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9
개밥을 차려놓고 볶음밥이라고 써 놓았다·
청의 상식으로 볶음밥은 볶은 밥이다·
그러니 볶은 밥에는 국물이 있어선 안 된다!
그러나 환희궁의 숙수는 그에 동의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항상 밥에 진심인 청이 분노했다·
아니 어떻게····
이딴 개밥 같은 게 볶음밥이라고?
이건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되는 음식이다!
이런 끔찍한 건 세상에서 없애버려야 해·
그래서 청이 그렇게 했다·
가능한 한 노력해서 없애버렸다·
“서 사매!? 이걸 이걸 어떻게 다섯 그릇이나 퍼먹을 수가 있어? 혹시 다리 말고 혓바닥도 불편한 거 아니야?”
그에 견포희가 놀란 눈으로 청을 보았다·
청이 한 많은 표정이 되었다·
“사저가 힘든 일 없이 순탄하게 자라서 그래· 힘든 일 많이 겪고 나니깐 그냥 달달한 볶음밥 같기는 개뿔· 더럽게 맛대가리도 없고····”
청은 다섯 그릇을 처먹었다·
“진짜 너무하네 먹는 거로 사람 서럽게···”
청이 울상을 지었다·
밥에 워낙 한이 맺힌 것이 많아서 그랬다·
그 표정을 본 견포희가 말했다·
“힘내! 아! 사매 저녁은 나가서 먹을까!?”
뭐지? 왜 갑자기 후광이 비치는 것이지?
청이 반색했다·
“정말요? 그래도 돼요?”
“이대의 오 제자부터는 나가서 먹어도 된대·”
견포희는 꼬집쟁이 잡아먹고 이대의 오 제자가 되었다·
“근데 사저는 돈이 없잖아요·”
어제 정찰에 간식이라도 좀 먹어볼까 했다·
그런데 청은 월광검(8호)도 복신적도 빼앗겨 아주 개털이었다·
안타깝게도 견포희 역시 개털이었다·
그러니 슬픈 눈으로 손가락만 쭉쭉 빨았다·
그런데 오늘은 돈이 생겼나?
견포희가 대답했다·
“오후 수련에 벌면 되지?”
청이 고개를 갸웃했다·
“수련을 하는데 돈이 나와요? 뭐지? 어째서 나는 받지 못한 것이지?”
“아· 사매는 중원 출신이라 모르겠구나? 우리 환희궁은 수련하면서 용돈도 벌 수 있어! 내가 그래서 여기 들어왔거든!”
“아니! 환희궁에 그런 선진적인 제도가?”
환희궁 돌아가는 꼴이 아주 개판이었다·
그런데도 제자들이 버티는 이유가 이거였나?
청이 끔찍했던 겨우살이를 떠올렸다·
수련으로 돈을 받을 것 같았으면 청은 이미 부자가 되고도 남았어야 했다·
“사매는 가슴도 왕가슴이고 얼굴도 이쁘니까 홍등 매달면 손님들이 엄청나게 몰려들거야! 사내들이 안 그런 척해도 큰 거 좋아하잖아·”
청이 눈을 끔벅거렸다·
좀 이상한 소릴 들은 것 같은데·
왕가슴 미모 붉은 등 손님 인기 사내·
단어 하나하나 모아 붙으면 마치 꼭····
“잠깐· 거기까지만 해 줄래요? 어쩐지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더 들으면 안 될 것 같아·”
“하긴 사매는 고수니까! 진기 조금 빼먹는 건 마음에 안 차지? 맘만 먹으면 사내들 팍팍 잡아다가 뽑아먹을 수 있으니까· 부럽다····”
거기까지만 해 달랬더니 쪼르르 다 불었다·
생각해보니 그런 소리를 했었다·
힘들게 사내를 꾀면 사저들이 다 뺏어간다고·
그게 그 뜻이었구나·
뭐 여인 잡아먹는 꼴을 이미 보았다·
직관이라서 아주 박력이 넘쳤다·
여인도 잡아먹는데 사내를 못 잡아먹겠어?
청이 침을 꼴깍 삼키며 물었다·
“수련하는 거 옆에서 구경해도 돼요?”
“안 돼· 의외로 수줍은 놈들 천지거든? 그럼 손님이 안 온단 말야·”
아· 이게 안 통하네····
청이 대신 방향을 틀었다·
“그럼 내가 사내놈 잡아다 주면 마무리하는 건 옆에서 구경해도 돼요?”
“어!? 진짜!? 나야 좋지! 헤헤····”
오우 직관 예약!
귀빈석 단독 공연!
청이 기대감으로 생각했다·
옥수수라도 미리 튀겨놔야 하나?
시원한 용정차 마시면서 구경하면 캬아!
있다가 밤에 설가놈한테 물어봐야겠다·
정력 좋은 나쁜 놈 좀 추천해달라고·
설가놈은 처음에는 이상한 이름이라 생각했는데 아주 입에 쩍 감기는 것이 괜찮지 않나?
어쩐지 친근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실은 이름으로 아주 훌륭한 게 아닐까?
냉철한 이성과 식견은 탈마교 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실제로도 마교 놈이기는 해도 마교도는 아니었지만·
그래 무공 하나 익힐 수 있으면 뭐 익힐 거냐고 한번 물어봐야겠다·
다음 이천 점 교환도 미리 준비할 겸·
기왕이면 여러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해야지·
청이 방으로 안아 바래다주는 받침대 2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음· 얘한텐 안 물어봐도 되겠다·
“사매! 그러면 쉬고 있어!”
청을 침대에 내려준 받침대 2호가 해맑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수련행을 떠났다·
침대에 누운 청이 생각했다·
이제 뭘 하지? 수련이나 할까?
근데 배부르다····
청이 포만감으로 빵빵하니 볼록한 배를 살살 쓰다듬었다·
생각해보니 밤에 나가려면 지금 조금이라도 자 둬야 한다·
밤에 피곤하고 졸려서 실수라도 하면 어떡해·
그러니까 지금 억지로라도 자야 하는 거니까·
“흐아아아···”
청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눈을 감았다·
배부른 상태에서 눕는 행복감이 있다·
꼭 왼쪽으로 누워야 한다·
오른쪽으로 누우면 속이 불편해지니까·
그렇게 편한하게 누워 온몸에 힘이 쭉 빠지고 정신은 나른하니····
-쿵쿵쿵!
아씨 누가 몰상식하게 야밤(아님)에 문을 두드려·
-쿵쿵쿵쿵· 서문청!
몰라· 서문청이 코 자요· 다음 기회에·
-쿵쿵쿵쿵쿵쿵! 서문청! 안에 있는 것 안다!
“아니 씁·”
청이 몸을 발딱 일으켰다·
“안 잠겼으니까 들어와요!”
그러자 문이 열리고 낯선 이가 발을 들였다·
그야말로 고전 문학 속 사감 선생의 화신이라 할 외양의 깡마른 중년 부인이었다·
살집 없는 얼굴임에도 심술이 묻어나올 정도·
그 뒤로 시녀 하나를 거느린 모양새였다·
부인이 청을 바라보며 대뜸 혀를 찼다·
“쯧쯧· 계집년이 점심을 먹자마자 드러눕고· 양친께서 그러다 소 된다고 안 하시든?”
“지금 소 무시해요? 소는 우리 친군데요·”
“하긴· 그 천박한 젖통을 보니 벌써 암소년이 다 되었어· 지존께서 어찌 저런 년을····”
청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왜 남의 젖을 가지고 계속 지랄들이야?
누군 마음에 드는 줄 아나?
무겁지 땀 차지 아래도 안 보이지 검 휘두를 때 걸리적거리지 위로 옆으로 앞으로 어느 쪽으로 누워도 아프고 흘리기라도 하면 앞섶에 다 묻고···
아주 장점이라곤 하나도 없네·
“뭐지? 시비 걸러 왔어요? 싸울래요?”
청이 주먹을 들어올렸다·
부인이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 네게 예악을 가르칠 선생이다· 본 부인은 강 부인이라 부르거라· 중원 사람들은 본 악사를 천적미녀라 불렀지·”
“···? 미녀? 마녀가 아니라요?”
강 부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청은 당당했다·
욕 먹기 싫으면 악업을 쌓지 말았어야지·
“갈! 선생에게 예를 갖추지 못하겠느냐?”
“선생? 수강 신청도 안 했는데? 갑자기?”
“자· 일단 받거라·”
강 부인의 눈짓에 시녀가 큼직한 꾸러미를 들고 다가와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청이 보자기를 풀어보니 차곡히 쌓인 책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뭐에요? 도서 배달?”
“익혀야 할 무공이 아홉이고 한 권은 악보 책이다· 무공은 알아서 익히도록 하고 본 부인은 네게 예악을 가르칠 것이다·”
지존 호소인이 하사한 선녀공 한 무더기였다·
물론 무공에는 죄가 없다·
청이 반색을 했다·
“무공이요? 뭐 이런 걸 다·”
청이 무공책을 쓱 훑었다·
확인해 보니 여덟 개의 무공이 등록되었다·
한 권은 함정인가 보네·
어쨌거나 뭐 공짜로 들어온 건데·
근데 등급이 영 쓰레기인걸·
하얀 테두리가 다섯 파란 테두리가 둘·
그리고 빨간 테두리가 하나였다·
흰색 파란색 빨간색 금색 보라색·
현대의 양심 팔아먹은 도박 제작자들이 담합해서 만든 기준으로는 N R SR SSR UR 로 치환할 수 있었다·
앞의 두 등급을 멸시하는 것도 같았다·
흰색 파란색은 10성 대성으로 성취가 끝나고 능력점도 별로 안 줬다·
12성 대성에서 막대한 능력치를 부여해주는 빨강 이상의 무공들과 비교하면 거의 구색이나 맞추는 수준이었다·
대신 필요한 수련점이 매우 낮기는 했다·
특히 하얀 테두리는 얻는 족족 10성 대성을 찍어놔도 될 정도다·
청이 이미 쭉 그렇게 해 오기도 했고·
그나마 빨간색 무공이 하나 있었다·
탕선탈의무·
청의 인상이 구겨졌다·
뭐야 탈의? 옷 벗는 무공이라고? 설마·
놀랍게도 청의 추측이 대강 맞았다·
점수로 매기면 팔십 점쯤 된다·
탈의는 그 탈의가 맞으나 뒤의 글자가 춤출 무 짜라서 팔십 점이었다·
탕선이란 음탕한 신선이라는 뜻이다·
달기라고 하는 고금삼대미녀에 천하제일악녀 칭호를 거머쥔 여인의 별명이기도 했다·
달기는 하루 종일 깨어 있는 동안 슬픈 표정으로 하늘만 올려다보는 초절미소녀였다·
달기는 본래 천상에 살던 선녀였지만 사악한 천성으로 벌을 받아 지상에 떨어졌기에 다신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이었다·
주왕은 그런 달기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어느 날 달기가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자 달기가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그에 주왕이 설마 하고 관찰해보니 사람이 더 잔인하고 고통스럽게 죽을수록 미소의 밝기가 커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주왕은 달기의 미소를 지키기 위해서 온갖 창의적인 방법을 동원해 사람을 고문하고 죽였다·
너무 아름다워 역사에 길이 남은 순애보였다·
달기도 결국 그 노력에 감동해서 흐른 피가 호수를 메울 때쯤엔 옷을 하나씩 벗어던지며 주왕을 유혹해 화끈한 밤을 선사했다고·
달기의 특별한 탈의 춤사위 공연이었다·
탕선탈의무는 그 심상을 본떠 만들어졌다·
청이 이 탈의가 그 탈의가 맞나·
맞으면 이걸 굳이 익혀서 어디다 쓰나·
받침대 2호에게 한번 익혀보라고 할까·
등등의 생각으로 멍을 때리고 있을 때였다·
“집중! 선생이 한가한 사람이 아닌 것이야· 당장 수업을 시작하도록 하지· 받거라·”
강 부인이 길쭉한 것을 내던졌다·
청이 손을 뻗어 착 붙잡았다·
이 서늘하고도 묵직한 감각····
만년한철 특유의 서늘한 무게감이었다·
청이 반가움에 왈칵 소리를 터뜨렸다·
“내 일만 금! 돌아왔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독자 여러분께서 새 초상화의 특정 부위 고증이 잘못되었다고 너무 열렬한 항의를 보내주셨읍니다··
사실 작가도 신경이 쓰였습니다만 인공 지능이 사람의 말을 무시하지 않겠읍니까··
인간 세상의 끝이 도래할 날이 아마도 멀지 않을 것 같읍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유투브 보고 따라하며 100%수작업으로 어찌어찌 노력했읍니다··
그런데 모양이 이게 맞나 싶기는 한데··
나름 네 시간 가량 고생한 결과물이니 어여쁘게 봐 주세용··
공지 맨 아래에 원본을 올려두었읍니다··
혹시 시간이 엄청 남으시거나 하시는 능력자 분이 계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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