·”

그렇다· 청은 배분 상 서문수린의 직계 제자이며 또다른 서문수린의 직계 제자는 신녀문 문주인 천둔검 만금내의 왕주희가 있다·

“음· 그러고 보니 아해가 절검벽을 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소림이 지척이니 말이 나온 김에 같이 가서 보자· 나도 오랜만에 선배님 흔적이 좀 보고 싶어지네·”

“크흠· 막내 사매 어차피 신녀문으로 돌아가는 길이면 조금만 돌아가면 종남산이 있지 않나? 숭산에 들렀다가 가면 되겠어·”

“그러면 가는 길에 조금만 더 돌면 공동산도 좀·”

“그래· 공동산 들렀다가 사천으로 내려와 청성과 아미의 절검벽까지 딱 보고 배 타고 돌아가면 좋겠구만·”

“그럼 도는 김에 점창은···”

“점창이라니 무슨 사람을 운남까지 막 부르려 하나?”

서로 저네들 절검벽좀 보라고 난리였다·

사실 새로운 신룡을 축하하고 덕담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절검벽을 권유하기 위해 모인 까닭이다·

역대 우승자 신룡들이라고 해도 구파의 모든 어르신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덕담을 해 주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한 분 한 분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고 덕담을 듣는 것이 올바른 예의였으니 남들이 보면 노인네들 참으로 주책이다 하고 혀를 쯧쯧 찰 일이었다·

바로 채건 진인처럼·

“거 뭐 본다고 아나· 아이한테 부담이나 팍팍 주고 말야· 집에 가겠다는 아이 붙들고 말야· 쯧쯧· 이제 막 깨달음을 얻었으니 돌아가서 천천히 정리하는 시간도 갖고 좀 그래야 할 것이 아닌가·”

그에 다른 장문인 혹은 대리로 온 장로 등등이 채건 진인을 쏘아보았다·

참고로 무당파는 신녀문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신녀문에서 마차 타고 제아무리 느긋하게 느릿느릿 유람해도 사흘 이상은 걸릴 수가 없다·

“음· 얘야 곤륜은· 음· 그래· 음·”

곤륜의 천비자 진인이 말을 하다 말았다·

인간적으로 곤륜까지 들렀다 가라고 하기에는 천비자 진인의 양심이 너무 빼어나서·

하지만 그 무천대제 선배님의 심득이다·

그것도 구대문파의 절기들을 직접 보시고 재해석한 결과물을 보답으로 남겨주신 큰 유산이기도 했다·

현 천하제일인인 무학조차 절검벽을 보면 아른아른 무언가 떠오를 듯 말 듯 뭔가뭔가 알 것도 같고 모르는 것도 같이 애매하여 감히 경지를 잴 수 없는 절후한 신공임에 그걸 해석해낸 무재란 얼마나 귀한 하늘의 선물이란 말인가·

“안 그래도 사부님께서 초절정에 이르면 무천대제 선배님의 가르침을 이어보라고 하셨어요· 안 그래도 한 번씩 찾아뵙고자 하는데 벌써부터 환대해 주시니 너무 감사드려요·”

청이 그리 말하며 생긋 미소를 지었다·

그에 구파의 어르신들이 욱씬 떨려오는 심장통으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이래서 딸자식 키워야 한다고 하는구나!

하고·

 

—-

 

새로운 신룡의 소개 무대 뒤편· 신룡 자체가 새로운 용이라는 뜻이기에 새로운 신룡이란 말은 조금 어색하지만 신룡 자체가 비무대회 우승자를 뜻하는 대명사이기에 큰 문제는 없는 표현이었다·

예가 청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서문 소저· 축하드려요·”

“음· 예는 좀 어때? 무리한 거 아냐? 그 내가 무아지경으로 칼질할 때 조금 그랬다고 들어서· 몸은 어때?”

아닌 게 아니라 청의 손에 붙은 공손요예의 왼손에 두껍게 새겨진 시커먼 멍이 보인다·

“미안해하지 말아요· 사실 저 역시 서문 소저의 검을 보고 초절정의 실마리를 잡았는걸요· 오히려 제가 감사해야 할 일이고·”

그리고 공손요예가 싱긋 웃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으니까요· 다시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이요· 아마 제 삶에서 남은 삶에서도 그렇게 즐거운 순간이 다시 오지 못할 것처럼요·”

“어 음· 그렇게 얼마 못 살 사람처럼 말하지 말아 줄래? 몸은 어때? 선천진기는? 너무 많이 썼다거나? 수명이 얼마나 줄었는지 그런 것도 알 수 있어? 안 되겠다· 대환단 줄 테니까-”

“걱정해 주시는 건 감사하지만요· 저도 영약 먹고 푹 쉬었답니다· 가문의 숙원을 건 일에 아무런 준비도 없었겠나요· 몸과 진원을 보하는 영약을 종류별로 챙겨 먹었으니 더는 걱정하지 말아 주셨으면 해요·”

“흠· 종류별로? 뭐뭐 먹었는데? 말할 수 있어? 괜히 대환단 받기 부담스러워서 그러는 거면 진짜 가만히 안 있어·”

“일단 태청단에 소환단이 두 알 거기에 곤륜신선환 그리고 태양천이환 영성기단 자음호신속기단 채기내양단까지 든든하게 먹었답니다· 다 한 번씩은 들어보신 귀한 영약들이지요? 이미 소화하지 못한 영약의 기운이 전신에 가득해서 지금 대환단을 먹게 되면 온몸의 혈맥이 빵 터져버릴지도 몰라요?”

“앗·”

청이 뜨끔하여 소매 밑에 숨겨두었던 대환단을 다시 몰래 상자 안으로 갈무리했다·

여차하면 방심한 틈을 타서 입안에 쏙 던져넣으려고 했는데 오히려 그러다가 초상 치를 뻔한 시도가 아닌가·

그리고 청이 조금 반성했다·

공손요예는 가문에서 무슨 학대를 받아 수련장에 갇힌 채로 검만 휘두르던 불쌍한 비극의 주인공이 아닌 것이다·

가문 역시 그녀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상태이리라·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영약의 이름이 줄줄 새어나오는 것만 들어도 알겠다·

그런데 난 그런 거 못 들어 봤는데···

대환단이 있으니까 소환단이 있는 건 알겠고· 음· 나머지는 몰라· 좋은 건가 보다·

마침내 이름이 불려 밖으로 나오니 너무 큰 소리는 귀가 아닌 몸으로 들린다는 뜻이 무엇인지 알겠다·

이번에는 환호성을 제지하는 사람이 없어 그 후로도 맹렬한 환호가 다들 목이 쉬도록 쭈우욱 이어지는 것이다·

물론 삼두가인이니 절대화저니 거슬리는 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멋진 단어들이 군데군데 끼어 흡족하다·

월아신검은 들어본 적 있고 무천선녀는 음 뭔가 무속인 같지 않나?

천하제일미는 에이 너무 나갔다· 그리고 내가 예뻐서 뭐에 쓰는데· 남이 예뻐야지·

검봉황은 어감이 조금 그렇고·

주작신녀는 또 뭔데·

청의 별호에 대한 무수한 시도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세상 가장 공평한 수단인 다수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무학 대사가 천하제일인의 무게로 죄다 짓눌러버렸기 때문이었다·

내가 먼저 지었는데 하고 탄식을 토하는 유하 진인이 있었지만 억울하면 천하제일인을 했어야 한다·

별개로 유하 진인도 인정하기는 했다·

네 글자 별호보다는 세 글자 별호가 훨씬 귀하고 귀하기에 더욱 권위가 있다·

무엇보다 새 별호에 화산파의 화를 공유해 인연이 강조되는 부분도 마음에 들고·

그리하여 당대의 천하제일인이 차기의 천하제일인으로 가장 유력한 기재에게 그 별호를 지어 선물해 주다·

천화검天華劍·

하늘 아래 가장 아름다운 검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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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is Murim’s Crazy Bitch

I Am This Murim’s Crazy Bitch

Score 8.8
Status: Ongoing
I became a female character in a martial arts game I’ve played for the first time. I know absolutely nothing about Murim, th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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