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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is Murim’s Crazy Bitch Chapter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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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

대정문 문주 황천제일도 왕개육은 좋은 사람이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다탁 위의 과자들을 본 청은 굳이 업을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선업을 유지하고 있었으니 한 백도 정파의 주인으로 충분한 자격이었다·

남궁신재가 기묘하게 거리감을 유지하며 이리저리 대화를 나누는 동안 청은 일단 먹었다·

씁쓸한 맛의 지역 차인 반한차와 곁들여 산더미 같이 쌓인 유조와 두 종류의 고가 나왔다·

유조는 밀가루 반죽을 튀긴 과자다·

청이 가장 좋아하는 다과 중 하나였다·

고향에서 먹던 꽈배기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맛이라서 그렇다· 사실 만드는 방법이 같으니 그 맛도 같을 수밖에는 없다·

고는 식혀서 굳힌 과자의 통칭이었다·

달거나 새콤달콤하거나 혹은 짠 것도 있었다·

청은 먹을 것을 참지 않는다·

이 몸뚱이의 유일한 장점이 초 대용량의 위장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생각해보면 먹을 것에 집착하는 일이 전부 원시 미개 고대 중국에 떨어져 고생한 탓이다·

병 주고 약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일단 급한대로 과자 배를 채운 이후였다·

그러고 보니 과자가 목적이 아니었다·

“아· 문주님· 혹시 이하삼이라는 사람을 아세요?”

“이하삼? 이하삼이라···· 그런 문도가 있었던가···? 기억나는 이는 없네· 허허 민망하지만 모든 문도의 이름을 전부 외우고 있지는 않아서 말일세· 한데 그이는 왜 찾는가?”

“그게 말이죠···”

청이 쪽문 앞에 있었던 사건을 이야기했다·

왕개육이 주먹으로 손바닥을 쳤다·

“아· 그 노파 말이로군· 참으로 안타깝다마는· 어째 우리 대정문의 이름을 파는지 모르겠네·”

“알고 계셨어요?”

“알다마다· 사정이 딱하니 수소문도 해 보았다네· 그런데 그 이하삼인지 참 몹쓸 놈이야·”

“몹쓸 놈이요?”

“도박에 미쳐가지고는 가산을 다 날리고 제 마누라까지 기루에 팔았다더군· 딱 보니 빚쟁이 신세 면하겠다고 도망치지 않았겠나· 그래놓고는 본문의 이름을 팔았으니· 쯧쯧·”

왕개육이 못마땅한 기색으로 혀를 찼다·

거짓말을 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청이 문득 노파의 말을 떠올렸다·

분명 대정문에서 큰일을 받아서 며느리 찾아 다시 잘 살아 보겠다고 했다고 했다·

며느리를 어디 저장해 두지 않고서야 찾는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제 아내를 팔았다면 돈으로 다시 사서 찾아오겠다는 뜻의 말이 되고·

그때 왕개육이 은근슬쩍 말을 꺼냈다·

“아· 모자란 자식들이지만 귀빈을 뵙고 싶다고 조르는데 소개해 드려도 되겠소이까?·”

청이 남궁신재를 바라보았다·

검우들의 눈빛 대화가 오갔다·

‘이거 혹시 차값인 부분?’

‘맞소·’

대충 뜻이 통한 것 같았다·

먹었으면 먹은 값은 치러야 하는 법·

어차피 팽대산과 창빈을 기다려야 하는 신세였으니 자식들하고 이야기 좀 나누는 정도야·

 

 

팽대산과 창빈이 돌아와서 한 이야기도 결국 크게 다른 바가 없었다·

도박에 미쳐 마누라까지 팔아넘긴 놈·

분명 도박 빚 떼먹고 도망쳤을 것이라고·

다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런 식으로 도망친 놈들이 많다· 이하삼 그자처럼 한탕 크게 할 거리가 생겼다는 태도였다고 해· 대정문을 언급한 이도 이하삼을 포함해 세 명이라고 했던가·”

“그럼 대정문하고 연관이 있나?”

“대정문에 반입되는 식재의 양과 나오는 잔반 쓰레기의 양이 변하지 않았다· 납치는 아니지·”

팽대산이 정보상이 해준 말을 전했다·

기녀 출신 정보상이 남는 것도 없이 아주 몽땅 퍼주다 못해 동이 채로 넘겨버린 정보였다·

예로부터 아름다움은 권력이었다·

“대정문에서 외부 활동을 해 봐야 순찰 정도· 외부로 돌린 인원도 없으니 대정문과는 상관이 없을 거라고 했다·”

“음· 그럼 그냥 도망쳤다는 거야? 그 개방? 개방에도 물어본담서?”

“걸개들은···· 잠깐 그 표정·”

팽대산이 흠칫 몸을 떨었다·

또 그 표정이었다·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개방이 뭔지··· 모르나?”

“모르지?”

이쯤 되면 그저 감탄밖에는 안 나온다·

무식함의 영역을 좀 넘지 않았나?

사실 무식함 영역을 당연히 넘었다·

왜냐하면 청이 무식해서 모르지 않았으니까·

청은 그냥 전혀 관심이 없을 뿐이었다·

스스로 알려고 하지 않으니 애초에 궁금해서 물어보는 일도 그리고 그간의 여정에서 그걸 물어볼 상대가 없기도 했다·

관심이 있는 것이라곤 그저 먹을 것 정도·

서문수린이 청을 보고 경악하며 많은 상식을 가르쳐주긴 했다·

하지만 서문수린조차도 설마 이것도 모를까 하는 당연한 영역까지 가르치지는 못했다·

상상의 영역 밖에 있는 상식의 부재를 어떻게 감히 떠올릴 수가 있을까·

그래서 청은 개방이라는 무림방파를 드디어 오늘에서야 그 정체를 알았다·

새 끈 매고 다니던 쎈 거지가 개방의 거지들이었다는 것도·

안경에서 집적거리던 매듭 일곱 개 늙은 거지가 실상은 개방에서 높은 사람이며 그래봐야 배분 상 내 아래니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알았다·

“근 두 달 만에 도망친 이가 서른이 넘어간다면서 대개는 도주하는 모습이 목격되었다곤 해도 이상하게 여기는 모양이야·”

“그럼 뭔데· 단체로 도망갔다는 거야?”

“누군가 큰 이득을 대정문의 이름으로 보장하면서 사람을 꾀어내는 게 아닌가· 그렇게 본다고 들었다·”

“오· 거지들 똑똑하네·”

청이 감탄했다·

그리고 나니 이상했다·

“근데 그게 다야? 왜 지네만 알아? 대정문은 모르는데· 그럼 뭐라도 조사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팽대산이 무슨 소리냐는 듯 대꾸했다·

“어차피 인생 막 살다 한탕 하겠다고 사라진 놈들 아닌가· 굳이 찾을 필요가 있나?”

“응?”

청이 남궁신재를 바라보았다·

남궁신재가 말했다·

“제 처를 팔아넘긴 쓰레기로군· 그냥 사라지는 편이 그 어미에게도 낫지·”

“오잉?”

청이 고개를 반대로 돌려 창빈을 보았다·

창빈이 고개를 끄덕이다 청과 마주쳐 굉장히 자연스럽게 눈을 깔았다·

뭐야 내가 이상한가?

청이 왠지 억울해져서 항변했다·

“맞아? 누가 음모를 꾸미는 거면···”

“청이 너는 삼류 무인 서른 명쯤 상대하기가 어려운가?”

“당연히 아니지?”

팽대산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청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다들 눈치채지 못했다·

“칼 휘두르는 자세라도 아는 삼류 무인도 별 문제가 없는데 막 살던 시궁창 인생 서른 명을 데려다 무슨 음모를 꾸미나?”

“어라·”

듣고 보니 또 그렇기는 한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지 않나?

“창빈 형· 형도 말씀 좀 해 보시오·”

“어· 음· 소저· 그게· 애초에 우리가 끼어들 일도 아니고····”

창빈이 이쯤에서 슬쩍 청의 눈치를 봤다·

어물어물한 말미가 말을 놓고 싶은 모양·

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작 친구 하자고 했었으니 이제 와 눈치를 보는 저 소심함이 오히려 대단했다·

“양민의 일이니까· 결국 관에서 나서야 할 일이외다·”

관무불가침·

관부와 무림이 서로 침범하지 않는다는 말로 서로의 영역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무인끼리의 싸움을 살인이라 하여 잡아가지 않는 이유였다·

반대로 양민을 살해한 무인은 수배를 받아서 현상금이 걸렸다· 심하게 구는 놈들은 관부의 고수들이 출동해서 모가지를 자르기도 했다·

“물론 신창양가처럼 대대로 피를 흘리면서도 양민을 수호하는 협의한 가문도 있기는 하네· 관부가 무능해 왜적을 막지 못한다고 해서 양가가 나설 필요가 있나? 심지어 세가 위치도 내륙이라 왜적과는 상관도 없는데·”

신창양가라면 그 양가가 맞는 것 같은데·

청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동 성범죄자들 쯤으로 여기던 이름이었다·

아· 장명이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추울 때쯤 돌아간다고 했으니까 화산파 구경 좀 했다가 잠깐 신녀문에 들러도 되겠다·

그러다 문득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뭔가뭔가· 잊고 있는 듯한·

뭐지? 뭐 때문에 허전하지?

당연한 뭔가가 없는 것 같은데·

그러다 갑자기 정답이 떠올랐다·

상태창이다·

정확히는 임무창이 안 떴다·

왜?

보통 이쯤 돌발 임무! 지랄을 하며 쳐나와서 사람 기분을 잡쳐야 하는데?

저번에 극복한 기분이 들더니 물리친 건가?

청이 석연찮은 기분에 임무창을 펼쳤다·

시야 한구석에서 임무창이 둥실 떠올라 시선 중심에 펼쳐졌다·

완료한 임무를 척척 훑어보던 청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돌발 임무는 아무 때나 떠오르지 않았다·

청이 모욕 혹은 위협을 받았을 때·

아니면 무림인 간의 싸움을 앞에 두었을 때·

그러니까 일반인의 실종 사건 따위야 알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청이 입을 틀어막았다·

갑자기 끓어오르는 토기에 기껏 먹은 간식을 꺼내놓게 생겼으니까·

우웩 이 미친 상태창 새끼·

나타나도 지랄 안 나타나도 지랄이네·

임무도 사람 가려서 따지는 거였나?

그럼 선업이고 악업이 대체 뭐라는 거야?

관부 따로 무림인 따로 선업 악업이 있나?

애초에 기준이 뭐였을까?

상태창 멋대로 점수를 매기고 실상 선악이 별 상관이 없는 거라면?

그럼 나는?

내가 한···

“서문청!”

팽대산의 외침 소리· 청의 정신이 확 들었다·

“괜찮나? 갑자기 안색이 새파란데·”

“아니· 괜찮· 은 게 아닌 게 아니라·”

청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목이 마르다·

물로 술로 채울 수 없는 내면의 갈증이었다·

피· 피를· 피를 봐야 피를 봐야 하는데···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맞다· 죽여도 되는 사람을 봤었지·

조금만 참고 있다가 밤에 피를 좀 보자·

“후우···”

청이 애써 진정하며 깊은 숨을 내쉴 때였다·

“검우·”

걱정 어린 남궁신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검우·”

“아니 그· 혹시 말이오·”

남궁신재가 어물거렸다·

항상 당당하던 여느 때와 다른 태도였다·

청이 고개를 갸웃거리니 남궁신재가 어렵게 말을 이었다·

“생각해보니 대충 날짜가 그 말이오·”

“뭐가 말이야? 검우 말 똑바로 안 해?”

“아니 내 말은 잠시·”

남궁신재가 짐을 뒤져 꾸러미를 꺼내들었다·

“그래 이거 받으시오·”

“이게 뭔데? 선물이야? 갑자기? 이런다고 내가 기뻐할 줄 알면 그게 바로 정답이지· 뭐야 이게 뭔데? 검정의 선물인가?”

검정· 또 이상한 단어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남궁신재의 반응이 없어 별 재미는 못 봤다·

“앵속이라오·”

“앵속? 양귀비 아냐? 근데 이걸 왜?”

청이 꾸러미를 펼치자 잘 말려 돌돌 말린 잎사귀들에서 마른 낙엽 향기가 피어올랐다·

숲 특유의 진정이 되는 향이었다·

“정 힘들면 한 장씩 씹으시오·”

“어· 그 정도는 아닌데· 아무튼· 고마워·”

청이 떨떠름하게 감사를 표했다·

마약을 받고 기뻐하면 그것도 좀 아무래도 영 모양이 그렇잖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씨의 성갈이 논란 수정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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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is Murim’s Crazy Bitch

I Am This Murim’s Crazy Bitch

Score 8.8
Status: Ongoing
I became a female character in a martial arts game I’ve played for the first time. I know absolutely nothing about Murim, th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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