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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Chapter 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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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51

아무리 산맥이라고 한들 그 안에 왕국이 있다면 말만 왕국이지 실상 도시에 가깝지 않을까 싶었던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오늘부터 그딴 상식적인 상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체 뭘 어떻게 하면 산맥 안에 들어왔는데 지평선이 보일 수 있는 건지 난 이제 모르겠으니까·

“산맥이 통째로 왕국인 겁니까···?”

일정 간격을 두고 천장을 떠받치듯 뻗어 있는 거대한 탑같은 구조물들이 몇 개나 보이는지 세다가 포기하며 물어보자 내 옆자리에 와서 앉은 휼겐 대사는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다·

“껄껄 그렇진 않네· 산맥은 자네들 쪽에서 보이는 것 이상으로 광범위하거든· 뭐 왕국이 꾸준히 윤택함을 이어 나간다면 언젠간 산맥 전체가 왕국이 될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아닐세·”

“지속적으로 증축을 하고 있단 말씀이로군요?”

“물론이지· 당장 우리가 지나가고 있는 이 주변부터가 증축된 구역일세· 몇백 년 정도 됐던가?”

미친 듯이 빠르게 움직이던 열차는 지금까지와 비교하면 반절 정도밖에 안 되는 속도로 서행徐行중이었다· 덕분에 난 주변의 풍경을 좀 더 세세하게 볼 수 있었고 흥미로운 게 하나 보일 때마다 물어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느라 고생해야 했다·

세계수와 같은 은총을 저 하늘의 신공태양 바즈칼의 화로가 뿌리고 있는 것과 별개로 드워프들의 기술력과 문화가 일궈놓은 도시와 건축물들은 가히 아케인 펑크라고 불릴 만하다·

단순히 산맥을 깎아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넘어 지하로도 파고든 것인지 열차는 어느새 땅이 아니라 공중에 떠 있는 선로 위를 달리고 있었고 그 아래로는 도시처럼 보이는 수많은 건축물들이 세워져 있으며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거기서 살아간다·

층수로 따지면 4층 높이 정도밖에 안 되기에 가끔 지나가던 행인 내지는 아이들이 고개를 들어 열차를 바라보기도 하지만 그 외에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열차라는 이동 수단이 일상 속 문물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걸 실감할 수 있게 되는 광경이었다·

개중에는 대뜸 펑 뚫린 열차칸과 거기서 고개를 내밀고 구경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기겁하기도 했지만 그 정도는 사소한 해프닝이지· 그냥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자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보면서도 마주 손을 흔드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나저나··· 이거 정말 진지하게 관광 상품으로 만들 필요성이 느껴지는군· 열차가 만들어진 지 족히 백 년이 넘고 나도 그중 절반 이상은 열차와 함께 지냈지만 이렇게 뻥 뚫린 공간에 앉아 밖을 바라보니 느낌이 새로워·”

“전 솔직히 불안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특별히 휼겐 대사가 마련해준 합판 의자에 앉아 있던 호위대장은 그냥 앓는 소리만 내는 게 아니라 진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안절부절하는 중이었다· 열차를 타는 건 분명 처음이 아니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사방이 뻥 뚫린 게 영 편치 않은 모양이다·

그리 불편하면 그냥 들어가도 되거늘 굳이 앉아 있겠다고 하는 것도 좀 웃겼지만 호위대장이라는 직책 때문이겠거니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은 제국의 수도조차 한풀 꺾일 것만 같은 문명의 산물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바빴으니까·

그런 나의 관심이 달가웠던 것일까 휼겐 대사는 굳이 내가 눈치를 봐가며 물어보지 않아도 내가 흥미를 가질 만한 것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 주었다· 덕분에 다시 선로가 땅 위를 달리고 대도시의 냄새가 잔뜩 풍기는 종착역에 이르는 동안 나는 꽤 많은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었다·

“저기가 종점일세· 이미 마중까지 나온 모양이군·”

이젠 앉아 있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엄폐물에 몸을 기댄 채 주변을 구경하고 있던 와중에 휼겐 대사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려본 나는 지금까지 봐 왔던 모든 절경들을 봤을 때와는 다른 의미로 놀랐다·

솔직히 굉장히 고풍스러운 디자인으로 꾸며진 승강장에 완전 무장한 상태로 바글바글 모여 있는 드워프들을 보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나는 열차가 아무리 봐도 군용 승강장이 아니라 민간인도 드나들 수 있을 법한 곳으로 굴러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한 번 실제로 그로 인해 우리를 보는 수많은 드워프들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라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일반인으로 짐작되는 드워프들의 복장은 굉장히 세련됐다· 중세 귀족들의 화려하고 풍성한 예복이 아니라 마치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이 입고 다닐 법한 심플함이 느껴지는 의복은 그들이 쌓아 올린 문명을 대변하는 듯했고 멋들어진 디자인으로 꾸며진 승강장뿐만 아니라 그 뒤로 펼쳐진 건물들과도 매우 잘 어울렸다·

기술적 발전이 뛰어난 종족이 복식이나 문화에서 중세 판타지와 비슷한 왕국보다 뒤처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은 해왔지만··· 격차가 너무 커서 다른 세계관에 잘못 기어들어 온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저들 사이에서 풀 플레이트 아머를 갖춰 입고 있는 군인들이 더욱 눈에 띈다· 하지만 그런 이질감과는 별개로 지금까지 드워프 왕국의 제식 갑옷을 볼 기회가 없었던 나에겐 꽤 신기한 광경이었다·

드워프들의 갑옷은 유독 상체만 벌크업 된 것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하체가 평범한 플레이트 아머라고 치면 상체는 그런 갑옷을 한 세 개 정도 겹쳐 입은 듯한 형상이다· 그나마 무릎 보호대가 큼직해서 상체만 잔뜩 벌크업한 무언가라는 느낌까지는 들지 않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면 쓰러질 경우 쉬이 일어나기 힘들어 보일 정도다·

하지만 진짜 내 눈을 사로잡는 건 그런 갑옷보다도 그들의 무기였다·

“드워프들의 제식 무기는 도끼가 아니었군요···?”

“아 원래는 양날도끼였는데 워해머로 바뀐지 좀 됐다네·”

드워프가 수염을 미는 것만큼 충격적인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하자 휼겐 대사 역시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왕국 내에서도 반발이 많았지만 왕국군이 주로 상대하는 적은 갑옷 입은 이종족 아니면 단단한 몬스터라서 말이지· 당시만 해도 반발이 엄청나서 그나마 타협본 게 저 한손 도끼라네·”

그가 피우던 파이브 담배로 가리키는 곳을 보자 다른 인족이었다면 칼을 차고 있을 자리에 다들 하나씩 손도끼를 꿰차고 있다·

아니 그야 워해머 역시 드워프하면 떠오르는 무기라고는 하지만··· 긴 씨를 비롯해 지금까지 지나가며 봤던 드워프들은 죄다 도끼를 애용했던 터라 괴리감이 엄청나다· 외날 도끼를 쓸 경우 도끼날 뒷편으로 후두리면 둔기라고 하고 양날도끼를 쓸 경우 옆면으로 때리면 둔기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인데 말이지·

그러나 이번 만남에서 경악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 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휴 휼겐 대사님?! 대체 열차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열차 앞만 신경 쓰다가 주변의 웅성거림에 못 이겨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렸던 드워프 한 명이 우리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기겁을 하며 달려오기 시작한다· 이에 휼겐 대사는 느닷없이 벽도 천장도 사라진 열차 후미에 앉아 피크닉이라도 즐기는 것처럼 손을 흔들어 여유로움을 과시했지만 뒤에 드워프 병사들을 우르르 몰고 다니는 이가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에 별 도움은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신호탄 보고 나온 거 아닌가? 습격 당했다네·”

“그 그야 당연히 보고는 확인했습니다만 열차를 변형시켜가면서 상대해야 할 적이었다고는···”

듣지 못했겠지· 아무리 신호탄이라고 해도 거기까지 디테일하게 보고할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휼겐 대사는 너털웃음과 함께 내게 일어나자는 신호를 보내며 태연히 대답할 뿐이었다·

“흡혈종이었네· 자세한 이야기는 왕성에 가서 하도록 하지· 우리 목숨을 구해 준 용사님을 두고 이렇게 서서 대화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니까 말일세·”

열차가 뜯긴 게 어지간히 충격이었는지 나에겐 시선조차 두지 못하고 있었던 드워프는 그제야 쓰고 있던 투구를 벗어 예를 취하며 인사를 건넸다·

“시 씰례· 경황이 없었습니다· 왕실 근위대장 엘다브 칠로엑사라고 합니다· 귀공을 왕성까지 모시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왕국의 손님이자 에테의 대리인께 모자란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 송구스럽군···”

“엥·”

“음? 왜 그러십니까?”

그거 나 아닌데·

순간 이걸 어떻게 말해 줘야 할까 고민할뻔했지만 다행히 펄쩍 뛰어 열차에서 내린 휼겐 대사가 일말의 주저 없이 자신을 엘다브라고 소개한 드워프의 쪼인트를 까줌으로서 상황을 해결했다·

“보고서 좀 잘 읽으랬지 이놈아! 그건 지크프리트라는 제국 용사고! 이쪽은 마신의 용사라니까!”

연회장을 박차고 들어왔을 때조차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극대노한 모습이 연기인지 진심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엘다브라는 드워프의 안색을 파리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시 실례했습니다!”

이게 외교였다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중대한 외교 문제로 번졌을 만큼의 대참사였겠으나··· 애초에 난 그럴 목적으로 온 게 아니었으니 충분히 웃어 넘길 수 있었다·

“아닙니다· 외교 목적으로 온 게 아니라 거래를 목적으로 온 거잖습니까· 심지어 첫 방문이니 충분히 오해할 만하죠· 이런 환대만으로도 충분히 감사드립니다·”

어차피 용장 말고는 제대로 장비를 만들어 줄 사람도 없는 상황이다· 윽박지르고 서운함을 드러내서 불편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보단 자잘한 실수따윈 웃어넘기는 편이 낫겠지· 욕먹은 것도 아니고 상식에 기반해서 사람 잘못 본 건데 뭐가 대수겠는가·

그리 생각하며 휼겐 대사를 따라 열차에서 내린 나는 엘다브를 따라 예를 취하며 말을 이었다·

“마신 에파가 님의 용사 엘드미아 에가입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국왕 폐하를 뵙기 전에 신전부터 들를 수 있을까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스타샥 님 4 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사과먹자 님 무언의 50 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완결까지 재밌게 보실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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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Never touch Eldmia Egga,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into a fantasy world. Since I somehow got born again, I resolved myself to live diligently once more. But, putting that aside, my entire village burning up and disappearing when I’m 8-year old f*cking crossed the line. f*cking shit-f*cking crossed the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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