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13
푸른 하늘.
마기로 가득한 검은 하늘이 아닌.
태양빛이 내리쬐는 청량한 하늘.
그런 하늘에 맞게 타락자들의 습격은 끝이 났다.
정확히는 네 번째 사도가 무신에게 패퇴하면서 소멸한 탐욕과 함께 왔던 네임드들이 도망.
차원 균열은 물론 특급 위험도의 균열이 모두 사라졌다.
그에 따라 메인 퀘스트와 위업 퀘스트.
두 퀘스트가 모두 완료했으니.
당장 기숙사로 달려가 즐거운 정산 시간을 가져야 함이 맞지만.
안타깝게도 그 시간은 조금 뒤로 미뤄야할 거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치직.
– 여기는 Q1. 이상 없습니다.
치직.
– Q2. 이곳도 이상 없습니다.
치직.
– Q4. 여기도 이상 없… 타락자다!
– 「…시발!」
– 잡아! 아니 죽여!
치직.
– 여기는 Q3! 2학년 건물 내부에 마물들이 숨어 있다!
– 끼에에엑! 끼에에에엑!
– 서걱! 모두 한 마리도 놓치지 마!
– 쾅! 쾅쾅! 건물 내부를 꼼꼼히 수색해!
사도와 네임드 균열이 모두 사라졌으나.
균열에서 쏟아졌던 타락자와 마물들이 아직 아카데미 곳곳에 잔류.
정산 시간을 누리기엔 아직 상황이 전부 해결되지 않았다.
“쯧.”
안전지대 본진 성벽 위에서 무전을 듣고 있던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그러면서 오른손에 쥐고 있는 미니건의 총구를 머리 위로 고정했다.
“진짜 바퀴벌레보다 더하다니까.”
죽여도 죽여도 어디선가 자꾸 튀어나오는 것은 똑같으면서.
가지고 있는 생명력이나 느껴지는 혐오감은 더 끔찍하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전국 아니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건 정말 확신할 수 있다.
치직.
“여기는 T1. 화력 지원 필요한 곳 있으십니까?”
치직.
– 여기는 T2. 제작부 구역에 타락자 무리 발견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 대부분 상위급으로 보임. 화력 지원 부탁.
치직.
– T3. 3학년 콜로세움에 대규모의 마물이 점거 중 화력 지원 부탁.
치직.
– 여기는 P1. 대공원 구역에 대규모의 마물과 타락자들이 점거 중 화력 지원 부탁.
– …교관님 여기 T1이 있는 곳에서 거리가 꽤 되는데 지원 된답니까?
– …T1. 거기서 여기까지 화력 지원 가능한가?
“예 가능합니다.”
1km 넘으면 모를까 본진에서 900m 정도의 거리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거리가 그 이상이어도 상관없다.
전송을 못할뿐이지 총알을 박아넣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
“그럼 지금부터 화력 지원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준비하십시오.”
그리 말하며 무전을 종료 손에 들고 있던 무전기를 바지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러면서 아틀라스 아머를 활성화 인벤토리에서 총 34개의 미니건을 우르르 꺼내들었다.
‘테라 화력 지원에 사용할 연산력은 충분하지?’
– 예 충분합니다.
‘그래 그럼 시작한다.’
테라에게 연산력 확인도 했겠다.
염력으로 미니건을 들어올린 나는 바로 천리안을 발동했다.
화아악!
정신이 붕 뜨는 감각.
동시에 넓어지는 시야.
아카데미 지역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에 따라 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것처럼 화력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T2. 제작부 구역.
타락자 무리가 발견.
대부분 상위급으로 보임.
그곳에 총 35개의 미니건 성탄을 퍼부어주었다.
T3. 3학년 콜로세움.
대규모의 마물이 점거 중.
그곳에 수류탄 박스 5개 2백 개의 폭탄 드론을 투하.
그리고 방어형 골렘 2기와 수류탄 각종 물자 박스를 전송했다.
P1. 대공원 구역.
대규모의 마물과 타락자들이 점거 중.
그곳에 수류탄 박스 10개 3백 개의 폭탄 드론을 투하.
그리고 방어형 골렘 3기 아이언 골렘 5기 수류탄 각종 물자 박스를 전송했다.
그렇게 화력 지원을 마치고 천리안을 종료하자.
치직.
– …여기는 T2. 타락자 무리 전멸. 화력 지원 고맙다.
– …교관님 우리 필요 없는 거 아닙… 치지직.
치직.
– 여기는 T3. 화력 지원만 해도 충분한데 물자 보급까지 해줘서 정말 고맙다.
– …교관님! 이거 보세요! 박스 안에 든 거 전부 A등급이에요!
– 와… 미친! 1학년 수석이 그렇게 대단하다더니 이게 무슨….
치직.
– 여기는 P1. 덕분에 쉽게 싸울 수 있게 됐다. 정말 고맙다.
– 와 씨! 화력 지원 미쳤는데!
– 물자 지원도 미쳤어!
무전기에서 감사의 말과 함께 감탄이 들려왔다.
그 무전에 나는 피식 웃으며 양손에 쥐고 있던 미니건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성벽 난간에 몸을 기대었다.
그리고 스마트 워치를 조작 홀로그램을 활성화했다.
“마력 회복 겸 지원 화력을 부탁 받을 때까지 할 것도 없으니까….”
잠깐 커뮤니티 좀 볼까.
[제목][오늘 하늘 봄?]
[하늘 와장창 깨진 사진.JPG]
몇 시간 지나니까 원래대로 돌아오긴 했는데.
도대체 저런 현상이 왜 일어난 거임?
ㄴ몰?루?
ㄴ(너는 아루? 이모티콘)
ㄴ(나도 몰루? 이모티콘)
ㄴ갤붕아 그걸 왜 여기다 물어보냐.
ㄴㄹㅇㅋㅋ 균열 박사들도 저게 뭐임 이러고 있는데.
[제목][하늘이 깨진 위치가 아레나 아카데미라고 하더라.]
그리고 하늘이 깨진 것뿐만 아니라 특급 위험도의 균열도 네 개 열렸다던데?
ㄴㄹㅇ? 특급 위험도의 균열이 네 개나 열린 거 실화임?
ㄴ오피셜이 아니라 뇌피셜 아님?
ㄴ그러게 어디 가짜 뉴스 본 거 아니냐?
ㄴ그니까 특급 위험도 균열 하나만 열려도 도시 하나 사라지는데 네 개나 열렸다고? 구라도 적당히 쳐야지
ㄴㄹㅇㅋㅋ 진짜였으면 나라 하나 벌써 사라졌다.
– 아잇! 나도 친구한테 들은 거라고! 친구가 진짜라고 했다고!
ㄴ거라고~~
ㄴ했다고~~
– ㅅㅂ 딱 기다려라. 증거 바로 가져온다.
ㄴ응~ 없어~ 전부 친구 뇌피셜이야~
ㄴ진짜 증거 찾아오면 내가 작성자 남친한다.
– 아 꺼져 ㅅㅂ
[제목][하늘이 깨진 위치 어쩌구 작성자다. 증거 있냐던 새끼들 봐라.]
[사진.JPG] [기사 내용.JPG] [뉴스 내용.JPG]
자 개새끼들아.
이래도 아니라고 할 수 있냐?
ㄴ뭐임? 왜 진짜임?
ㄴ아니 ㅅㅂ 잠깐만.. 진짜인 거를 떠나서 열린 게 네 개가 아니잖아.
ㄴ와 ㅁㅊ 저게 몇 개냐..
ㄴ깨진 하늘에서 균열 쏟아지는 거 봐라 ㅅㅂ;
ㄴ그런데 사진 잘 보니까 작성자 말대로 균열 열린 건 네 개인 거 같은데? 나머지 쏟아지고 있는 것들은 저 우산이 뒤집어진 거 같은 하얀 기둥에 막혔고.
ㄴ저거 하얀 기둥 신성력인가?
ㄴㅇㅇ 신성력 맞음.
ㄴ아 ㄹㅇ? 그런데 어떻게 저리 방대함? 사제 천 명이 있어도 저렇게는 안 될 거 같은데?
ㄴ그야 대성녀님의 신성력이니까.
ㄴ?? 대성녀님이 갑자기 왜 나옴?
ㄴ? 모름? 대성녀님 한국에 입국했잖아.
ㄴ엥? 왜???
ㄴ아잇 ㅅㅂ 모르면 기사나 뉴스좀 봐. 여기서 물어보지 말고.
ㄴ아 너무해.
ㄴ너무한 건 갤러리에 처물어보는 너고.
[제목][아레나 아카데미 오늘 결투 시즌 아님?]
경기 보러 간 사람들 괜찮나?
ㄴ그러게. 이번 1학년들 역대급이라고 해서 보러 간 사람들 엄청 많다던데.. 다들 괜찮으려나.
ㄴ다행히 괜찮다고 하더라. 아카데미에서 미리 대비를 해뒀었는지 하늘에 이상이 생기자마자 전부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데.
ㄴ? 그걸 갤붕이 니가 어떻게 알아?
ㄴ오늘 경기 보러 간 친구가 전화로 알려줬음.
ㄴ아 그래? 그럼 다행이고.
ㄴ그나저나 역시 아레나 아카데미라고 해야 하나? 대비 확실하게 해놨네.
ㄴㅇㅈ 균열 발생하면 아티팩트나 이동 마법 사용 힘들어지는데 그 많은 인원을 전부 안전하게 이동시킨 거 보면 준비 철저하게 한듯.
ㄴ괜히 최고라고 하겠냐.
ㄴ윗댓들 아레나 아카데미 직원이지?
ㄴ앗 들킴ㅋ
ㄴ그래도 저희들 말 인정하시죠?
ㄴ넹.
ㄴㅇㅈ합니다.
[제목][하늘 깨진 현상 명칭 정해짐]
한참 논의하던 균열 척척박사들.
결국 논의 끝에 명칭 정함.
ㄴㅇㅎ 그렇게 정함?
ㄴ이야 기가막힌걸.
ㄴ그렇구나(사실 몰루? 이모티콘)
ㄴ? 뭐임? 내용 끊겼는데 윗댓들은 뭘 보고 저러는 거임?
ㄴ(뭐지? 녀석들은 대체 뭘 본 거지?.JPG)
ㄴ(녀석들에게 보여준 걸 나한테도 보여줘라!.JPG)
ㄴㅅㅂ 그래서! 명칭이 뭔데!!
ㄴ사람을 빡치게 하는 방법.
ㄴ첫 번째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
ㄴ두 번째는
ㄴ개!!!새!!!!!끼!!!!!!야!!!!!!!!!!
[제목][하늘 깨진 현상 명칭 정해짐 ← 이 ㅅㅂ 작성자가 누락한 명칭 직접 알아옴.]
차원 균열이라고 하더라.
ㄴ하.. 속 시원.
ㄴ작성자 게이야 고맙다.
ㄴ차원 균열? ㄹㅇ ㅈㄴ 대충 짓네
ㄴ왜? 특급 위험도의 균열보다 괜찮은데.
ㄴㅇㅈ 일반 균열 위험 균열 특급 위험도의 균열 등등 이딴 것들보단 훨씬 괜찮은데?
ㄴ그런데 왜 차원 균열임? 하늘이 깨져서?
ㄴ그것도 있는데 안에서 희미하게 문명이었던 것이 있어서 그렇다고 함.
ㄴ아 ㄹㅇ? 다른 세계가 보여서 차원 균열이라고 하는 거임?
ㄴ갤붕아 새삼스러울 게 있냐? 지금까지 열렸던 균열도 어떻게 보면 다른 세상인데.
ㄴ그렇긴 한데.. 좀 무섭지 않냐?
ㄴ무섭다고? 뭐가?
ㄴ아니.. 그도 그럴 게 일반 균열들은 소용돌이 안으로 들어가야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데 이번에 열린 차원 균열은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다른 세상이 그냥 보인다며? 그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이어졌다는 거 아냐?
ㄴ어…그렇네?
ㄴ뭐야 나 무서워졌어.
ㄴㅅㅂ.. 오늘 외출 좀 하려고 했는데 나가지 말아야겠다.
ㄴ오늘은 갤붕이한테 집밖에 나가라는 말 못하겠다.. 나도 오늘은 집에 가만히 있어야지.
“확실히 차원 균열이 무섭긴 하지.”
겉으로나 속으로나.
살벌하기 짝이 없으니까.
초인 갤러리 영웅 갤러리 아카데미 갤러리 등등.
커뮤니티 곳곳에 도배되다시피 올라오는 차원 균열에 대한 내용.
대부분의 내용이 충격과 공포가 들어간 것을 보아.
균열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도 차원 균열은 무척 두려운 모양이다.
하긴 균열에 익숙해졌다고는 하나 허공에 소용돌이 생기는 것도 두려운데.
하늘이 와장창 깨졌으니 얼마나 무섭겠는가.
나는 음음 고개를 주억거리며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렇게 커뮤니티 뉴스 기사를 보고 있을 때.
띠링.
스마트 워치에 알람이 울렸다.
홀로그램 상단에 ‘교장 선생님’의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표시가 나타났다.
“…한참 바쁘신 분이 갑자기 왜 메시지를?”
교장 선생님인 만큼 아카데미 내외부의 상황을 수습하고 있으실 분이 메시지라.
‘전화가 아닌 걸 보면 급한 건 아닌가?’
그래도 메시지를 보내왔다는 건.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일 터.
나는 바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교장 선생님]
– 이유진 이사장님이 찾으신다. 지금 바로 이사장님의 집무실로 가보도록.
“오.”
이사장님이 날 찾는다고?
대성녀님에게 주먹 협박을 받을 때 말했던 선물을 주려는 건가?
“그렇다면 바로 가야지.”
나는 성벽 난간에 기대고 있던 몸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바닥에 내려놓았던 두 미니건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 전에 화력 지원은 해주고 가야지.”
무전기에서 화력 지원을 부탁한다는 무전은 오지 않았지만.
이사장님에게 가는 길에 올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연락이 오기 전에 미리 지원을 하기로 했다.
그리 생각을 마치자마자 천리안을 발동.
화력이 필요해 보이는 곳에 총알과 폭탄 물자를 투하하기 시작했다.
&
“왔느냐.”
저번에 보았던 것처럼 권태로운 얼굴로 거대한 왕좌에 앉아있는 무신 백유화.
그런데 어째 안색이 창백해 보인다.
아니 확실히 창백하다.
‘…네 번째 사도와의 싸움이 조금 힘들었나?’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무신은 초월자 중에서도 거의 반신에 가까울 텐데?’
그런 의문에 나는 그녀에게 안색이 왜 그러는 건지 묻고 싶었으나.
그건 그녀가 나를 찾은 이유에 대해 알고 난 뒤에도 늦지 않다.
“예 저를 찾으셨다고.”
“그래 아해에게 할 말이 있어서 찾았느니라.”
할 말?
선물 때문이 아니라?
“후후 물론 선물도 줄 것이니라.”
아 표정에 드러났나.
나는 생각을 읽혔다는 것에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선물을 주기 전에 이 말을 먼저 해야하니 이해를 해다오.”
그리 말한 백유화가 입가에 지은 미소를 지웠다.
그러고는 매우 진중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하길.
“외신 그것들이 아해를 인지했노라.”
외신.
찬탈자들이 나를 찾았다고 알려주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zakuti 님 오늘도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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