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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Chapter 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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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9

갑작스럽게 번지기 시작한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다·

상황을 전파하기 위해 부대마다 불러 제끼기 시작한 나팔 소리가 평원을 가득 채웠지만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저들끼리 알력 다툼을 하기 바빴던 왕국들이 신호를 통일하지 않은 까닭이었다·

어차피 이번 전쟁이 끝나면 또다시 칼을 들이밀며 싸우게 될 놈들에게 부대 이동을 지시하는 암구호나 나팔 신호같은 걸 알려줄 수는 없잖은가· 자기들 딴에는 지극히 합리적이라 믿으며 고수해 온 아집이었으나 정작 그 아집이 낳은 결과물은 막대한 사상자였다·

그리고 그 참담하기 짝이 없는 결과물 속에서 가장 먼저 방치된 피해자는 보병들이었다·

“방패! 방패병 어딨어?!”

“이미 갈려 뒈졌어 병신아! 창이나 들어!”

보병들에게 있어 너무 많은 소리가 섞여 대체 무슨 명령인지조차 알아듣기 힘든 나팔 소리들은 지옥에서 악마들이 불어제끼는 장송곡이고 눈앞의 광경은 그 음악에 맞춰 펼쳐지는 지옥도에 불과했다· 장창 한 자루에 목숨을 맡긴 채 기병과 대치하거나 적의 성벽을 돌파하기 위해 공성전을 시도하는 순간마저 버텨 냈던 고참들조차 지금은 사시나무 떨듯 겁에 질려 방황할 뿐이다·

그 모든 공포를 만들어 낸 것은 몬스터도 공성 병기도 아닌 그저 한 명의 사람이다·

사실 뒤늦게 달려와 대치하게 된 이들이 보기에 ‘그건’ 사람이라 추측되는 무언가에 가까웠다· 바늘 하나조차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전신 갑옷에 눈 구멍이 나 있긴 한 것인지 의심되는 투구를 뒤집어쓴 존재는 그리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남들은 양손으로 들고 온 힘을 다해 휘둘러야 할 것 같은 양손 도끼를 한 손에 쥔 채 나무 막대기 휘두르듯 휘두르며 사람을 도륙 내고 있으니 더 그랬다· 처음 그 모습을 본 누군가는 오러 유저라고 외쳤지만 이제는 괴물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상태다·

보병들 중 누구도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잘난 기사조차 병사 스물이 동시에 달라 붙으면 말을 달리고 있는 게 아닌 이상 목숨이 위험하다· 오러 유저라도 수십 수백의 창칼을 뚫을 수는 없다· 그들이 알고 있는 전사의 한계는 거기까지여야 했다·

그 이상의 살상력은 마법사나 인외의 것들을 상대할 목적으로 제작된 병기들이나 가능한 것이다· 그게 그들의 상식이자 정상이었으며 사람의 형상을 한 존재는 응당 그래야만 했다·

“상대가 안 된다! 퇴각! 퇴각하라!”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은 그런 상식마저 도끼로 난도질하며 살육을 자행할 뿐이었다·

대부분은 휘두르는 것만으로 가끔은 던지는 것만으로 대여섯 명이 죽어 나간다· 그렇게 무기가 던져진 틈을 타 다급하게 창을 찔러 넣으면 대체 뭘로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 없는 갑옷에 모조리 막히며 부메랑처럼 되돌아온 도끼 앞에 목숨을 잃는다·

“용사가 미쳤다! 모두 도망쳐!”

누군가 외친 한 마디가 아니었으면 정체조차 몰랐을 테지만 이를 알게 되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오히려 그 외침을 듣고 상황을 인지하게 된 사람들로 하여금 불합리함을 느끼게 만들 뿐·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보병 하나가 무기까지 내던지며 악을 쓰듯 외쳤다·

“용사면 마족이랑 싸워야지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여기서 이러는 건데!!”

상대가 누구든 결국 싸운다는 전제 자체는 똑같으니 불합리함을 느낄 이유 따위 없다는 사실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의 논리대로 따지면 인간의 힘으로 넘을 수 없는 성벽을 향해 돌격시키는 지휘관에게도 중장기병을 상대로 진형을 유지하라며 다그치는 대장에게도 염병을 떨었어야 하지만 그 역시 중요하지 않았다·

“대체 왜!!”

그에게 있어 그리고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 중장기병이나 성벽이라는 건 결국 사람의 힘으로 쌓아 올린 무언가이자 인간의 연장선에 불과했다·

아무리 강대하다 하더라도 상식적인 영역의 존재들이자 산물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무너뜨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싸울 수 있다· 계급의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다 같은 사람이니 노력하면 자기도 귀족이 되거나 나라를 세울 수 있을 거라는 꿈을 가지는 것과 동일 선상에 놓여있는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적은 그런 상식 밖에서 온 미지의 생명체와 다를 바 없다·

마치 동화 속의 용처럼 사람은 이길 수 없는 존재다·

그러니 이건 억울한 상황이 맞···

“개인의 억울함따윈 신경 쓰지 않는 거·”

그리 생각하며 발악하는 순간에도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보병들을 도끼로 훑어 시체로 만들어버린 괴물이 처음으로 입을 연 순간·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얼어붙었다· 저 괴물은 사람의 생각 마저 읽어내는 것인가 싶어 기어이 다리에 힘이 풀린 자들마저 속출하기 시작한다·

“전쟁이 원래 그런 거 아닌가?”

피칠갑을 넘어 아예 피 웅덩이에 한 번 빠뜨린 수준의 도끼가 괴물의 어깨에 올려진다· 누가 봐도 잠깐 숨을 돌리는 듯한 자세였지만 그걸 빈틈이라 여기고 달려드는 이는 아무도 없다· 되려 이 잠깐의 유예를 기회 삼아 도망치려는 이들만 있을 뿐·

목청 껏 억울함을 호소했던 이 역시 그들처럼 도망치고 싶었으나 괴물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고 있는 탓에 그러지 못할 뿐이었다·

“지금까지 너희들이 해왔던 것에 불과한데··· 새삼스럽게 이제 와서 억울하다고? 뻔뻔하군·”

머릿속을 하얗게 만드는 질문에 대답할 틈도 없이 장송곡 같던 나팔 소리 속에서 익숙한 음이 울려 퍼진다· 그 뒤를 이어 따라붙는 것은 지축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

-부우우! 부우!

묵직한 소리로 미루어 짐작컨대 완전 무장한 중장기병들이 분명했다· 이에 눈앞의 괴물조차 잊고 뒤를 돌아본 병사의 귓가에 괴물의 목소리가 닿았다·

“각오가 부족하면 살아서 죗값을 치르고 그게 아니라면 싸우다 죽어라·”

-퍼억!

소리가 너무 가깝다 싶었는데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고 달려들었던 모양이다· 이변을 눈치챌 틈도 없이 옆구리에서부터 몰려드는 강한 충격에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한 병사였으나 놀랍게도 그는 사지가 멀쩡한 상태로 짐짝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잠깐의 비행 끝에 바닥에 내팽겨 처지는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수십 기의 기병을 상대로 도끼를 휘두르고자 자세를 잡는 괴물의 모습이었다·

성벽 위에 서서 연합군의 숙영지에서 발생한 이상 사태를 확인한 비스퀜테는 덤덤한 표정으로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말과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가 오러를 깨우친 기사라고는 해도 사람의 눈이 망원경이 되는 건 아니었기에 저 불쌍한 생명체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번쩍이는 반사광을 통해 말도 탑승자도 꽤 그럴싸한 갑옷을 걸치고 있었다는 것 정도는 유추할 수 있었다·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장엄하게 달려 나가던 중장기병들이 느닷없이 중력을 거스르는 진귀한 광경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에가 경이 도착한 모양이군요·”

비스퀜테는 레비엥에 진입하는 동안 그 어떤 불편도 겪지 않았다· 그가 들고 있던 왕실의 깃발과 화려한 갑옷이 방패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겐 엘드미아가 인정한 인성 외에도 지성이 있었으니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지나간 뒤 무고한 백성들에게 어떤 만행이 일어나고 있는지 짐작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찌 확신하시오?”

“그분이라면 저들의 만행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고개를 돌리는 비스퀜테의 곁에 서서 질문한 건 볼타베이 왕국의 대표였다· 딱히 만족스러운 답변은 아니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인 그는 발아래로 펼쳐진 숙영지들을 다시 한번 훑었다·

갈려 나간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할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건 파즈슨 왕국이다· 평소 보신에 치중하며 자잘하게 이득을 취하는 걸 선호하던 그들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번 원정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군대’였었다·’

이젠 아니게 되었지만 말이다· 허겁지겁 움직이는 부대들을 보아하니 저 충돌이 잠깐의 촌극으로 끝날 가능성은 전무해 보인다· 심지어 그 뒤를 상황 파악 못한 루드라 왕국과 바나이스 왕국의 병력들이 뒤 따르고 있다·

움직이지 않는 건 오직 볼타베이의 군대 뿐이었다· 솔직히 명령을 내릴 때까지만 하더라도 귀국 후 정치적으로 공격받을 각오까지 했던 그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 제국 아카데미에 갔다가 제대로 손도 못 써 보고 패배한 끝에 국위國威를 훼손했다는 명목으로 좌천당한 노래하는 창 세벨라에 대한 평가가 수직 상승하는 건 덤이었다·

‘귀국과 동시에 세벨라에 대한 평가부터 돌려놓아야겠군·’

그가 병력을 움직이지 않고 철저하게 현상 유지만 한 가장 큰 이유가 그녀에게 있었으니 그 정도는 도와주는 게 도리에 맞았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돌격했던 기병대가 박살 나고 파즈슨 왕국의 포위망이 뚫리며 루드라 왕국의 병력들이 용사와 조우했다· 이미 한 차례 부대가 날아가는 치욕을 겪었으니 고개를 숙일 법도 하거늘 아무래도 원정 최대 피해자 타이틀은 루드라 왕국의 몫이 될 듯했다·

“그럼··· 에가 경이 당도하시기 전에 저를 보자고 하신 이유에 대해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따로 이야기를 나누고자 잠깐 마련한 자리에서 이런 진귀한 광경을 보게 될 줄은 몰랐던 볼타베이 대표는 비스퀜테의 화두에 뒤늦게 정신을 차리며 짧은 헛기침과 함께 운을 뗐다·

“비록 연합군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다고는 하나 보다시피 볼타베이는 왕국뿐만 아니라 용사를 존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소·”

제 발로 용의 아가리를 향해 기어들어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유능해 보이는 사람도 있는 법·

“이번에 있을 청문회에서 저들과 같은 취급을 받기엔 많이 억울한 터라··· 이에 대해 대화를 좀 나누고 싶었다오·”

졸지에 후자가 되어버린 볼타베이 대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분명 9시에 예약을 걸어놨던 거 같은데 왜 6시에 걸렸던 것일까·

그 이유는 네이버에도 나와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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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Never touch Eldmia Egga,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into a fantasy world. Since I somehow got born again, I resolved myself to live diligently once more. But, putting that aside, my entire village burning up and disappearing when I’m 8-year old f*cking crossed the line. f*cking shit-f*cking crossed the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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