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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Chapter 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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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99

나와의 인사 아닌 인사를 마친 에스뮈에가 자연스럽게 사용인들이 준비한 상석으로 가 앉는다·

“인사는 이쯤 해 두고·”

그 걸음걸이는 가볍기 그지없지만 정작 그녀를 좇는 사람들의 마음은 무겁기 그지없다· 나를 포함한 왕국 연합의 대표들만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고 있으니 이는 명백한 팩트였다·

“여가 이렇게 서둘러 온 것은 천성이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탓이니라·”

하지만 머릿속에서 일천하고도 하나의 엘드미아들이 느슨해질 틈조차 주지 않고 몰아치는 긴장감에 지쳐 이머전시를 외칠 뿐인 나와 달리 회의실의 연합 대표들은 에스뮈에가 입을 열 때마다 물리적으로 진땀을 흘려야 했다·

“그러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노라·”

말을 마치는 에스뮈에의 시선이 대표들에게로 향한다· 그 순간만큼은 그녀의 표정과 시선 어디에서도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역사적으로 이어져 왔던 마왕과 용사 간의 싸움을 넘어 악신을 몰아내기 위해 마족을 포함한 대륙의 모든 종족들이 힘을 합쳐야 할지도 모른다는 중대한 사안을 논해야 하는 와중에 계속 불미스러운 일들을 엮어내는 그대들을 악신의 앞잡이라 여기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아 악신의 앞잡이라니요! 그런 모함···”

다급하게 목소리를 높인 사람은 이미 죽어버린 루드라의 개를 대신하여 자리에 선 루드라 측 대표였으나· 그의 하소연은 에스뮈에가 작은 검지 손가락을 들어 올려 자신의 입 앞에 세우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묵살당했다·

“같은 말을 두 번 하게 하지 말지어다· 이 역시 시간 낭비이니·”

그녀를 무시하고 말을 이어 나간다는 선택지따윈 애초에 없는 것처럼 입을 다무는 루드라의 대표를 보며 파즈슨과 바나이스의 대표들 역시 시체처럼 안색이 파리해지기 시작한다· 그와중에 시종일관 홀로 동 떨어진 분위기를 연출하던 볼타베이의 대표가 조용히 손을 들어 올리며 에스뮈에의 이목을 끌었다·

“볼타베이는 이미 무고함을 입증하였습니다·”

“그런 것 같더군· 아카데미에서의 경험이 왕국의 양분이 될 수 있었던 모양이야·”

“···황녀 저하의 관대함 덕이지요·”

무슨 소리인가 싶어 열심히 눈을 굴려 봐도 둘의 대화는 그게 끝이었다· 다른 대표들은 마치 배신이라도 당한 것처럼 경악하며 볼타베이 대표를 바라봤지만 그나 에스뮈에는 그들의 반응 따위 관심도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저 저하! 저희의 행동들이 정당하다 여기지 않으실 수는 있으나 이를 두고 악신의 편에 서서 인족을 적으로 돌렸다 판단하는 것은 너무나도 섣부른 판단이옵니다!”

결국 참다못한 파즈슨의 대표가 허락만 떨어지면 금방이라도 쥐고 있던 문서들을 낭독할 기세로 입을 열었지만 에스뮈에는 말 한마디없이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자세를 바꿀 뿐이었다·

똑바로 앉아 있던 자세에서 점점 한쪽으로 기울어지며 팔걸이에 팔꿈치를 올려 두고 턱을 괴는 형태로· 누가 보더라도 불만이 가득한 제스쳐였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그대들의 무례와 무지를 바로잡아줘야 하는지 감조차 오지 않는구나·”

이내 그녀의 입에서 나온 건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뉘앙스가 가득 담긴 말들이었다·

“지금 이 순간 여가 이 자리에 있다·”

작은 체구의 꼬맹이가 건방지다는 식의 말은 고사하고 그런 생각조차 함부로 못 하게 만드는 분위기·

그 분위기 속에서 모여 있는 이들 중 가장 작은 소녀는 자신이 쥐고 있는 권력을 확실하게 명시했다·

“이는 곧 제국이 이 자리에 있다는 의미다·”

왕족이었다면 그리고 왕위를 이을 후계자였다면· 왕이 없는 자리에서 아무리 자신이 차기 국왕이라 하더라도 저런 말을 하는 건 불경죄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여긴 아무리 모일 사람들이 다 모인 게 아니라 하더라도 무려 여섯 개의 나라가 모여 있다·

이미 충분히 공식적인 자리였고 누구 하나 경거망동하여 혓바닥을 놀릴 수 없는 자리라는 의미다· 하지만 제국인들 중 그 누구도 그녀의 행동을 제지하거나 반박하지 않는다· 덕분에 알고 지낸지 꽤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나는 왜 에스뮈에가 철혈 황녀라 불리게 되었는지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제국은 항상 준비한 뒤 움직인다·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설명해 줘야 하느냐?”

긴장해서인지 아니면 정말 의미를 몰라서인지 세 나라의 대표들은 입을 열지 못했다·

“그대들이 지금 쥐고 있는 문서의 내용들따윈 진즉 예상하고 파악하고 가치없는 변명이라 확신했기에 여기 있다는 뜻이니라·”

그나마 입이라도 열었던 파즈슨 대표의 시선만이 허공을 방황하다가 이내 손에 쥐고 있던 문서로 향한다·

당연히 나는 저기에 무슨 이야기가 담겼는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변명일수도 있고 어쩌면 자기들이 저지른 일종의 전쟁 범죄가 자기 나라에서는 흔히 있는 관행에 불과하다는 증거와 역사를 정리했을지도 모른다· 극히 드문 확률로 나를 지탄指彈하기 위한 내용이 가득 담겨 있을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그대들의 선택지는 애초에 둘 뿐이니라· 악신의 끄나풀이로 지목되거나 그저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중대사를 보지 못한 무능력자임을 인정하고 앞으로 이어질 전쟁에서 타국의 지휘를 받으며 죗값을 치르거나· ”

하지만 에스뮈에 앞에서 그 모든 게 한순간에 아무런 의미도 없는 종이 쪼가리로 전락해 버렸다·

“아 아무리 황녀 저하라 하더라도 이런 중대한 사안을 이리도 가벼···”

어떻게든 용기를 내어 말을 덧붙여보려고 했던 루드라의 대표였지만 그는 아무런 제지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 말할 수 없었다·

늦게나마 자기도 알아 차린 거다· 방금의 말이 그대로 이어졌다면 제국의 공적으로 낙인찍혀 그대로 루드라 왕국이 공격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덜떨어지긴 했어도 천치까진 아니로군·”

에스뮈에가 덧붙인 한 마디가 이를 증명했다·

대외적으로 2황자와 싸우고 있다고 하나 그 모든 건 혈연으로 묶인 블러핑에 불과하니 그녀는 명실공히 차기 황제다· 이 자리에서 전쟁을 선포할 경우 일단 명령에 따라 전쟁부터 벌인 다음 황제의 뜻이었다는 포고령이 내려올지도 모른다·

에스뮈에는 그 모든 무게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정해라· 그대들이 저지른 방만에도 불구하고 이티스엘 왕가의 체면을 깎지 않기 위해 여가 베푸는 마지막 자비이니라·”

다시금 침묵이 자리 잡은 와중에 비 오듯이 땀을 흘리는 세 대표들 사이에서 그나마 가장 조용히 있던 바나이스의 대표가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올리며 간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개 대표인 저희가 감히 논할···”

“재밌는 표현이로구나· 각국의 대표로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주제에 ‘일개’라··· 여를 우롱하는 게냐?”

하다못해 에스뮈에가 앉기 전에 자기들 왕도 오는 중이었다고 했으면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거늘· 주제 파악 못 하고 황제가 아니니 괜찮다는 마인드로 앉아 있던 대표들이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는 건 정해진 수순이었다·

왕국 연합놈들의 안일함과 멍청함을 속으로 비웃으며 사이다를 마시는 기분과 함께 깔끔하게 마무리된 회의 끝에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라그니스와 에스뮈에 그리고 아실리에로 구성된 새로운 회담이었다·

그렇다·

불이 났다고 해서 구경가고 신나게 구경까지 마친 끝에 집에 왔더니 이제 막 불이 나기 시작한 꼴인 것이다!

“이렇게 다들 모이기도 쉽지 않거늘 간만에 모인 끝에 나누게 되는 대화 주제가 여자 문제라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니라·”

“이게 대체 무슨 말이야 엘드미야? 러빌의 반룡? 그년이 너한테 꼬리를 쳤다고?”

심지어 불이 사방팔방에서 격렬하게 타오른다· 그냥 물을 끼얹거나 덮어서 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설득을 해서 불을 꺼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에 놓인 내가 무릎 꿇고 앉아 눈동자를 굴리는 걸 지켜보며 홀로 침묵을 고수하던 아실리에는 라그니스와 에스뮈에가 한 마디씩 뒤에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시 말하지만 누나는 인정 못해· 엘디가 약했으면 그대로 끌고 갔다는 소리 아니야? 약탈혼과 다름없는 사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받아들일 수 없어·”

거기에 맞춰 에스뮈에도 고개를 끄덕이고 라그니스도 이를 갈며 동의한다· 애가 전장에서 살더니 진짜 불 그 자체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나 나도 관심 없어 누나· 라그니스 넌 성질 좀 죽···아이고 내가 할 소린 아니구나· 아무튼 좀 진정하고· 진짜 볍씨 한 톨만큼의 사심도 가지지 않았다니까? 그보다 에스뮈에? 아까 회의실에서 요그라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지 않았어? 그건 무슨 소리야?”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철저하게 자신의 무고함을 설파하는 것과 말을 돌리는 것뿐이었다· 각기 다른 형태로 감정이 고조된 듯했으니 잠깐이라도 침착해질 필요가 있었다고 여겨서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에스뮈에가 시큰둥하게 대답해주었다·

“목줄을 채웠느니라· 반룡이 러빌을 정리하고 왕가에서 혈육을 쫓지 못하게끔 길을 막아버릴 수 있도록 도와줬지· 그대에게 한 맹세를 지키려면 어차피 그래야 했으니·”

“···잠깐 맹세? 예카트리나를 쫓지 않겠다는 거? 그거랑 러빌을 정리하는 게 무슨 연관인데?”

나뿐만 아니라 라그니스와 아실리에의 얼굴에도 의문이 번지자 에스뮈에는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오른쪽 관자놀이를 꾸욱 누르면서 구체적으로 설명해줬고···

“그게··· 그런 의미였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내 행동으로 인해 한 왕국의 정치판을 완전히 엎어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쩐지 비장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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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Never touch Eldmia Egga,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into a fantasy world. Since I somehow got born again, I resolved myself to live diligently once more. But, putting that aside, my entire village burning up and disappearing when I’m 8-year old f*cking crossed the line. f*cking shit-f*cking crossed the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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