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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is Murim’s Crazy Bitch Chapter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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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7

물론 존재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견포희의 본질은 받침대 2호인 것이다·

천마신시는 아홉 개 구로 구성된 도시였다·

아홉 구는 중원의 도시가 으레 그렇듯이 직관적인 이름으로 지어져 중앙구와 동서남북구 더하기 나머지 뻔한 이름으로 구분되었다·

환희궁은 동구 끄트머리 홍등가 대로 끝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래서 사매 어디부터 구경을 갈까? 어디 가고 싶은 데라도 있어? 장신구 보러 갈래? 나도 투척용 비녀를 좀 사는 게 좋을까?”

“그건 알아서 하고· 서북구 쪽에 난로거리라 불리는 데가 있다던데·”

“엥? 거긴 위험한데?”

“위험하다니?”

“불신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라서 순찰자들이 아예 돌지도 않는단 말야· 완전 무법지대야·”

청이 이해를 못 했다·

청이 보기에는 그냥 천마신교 전체가 강자존으로 개판이 난 무법지대나 다름없었으니까·

다만 신경쓰이는 것이 하나·

“순찰자? 포졸들? 여기도 관부가 있어?”

그런 게 돌아다니면 밤에 나와서 귀찮다·

청도 예전엔 몇 번이나 붙잡히고 말았다·

대한민국 국민의 대부분이 본래 밤에는 밖을 돌아다녀선 안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청은 지금도 이해를 못 했다·

청뿐만 아니라 원래 고수들이 그랬다·

경지가 오르고 나면 갑자기 밤산책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게 변해버린다·

“포졸? 관부? 아· 사매는 중원 출신이랬지? 우린 관부 없어! 본교의 순찰자들이야· 그래 중원에서는 그 포졸이란 사람들이 돈도 뜯고 어린애 잡아 삶아 먹고 그런다면서? 빨리 관과 무림의 압제로부터 중원을 해방시켜야”

“됐고·”

청이 견포희의 헛소리를 깔끔히 잘라냈다·

“순찰자들이 많아? 여기도 밤에 돌아다니면 막 잡고 그래?”

“밤에? 왜? 순찰자는 해 지면 퇴근하잖아·”

“···?”

청이 순간 벙쪘다·

원래 순찰은 밤에 도는 거 아닌가?

대낮에 일이 벌어져 봐야 무림인들 투닥거리는 게 전부라서 포졸이 뭐 하는 일이 없다·

그러니 관부의 치안 유지란 그나마 밤이라도 수호하는 식이었다·

어쨌든 밤마실의 사전 답사를 나선 청에게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됐으니까 난로거리로 가기나 해요· 여기에 고수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

 

그리고 그날 밤·

얼굴을 꽁꽁 싸맨 청이 담벼락을 넘었다·

월녀산보의 무중력 보행이 빛을 발했다·

한 뼘 좁은 마당과 두 칸짜리 아담한 집·

청이 경첩을 손으로 쥐어 부수고 떨어진 문을 조심스레 치웠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는데-

문득 발목에 뭐가 걸렸다·

가늘어 눈에 거의 보이지 않는 실이었다·

함정!

청이 즉각 몸을 날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화살이나 비침이 날아들지도 않고 그렇다고 시끄러운 소음으로 침입을 알리는 종류도 아니었다·

뭐지?

함정만 있고 결과가 없네?

뭐에요· 찝찝하게·

청이 영 지저분한 기분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때였다·

“누구냐·”

드륵 미닫이 문이 열리며 중년인이 등장했다·

기이한 꼴이었다·

푹 젖은 머리며 얼굴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였다·

딱히 적의를 가진 태도는 아니었다·

청이 일단 궁금한 것을 물었다·

“어 세수라도 하고 있었어요?”

“네가 줄을 당기지 않았더냐·”

중년인이 손에 든 단도로 안쪽을 가리켰다·

침상 옆에 부자연스럽게 바짝 붙은 탁자 위 넘어진 물병이 보였다·

“줄을 당기면 물을 뒤집어쓰는 구조에요?”

“그렇지· 헌데 누구냐? 이 밤중에·”

“좋은 무공 가지고 계시다고 해서 나눔을 좀 받으려고 왔는데요· 혹시 그쪽이 설가라고 하는 분이세요?”

그러자 중년인이 대답했다·

“설가라는 분이 아니라 설가놈이라 들었겠지· 성이 설이며 이름이 가놈이다· 드물긴 하지만 제대로 북해 식의 이름이지·”

“아 성함이 설가놈···”

신기하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악인의 이름 따위가 아니었다·

“어쨌든 빙···신아수라마공? 어쨌든 마공을 순순히 넘기면 유혈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빙천수라마공이다· 좀 모자란 강도로군?”

“어쨌든요· 아픈 꼴 보고 내놓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넘기시죠?”

사내가 되물었다·

“어째서지? 배우고 싶으면 제자가 되면 될 일이 아닌가?”

“이미 사부님이 계시는걸요·”

“음? 마교도가 아니었나? 마교도들은 무공을 준다 하면 애미애비도 여럿 둘 족속들이잖나·”

“아· 그거 무슨 소린지 공감이 되네요· 어쨌든 저는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런 거라· 그렇군·”

설가놈이 고개를 끄덕였다·

청이 어이가 없어 말했다·

“저기요 너무 긴장감이 없으신 게 아닐까요? 고수가 쳐들어왔는데? 절정 중기람서요?”

“긴장감이 있으면 살려 주나?”

“아니겠죠?”

“그럼 굳이?”

“그건 그렇네요·”

청이 동의했다·

“어쨌든 비급이건 구결이건 당장 내놓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안 그러면 많이 아플 테니까·”

“아쉽게 되었군· 고문은 통하지 않으니·”

“막상 당해 보시면 아 고문이 만만한게 아니었구나 하실걸요?”

“이걸 봐라·”

설가놈이 길게 내린 앞머리를 치켜올렸다·

이마에 찍힌 낙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교 놈들이 내가 자는 사이에 찍었다· 나는 다음 날 아침에야 알아차렸지· 그래서 물병을 설치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몸이라서·”

“어 진짜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그럼 쫌· 나가리 아닌가?

“사람이 고통을 느끼지 못하면 이렇게 되는 것이다· 아픔을 모르면 두렵지도 않게 되더군· 이게 정상으로 보이나?”

“아뇨·”

“그래· 그런데도 빙천수라마공을 가지고 싶은 것이냐? 한 번 익히면 되돌릴 수 없다· 축기를 할수록 감각이 무뎌지다 이렇게 되고 만다·”

빙천수라마공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축기는 무인이 평생 함께해야 하는 버릇이다·

그러니 결국 모든 감각을 상실하고 말았다·

청의 입장에선 큰 문제가 아니었다·

어차피 대성까지 찍고 능력점을 다 캐고 나면 끝이었다·

오히려 빨간 테두리의 빙천수라마공이 금색인 소녀환희공의 부작용보다 효과가 떨어질까봐 걱정이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순순히·”

“알았다·”

설가놈이 청의 말을 끊으며 대뜸 승낙했다·

“···진짜요?”

“대신 조건이 있다·”

“뭔데요?”

“살려다오·”

설가놈이 당당하게 목숨을 구걸했다·

오히려 청이 당황했다·

“아까 무디니 정상이니 하지 않았어요? 되게 죽어도 되는 사람처럼 굴었는데?”

“사는 것 같지 않은 삶이라도 살고 싶어서 이 궁벽진 마교에까지 기어들어 오지 않았겠나·”

이상하게 논리적인 마인이었다·

“음····”

청은 악인을 죽이거나 고문하는 것을 취미로 삼았다·

왜냐하면 악인에게는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악인에게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강박증 환자도 아니다·

살육을 참지 못하는 중독자도 아니다·

굳이 안 참을 뿐이지·

“그럼 대신 주변에 좀 만만하고 죽여도 되고 이왕이면 편리한 무공 가진 나쁜 놈이 있으면 알려줄래요?”

“바로 옆집에 소면살귀라는 살수놈이 산다· 고작 절정 초입에 든 주제에 그런 거창한 별호가 붙을 리가 없으니 허세 섞인 허풍일 거다·”

“왼쪽? 오른쪽?”

“내 집 대문에서 집을 바라보고 오른쪽이다·”

“무공은요?”

“살수 놈이니까 은형술 정도는 익혔을 테지 계속 강도질을 할 거라면 기척 죽이는 기술이 그래도 하나는 필요하지 않겠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이었다·

청이 완벽하게 수긍했다·

“좋아요· 합격·”

“다만 비급이 내게 없는데· 구결을 불러줘도 자네가 믿을 수 있느냐는 별개가 아닌가?”

“내가 틀린 구결을 귀신같이 알아채는 능력이 있거든요? 이왕 건진 목숨 버리고 싶지 않으면 허튼 수작 부리지 마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네· 어차피 저주받은 마공인데 굳이 틀리게 가르쳐 줄 필요도 없지· 나중에 원망하며 찾아오지나 말게·”

이어 설가놈이 구결을 불러주었다·

수작 부리면 팔이라도 하나 자를까 했는데 곧장 무공창이 반짝반짝 진실입니다를 외쳤다·

에이 아깝다·

하지만 어차피 통증을 못 느끼는 상대라면야 그리 재미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생각해보니 다 외울 때까지 계속 불러주는 것도 고역이군· 외우기 힘들 것 같으면 차라리 내일 다시 오게· 아예 책으로 써 놓을 테니·”

“다 됐거든요· 나는 한 번이면 돼요·”

“그걸 한 번에 다 외웠다고? 대단하군· 금방 나처럼 되겠어·”

칭찬인지 악담인지 헷갈리는 소리였다·

청이 무시했다·

“어쨌든 나 본 건 비밀이에요?”

“협박당해 무공 털어놓은 게 뭐 자랑이라고· 창피해서 어디 말도 못 하지· 아· 그런데·”

“그런데 뭐요?”

“얼굴만 가릴 게 아니라 그 커다란 젖이나 좀 꽁꽁 묶어 싸매게나· 머리가 셋 달린 년이 마교에 몇 명이나 된다고· 괜히 나중에 들켜서 내 탓 하지 말라고 알려주는 걸세·”

“아씨· 그러면 땀 차는데·”

하지만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문제 제기와 그 해결 방법이었다·

청이 비판을 받아들였다·

“그래도 뭐 조언은 고마워요·”

그렇게 청이 설가놈의 집을 떠났다·

그리고 약 한 시진 후 여름의 밤하늘이 슬슬 때어나는 새벽 무렵에 되돌아왔다·

원치 않는 세수를 한 번 더 하게 된 설가놈이 불편한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뭐지? 그새 마음이 바뀌었나?”

“아뇨· 설명을 워낙 잘 하시길래· 혹시 만만한데 죽여도 되고 강력한 무공 가진 마두 좀 더 소개해주실 수 있어요?”

 

그리고 다음 날·

소면살귀 왕 씨가 살해된 채로 발견되었다·

몸통과 머리 사지가 분리된 채였다·

다만 아직 이 정도야 뭐·

천마신시에서 주목받기에는 그렇게까지 충격적인 일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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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is Murim’s Crazy Bitch

I Am This Murim’s Crazy Bitch

Score 8.8
Status: Ongoing
I became a female character in a martial arts game I’ve played for the first time. I know absolutely nothing about Murim, th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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