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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Chapter 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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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8

세상엔 상식과 관습 그리고 관행이라는 게 존재한다·

전자에서 후자로 넘어갈수록 점점 사회 구성원 다수의 동의를 얻기 힘들어진다는 차이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 가지 약속이 사회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왕국 연합군이라는 저 양아치 새끼들이 하는 짓도 이해는 갔다· 쟤네는 이티스엘을 호구로 봐서 막 나가는 게 아니라 자기네 땅에서 하던 짓거리 그대로 여기서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할 테니까· 오히려 이것저것 따져보면 오히려 저놈들의 인성이 귀족 평균에 가까울 것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했으니까· 문제가 없었으니까· 자기들에겐 힘이 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행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피치 못할 사정내지는 권력의 상하 관계 및 암묵적인 동의를 기반으로 쉬쉬하는 것에 불과할 뿐 규칙이 아니다·

말인즉슨 법대로 까고 들어가면 죄다 머리통부터 뜯겨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음? 에단? 어딜 가나?”

“잠시 일 좀 보고 오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 멀리 있는 숙영지를 향해 나아가는 내 발걸음은 가볍기 그지없다· 그런 내 뒤를 웃음벨 일행이 허겁지겁 따라 붙으려 했으나 손을 들어 저지한 뒤 속도를 높였다· 지금은 쟤들이 붙어 있어봤자 혼란만 가중될 가능성이 컸다·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사람들의 불만이 귓가에 들어온다· 이 정체에 대한 짜증을 내비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가 하면 누군가는 남의 나라에 온 주제에 제멋대로 굴고 있다며 왕국 연합군을 욕한다· 일부는 그런 연합군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레비엥이나 왕실을 욕하기도 했다·

개중에는 자신들을 밀치고 지나가는 나를 향해 욕지거리를 뱉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극소수에 불과했다· 솔직히 미안하긴 했지만 어차피 내가 빨리 가는 게 저 사람들 입장에서 좋은 거니까 걷는 데에 집중했다·

그렇게 도착한 숙영지 검문소에는 피멜 씨가 말한 광경이 그대로 펼쳐지고 있었다·

“아니 저희는 원래 레비엥에 식자재를 꾸준히 납품하던 상인이라니까요!”

“그건 우리가 알 바 아니지· 이쪽은 전시 상황에 맞춰 모두의 안전을 위해 검문하고 있을 뿐이라고·”

답답해 죽겠다는 듯 가슴을 탕탕 치는 상인과 그의 마차를 중심으로 밍기적거리며 자칭 검문을 실시하는 병사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니나 다를까 말이 검문이지 행동은 굼뜨고 적극적으로 내용물을 살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쪽이 먹고 살려고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일을 할 뿐이요· 물론 우리가 안 해도 도시 사람들이 알아서 이 잡듯이 찾기야 하겠지만··· 말했듯 ‘먹고 살려면’ 별수 있나?”

“당신 마침 식자재 상인이라며? 약간의 성의를 보이면 우리도 그걸 핑계로 일 좀 대충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지 지금 도시를 코앞에 두고 물건을 내놓으라고 협···박을 하는 겁니까?”

‘협’이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위아래로 휘둘리는 창 때문에 상인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위축됐다· 뒤통수만 보여서 표정까진 알 수 없었지만 대충 봐도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말조심해· 협박이라니? 이건 협상이지· 일종의 수수료라고도 할 수 있고· 이렇게 많은 병력들이 도시를 지켜주고 있는데 그 정도는 줄 수 있잖아?”

“그 그걸 왜 우리가···”

“허어 말이 안 통하는 거 보면 마족 첩자인가 보네· 뭣하냐? 열심히 찾아라· 증거 나올라·”

그에 반해 길을 막고 있는 병사들은 조소를 숨기지 않으며 저들끼리 낄낄 거리는 중이다· 일부는 자기들도 그 꼴을 보기 싫다는 듯 고개를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리지만 막는 사람은 없다· 이 상황을 상급자에게 걸리는 걸 두려워하는 기색조차 전혀 없는 걸 보아하니 일개 병사의 일탈은 아니다·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열어두려고 했던 내가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뻔한 상황이었기에 난 그대로 상인의 마차를 지나 병사들 앞에 섰다· 그와 동시에 상반된 두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뭐야? 호위야? 상인 형씨 이럴수록 괜히 의혹만 불거지는 거야·”

“아 아뇨· 전혀 모르는 분인데···”

불만 가득한 병사의 눈초리와 의문 가득한 상인의 시선이·

처음엔 변명인가 싶어 긴가민가 하다가 이내 상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판단한 병사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질문했다·

“···그럼 넌 뭔데?”

짧은 순간 참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이 잡것들을 어떻게 족쳐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도 고찰이었지만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좀 더 입맛대로 버무려서 싹 다 조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컸던 탓이다·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불현듯 큰 깨달음이 뇌리를 강타했다·

고민이 왜 필요했지? 방법이 많으면 그걸 다 쓰면 그만인데?

나도 모르게 돌잔치 때 눈앞에 놓인 돌잡이 용품들을 고르려는 아기와 같은 심정으로 고민했는데 그냥 침 질질 흘리며 죄다 품에 안으면 되는 문제였던 것이다·

“용사다·”

“뭐?”

“용사라고· 허가받지 않은 검문을 통한 뇌물 요구에 무고한 백성들에게 첩자 혐의를 뒤집어 씌우는 거 등등 너희가 지금 하는 행동은 전부 불법이니 당장 멈추고 길을 열어라·”

그래서 가장 기초적인 임플··· 아니 명분부터 입에 담았다·

혹시라도 피멜 씨 뺨치는 눈치를 발휘하여 확인절차에 들어가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그딴 건 없었다·

“푸하하! 별 미친 새끼 다 보겠네 이거!”

박장대소를 하며 웃는 놈들과 나를 번갈아 보던 상인은 미친놈들 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는 듯 슬금슬금 몸을 뒤로 빼기 시작하고 좀 거리가 있던 행인들은 내 갑작스러운 등장에 흥미를 가졌는지 웅성거리며 거리를 좁힌다·

그리고 그건 병목 현상에 고통받는 행인들 뿐만 아니라 숙영지의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실컷 웃은 놈이 같잖다는 듯 제 창을 휘적거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뭔 씨발 갑자기 미친놈이 나와서 사람을 웃기고 자빠졌네· 미친놈 상대할 시간 없다· 크게 웃은 거로 봐줄 테니 공무 방해하지 말고 꺼져·”

솔직히 돌아가라는 말인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녀석이 휘두른 창은 길을 열어주라는 신호였다·

미친놈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상식 정도는 지니고 있는 건가? 그런 상식이 있는 놈이 솔선수범하여 이딴 도적질에 앞장서고 있다고 생각하니 곱절로 꼴보기 싫어진다·

“사칭도 범죄다·”

“하아 씨발· 가라니까 또 뭐라는···”

“너흰 이티스엘에서 공무를 수행할 자격이 없다· 항의를 목적으로 주둔군 역할을 거부한 채 여기로 몰려 들었으니까· 그런 너희가 무슨 수로 공무를 집행해? 사칭이지·”

뒤통수에 눈이 달리지는 않았지만 내 말에 행인들이 반응하는 건 웅성거림으로 알 수 있었다·

진짜 미친놈인가 싶어 구경이나 하려고 했는데 정작 입 밖으로 내뱉는 건 말이 되는 소리 같아서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일부는 내 말이 맞다고 호응을 하려다가도 ‘근데 지가 용사라고 하는 미친놈이잖아? 진짜 맞는 말인가?’ 하며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점차 혼란이 가중되며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와중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나와 대치 중인 병사가 아니라 저 뒤쪽 어딘가에 있던 병사였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기라도 한 것처럼 몸을 돌려 달려가는 것이 아무리 봐도 상급자에게 보고하러 가는 꼴이다·

목적은 달성하지 못할지어정 그래도 목숨을 부지하겠네· 그리 생각하는 사이 아직도 제 운명을 이해하지 못한 병사가 내게 딴지를 걸어왔다·

“용사를 사칭한 새끼가 그딴 소리를 해?”

“사칭 아닌데·”

“하 어떻게 증명하려고?”

짐짓 당당하게 쏘아붙이는 듯 하지만 놈의 목소리와 달리 태도와 반응에는 변화가 일어났다·

비웃음과 짜증이 가득했던 얼굴에 남은 건 짜증 뿐이고 비웃음이 있었던 자리엔 미묘한 불안감이 자리 잡은 것이다· 개소리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한 대 때릴 법도 하거늘 내 주장을 믿든 안 믿든 간에 자신이 하고 있던 일이 당당하지 않다는 자각 정도는 있는 모양인지 묘하게 조심스러워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지금부터 증명할 생각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미 명분은 충분해져서 남은 건 통보 뿐이었으니까·

마력을 끌어올리고 감각을 강화한다· 그러자 이제는 예열이라 불릴 만한 틈조차 주지 않고 순식간에 본 궤도에 오른 육체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며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주변의 정보를 긁어 모으고 계산한다·

“나 라단 에가와 에비셔 루이나의 아들 엘드미아 에가는 마신의 용사이기에 앞서 황실과 왕실 앞에서 방랑 기사의 서약을 맺은 몸이니·”

그 계산 끝에 예상치 못한 게 하나 얻어 걸려 잠깐 벙찔 뻔했지만 침착하게 계획을 수정하며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보였다· 그러자 놀랍게도 진짜 반응이 오기 시작하여 한 번 더 표정 관리를 해야 했다·

뭐지? 이게 왜 되는 거지?

“전란을 틈타 무고한 왕국의 백성들을 갈취하려고 하는 도적들을 상대하는 데에 있어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을 것을 이 자리에서 신들께 맹세한다·”

아직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 레비엥에서부터 이어진 익숙한 기운과 손끝이 닿는 순간 전기가 통하는 듯한 감각이 팔을 관통하며 성벽 저 너머에서부터 하늘로 솟아오른 번쩍이는 무언가가 내 쪽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눈앞의 머저리들조차 잊게 만드는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머저리가 입을 여는 바람에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이 이 새끼가 지금 뭐라는 거야!? 제정신이냐?! 군대가 우스워?!”

그 짧은 시간 동안 주변은 완전히 난장판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저 구경이나 할 심산으로 다가왔던 사람들은 눈먼 칼에 맞지 않기 위해 허겁지겁 거리를 벌리기 바빴고 그런 소란에 이끌린 병사들은 무기를 고쳐 쥐며 점점 모여든다·

그리고 그렇게 모여든 병사들은 방금까지 나랑 떠들던 병사에게서 무언가 소중한 것을 앗아갔다·

“미친놈 같으니! 당장 무기 버리고 투항해라! 사령부로 연행하겠다! 거부할 시 사살한다!”

대충 눈치라든가 위기 의식이라든가 불안감 및 두려움처럼 생명체가 위험 앞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말이다·

사람이 모이자 자신감이 넘쳐 흘러 주체가 안 되는 것인지 호기롭게 외치는 녀석의 꼴이 안쓰럽기 그지없었으나 내가 놈의 분실물에 신경 써줄 이유는 하나도 없기에 무시했다·

-붕붕붕!

“이게 무슨 소··· 으 으악! 도끼다!”

나는 굉장한 소리를 내며 날아오는 정겨운 양손 도끼를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빴으니까··

“무··· 모 모두 머리 숙여! 도끼가 날아든다!”

대체 저게 왜 느닷없이 와이파이 연동처럼 연결된 것인지 모르겠다· 원래대로라면 몇백 미터만 떨어져도 반응이 없던 놈이 수 킬로에 가까운 거리조차 씹으며 날아오는 것인지는 더더욱 모르겠다·

지금 내가 카쿨라의 도끼를 회수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것은 마력보다 신성력의 비중이 더 높았으니 어쩌면 에스테가 그랬던 것처럼 카쿨라의 도끼에도 뭔가 이변이 생긴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지레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해도 되는 문제였다·

에스뮈에의 말마따나 언제든 할 수 있는 고민을 굳이 지금 이 순간에 할 이유는 없다·

-콰악!

“아아 이 서늘하고도 묵직한 감각·”

만족스럽게 움켜쥔 도끼에서 시선을 돌려 병사들을 바라보니 하나같이 귀신이라도 마주한 것처럼 두려움에 떤다· 그 모습을 덤덤하게 바라보며 용갑을 전개하자 일부는 호흡 곤란을 넘어 눈을 까뒤집고 기절까지 했다·

그 모습에 별다른 감흥은 없다·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마주하거나 자신이 믿고 있던 신념이 무너졌을 때 기절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던데 어쩌면 그런 부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들 뿐·

“지금부터 너희들이 겪게 될 죽음의 무게다·”

지금은 그저 분노 조절 장애를 안고 사는 대머리 신의 무기처럼 장엄하게 날아온 도끼를 통해 묵묵히 무지렁이들에게 공포를 심어넣을 때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월하연화 님 소중한 100 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글쟁이의 부족한 글을 그렇게까지 재밌게 읽어주신다니 완결까지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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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Never touch Eldmia Egga,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into a fantasy world. Since I somehow got born again, I resolved myself to live diligently once more. But, putting that aside, my entire village burning up and disappearing when I’m 8-year old f*cking crossed the line. f*cking shit-f*cking crossed the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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