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6
너무 호들갑이었나.
골렘이 폭발하면서 바위 파편이 날아올 줄 알았건만.
우두머리 마물도 보스룸 밖의 마물들과 다를 바 없이 폭발과 동시에 재로 화하며 사라져버렸다.
굳이 마력 방벽을 칠 필요도 없던 것이다.
그래도 안전에 유의하는 건 나쁘지 않으니까.
‘그나저나 섬광탄을 터트렸을 때도 느낀 거지만.’
이 정도의 굉음에도 그냥 귀가 먹먹한 정도라니.
분명 골렘이 폭발하면서 일어난 굉음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실청이 될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런데 고작 귀가 먹먹한 정도에 그치다니.
그리고 더 나아가 짧은 시간만에 회복이 되다니.
확실히 내 능력치가 최저이긴 해도 초인은 초인인 모양이다.
“…여 역시 수 수석. 대 대단해.”
“세상에… 그 큰 골렘이 한 방에….”
순수하게 감탄하는 박가람과 달리 임다희는 경탄을 넘어 무슨 괴물을 보는 것 같은 시선으로 나를 보았다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음… 그런 반응이면 나도 상처 받는데.’
내가 바위 골렘을 한 방에 터트리긴 했다.
하지만 그건 골렘이 비선공이었고 내게 전송 스킬과 대량의 폭발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였다.
‘물론… 임다희의 반응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냐.’
보스룸에 들어오자마자 바위 골렘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머리 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등.
박가람과 임다희의 눈엔 미친놈처럼 보였을 거다.
그러다가 갑자기 골렘 근처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고.
박가람에게 지시해서 마력 방벽을 치고.
갖은 호들갑을 떨더니 유탄 발사기를 ‘퉁’.
그러자 번쩍하고 엄청난 충격파와 함께 우두머리 마물이 소멸했으니.
그녀들에겐 내가 그냥 수석이 아닌 엄청난 강자로 보였을 것이다.
물론 순수 무력으로는 박가람도 못 이기지만.
내가 순수 무력으로 싸우는 것도 아니고 이걸 떠벌릴 일도 없다.
그리고 박가람과 임다희 둘이 가지고 있을 나에 대한 오해를 풀 생각도 없다.
아무튼 우두머리 마물도 처치했으니.
이제 실습을 끝낼 차례다.
“균열 확인하러 가자.”
“으 응.”
“…응.”
나는 둘을 데리고 골렘이 막고 있었던 균열에 다가갔다.
그러자 스마트 워치에서 ‘띠링’하고 알람 소리가 들려왔고.
멈춰있던 균열이 활성화 되기 시작했는데.
꿀렁.
팬이 돌아가듯 소용돌이 회전하기 시작하던 균열이 물결이 출렁이는 것처럼 이상 현상을 보이더니.
화악!
“…어 어?”
“…무 무슨.”
순식간에 균열의 색이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하였고.
콰과과과과과─!
급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균열에 가까이 있던 우리는.
“히 히에엑!”
“꺄아아악!”
뭐 할 틈도 없이 균열에 집어삼켜졌다.
&
“….”
균열에 들어온 이서연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했다.
같이 있어야 할 조원들이 보이지 않는다.
교관이 균열에 들어가면 확인하라고 했던 실습 목표의 글자가 전부 깨져 있다.
그리고 주변에 널린 마물들의 시체에서 마기(魔氣)가 느껴지고 있다.
이에 이서연은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모의 이면 세계가 아닌 진짜 이면 세계라는 것을 알았다.
– 키에에엑!
– 끼아아아악!
– 끼긱 끼기긱.
사방에서 들려오는 마물의 울음소리.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보아 피 냄새를 맡은 것 같다.
촤아악!
이서연은 검날에 묻은 피를 바닥에 털어내며 권총의 탄창을 새로 갈아 끼웠다.
그리고 곧 있을 전투를 준비하는 순간.
피유우우웅….
저 멀리서 조명탄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이서연은 조명탄을 쏘아 올린 게 누구인지 바로 알아챘다.
“…이유진.”
균열에 들어온 학생들 중에서 조명탄을 가지고 있을 사람은 오직 그밖에 없다.
“그에게 가야 해.”
조명탄을 쏘았으니 그에게 곧 마물들이 몰려들 터.
물론 그가 보여준 능력을 생각하면 괜찮을 것 같지만… 서둘러 가야 한다.
그가 나를… 아니 우리를 찾고 있으니.
하지만 그 전에.
– 끼에에엑!
마물들이 몰려오고 있으니.
이 불쾌한 것들을 쓸어버리고 가리라.
이서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
&
&
균열에 삼켜지고 주변의 환경이 변하자마자 내가 한 것은 사주경계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박가람과 임다희를 불렀지만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 것을 보아 흩어졌음을 알았다.
그렇게 30초간의 사주경계 끝에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바짝 끌어올렸던 긴장을 다소 가라앉히며 사격 자세를 풀었다.
“후우….”
나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어 하늘의 색을 확인했다.
“물론 그렇겠지.”
눈에 보이는 건 푸른 하늘이 아닌 붉은 하늘.
오직 이면 세계에서만 볼 수 있는 하늘의 색이다.
그러면 이제 확인할 건 이곳이 어떤 이면 세계냐는 것이다.
일단 하늘이 보이는 걸로 보아 동굴은 아니고.
주변에 풀과 나무가 없는 걸로 보아 숲도 아니다.
“…다행히 벌레랑 식인식물은 아니네.”
이면 세계는 장소의 테마에 따라 마물이 다르다.
동굴은 아까 경험했던 그림자 원숭이처럼 그림자 계열의 마물.
숲은 벌레와 식인식물 계열의 마물.
평야는 여러 동물이 섞인 키메라 계열의 마물이 등장한다.
이렇듯 주변의 환경을 보면 무슨 테마인지 알 수가 있다.
그래서 주변을 자세히 확인해본 결과.
오랜 시간이 지난 것처럼 풍화되고 부서졌지만 현대식으로 지어진 건물 안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 그건가?”
대충 이곳의 테마가 무엇인지 알아냈지만 나는 확실히 하고자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앞에 보이는 창문에 다가갔다.
그리고 먼지가 잔뜩 낀 창문을 손으로 슥 닦아내고는 조심스레 밖의 풍경을 확인했다.
– 으어어어….
– 끼긱 끼기긱….
– 끼에에엑….
창문 밖에 어기적 돌아다니는 인간 형태의 마물들.
속칭 좀비와 구울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보였다.
“아… 진짜 현대 테마네….”
현대 테마.
다르게 말하자면… 좀비 아포칼립스 테마라고도 한다.
“음… 그렇게 어려운 곳은 아니긴 한데.”
테마가 좀비 아포칼립스라고 해서 무척 위험할 거라고 생각이 들겠지만.
일반인은 몰라도 초인에겐 그리 위험한 곳이 아니다.
마력을 가지고 있는 초인은 강한 저항력을 가지기에 좀비나 구울한테 물려도 죽지 않는 이상 좀비로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좀비 감염은 상태이상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힐러의 큐어나 내가 마셨던… 해독제를 복용하면 바로 치료된다.
그만큼 좀비와 구울한테 둘러 쌓일 정도로 힘을 낭비하거나 구울이 된 초인을 맞닥트리지 않는 이상 아포칼립스 테마는 그리 어렵지 않다.
물론 어렵지가 않은 것뿐이지 좀비의 물량공세는 정말 짜증 나기에 함부로 막 돌아다니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박가람과 임다희는 괜찮겠지?”
나는 흩어진 조원들을 걱정했다.
좀비와 구울이라는 개체가 그리 강하지 않고 불이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엄연히 마기(魔氣)를 가지고 있는 마물이다.
마력을 담은 무기나 스킬 마법이 아닌 이상 마기를 뚫는 건 매우 힘들다.
그런 만큼 회색 마녀의 제자인 박가람은 몰라도 임다희는 걱정이 되었다.
임다희 그녀의 마력 총량은 작은 대신 회복이 빠르긴 하지만.
좀비와 구울은 절대 혼자 다니지 않고 떼로 몰려 다닌다.
만약 임다희가 마력을 다 쓴 상태로 좀비와 구울에 둘러 쌓이는 순간 끔찍한 일을 경험할 수도 있다.
“…안 되겠다. 임다희를 찾아야겠어.”
그녀뿐만 아니라 이곳에 들어와있을 애들을 모아야겠다.
그리 계획을 잡자마자 나는 인벤토리를 열어 한 아이템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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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개량 소총(B)】
악을 사냥하던 자가 사용하던 자동 소총.
화기에 저항력을 갖고 있는 악을 괴롭히기 위한 마법이 각인되어 있다.
– 사격 시 ‘강타(C)’ 적용.
– 사격 시 ‘넉백(C)’ 적용.
– 민첩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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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타(C)」
피격된 ‘적’에게 고정 피해를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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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백(C)」
피격된 ‘적’을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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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M416’이라는 자동 소총이랑 똑같이 생긴 소총으로 ‘홀리 건’과 같이 B급 아이템 선택권으로 구한 무기다.
그리고 얻어걸린 거긴 하지만 이곳 아포칼립스 테마에서 고무탄으로도 양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무기이기도 하다.
왜?
바로 무기의 효과인 ‘강타(C)’ 때문인데.
‘피격된 ‘적’에게 고정 피해를 입힌다.’
재생력이 급증하는 중하위급 초인부터는 통하지 않을 정도로 구린 효과이긴 해도.
좀비와 구울 같은 경우는 체력도 낮고 재생력이 없기 때문에 뚝배기를 부수는 데에는 전혀 부족하지가 않다.
물론 내가 ‘슈퍼 정확도’를 갖고 있기에 중하위급 이상의 초인이라도 마력의 저항력을 뚫고 대미지를 줄 순 있지만….
글쎄 굳이?
이곳의 좀비나 구울처럼 개체 자체가 약하면 몰라도 초인에게 사용하기엔 총알이 아깝다.
당장 같은 B급 무기인’ 홀리 건’만 해도 추가 피해와 신성 피해라는 두 가지 피해 효과가 있으니.
아이템 설명 그대로 ‘특수 개량 소총’은 ‘적’을 갖고 놀기 위한 무기일뿐 썩 좋은 무기가 아니다.
그런데 왜 이런 무기를 B등급 아이템 선택권을 사용하면서까지 얻은 거냐면….
나중에 9 토벌부대의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서다.
물론 생각하고 얻은 건 아니다.
‘홀리 건’을 찾으면서 우연히 발견한 거였는데 무기의 효과가 딱 제 9 토벌부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이었다.
제 9 토벌부대의 사람들은 타락자를 증오하는 만큼 타락자에게 고통을 주는 걸 즐겨하니 이 무기를 준다면 꽤나 높은 호감도를 얻을 수 있을 것 같기에 바로 이 아이템에 남은 B등급 아이템 선택권을 사용했다.
그런데 마침 이면 세계의 테마가 아포칼립스.
제 9 토벌부대에 선물하기 전에 성능을 먼저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사용을 안 할 수가 있나.
그리 생각하며 피식 웃은 인벤토리에서 조명탄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문 앞에 서서 짧게 심호흡을 하고는 발로 뻥 걷어찼다.
쾅!
낡아서 그런 건지 발차기 한 번에 날아가는 문.
그런 문을 보며 밖으로 나온 나는 조명탄을 든 손을 위로 뻗어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수전증 패널티로 명중률 70% 하락이긴 하지만 단순히 애들에게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 사용한 것뿐이니 상관없겠지.
그리고 또 붉은 하늘이긴 하지만 다들 초인인 만큼 잘 보일 것이다.
– 으어어어?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좀비와 구울의 이목이 전부 나를 향해 쏟아졌다.
하긴 문이 부서지고 조명탄이 쏘아지는 등 시끄럽긴 했지.
– ….
렉이 걸린 것처럼 좀비와 구울이 모두 멈추고 나를 주시할 때.
나는 들고 있던 조명탄을 버리… 지는 않고 인벤토리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소총을 잡고.
철컥.
장전을 하는 순간.
– 끼에에엑─!!
– 끼긱 끼기긱!
– 끼아아아악!
좀비와 구울이 괴성을 지르며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놈들에게 나는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고.
타다다다다다당─!!
친히 총알 세례를 먹여주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으갸아아악!! 오늘 늦게 올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넙죽엎드려비는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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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ANISE] 님 후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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