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9
청은 당가의 이 승을 판정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사실 삼 승이다·
왜냐하면 도어사는 당가를 봉쇄함으로써 굶어 죽든 역모로 죽든 죽음의 이지선다를 제시했던 것이다·
돌아온 것은 보란듯이 문 밖이며 담벼락 밖으로 내던져 버린 음식물 쓰레기였지만·
그것도 기이하게도 꼭 군졸 혹은 위사가 선 자리로 떨어지는데 당가의 공식 입장은 이러했다·
‘앗? 왜 거기에 서 계시오?’
눈이 뒤집힌 도어사가 당가의 식재료 도달 선을 찾으려고 성도를 뒤집고 다녔다·
하지만 그게 쉬울 턱이 있나·
성도는 중원인의 시점에서도 이천 년 이상을 성세한 고도이며 왕조가 깃들었던 땅이다·
즉 조상님들이 파 놓은 통로가 이미 잔뜩인지라 당가가 거기에 더해 수백년 간 개량하여 만든 지하 통로다·
고작 오십년 산 인간의 얄팍한 지혜 따위가 침범할 성역이 못 되었다·
그리하여 세 개의 비밀 통로를 찾아내 진입한 금의위 여섯 명과 군졸 서른이 영영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발각된 통로를 온통 독밭으로 만들어놓은 탓에 시체조차 수거할 수 없으니 말 그대로 불귀의 객 영영 돌아올 수 없는 떠돌이가 되어버렸다는 표현이 아주 정확했다·
이에 대한 당가의 공식 입장은 이러했다·
‘앗 고양이가 뿌린 독을 회수하여 버렸는데· 왜 쓰레기장에 지나가고들 계시오?’
그 사이에도 당가의 성도 지도에는 또 붉은 점이 두 개 추가되었으니 포대가 방열한 위치를 두 군데나 더 알아내고 만 것이다·
당가의 사 승·
그리하여 연패 끝에 도어사는 뻔뻔함과 무례함 그리고 지역에서 가진 기반 시설에서도 상대가 되지 않음을 알았다·
“빌어먹을 놈들·”
도어사가 이를 갈았다·
수색을 빙자하여 거짓된 증거를 꺼내는 방안은 만독불침 무적 고양이의 행패로 인해 영영 물건너갔다·
굶겨죽이기도 못 했다·
남은 것은 깽값 전략이었다·
딱 한 대· 한 대만 얻어맞으면 된다·
가볍게 손등에라도 툭 맞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고 나면 감히 황상의 군대를 훼손하였냐 너희가 진정 역적이로다를 외치며 포를 쏘고 군졸을 밀어 넣어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었다·
그리하여 도어사가 절치부심 저 당가의 역적 새끼들을 어떻게 분노하게 할 것인가 어떻게 빡치도록 만들 것인가를 궁리했다·
그러다 결국 마침내 당가가 참지 못할 어떤 역린이라 할 지점을 찾아내고 득의의 미소를 짓고 만 것이다·
그리하여 보름째의 다섯 번째 결전이 밝았다·
보수하지 않아 박살이 난 그대로인 당가타의 정문으로 당당하게 들어온 도어사가 앞을 막은 당가의 정예들을 죽 훑어보았다·
그리고 개중 약점을 금방 찾아냈다·
눈알만 달려 있다면야 당연히 금방 찾을 수 있었으니 그 주변으로 갑자기 사위가 환하게 밝고 꽃잎이 휘날리는 듯한 환상이 휘감아도는 절세 미인이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가의 금지옥엽 해어독화 당난아·
그렇게 가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랑거리로 여긴다지·
그런 귀한 꽃이 모욕을 받더라도 과연 참을 수 있겠느냐·
도어사가 찾아낸 당가의 역린이었다·
“이보시오 도어사· 미리 말씀해 드리겠는데 실은 간밤에 못된 들고양이 한 마리가 창고를 휘저어·”
“그건 이제 되었다· 너희 놈들이 말이 안 통하는 금수새끼들임이야 진작에 알았지·”
“그럼 굳이 입 아프게 떠들 필요 없이 이대로 돌아가시면 되지 않겠소이까?”
그러자 도어사가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내 이번에는 너희 역적들을 불쌍하게 여겨 살길을 찾아주기 위해 찾아오지 않았느냐·”
“살 길이라니?”
“국법이 지엄하니 역모죄는 구족을 멸할 대죄로다· 덕분에 사천 출신의 당 씨는 빠짐없이 모두 죽게 될 것이나 그럼에도 그 피를 남길 수 있다면 영영 멸문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느냐?”
당투죽의 안색이 잠시 흐려졌다·
대체 무슨 개소리를 준비하길래 서론이 이리 긴가 하고·
그러나 이어지는 도어사의 말에 바로 안면의 근육이 딱딱하게 오그라들었다·
“내 특별히 거기 반반한 계집년은 참살하여 죽이는 대신 거둬 노비로 부려먹도록 하겠네· 그러다 애새끼가 덜컥 들어서더라도 굳이 떨어뜨려 대를 끊지는 않을 테니 더러운 역적의 피라도 보전할 수 있지 않겠느냐?”
당투죽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만큼 도어사는 얼굴이 활짝 폈다·
게다가 사천제일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니 그에 갑자기 하물에 힘이 팍 쏠리며 흥분이 되는 것이다·
“제아무리 더러운 역적의 피라도 자비로우신 도어사 어르신께서 씨를 나누어주고 나면 충신과 역적의 피가 반반이라· 대대로 종놈으로 쓸 정도는 되지 않겠느냐?”
“말을 삼가지 않으면·”
“삼가지 않으면? 지금 감히 황상의 옥령을 받든 관리를 협박하는 것이냐? 천하의 역적이나 할 행동이 아니더냐?”
“···입으로 나오는 소리가 천박하니 다무는 것이 좋다고 할 뿐이오·”
당투죽이 맥없이 뒤로 물러났다·
“거기 계집· 벙어리처럼 입만 다물지 말고 어디 몸이라도 좀 드러내 보아라· 그래 아직 숫처녀인지도 확인해 봐야겠지· 하기사 계집이 얼굴이 그 모양이니 사내가 가만히 두었을지 모르겠구나· 더러운 피가 창기처럼 매일 같이 음탕하게 몸을 굴렸을 테지·”
당난아의 안색이 희게 질렸다·
“왜 억울하냐? 아니라면 당장 누워 가랑이를 벌려 보거라· 정조가 멀쩡한지 사람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
의학을 공부하고 젊은 나이로 독성학에 대가에 이른 당난아였다·
그냥 안하무인 서열이 높을 뿐이지 영리하여 이 상황에서 쏟아지는 모욕을 그저 참을 수밖에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당난아의 눈가가 촉촉해지며 손이 가늘게 떨릴 때였다·
갑자기 머리 위로 무게가 훅 끼치더니 반투명한 막 같은 것이 드리워 세상으로부터 한 겹 울타리로 섰다·
“거기 도어사? 어르신?”
도어사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저번에 음식물 쓰레기 운운하던 그 면사 여인이 제 쓰고 있던 것을 넘겨주니 그 아래 또 다른 절세가인이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청이 다소곳하게 서서 목소리를 높였다·
“예로부터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 하였으니 사람의 말과 행동이 결국 그 부모의 행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지요·”
“그런 말이 있었나?”
당연히 중원에는 그런 말이 없다·
하지만 듣자마자 무슨 뜻인지는 곧장 알았다·
중원에도 부풍모습이라 하여 자식이 부모를 닮는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명심보감에는 종과득과 종두득두 오이 심은 데에 오이가 콩 심은 데에는 콩이 난다고 했다·
거기에 더해 전국 시대의 제나라 재상을 지낸 맹상군이 말하기를 장문필유장 상문필유상 장군 집안에선 장군이 나오고 재상 집안에선 재상이 나온다고도 했다·
이 모두 자식이 부모 빼닯는다는 소리였으니 아주 고대로부터 모든 문화권의 인류가 공감해왔던 보편적인 인간의 본성을 말함이었다·
“지금 도어사께서 하는 말이 천박하고 몹쓸 것이라 천하의 쓰레기 개잡종이나 할 것이나 도어사의 양친께서 바로 그 쓰레기 개잡종이라 언행을 물려받은 것 뿐이니 도어사를 탓해서는 안 되겠지요?”
“무슨·”
“애미애비 얼굴에 똥칠하고 싶지 않으면 그 주둥이 간수 잘하라는 뜻이랍니다· 이미 가정 교육 수준 알만하지 똥칠은 진작에 하고 말았지만·”
당금 천하에 부모 욕으로는 청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
왜냐하면 중원에서 부모 욕이란 오늘 너와 내가 생사를 두고 겨눠보자면서 생사결을 청하는 것과 같은 행위이기 때문이다·
부모 욕도 대충 넘겨받는 패륜아들의 사회를 살다 온 청의 공부는 이미 이 방면에서는 천하제일을 논할 경지였다·
“너 네년이···!”
“말끝마다 네놈 네년· 그쪽 애미애비는 사람을 그리 부르고 다니나 봐요?”
“저 개 같은·”
“도어사 어른· 진정하시지요·”
그때 옆에 선 금의위 삼 인자 위지휘첨사가 점잖게 어깨를 두드리며 말렸다·
도어사가 씩씩거리며 청을 노려보더니 점차 가쁜 숨을 달래 본래의 신색을 되찾았다·
그때 슬그머니 청의 손끝으로 닿는 인기척이 있었으니 이내 손바닥까지 타고 올라와 딱딱한 것을 하나 남겨 쥐여주곤 빠져나갔다·
익숙한 크기 독 할아버지의 독병이었다·
그리고 나서야 도어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네 말이 웃기는구나· 어찌 역적이 감히 사람을 칭한단 말이냐? 내 부모님께서 항상 역적은 은혜를 모르는 짐승과 같다고 하셨으니 배운 대로 할 뿐이다· 예의란 사람에게만 베푸는 것이니·”
기껏 하는 소리가 겨우 그 정도인가·
청이 눈에 힘을 주며 동그랗게 떠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며 되물었다·
“어? 실례지만 도어사의 애비랑 애미 중 어느 쪽이 짐승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뭣이?”
“아니 방금 전에는 우리 난아한테 씨를 나눠주니 어쩌니 했잖아요· 역적은 짐승이라더니· 그럼 짐승하고 붙어먹는 취미도 애미애비한테 물려받은 거 아니에요?”
“무·”
“아!!! 도어사를 보니!! 한쪽이 돼지인건 알겠다! 애비가! 돼지랑! 붙어먹고! 도어사를 낳았나요 아니면 어미가! 돼지랑! 붙어먹고! 도어사를 낳았나요? 하긴· 어느 쪽이건 반인반돈 돼지새끼긴 하네!”
청이 목청을 돋궈 도어사의 말을 막고 제 할말만 두다다다 쐈다·
이미 성량에서도 사람을 초과한 청이라서 그 쩌렁쩌렁한 가운데서도 쨍하지 않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당가의 정문 담벼락 너머까지 선명하게 울려퍼졌다·
“닥·”
“와!!! 동네 사람들!!! 거기 졸개 아저씨들!!! 지금 다 들었죠!!? 여기 요괴 새끼가 있다니까! 돼지랑!! 붙어먹은!! 애미애비!! 사이에서 나온 도어사!! 어르신좀 봐요!! 어찌 세상에 이런 일이!!”
“너·”
“와!!! 그러면 안방을 돼지우리라고 불러도 되겠어요!? 생각해보니까 도어사 애미가!! 돼지거나!!! 돼지랑!!! 붙어먹었거나!!! 어느 쪽이건 수간에 미친 암퇘지인건 마찬가지잖아요? 암퇘지를!!! 애미로 둬서!!! 참 좋으시겠어요!”
“네·”
“아니!!! 지금 애미가!!! 부끄러워요!? 왜 당당하게 말을 못해요? 도어사!!! 애미는!!! 돼지랑!!! 붙어먹었다!!! 도어사!!! 애미는!!! 더러운 돼지년이다!!! 으아아악!!! 어찌 이런 일이!!!”
듣고 있던 태상가주가 몸을 떨었다·
이제 오늘 밤이면 성도 전체에 도어사 어미의 부정에 대한 놀라운 소문이 사실으로 둔갑하여 쫙 퍼지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성도에 새로 도는 사실은 전 사천 땅으로 퍼지고 일 년이면 온 천하가 사실로 받아들이는 꼴이 눈에 선했다·
도어사는 감찰부의 수장으로 정 이 품에 속한 고관이라 그를 배출한 가문이란 본디 명문 중에서도 명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 몰락이 눈에 선했다·
당장 파벌(꽌시)의 위아래로 멸시를 받으며 관계가 끊어지고 황실의 체면 때문에라도 저 부정한 소문을 가진 자를 계속 관직에 둘 수도 없을 터·
“허어· 이 늙은이가 목숨보다 더한 치욕으로 남은 삶의 전부를 고통으로 채울 궁극의 독을 연구했건만·”
태상가주가 꿈꾸던 그 궁극의 독이 겨우 세치 혀 하나로 이루어지는 광경이었다·
감격하여 몸을 떨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실체가 없고 중독을 막을 수도 없으며 하독을 할 필요조차 없으니 과연 저 요설이야말로 진정한 무형지독이라 할 것이다·”
태상가주가 노망난 소리를 하며 개인적으로 만진 독들을 죄다 꺼내 별개의 독낭에다 쓸어 담았다·
청에게 줄 선물 보따리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노벨피아 정산금 개편안 및 새로운 주간랭킹 게시판에 대한 공지글을 읽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물론 수입이 늘어나겠지만서도 기분은 영 좋지 않네요·
일주일 중 가장 조회수 높은 다섯 편 X 5 해서 새로운 랭킹 등재가 될 테니 제 순위도 다소 밀려나겠죠·
내 랭킹유입··· ㅠㅠ
굳이 일주일 중 오 일의 조회수가 아니라 다섯 편이라 정한 이유때문에 속이 상합니다·
물량에 기대지 말고 한 편의 질을 끌어올려서 좋은 작품 쓰라고 찌르는 모양입니다만·
그럼 물량에 기대서 나온 순위는 다 허상이라는 걸까요?
물량으로 나온 성적은 진짜 성적이 아니니 따로 게시판파서 줄세우겠다는 것 같아 속이 영 쓰리네요·
정산금 상향을 받을 자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분인데·
저 기준때문에 아예 정산금이 줄어드시는 분들은··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