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8
운이 좋게도 찾으려고 했던 임다희가 제일 먼저 합류하고.
그 뒤를 이어 순차적으로 이서연 박가람 노아 아서 그리고 아직 이름을 모르는 10명의 동기들이 합류했다.
그렇게 15명의 인원이 집결하고.
농성은 수월하다 못해 아예 좀비와 구울들이 올라오질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노아와 아서가 합류했을 때부터 내 소총의 총구에서 불을 뿜지 않게 되었다.
텅 텅텅!
올라오는 길 중간에 생겨난 거대한 푸른 방패.
아서의 방어 스킬 ‘천혜의 요새’가 마물들이 올라올 수 없게 철저히 길을 막고 있었다.
이에 마물들은 위에 있는 우리들을 씹고 뜯고 맛보고 싶어 미치겠는지 온몸을 던져가면서까지 맹렬히 두드리지만.
‘천혜의 요새’라는 이름답게 흠집 하나 나지 않았고.
화르르륵!
노아가 방패 밑에 깔아둔 ‘성화(聖火)의 대지’ 스킬에 장렬히 타오르기만 했다.
– 크아아악!
– 끼엑! 끼에엑!
– 끼기긱 끼긱!
마기(魔氣)를 가지고 있는 것 답게 성스러운 불꽃에 휩싸이자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고 있는 마물들.
사실 우리를 먹고 싶은 게 아니라 몸에 붙을 불을 끄고 싶어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노아와 아서 덕분에 아주 편하게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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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퀘스트 Chapter. 2
【탈출하기】
이면 세계에서 탈출하십시오.
– 보상 : 20000포인트(활약에 따라 추가 보상) 등급 상승권(C등급 이하) 2장 B등급 재능 및 스킬 선택권 랜덤 치트 사용권 3장.
– 실패 :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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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틈에 확인한 메인 퀘스트.
역시 퀘스트의 내용은 게임과 다를 바 없다.
다른 점이라면 보상에 ‘랜덤 치트 사용권’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뿐이다.
‘이번에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랜덤 치트 사용권을 얻으면….’
가지고 있는 것을 포함해서 총 6장이 된다.
즉 치트를 하나 더 뽑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인데.
‘스읍… 진짜 모아야 하나.’
첫 치트 ‘슈퍼 정확도’를 얻었을 때 계획했던 것이 있다.
랜덤 치트 사용권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도 선택 치트 사용권을 모은 뒤에 사용하기로.
그래야 효율이 좋기 때문인데… 정작 치트를 뽑을 기회가 생기려고 하니 계획했던 것이 무색하게 엄청 사용하고 싶다.
…라고 욕망이 마구 속삭였지만.
나는 오히려 내 마음속 욕망을 비웃으며 퀘스트 창을 닫았다.
‘벌써부터 김칫국 드링킹은 안 되지.’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사용권이 모였을 때라면 나도 ‘어? 그럴까?’라고 생각이라도 들지.
이제 막 퀘스트를 확인하고 있을 때 그러면 욕망에 넘어가주고 싶어도 넘어갈 수가 없다.
‘좀 더 노력하자 욕망아.’
창피하듯 빠르게 사라지는 욕망을 다독이며 나는 스마트 워치에 설정해두었던 시간을 확인했다.
[남은 시간 : 1분 20초]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음을 확인한 나는 앉아있던 탄약 박스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탄약 박스와 수류탄 박스를 열어 전술 조끼와 수류탄 벨트를 채워 넣는 등 슬슬 움직일 준비를 했다.
스마트 워치의 타이머는 아직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를 동기를 기다려주는 것으로 넉넉하게 30분을 설정해두었다.
그런데 남은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음에도 더 오지 않는 것을 보면 자신이 마지막에 들어온 것 같다는 이서연의 말대로 여기에 있는 애들이 전부인 것 같다.
띠딕 띠딕.
[설정된 타이머가 종료되었습니다.]
기다림은 끝났다.
이제 움직일 시간이다.
“애들아 모여봐.”
내 부름에 애들 모두가 머리 위에 갈고리를 띄우면서도 하던 것을 멈추고 다가왔다.
“지금부터 이곳을 탈출할 방법을 설명할 테니 잘 들어.”
내가 그리 말하자 애들 모두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모두 경청 모드가 된 것을 확인한 나는 머릿속에 있는 이곳의 공략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이면 세계가 어떻게 출현하는지에 대해선 다들 알고 있을 거야.”
초인이고 일반인이고 모두가 아는 상식이기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본론으로 넘어가기 전에 대충 설명해 줄게.”
이면 세계가 출현하는 방식.
그건 모의 이면 세계의 균열처럼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닌 허공에 유리가 깨지는 것처럼 이상 현상이 먼저 발생한다.
그렇게 전조를 시작으로 천천히 차원이 벌어지다가 소용돌이 모양의 균열이 나타나 크기를 불려간다.
팽창하는 범위는 최소 한 마을에서 최대 한 도시까지.
어느 정도 크기를 불린 균열은 안의 코어가 파괴될 때까지 나타난 지역에 계속 머무른다.
그러다가 이계(異界)에서 추방된 마물들이 쌓이다 못해 포화가 되버리면 이면 세계는 현실을 침식하며 그것들을 배출하기 시작한다.
그렇듯 모의 이면 세계에서 갑자기 이동하게 된 이곳은 정상적인 이면 세계가 아니다.
“정상적인 이면 세계가 아니다… 그 말 뜻은….”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대충 눈치챈 노아가 증오하는 악(惡)을 마주한 것처럼 섬뜩한 눈빛을 흘렸다.
“타락자 그 이단들이 저지른 것이군요.”
정확히는 타락 신봉자가 모의 이면 세계의 균열에 손을 댄 거지만.
타락 신봉자도 예비 타락자나 마찬가지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균열을 우리가 들어온 모의 균열에 덧씌운 거 같아.”
“…아카데미 내에 타락 신봉자가 있군요.”
비밀이긴 하지만 이단 심판관이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노아는 이번에도 내 말의 뜻을 바로 눈치챘다.
“노아가 생각한 것처럼 내 생각도 그래.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놈들은 타락자 아니면 타락 신봉자밖에 없어.”
게임에서도 놈들이 어떻게 균열을 다루는지에 대해선 나오지 않는다.
나나 다른 고인물들이 추측하기론 외계의 존재에게 힘과 능력을 받아서 가능한 거 같다.
그리고 균열에 이상이 생기면 항상 놈들밖에 없다.
“어떤 이단인지 알아내기만 하면 바로 심문을….”
분노를 토하는 노아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이단은 내가 잡을 거다.
지금 상황을 일으킨 범인이 누구인지는 알지만 그놈은 내게 큰돈을 안겨다 줄 것이기에 말해줄 순 없다.
물론 단물을 빨아먹은 뒤엔 노아나 강철수에게 알려주겠지만.
“아무튼 이곳이 타락자가 건드린 이상(異常) 균열인만큼 코어는 한 개가 아니야.”
이곳 이면 세계에 있는 코어는 총 다섯 개.
서브 코어 네 개와 메인 코어 하나가 있다.
서브 코어는 각각 동서남북에 하나씩 있으며 메인 코어는 중앙 어딘가에 있다.
그리 설명하고 있을 때 이름 모를 1명이 손을 들며 물었다.
“그럼 메인 코어부터 부수면 안 돼? 중앙이라면 여기서 가깝잖아.”
나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지만 그건 불가능해. 메인 코어는 서브 코어가 다 부서지지 않는 한 마기(魔氣)로 둘러싸여 있어서 피해를 줄 수 없어.”
“…그런데 수석 네 능력이라면 되지 않아? 네 공격은 마력을 관통하니까 마기도 관통할 거 같은데.”
그래 맞다.
그의 말대로 나는 마기를 뚫고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이유는 그걸 못해서가 아니다.
“…가능하긴 해.”
“그러면….”
“그러면 우린 영원히 이곳에 갇히게 돼.”
“…뭐?”
타락자는 악독(惡毒)하다.
놈들이 손을 댄 균열은 절차대로 서브 코어를 부수지 않고 메인 코어를 먼저 부숴버리면.
현실과 이어져 있는 균열이 파괴되어버린다.
그래서 초인들은 균열이 발생하면 일단 들어가서 서브 코어가 있는지 확인한다.
이런 매뉴얼은 우습게도 이 모의 훈련을 끝내면 배운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 있는 애들은 이론이 아닌 실전을 통해 배우고 있다.
“왜 부수면 안 되는지 잘 알겠지?”
“….”
끄덕.
질문을 했던 애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메인 코어를 부수려면 서브 코어부터 부숴야 해. 그러니 지금부터 조를 짤 거야.”
내가 생각하기에 적절한 조 편성은 이러했다.
동쪽 – 나 박가람 임다희.
서쪽 – 이서연 외 3명.
남쪽 – 아서 외 3명.
북쪽 – 노아 외 4명.
…절대 이름을 모르는 애들이랑 같이 가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배치한 게 아니다.
교관 강철수가 편성한 조답게 밸런스가 맞기도 하고 이서연과 아서 그리고 노아는 주연급 인물답게 무력이 굉장히 강하니 통솔하는 것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들 이거 받아.”
나는 인벤토리에서 세 개의 조명탄을 꺼내 각각 이서연과 아서 노아에게 주었다.
“…서브 코어를 부수면 쏘아 올리라는 거군.”
나눠준 조명탄의 용도를 바로 알아챈 아서가 그리 말하며 나를 보았다.
그런데 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읏.”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내며 시선을 휙 피해버렸다.
아무래도 볼이 발그레해진 것을 보아 어제의 일을 떠올린 것 같은데….
‘아니 어제의 일을 왜 지금 떠올린 건데…?’
네가 갑자기 그런 반응을 보이니까 진지했던 분위기가 이상해졌잖아….
‘이 분위기 어쩔 거야….’
이름 모를 동기 10명이 ‘뭐지 이 새끼들?’ 라는 이상한 눈빛으로 나와 아서를 번갈아 보았다.
이서연은… 무언가 알 수 없는 기세를 담아 아서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아는 조명탄이라는 걸 처음 사용해 보는지 신기하다는 듯이 이리저리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하….”
갑자기 개판이 되어버린 분위기에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니 아서아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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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 응애 나 화기 처음 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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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치는새] 님 후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넙죽엎드려절하는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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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분량이 적어서 너무 죄송합니다 ㅠㅠ
갑자기 일정이 바빠진 나머지 쓰는 게 늦어지고 말았어요..
내일은 꼭 더 많은 분량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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