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STGB Chapter 702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갔군····”

그제야 왠지 모를 긴장이 탁 풀리기 무섭게 나의 동료들이 다가온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사 상당히 지쳐보이시는데 말입니다····”

바닥에 대자로 뻗은 내 얼굴 위로 걱정기가 가득한 동료의 얼굴들이 둘러쌓여지고·

“비요른 얀델·”

그 가운데로 아멜리아가 보인다·그것도 어딘가 좀 화난 얼굴의·

“대체 어쩌다가 여기까지 나오게 됐고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저놈들이랑은 어째서 싸우고 있던 건지·”

에휴 그래 궁금하긴 하겠지·몇 달이나 소식도 없이 사라진 격이니까·

“그건—·”

설명을 하기 전에 어떻게든 힘을 내서 몸을 일으키려던 찰나였다·

“묻고 싶은 건 많지만 지쳐 보이는군·”

아멜리아가 피식 웃으며 내 어깨를 사뿐히 밀어 다시금 바닥에 눕혔다·

“일단은 쉬어라· 얘기는 쉬고 난 다음에 들을 테니·”

그 말에 어딘가 마음이 탁 놓이며 눈이 사르르 감긴다· 금방에라도 의식의 끊을 잃고서 잠에 들 것만 같은 기분·하나 한편으로는 머리가 복잡했다·

두근-!때마침 동료들이 성벽 밖으로 나오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또한 역으로 이백호를 몰아붙이며 많은 이득도 취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한들·‘결국 만나버리고 말았네····’과연 이걸 잘 됐다고 볼 수 있을까?

몇 달 후에나 볼 수 있으리라 여긴 동료들과 성벽 밖에서 재회할 수 있던 것·[이계에서 온 악령 ‘————’가 세 명의 동료를 잃고서 비로소 본인이 나아가야 할 길을 깨달았다·]

정말 이걸 우연이라 봐도 되는 걸까?

힘 없는 걸음걸이·적막한 분위기·

어둡다 못해 무섭게 느껴질 만큼 굳은 표정·여러 조건들이 갖춰지며 왠지 모르게 패잔병의 뒷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네 명의 남녀가 숲속을 걷기 시작하고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터벅····선두에 서 있던 백금발의 사내가 돌연 걸음을 멈춰 세우며 작게 읊조린다·

“엿같네·”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만큼 소리가 작았고 몇 음절도 되지 않는 짧은 읊조림이었으나 세 명의 남녀는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그야 아는 것이다·지금 그가 얼마나 분하고 화가 났으며 자존심이 상했는지·

“····”

그렇게 침묵의 시간이 이어지기도 잠시·눈치를 쓱 보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던 거구의 사내가 뭐라도 말을 해봐야겠다는 듯한 느낌으로 입을 연다·

“저··· 백호···?”

“····”

“이제 와서는 의미 없는 질문일지도 모르지만··· 어째서 끝까지 가지 않은 것이오···?”

“왜 끝까지 가지 않았냐니?”

이백호가 차가운 목소리로 되묻자 아우레스는 괜히 말을 꺼냈나 싶은 기색을 보이다가도 이내 궁금증은 풀어야겠다는 듯 말을 이었다·

“얀델 남작 말이오· 그가 동료들을 끔찍이 아낀다는 건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이야기 아니오· 분명 끝까지 갔다면 꼬리를 내리는 건 남작이었을 거요·”

아우레스로서는 당연히 궁금했을 부분이었다·그야 얀델 남작과 이백호는 전혀 다른 인물이니까·비요른 얀델은 동료들을 끔찍이 아끼지만 이백호는 그 반대다·

누가 뒈져나가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냉혈한·그게 이백호에 대한 아우레스의 평가였고 실제로도 그 평가는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 차이를 생각해보면 암만 봐도 조금 전의 ‘기싸움’에서 유리한 것은 이백호였다·한데 어째서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일까·

그 대답은 침묵을 지키는 이백호를 대신해서 입을 연 제이나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못 보셨나 보네요·”

“못 봤다니? 무엇을 말하는 것이오?”

“눈이요·”

“눈··· 말이오까?”

잘 이해가 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하는 아우레스· 이에 제이나가 부연 설명을 덧붙인다·

“눈을 봤으면 아우레스 씨도 그런 질문은 하지 않았을 거예요·”

“대체 무슨 소리요 그게? 눈이 어땠기에? 뭔가 이능 같은 걸 쓰기라도 한 거요?”

“아뇨 그런 게 아니라···· 그 눈을 본 순간 알 수 있었어요· 얀델 남작은 절대 꺾이지 않을 사람이에요· 그 수단이 협박 같은 거라면 더욱더·”

아우레스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눈치였고 이에 옆에서 듣던 파멸학자도 한마디 거들었다·

“단순히 생각이 짧아 만용을 부리거나 그릇된 선택을 하는 이들은 세상에 많지· 하나 오늘 얀델 남작은 달랐네·”

“어떻게 달랐단 거요?”

이에 파멸학자가 손바닥 위로 자그마한 불꽃 하나를 일으켰다·

“보통의 사람들은 불을 향해 손을 가져다대지 않네· 그 불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알기 때문이지· 그러나 불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어떨 거 같나?”

“글쎄··· 잘 모르겠지만 나였다면 호기심에 손을 대봤을 것도 같소·”

“무지란 그런 것이네· 누군가는 무지로 인해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무지하기에 용기를 얻기도 하지·”

“아니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 것이오?”

“얀델 남작은 불이 얼마나 뜨거운지 그 불에 손을 가져다대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분명히 알고 있었네· 하지만 그럼에도 물러나지 않았지·”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했으니까·”

마지막 말을 이은 것은 이백호였다·다만 파멸학자는 말이 끊긴 것에 전혀 불쾌한 기색을 보이지 않으며 생뚱맞게 느껴지는 말을 뱉을 뿐이었다·

“그들은 두려움을 모르는 존재가 아니다· 단지 이를 이겨내고 나아가는 방법을 배웠을 뿐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그들을 ‘전사’라고 불렀다·”

“···?”

“페브로스크 군이 쓴 자서전에 적힌 내용일세·

“····”

“오늘 보니 왜 바바리안들이 얀델 남작을 위대한 전사라 부르는지 알 거 같더군·”

“아니 그래서 할배는 누구 편인 건데?”

“현재로서는 자네의 편이지· 그래서 자네가 실패의 이유를 알 수 있게끔 조언을 하는 것이고· 조금 전 남작의 눈은 각오한 자의 눈이었네· 하나 자넨 그렇지 못했지·”

“그럼 뭐 어떻게 하라고? 끝까지 서로 다 죽자고 싸웠어야 한단 거야? 고작 의문 하나 풀겠다고?”

“단지 지금부터는 주의하란 뜻일세· 자네가 꽉 붙잡고 있다고 생각한 ‘목줄’로는 이제 그자를 통제할 수 없으니·”

“알아 안다고···· 그러니까 그만 얘기해· 사람 긁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어느 정도 감정이 정리되었는지 평소의 말투를 되찾은 이백호·이내 이백호가 과장스럽게 한숨을 내쉬며 툴툴대듯 중얼거렸다·

“하 진짜 고민이네 고민· 동료로 협박하는 것도 안 되면 이제는 대체 뭐로 컨트롤을 해야 하지?”

어느덧 분한 감정은 지나갔을까·이제 그것만이 지상 최대의 난제인 듯 이백호는 말없이 생각에 잠겼고 잠시 눈치를 보던 세 명의 남녀는 자기들끼리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나저나··· 참으로 강하더구려·”

“남작이요?”

“그렇소· 설마 우리가 전력으로 합공을 펼쳤음에도 몇 시간이고 버틸 줄이야···· 이 세상에 그런 괴물이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

“자네가 알지 못할 뿐 아예 없는 건 아닐 걸세·”

“저런 괴물들이 세상에 더 있단 말이오?”

“물론 손에 꼽을 만큼 적긴 할 테지만 말일세·”

파멸학자가 저리 말하니 아우레스도 막상 떠오르는 인물들이 있는지 손가락을 하나씩 접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접히는 속도는 느렸으며 전부 끝나고 나서도 접힌 손가락은 많지 않았다·하지만····

“어쩌면 몇 년 내로 두 손까지 갈 일도 없어질지 모르겠군·”

“응? 그게 무슨 말이오?”

“얀델 남작은 앞으로 더 강해질 걸세·”

그 말에 제이나와 아우레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빛에는 한 가지 의문이 실려 있었다·

여기서 더 강해지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에 파멸학자가 쓰윽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잃을 게 없는 자는 단지 독해질 뿐이지만····”

고민에 잠겨 이쪽 대화는 들리지도 않는 듯한 이백호의 등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지킬 게 많은 자는 강해지는 법이니·”

오랜 세월을 살아가며 자연스레 알게 된 이 세상의 섭리였다·***

눈을 떴을 때 나무가 보였다·하늘에 닿을 것처럼 높이 솟아난 거대한 나무·그 틈 사이로 보이는 밤하늘에는 별들이 은하수처럼 펼쳐져 있다·

그리고····타다다닥·모닥불이 타오르는 소리가 들려오고·‘쌀쌀하네·’그제서야 맨바닥에서 전해져 올라오는 냉기 그리고 수풀에 맺힌 습기가 느껴진다·

‘덮어준 건가?’동료들이 덮어준 것인지 몸 위로는 담요가 덮어져 있었다·

신장 2m가 훌쩍 넘는 바바리안의 몸 전체를 덮을 수 있는 내 전용 특대 사이즈 담요·

‘내가 깰까 봐 옮기지는 않고 담요만 덮어준 건가?’그렇다고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훈훈해진다·

그야 이백호네 팀이었다면 수십 년을 함께해도 못 느낄 감성 같았거든·

“깼군·”

담요 안에서 부스럭거리고 있자 깬 걸 눈치챘는지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상체를 살짝 일으켜 세워서 확인해보니 모닥불 앞에 앉아 있는 아멜리아가 보였다·

“얼마나 지났지?”

“네가 기절하듯 잠들고 나서 이틀째다·”

“···뭐?”

그럼 내가 이틀 동안 맨바닥에서 자고 있었단 거야?어쩐지··· 어깨가 많이 결린다 싶더라니·

“다른 애들은?”

“자고 있다· 나는 보초를 서는 중이었고·”

보초를 서고 있었단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분신체가 아닌 거 같은데?”

[자가복제]로 소환한 분신체를 자는 중에 보초로 쓰는 게 아멜리아의 특기다·한데 왜 얘는 본체로 이러고 있는 걸까·

“···깨어났을 때 옆에 누가 있는 쪽이 좋겠다 생각했으니까·”

크··· 내가 진짜 동료 하나는 잘 뒀단 말이지·

“마공학자에게 그간의 이야기는 대략적으로 들었다· 이번에도 또 멋대로 행동하다가 사고를 쳤더군·”

“사고?”

“애시당초 마공학자만 데리고 단둘이서 밖에 나오지 않았다면 이럴 일도 없었지 않나? 너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철부지 어린애를 혼내는 듯한 말투로 질책을 시작한 아멜리아·

“우리에게 상의를 한다는 선택지는 아예 머릿속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건가? 만약 밖에서 네가 죽기라도 했다면 우리들은 어떡하라고 그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거냐?”

딱히 할 말이 없었다·나라고 이렇게 될 줄 알았을 리 없지만 결과적으로 나뿐만 아니라 얘네까지 고생을 시켰으니까·

“얀델의 아들 비요른· 나는 너를 믿고 내 인생을 네게 맡겼다·”

“····”

“부디 그 선택을 후회하게 만들지 마라·”

“···다음부터는 절대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아멜리아가 이마를 누르며 숨을 길게 토해냈다·그리고····

“···혼내는 건 여기까지·”

이내 평소의 목소리로 돌아온 아멜리아가 나를 보며 말한다·

“너도 궁금한 게 많을 테니 우선은 우리 쪽에서 있던 일부터 말하지·”

이후 아멜리아는 내가 사라진 후 도시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간결히 정리해주었다·

뭐 그것도 몇 달치가 되다보니 길어졌지만·일단 13월 축제에 열린 일종의 클랜전 대회·

원래 우리 아나바다 클랜도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나의 부재로 인해 불참하게 됐다·

“왕가에서 우승 클랜 멤버 10인에게 금혼보고를 개방했다고···?”

“단장의 경우에는 금혼보고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성혼보고를 개방했다·”

이런 니미럴·성혼보고면 2등급 정수에 더블 넘버스까지 보관 중인 데잖아?왠지 배가 살살 아파오지만 그래도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도 성벽 밖을 탐험하며 이것저것 많이 얻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결국 마지막엔 이백호에게 합의금을 받는다는 잭팟도 터졌으니·

아무튼·이후로도 얘기를 계속 들어보니 내심 불안했던 것과 달리 큰 사건들은 없었다·

내 부재로 몇 번 문제가 생기긴 했지만 도시에서 벌이고 있던 내 사업도 무난하게 굴러가는 거 같고····

“내 실종에 대해선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이 부분은 나로서도 참 신기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지?”

“네가 하던 업무들 대부분은 우리가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을 텐데?”

“그런 이들에겐 네가 새로운 정수를 손에 넣어서 칩거하며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이미 내가 사라졌다는 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보는 편이 낫겠군·”

“아무래도 그럴 거다· 그런 도시이니까· 우리가 딱 잡아떼니 뭐라 말은 못해도 의심하는 중이겠지· 심지어 우리가 이렇게 한 번에 사라지기도 했고·”

“···아! 맞다! 너희는 어떻게 나올 수 있던 거냐? 마법진이 고쳐진 거냐?”

이제 집에 돌아갈 수 있는 건가 싶어 기대하는 마음으로 물었지만 아멜리아는 고개를 내저었다·그리고 나올 수 있던 이유를 막 설명을 해주는데····

‘귀환하는 것만 막힌 거지 도시에서 밖으로 나오는 건 가능하단 거구나·’새삼 가슴이 따뜻해진다·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냐?”

그냥 고마워서 그렇지·나랑 다르게 얘네는 돌아가는 방법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날 찾겠다고 ‘미지의 땅’ 그 자체인 성벽 밖으로 나온 거니까·

“그래서 너는 어떻게 된 거지?”

내가 말없이 웃고 있자 어딘가 멋쩍은 듯한 기색으로 아멜리아가 주제를 돌렸다·

“아 나? 음 이걸 어디서부터 말해야 하—·”

“아까 말했듯 대략적인 이야기는 마공학자에게 들었다· 내가 궁금한 건 다른 부분이다·”

“다른 부분이라니?”

“나름 잘 공존하고 있던 이백호와 대립하게 된 진짜 이유·”

아 그거····

“아우릴 가비스와 만난 것· 그리고 네가 마지막에 늦게 나온 것까지는 들었다·”

뭐 그 정도면 이미 다 알고 있는 게 아닌가도 싶지만····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 불리한 상황에서 이백호와 싸우면서까지 숨겼던 거지?”

어딘가 심각한 표정인 아멜리아를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이백호에게 숨긴 이유는 다른 거다·”

솔직히 말해 이백호에게 비밀로 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실제로도 만약 놈이 먼저 대가를 제시하며 예의 바르게 물었다면 알려줬을 수도 있다·하지만····

“놈이 강압적으로 나오니까· 여기서 절대 굴복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랬군·”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나고 자란 아멜리아는 다행히 긴 설명 없이도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한 듯했다·

한데 그래도 궁금한 건 마찬가지였을까?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Bjorn Yandel the Barbarian

Bjorn Yandel the Barbarian

Score 9.5
Status: Ongo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