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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Chapter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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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0

좁디좁은 창문을 통해 은은한 빛만 들어오는 밀실 안에 용사와 하이엘프 왕국의 변경백 그리고 제국의 황녀가 앉아 있다·

액면가만 놓고 보면 세상의 중대사를 논하며 심각하기 그지없는 분위기가 이어지기 딱 좋은 그림일 것이다· 다들 하나같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고 그 심각한 속에서 움직이는 건 찻잔의 김이 전부였으니 더욱 그렇다·

그 누가 이 모임을 엘드미아 에가의 상습적 여심 폭격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의 장이라고 생각하겠는가!

“그 이젠 슬슬 믿어 줄 때가 되지 않았어···?”

내 입장에서는 진짜 억울하고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다· 내가 직접 차까지 내리며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이유도 저 시선에 있었지만 따뜻한 고급 차도 여인들의 차가운 시선들은 녹이기엔 무리였나 보다·

“그 문제는 이미 예전에 끝났어·”

“엥?”

···무리가 아니었다?

“아니 그럼 왜···”

“왜겠느냐· 당연히 앞으로의 문제 때문이지·”

세상에 나도 모르는 사이 진짜 세상의 중대사를 논하는 자리로 변해 있었던 것인가? 하지만 그럴 거면 나만큼이나 할 말이 없을 아실리에까지 참여할 이유가 없는데? 갑자기 생겨난 의문을 해결하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었더니 줄곧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아실리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적이 너무 많아·”

그러자 라그니스와 에스뮈에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공감하느니라·”

“저도 공감해요·”

“왜 나만 공감 못 해···?”

말 한마디 했을 뿐인데 도끼눈들이 쏟아진다· 결국 나는 소외된 기분 속에서 셰릴을 잃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라이카를 안아 들어 쓰다듬기로 했다·

“····근데 너 어째 좀 커진 거 같다?”

[그런가? 모르겠어!]

오랜만이라서 헷갈리는 건지 아니면 종종 거다이 맥스 라이카로 진화하는 탓인지 묘하게 익숙하지 않은 무게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안에도 나를 제외한 세 여인들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이번 러빌 사태로 인해 한 가지 확실해졌느니라· 엘드미아는 자신을 향한 호의에 약하다는 것·”

“그건 원래 그랬잖아요·”

“단순히 은원 문제가 아니니라· 엘드미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예카트리나를 돕다가 자신에게 호의를 표하는 상대를 만났잖느냐· 만약 이번 사태가 예카트리나라는 인물을 배제한 상태로 발생했다면 어땠을 거라 예상하느냐?”

“러빌은 반룡을 잃었겠죠·”

“정답이니라·”

왜 당사자의 생각을 듣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고 있는데 반박할 수 없는 것일까· 보통은 니가 뭘 알아를 시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니 그보다 미래가 그 미래였어?

“처음엔 지인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한 번 걸러졌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악의나 적의를 지녔다면 팔다리 한두 개 장도는 날아갔을 것··· 어허 뭘 그렇게 바라보느냐? 맞는 말이니 그대도 반박 못한다는 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느니라·”

어이가 없어서 황망한 얼굴로 세 사람을 바라보자 에스뮈에가 눈을 흘기며 면박을 줬다· 다른 두 사람도 비슷한 시선을 보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세 사람의 눈빛이 흔들리며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안 되겠다· 엘디는 좀 나가 있어·”

“왜째서···?”

“사랑은 먼저 하는 쪽이 지는 거라더니 여도 마음이 약해져서 안 되겠느니라·”

“계속 옆에서 나라 잃은 표정을 짓고 있으니 집중이 안 되잖아·”

듣는 사람 억울하게 만드는 이야기라 생각하는 것도 잠시 다시 생각해 보니 지금 이 자리는 나에게 꼬일 수 있는 요그라드같은 제 3의 똥파리를 해결하기 위한 여인들의 심오한 회의였다·

괜히 나로 마음이 약해진다면 그렇게 고백해서 혼내주는 작자들의 등장에 대해 관대하게 받아들인다는 매우 끔찍한 결론을 내릴지도 모를 노릇이다·

“알았어· 그럼 난 라이카랑 산책이나 할게!”

그럴 수는 없다!

“혹시라도 누군가에게 여가 어디서 뭐하고 있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벤데 후작이 알 것이라 답하면 되느니라·”

“어 전 레니사에게 따로 말해 두지 못했는데···”

“괜찮느니라· 그 또한 지시를 내렸으니·”

이게 다 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니 기운이 빠지기는커녕 샘솟는다· 어쩌면 이 불편한 자리에서 떠날 기회를 얻게 되어 그런 것일지도 몰랐지만 아무튼!

그렇게 미련 없이 라이카를 안아든 채 방을 벗어난 나는 혹시라도 다시 부를까 싶어 종종걸음으로 복도를 벗어났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셰릴이나 찾아서 대련이나 해야지·

엘드미아가 라이카를 옆구리에 낀 채 셰릴을 찾아 돌아다니는 순간 당사자는 아무도 없는 정원에 홀로 앉아 있었다·

딱히 뭔가 의미나 목적이 있는 행동은 아니다· 그저 우연찮게 발길이 닿은 정원에서 오가토르프 저택의 기억을 반추하고 있을 뿐이었다· 일반적인 감상과 차이가 있다면 단순한 과거 회상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엘드미아와 있었던 수많은 대련들을 되새기는 중이었다는 것 정도다·

단 한 번도 제대로 이기지 못했고 몇 번을 복기해도 활로를 찾지 못했던 기억들이며 몇몇은 희미해지기까지 한 기억들이었는데··· 지금은 달랐다·

“사람의 검·”

자연스럽게 움직임 몸이 검을 뽑아 휘두른다· 수십 수백을 휘둘러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가문의 검술이 어째서인지 어색하다·

자세가 틀렸는가? 아니오· 상태가 안 좋은가? 아니오· 여러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끝에 셰릴의 자세가 바뀌었다·

“인족의 검·”

그렇게 바뀐 자세는 오가토르프 가문의 검술이 아니라 흔하디흔한 왕국 제식 검술에 가깝다· 뛰어난 기술을 지닌 적을 상정하기보다 확실하게 적의 공격을 막고 확실하게 베어 넘기는 것이 목표인 검술·

범인凡人들이 처음으로 기술이라는 것을 통해 전장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검술·

그건 엘드미아가 품고 있는 검이기도 했다·

“아 그래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오른발을 떼고 몸은 왼쪽으로 기울인 채 하단에서 상단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검으로 장난친다고 생각했을 모습이지만 조금이라도 검을 쥐어 봤다면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휘둘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놀랄 만큼 깔끔하게 호弧를 그리며 휘둘러진 검에 집중했을 광경이었다·

“초월을 상정한 검·”

혹은 초월자를 상대하는 것을 상정한 검·

오직 엘드미아만을 떠올리며 휘둘렀던 검이 이제야 답을 발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셰릴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 단순한 답을 왜 지금까지 몰랐을까?”

이유는 많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자신이 평범했기 때문일 것이다·

재능적인 측면에서 평범한 게 아니라 그저 인족이었으니까· 엘드미아를 이겨보겠다고 휘두르는 검이 결국 인족의 범주 안에서 벗어나질 못하니 제 능력을 다 발휘할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고 그러니 결국 틀에 박힌 패배만을 맞이했다는 걸 이제는 알 수 있었다·

다시 두 다리를 땅에 딛고 허리를 뒤로 넘기고 무릎을 굽히며 검을 휘두른다· 이번에도 휘둘러진 검에 힘이라고 할 만한 건 제대로 담겨 있지 않지만 횡으로 휘둘러진 검은 자라도 댄 것처럼 수평을 긋는다·

남들이 보기엔 별거 아닌 듯하면서도 의미 없는 묘기 같은 동작들을 하나씩 펼칠 때마다 셰릴의 머릿속에서 수십 갈래의 경우의 수가 펼쳐졌다·

“뭐 하니?”

그렇게 주변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오직 검로만 생각하는 그녀의 집중을 깬 것은 엘드미아의 목소리였다·

오직 자신과 검만 보이던 세계가 갑자기 확장되며 다시 정원으로 돌아온 셰릴이 고개를 뒤로 넘기자 뒤집혀진 세상 속에서 라이카를 든 채 자신을 내려다보는 엘드미아가 있었다·

“뭔 림보도 아니고··· 이건 머리카락에 흙 묻은 수준이 아니라 아예 발랐네 발랐어· 왜 그러고 있는 건데?”

헛웃음을 터트리며 라이카를 내려놓은 엘드미아가 성큼성큼 걸어와 셰릴의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빗을 꺼내 들어 입에 물었다· 그러고는 당연하다는 듯 셰릴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움켜쥔 뒤 가볍게 털기 시작했다·

“어떻게 찾았어?”

“드층 스응은들흔트 믈으븠드· 븟드 금스금스 읃으은그그·”

“대충 사용인들한테 물어보면서 빗도 겸사겸사 얻어온 거라고?”

“즐 을으듣느·”

피식 웃으며 먼지를 대충 털어낸 엘드미아는 익숙한 손길로 빗을 쥐고 빗질을 이어 나갔다·

“대련하자고 하려 했는데 혹시라도 바로 씻지 못하게 되면 최소한 먼지는 털어야 하잖냐· 그렇다고 내가 빗을 들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네가 들고 다닐 거 같지도 않아서 얻어왔다·”

하여간 이상한 곳에서 사람을 챙기는 챙긴다니까· 오랜만에 느껴보는 손길에 기분이 좋아진 셰릴은 어깨너머로 엘드미아가 건네준 빗을 받으며 말했다·

“오늘은 쉽지 않을 거야·”

“하하하 공간씩이나 베어냈다고 아주 기고만장하구나·”

“그거 말고· 방금 네가 오기 전에 깨달았거든·”

대충 손목에 묶어뒀던 끈을 풀어 머리를 모아 묶으면서 엘드미아와 거리를 벌린 셰릴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오가토르프의 검을 떠올리고 상대했다간 많이 다칠 거다·”

몸을 돌려 자세를 고쳐 잡으며 검을 쥐자 팔짱을 낀 채 자신을 바라보던 엘드미아의 입가에도 웃음이 번진다·

“자신감과 정원이라 저택이 떠오르는군· 아직도 하벤 씨가 정원을 돌보시나?”

“아직은· 이제 곧 아들한테 넘겨 주겠다고는 하셨지·”

“그 조용한 친구? 생각해 보니 이름도 모르네·”

“맞아·”

같은 추억을 떠올리고 같이 아는 주제로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으나···

이제 이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그럼··· 네가 호언장담을 했으니 최선을 다 해 봐·”

검을 뽑으며 자세를 잡는 엘드미아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거기에 맞출 테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비공개 후원 10 코인 감사합니다!

699화에 받는 700화 기념 후원이라니! 발빠른 축하에 감사드립니다·

독자분들 덕에 글쟁이의 글이 안정적으로 700화를 맞게 되었습니다·

사실 안정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당장 댓글로 오탈자 고쳐주시는 것들은 쌓여만 가고 안하려고 했던 휴재도 하게 된 한 해였으니까요·

그래도 연중같은 건 존재하지 않을 터이니 충분히 안정적이지 않을까요···? 공모전 특수로 유입분들도 생겨난 것인지 수익 그래프도 조금 올랐고 말이죠· 특수라는 게 항상 그렇듯 또 빠지겠지만 나락가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디입니까·

항상 그렇듯 모든 게 독자분들의 관심과 사랑 덕분입니다·

성원에 제대로 된 보답을 해드릴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을지라도 실망만큼은 드리지 않기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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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Absolutely Do Not Touch Eldmia Egga

Never touch Eldmia Egga, 절대 엘드미아 에가를 건드리지 마라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 reincarnated into a fantasy world. Since I somehow got born again, I resolved myself to live diligently once more. But, putting that aside, my entire village burning up and disappearing when I’m 8-year old f*cking crossed the line. f*cking shit-f*cking crossed the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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