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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Chapter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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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8

“악의 조직 『레전드 오브 데빌즈』의 제 1차 원탁대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땅땅땅·

정장 차림의 핑발레즈가 안경을 치켜올리며 대회의의 막을 열었다· 참여자는 다음과 같았다· 마왕이자 사천왕 서열 1위인 나 『타락마법악마왕 루시퍼 제크니엘』 (2페이즈 있음)·

그리고 자색 마탑주이자 사천왕 서열 2위인 『무한허무의 존재 유나리스』·

사천왕 서열 3위가 사회를 진행 중인 핑발레즈 겸『유리 프로스트러버』·

사천왕 중 최약체가 바로 『에스포와르 드 이터널 다크』 되시겠다·

이름을 음각으로 새겨놓은 멋들어진 명패도 테이블 앞에 깔아뒀고 창문에 커튼도 꼼꼼하게 쳤다· 그리고 서늘한 분위기의 조명 하나만 딱 띄워뒀다· 

나는 근엄하고 도도하게 팔짱을 낀 상태로 회의 시작을 너그러이 허락했다·

“진행하도록 하자── 우리들의 세상을 무너뜨릴 『대계획(종언의 제노사이드)』을·”

“···나 나 너무 괴로워· 손발이 안 펴져···!”

“무슨 일이지? 『무한허무의 존재』여····”

“으히야아악···!!”

농도 짙은 중2병 테이스트에 유나가 바닥을 떼굴떼굴 굴러다녔다· 손발이 오그라들고 등골이 간지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던 것 같았다·

나도 간만에 하려니까 심장이 시큰시큰하긴 했다· 하지만 유나가 갸아아악 하고 말린 오징어가 되어가는 것만으로도 이 롤-플레잉에는 가치가 있었다·

한편 핑발레즈는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고 외신에게 극딜을 박고 있었다·

“사천왕 중에서도 최약체인 어둠의 공주 『에스포와르 드 이터널 다크』 먼저 보고해 주십시오·”

“그러니까 나는 그딴 이름이 아니라···!!”

“어허 말 조신하게 안 하지? 암타 맛 좀 볼래?”

“소녀는 그런 이름을 자칭한 적도 자칭할 마음도 없답니다아악!!”

아주 흡족하군·

저번 세션에서 탄생한 『외신』은 장기간의 조교와 구속 끝에 일종의 사역마 같은 느낌이 되었다· 충성은 기대할 수 없는 데다가 여전히 틱틱대고는 있지만·

시키는 일을 잘하면 개 같은 설정을 지워주고 못 하면 패널티로 ‘말 뒤에 냥을 붙임’같은 걸 쑤셔 넣는 채찍과 당근 전략으로 차근차근 기를 꺾어놓고 있다·

그리고 물론 비상사태를 대비한 폭탄 목걸이도 장착해 둔 상태다· 안전 걱정은 없었다· 외신이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소녀가 생각하기에 표적은 얼간이인 것이와요·”

“특이한 평가로군요· 구체적으로는?”

“너무 밍기적대잖아요? 오혜인을 죽이고 재산을 빼앗지 않은 건 그럴 수 있어요· 옆에 있는 뭉개라는 존재가 얼마나 위협적인지도 미지수인 데다가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려면 현지인의 협력은 필수니까·”

하지만·

“어느 정도 지식을 쌓으려고 노력했다면··· 그야말로 뭐든 할 수 있었을 거예요· 오혜인에게 열정적으로 이 세상에 대해서 묻고 사람들이 하루 종일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뭔지에 대해서 듣고 나면·”

그 순간부터는 지식의 스노우볼이 구른다· 인터넷의 바다에서는 원하는 정보는 모두 얻어낼 수 있다· 

총기류 화약 각 국가 간의 분쟁 사람을 죽이는 것이 터부시되는 사회 분위기· 그러한 기반 지식을 쌓고 나서는·

“우선 경제적으로 자립해야죠· 타인의 호의에 기대서 어영부영 살아가는 건 너무 위험한 짓이에요· 오혜인이 다음 날 쫒아낼 줄 어떻게 알고? 우선은 가벼운 강도살인부터 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 돈으로 자본을 불려서 고아원을 차리고····”

“차리고?”

“어릴 때부터 세뇌 교육을 통해 말 잘 듣는 살인 병기들을 길러내서 국가 전복을····”

“그래 넌 나가라·”

외신이는 가슴 속이 아주 그냥 못된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서둘러 외신이에게 채팅 금지 30분을 날렸다· 저걸 내버려뒀다가는 누가 보면 우리가 악의 조직인 줄 알 것 아니냐·

나는 박수를 쳐서 분위기를 환기했다·

“자 회의 속행합시다·”

“···그 그런데· 우리가 뭘 의논해야 하는 거야?”

“우선은 다음 촉수의 모델링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3번 디자인은 사용감이 그렇게 좋지 않더군요· 마법소녀도 기분 좋아하기보다는 아파하는 것 같았습니다·”

“슬슬 다음 괴인을 등장시킬 때인 것 같은데 그걸 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마탑주님· 뭔가 위기감도 주면서 메인 스트림도 진행할 수 있는 그런 게 필요한데····”

우리가 생산적인 논의를 하고 있을 때 외신이가 자기 입에서 채팅 금지를 억지로 뜯어내며 외쳤다·

“너희들 로데루스 세뇌시키고 정보 뽑는다면서-!!”

“말투·”

“소 소녀가 생각하기에··· 아니 근데 정보캐기는 뒷전이고 니네들 놀고 있던 거 맞잖아! 일을 하라고 일을!”

“·······”

나와 핑발레즈는 뜨끔해서 외신이의 시선을 피했다· 외신이는 씩씩거리면서 우리들을 매섭게 추궁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핑발레즈를 휙 하고 가리키더니·

“야 서큐버스! 촉수로 쾌락절임으로 만들어서 암컷타락노예로 만든다는 작전 왜 취소했어! 왜 감도 300배를 시행하지 않았지?!”

“그건 미학이 부족해서···· 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그러면 귀중한 고민 페이즈를 놓치게 됩니다· 서서히 여성으로서의 자신과 성욕을 자각해 나가면서 어느 야심한 밤에 망설임 끝에 참지 못하고 손을 대게 되는 부분이 가장 맛있는····”

“잘못 했어 안 했어!”

“사리사욕을 추구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최상위 명령권자인 마왕님도 놀았습니다· 혼내주십시오·”

핑발레즈가 폭탄을 넘겼다· 외신이는 홱 하고 고개를 돌리더니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정신을 파괴하고 완전히 종속시켜서 뭐든 명령을 듣는 노예로 만들 거라며! 예정되어 있었던 ‘이젠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작전은 왜 취소한 건데?!”

“아니 그··· 이야기가 재밌게 굴러가니까 나도 모르게 그만· 고작 정보 좀 캐내자고 개연성도 없이 피폐를 들이부을 수는 없잖아 아깝게····”

“잘못 했냐고 안 했냐고!”

“잘못··· 잘못··· 아니 씨 근데 뭘 하던가 말던가는 내 맘이지 이자식아! 『감도 3000배』!”

끼야아아악-!

외신이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퇴장했다· 그래도 저 녀석의 말이 헛소리는 아니었다·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말이다·

“로데루스 이 새끼 너무 잘 어울려준다니까· 이상하게·”

“그렇긴 하더군요·”

생각보다 사람이 순했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뭘 하려고 하지도 않고 목표를 쥐여 주면 시키는 대로 잘 따라가고· 오혜인으로 몇 번 긁어도 주먹이 날아오지 않고 뭉개한테도 레이피어를 찔러대지 않았다·

진짜 인성 파탄 난 놈이면 상황이고 자시고 칼빵부터 먹이지 않겠는가·

고작 TS로는 안 따라와 줄 것 같아서 강제최면과 수치플레이와 하이그레까지 알차게 준비해 놓았는데 결국 안 썼다· 

게다가 밥을··· 너무 맛있게 먹는다·

아니 그 귀족이라는 놈이 먹방 유튜버로 데뷔해도 될 정도로 맛있게 된장찌개를 떠먹는다니까? 그것도 서양 비슷한 문화권 놈이·

세션 시작하고 처음에 밥을 차려줬을 때에는 한 일주일 정도 아무것도 안 먹은 사람처럼 허겁지겁 먹어대고 그랬다· 그렇게 먹보 캐릭터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러니 자연스럽게 생각은 이쪽으로 닿았다·

이새끼 뭐 있는거 아니냐·

뭔가 생각보다도 괜찮은 녀석이 아닐까· 어릴 적에 교육을 좀 잘못 받아서 비뚤어진 놈이 아닐까· 천성 자체는 나쁘지 않은 녀석이 아닐까· 그런 생각들·

마탑주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모양인지 가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로데루스를 보고 그랬다· 그러다가도 내가 맞은 배빵 생각이 났는지 눈썹을 역팔자로 만들었지만·

우리 악의 조직의 차가운 지성 핑발레즈가 내게 물었다·

“천성이 어떤가 환경이 어떤가는 사실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미친 마법사님· 누구에게나 동정받을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A가 있다고 한들 그가 목덜미를 노려오는 상황에서는 죽일 수밖에 없습니다·”

“·······”

“로데루스는 당신의 목숨을 노렸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럴 겁니다· 위험요소의 배제와 레드번에 대한 대처 마련 이 메리트를 포기하고 ‘동정심’을 품어야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맞는 말이다·

그리고 나도 불쌍하다고 다 봐 줄 생각은 없다· 누군가가 목을 노려오면 나도 목을 노릴 거고 악의를 품었다면 악의로 돌려줄 거다· 

로데루스와 싸울 때 쏘아낸 파심현전도 죽일 각오로 날린 것이었다· 놈이 둘둘 두른 아티팩트가 아니었더라면 정신은 확실히 붕괴했을 터· 그때는 나 살기도 급한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여유가 되는 한에서는·

“누구나 한 번의 기회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

“착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자원봉사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니야· 그냥 누구든 간에 말야·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져봤어야 하는 거··· 그 정도는 쥐여 주고 싶다는 거야·”

어린 시절 못 가진 것들을 하나씩 세어 가며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시절에 말이다· 달동네에는 나 같은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팔자가 기구하다는 의미로·

옆집 사는 형이 한 명 있었다·

서로 못 사는 형편에 달고나 반 쪼개서 내 손에 쥐어주는 좋은 사람이었다· 또한 어떻게든 성공해서 이 빌어먹을 동네를 벗어나겠다는 꿈이 있는 청년이었다· 

하지만 교재나 강의 하나 맘 편히 살 수 없는 지갑 형편으로는 공부도 독이라 빵 테두리 구걸해서 씹어가며 버티더라도 한계가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영양실조로 까무룩 의식을 잃었다가 응급실에 실려 갔다고 전해 들었다· 그리고 청구된 병원비 영수증을 가만 들여다보며 이 돈이면 책이 몇 권인데 하고 계속 중얼거렸다고·

그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떨어져 버린 거다·

나는 창문 너머로 그를 바라보며 그가 결국에는 꿈을 포기했음을 알았다· 어느 순간 몸에 문신이 하나둘 늘어나더니 질 나쁘고 불량한 놈들과 함께 다니기 시작했으니·

옆집 사는 형이 맞이한 결말은 식상했다· 그는 범죄를 저질렀고 경찰에게 잡혔다· 그렇게 변호사를 꿈꾸던 청년은 감옥에 갇혔다·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내가 만약에··· 돈이 있었다면· 옆집 사는 형이 내게 달고나 반쪽을 떼줬던 것처럼 나 또한 반쪽을 떼 줄 재산이 있었더라면·

그러면 어땠을까· 그는 변호사가 되어 가난한 자들을 위해서 살아가는 정의로운 사람이 되었을까? 알 수 없다만 적어도 그 말로가 범죄자는 아니었을 테지·

그냥 그때 생각이 좀 났다·

로데루스 녀석 고작 웃고 떠드는 것에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원격으로 진행하는 거라서 『나레이션』이 깊게 침투하지 않아 그의 배경까지 읽어 들일 수는 없었지만· 그는 분명히 어떤··· ‘기회’를 바라고 있는 것 같아서·

지금의 내게는 달고나가 있다· 트럭으로 퍼 줘도 남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다· 그리고 눈앞에는 애잔하고 불쌍한 인생이 하나 있다·

나는 선심 써서 달고나 반쪽을 떼 줄 생각이 있다· 로데루스는 받을 것인가?

그렇다면 동아줄을 내려 줄 생각이었다·

“물론 꼼꼼하게 검토해 보고 진행해야 하는 거겠지· 그 녀석··· 로데루스의 과거사를 캐낼 방법이 없을까?”

“레드번 공작에게 편지라도 부쳐 볼까요?”

“되겠냐고·”

“그러면 딱히 방법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때 마탑주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얼마나 말하고 싶었으면 주변에 밝게 빛나는 전구 환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나는 너그러이 발언을 윤허하였다·

“발언하라 『무한허무의 존재 유나리스』여··· 악!”

로우킥을 맞았다·

“있지 『시련의 탑』 히든피스 발견자 말야·”

“아 예· 학생 중 하나가 용케 발견했다면서요?”

“걔 이름이··· 엔버스 레드번이야· 아마 같은 성씨일 테니까····”

“오호라· 그러면 개방 방주를 이용해서 슬쩍 찔러볼게요·”

회의가 마무리되었다· 정보를 가능한 한 끌어모은 뒤에 로데루스의 처우를 정하도록 할까·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건지·

나가는 길에 핑발레즈가 조용히 물었다·

“그럼··· 촉수 희롱은 그만두는 겁니까?”

“아니·”

“아니군요·”

구원은 구원이고 복수는 복수다· 아직도 로데루스에게 맞은 데에는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다· 이 멍이 가실 때까지는 편치 못할 것이다 로데루스여·

“그렇다면 세 갈래 촉수는 예정대로 준비하겠습니다 마왕님·”

“속행하도록·”

“존명·”

마법소녀들에게 사악한 마수가 뻗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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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로 몰려가서 한 번·

최전선 공략조의 단체 공략에 끼어서 한 번·

그리고 시련의 탑의 공략이 심화됨에 따라 택틱의 효율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3군 멤버로 간신히 닿아서 한 번·

엔버스는 신묘한 거지를 도합 세 번을 보았다·

첫 번째 만남에서는 무공에 대해 알았고·

두 번째 만남에서는 무림에 대해 알았으며·

세 번째 만남에서는 거지에 대해 알았다·

그제야 엔버스는 거지에게 가르침을 청했고 그는 받아들였다·

그는 자신이 댈 이름 하나 없는 거지라 하였으며 천마(天魔)를 쫒아 차원의 틈에 몸을 던져넣은 끝에 이러한 공간에 갇히게 되었노라고 말했다· 

고향에 돌아갈 기약 없으니 이곳이 바로 마지막에 몸 뉘일 자리라고 한다면· 사람이라면 무릇 죽어서 이름을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무공(武功)이란 이어지는 흐름에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니·

거지는 그러한 연유로 엔버스를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엔버스는 언제든 시련의 탑 8층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기연(奇緣)이었다·

기초부터 시작했다·

하체를 단단한 고목의 뿌리처럼 깊고 흔들리지 않게 하며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는 법이 없어야 비로소 주먹을 뻗을 자격이 있는 것이라 하였다·

엔버스는 투정 없이 따랐다· 중심을 몸에 새겨넣는 과정은 지루한 반복 작업이었으나 그는 무공에 대한 순수한 열망을 등불 삼아 묵묵하게 임했다· 

그 모습이 거지는 기꺼웠다· 배우는 자가 온 마음을 다해 임하면 가르치는 자가 어찌 즐겁지 않을쏘냐? 

학처럼 외다리로 서서 잠에 들 수 있을 만큼 공부한 뒤에 엔버스의 배움은 다음 단계로 접어들었다· 무공(武功)의 초식(招式)을 외우는 과정이었다·

거지는 가르침에 앞서 짧은 선문답을 시작했다·

“적이 위에서 아래로 쳐오면 어떻게 막겠느냐?”

“아래에서 위로 쳐올려 막지 않겠습니까?”

“다른 방법을 떠올려 낼 수 있겠느냐·”

“발재간을 부려 피할 수도 있을 것이고 좌에서 우로 쳐내거나 아티팩트를 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거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물었다·

“아래에서 위로 쳐올려 막는다면 어떻게 아래에서 위로 쳐올려 막겠느냐·”

“어떻게라 하심은···?”

“발을 어디에 둘 것이며 몸의 중심은 어디에 둘 것이며 횡으로 칠지 종으로 칠지 다음 수를 위해 느슨하게 풀 것인지 단매에 때려잡기 위해 꽉 조일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알기 어렵습니다·”

“그것이 초식(招式)이다·”

아래에서 위로 쳐서 올리는 동작만 하더라도 무한에 가깝다· 발의 각도와 전체적인 흐름 그리고 내공의 움직임까지 고려하면 셀 수가 없다· 어떤 인간도 그 방법을 모조리 궁구(窮究)해 낼 수 없으리라·

그러니 그중에 한 동작을 딱 집어서 규격화한 것이 초식이었다· 거지는 나무 봉으로 하늘로 솟구치는 초생달을 그려내었다·

“이것의 이름은 승월인데 쳐올려 막고 이어지는 다음 수를 예리하게 벼려내기 위해 고안된 초식이다· 내 오랜 친구의 것인데 보기에 어떠하느냐?”

“···아름답습니다·”

“허면 이것도 보아라·”

거지는 이제 종에서 횡으로 초생달을 그려내었다· 움직임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르건만 엔버스가 보기에 어쩐지 같은 초생달로 보였다· 

“이것은 무엇으로 보이느냐?”

“위로 솟구치지는 않았으나 제 눈에는 승월로 보입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잘 보았다· 이것도 같은 승월이다· 생김새가 다름에도 같은 초식이라 하는 이유는 담고 있는 의(意)가 같기 때문이다· 이 또한 다음 수를 벼려내는 데에 효험이 있으니·”

하여 초식(招式)은 배우되 얽매이지 않아야 하고 올바로 따르되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거지는 그렇게 말했다·

뜬구름을 손으로 흩어놓는 듯한 소리에 엔버스는 몽롱해졌다·

거지는 끌끌 웃고는 덧붙이기를·

“껍데기가 아니라 알맹이를 봐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는 뜻이다· 내 하나 물을 테니 너는 솔직하게 대답해보거라·”

“예·”

“자고 일어나보니 네 몸이 여자가 되어 있다면 검을 꺾을 테냐?”

“·······”

아리송한 말이었으나 엔버스는 단매에 고개를 저었다· 몸이 바뀐다고 하여 무공에 대한 열망이 꺼질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팔이나 다리가 없이 태어난다면 어떠냐· 검을 꺾을 테냐?”

“입으로는 쥘 수 있을 테지요·”

“나비가 되어도?”

“···더듬이로나마 휘두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거지는 대소(大笑)를 터트렸다· 제 대답이 마음에 든 것 같아 엔버스도 멋쩍게 웃었다·

거지는 한참을 웃다가 엔버스를 크게 칭찬하며·

“그래 중요한 것은 마음에 담긴 것이지· 그릇의 모양새가 대수랴? 네 대답이 호쾌하고 웅심이 넘치니 정말 기껍구나· 헌데····”

“말씀하십시오·”

“내 보기에 너의 마음속에 든 것이 검만은 아닌 것 같구나·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사람이 마음에 칼 한 자루만 달랑 품고 있자면 그건 검귀(劍鬼)라고 부른다· 미치광이지·”

“·······”

“어째서 칼을 쥐었는고?”

거지의 희뿌연 눈이 엔버스의 심중을 똑바로 바라보는 듯하여 그는 감히 숨길 생각을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 가문에서 있었던 학대와 그날에 스스로 맺었던 맹세·

그리고 자신의 형 로데루스에 대한 것·

엔버스는 혼란 속에서 그의 형에 대한 기억을 반추해 냈다· 함께 어울려 나아가던 기억 달밤의 약속 그리고 배신· 그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를 증오해야 하는지 믿어야 하는지· 다만·

“···다시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만나서 무엇을 하려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허면 자신의 마음속부터 알아보자꾸나· 정진하고 단련하여 손발에 뜻을 담을 수 있게 되거든 희뿌연 마음도 맑게 갤 것이다·”

거지는 몸을 일으켰고 엔버스 또한 그랬다· 

그리고 무대 뒤편의 미친 마법사도 ‘얘는 진짜 무협 체질이로구나!’ 하고 호들갑을 떨며 일어났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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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년간의 서브컬쳐 지식과 얻어낸 정보를 종합하여 판단하건대 로데루스는 비인도적인 훈련으로 길러진 가문의 암살자 같다· 레드번 가문에서 강도 높은 세뇌를 받은 것 같고·

인간의 몸을 하고는 있지만 실은 도구인데 그렇다면 도구를 휘두른 놈에게 화를 내야겠지· 어찌 도구의 탓을 할 수 있으랴?

오케이· 이새끼 사람 한 번 만들어보자·

작전명 『사랑을 알려주겠다』·

다각도로 일어나는 청춘 이벤트 동아리 실내 수영장에서 벌어지는 체육 수업 여자애들끼리의 수학여행(해변으로 감) 대비 수영복 쇼핑 촉수 2트 양아치 헌팅 인성 테스트 쏟아지는 억결과 피어나는 우정 백합 최종결전과 자유·

내가 가진 120%의 일상물을 쏟아부어 주마· 그다음은 네 몫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넉넉-하게 담았습니다 마이 프렌즈· 노린 건 아니고 그냥 신나서 적다 보니까 늘어난 거긴 한데요·

그래도 생색은 낼 수 있을 때 내면 좋지 않겠어요? 항상 감사하십시오 korean heroes·

씁··· 인제는 이 히오스 드립도 아는 분 보다는 모르는 분이 많을 것 같아서 혓바닥으로 세월을 느끼고 있습니다· 쓰네요·

늦게까지 꿀잠을 자니까 신나가지고 말이 좀 많아졌습니다요· 그러면 자 일요일 푹 쉬고 월요일날 다시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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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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