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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is Murim’s Crazy Bitch Chapter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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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0

생태학이니 인류학이니 거창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사람은 원래 강가에 산다·

왜냐하면-

놀랍게도 사람은 물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원의 도시들은 대개 강을 끼고 지어진다·

큰 강이면 옆구리에 끼고 작은 강이라면 가랑이에 끼는 식이다·

다만 소규모 마을들은 조금 예외적으로 산자락 애매한 능선쯤에 위치했으니 이는 중원의 전통문화 옆 마을 약탈에 대비하여 완전히 요새화한 씨족 마을의 특징이다·

그런 폐쇄적인 동네가 아니면 대개는 강가에 있는 것이다·

한편 감산의 위로는 그 유명한 중원의 삼 대 강 중 하나 황하강이 흐른다·

그리고 감산의 아래로는 황하강의 지류 낙하강이 흐른다·

여담이지만 황하란 누런 강이라는 뜻인데 하河 라는 한자 자체에 황하강이라는 뜻이 있다·

황하는 문명의 발상지이고 초기 이 끔찍하고 미개한 문자가 만들어질 때에 강이란 황하강 하나뿐이라서다·

그러니 황하강이라 하면 누런 황하 다시 풀어서 누런(황) 누런 강(하) 강이 되기에 상당히 비문스러워지고 만다·

누런 누런 강 강·

그리고 낙하강의 낙 자는 황하 낙洛을 쓴다· 이를 풀이하면 누런 누런 강(낙) 누런 강(하) 강이 된다·

누런 누런 강 누런 강 강·

아주 기묘한 이름을 가진 하천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하여 청이 산 아래에 내려와서는-

또 범람하여 진흙이 쓸어 가 쑥대밭이 된 땅이라서 마차에 반쯤 타고 반쯤은 내려서 바퀴를 빼고 밀며 나아가 겨우겨우 낙녕시에 도착했더란다·

그런데 낙녕이라는 도시의 이름은 낙하강이 안녕하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이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낙하강이 넘치면 아주 제대로 조져지는 도시라는 뜻이 된다·

그리고 그 낙하강이 넘쳤다·

“아····”

무릎 아래로 진흙이 엉겨붙어 부스스스 떨어지는 상태의 청을 맞이한 것은 이미 개박살이 난 도시의 참혹한 광경이었다·

강에 가까운 성벽부터가 와르르 무너진 채로 시민의식 투철한 중원인들이 열심히 성벽의 잔해를 치우는 중이었다·

물론 이 성벽의 잔해는 고이 가져다 수해로 박살이 난 자기 집수리를 위해 쓰기 때문에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완벽한 재활용이 이루어진다고도 하겠다·

수해가 성벽에서 죽 이어진 성문의 문탑까지 무너뜨린 통에 이미 성문의 기능조차 남아있지 못했다·

심지어 성문을 지키는 위사조차 없어서 그냥 말을 몰아 또각또각 도시 안에 들어서니 대로 기준으로 강에 붙은 좌측으로는 거의 시야를 막아서는 장애물이 남아있지 않는 수준이었다·

오른쪽이라고 멀쩡하지는 않아서 그나마 성한 건물에 땀을 뻘뻘 흘리며 진흙 섞인 흙탕물을 퍼내기에 바쁜 참이다·

그래도 그렇게 바쁘기라도 하면 다행인 편으로 대개는 그저 망연하니 다 놓아버린 표정으로 그저 오도카니 주저앉은 사람들이 어디를 봐도 한가득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는 청의 마음도 묵직하다·

사실 중원의 수해가 주기적인 행사라는 정도는 청도 여러번 들어서 알고 있었다·

오래된 도시들이란 땅 파면 유물이 나오고 지하실이 나오고 으레 홍수로 파묻히고 또 그 위에 짓고 반복이지 않던가·

그러나 아는 것과 직접 그 꼴을 확인하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었으니·

그러고 나니 짐칸 가득한 황금에 생각이 미쳤다·

그래· 황금 주워다가 어디다 쓰겠어·

그리고 남의 돈으로 선심 쓰는 만큼 기분 좋은 일도 또 어디에 있고·

다만· 마음을 먹어도 막막한 것이·

황금은 있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해?

물론 청은 모르면 물어보는 사람이다·

청의 얼마 안 되는 장점 중 하나였다·

그래서 청이 그렇게 했 하려고 했다·

“설 소저· 혹시· 하아···· 아녜요·”

물어볼 사람에게 물어봐야지·

게다가 얼음밖에 없는 동네에서 살던 애가 수해에 대해 또 무얼 알겠는가·

청이 모처럼 스스로 생각을 해 본다·

음· 일단은 도시에도 큰 상단이나 곡물상 같은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일단 황금을 주고 가진 물량으로 식량부터 풀고 복구도 큰 상회 같은 데에 선금 주고 공사를 맡기면 될 것 같으니까·

아· 그래·

여기에도 정파 무관이 하나쯤 있을 테니 여기 토박이가 더 빠삭하지 않겠어·

그리하여 청이 물어물어 낙녕의 정파라는 낙녕무관 음· 이름부터 완전 토박이네·

청이 낙녕무관을 향해 마차를 몰았다·

정확히는 말이 알아서 가다가 갈림길에서 슬쩍 속도를 낮추면 청이 그제사 고삐를 당겨 방향만 정해주는 식이었다·

그렇게 천천히(빠르게 몰 줄 몰라서) 가고 있자니 큰 공터에 와글와글 몰린 사람들의 무리가 눈에 들어온다·

마부석에서 보는 풍경에는 빼곡한 머리통 너머로 나무에 목이 매달린 소년이 한 명·

보아하니 무언가를 밟고 서서 겨우 숨통만 터져 있다 싶다·

청이 마부석에서 벌떡 일어나 눈높이를 높이니 목 내달린 소년은 한 사내의 어깨를 밟고 겨우겨우 서 있더라·

사내와 소년의 얼굴이 똑 빼닮아서 누가 봐도 부자지간이라·

아비의 어깨를 밟고 자식이 목이 매달려 겨우 숨통만 붙어있는 비참한 광경이었다·

그에 사람들이 진흙이며 돌맹이 따위를 던져 아들을 받친 아비를 맞추는데 그렇게 얻어맞으면서도 제 아들을 받치느라 사내가 필사적으로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이다·

청은 사람을 볼 때 조금 다르게 본다·

삼차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가진 업이 숫자로 보이니 첫인상에 굴하지 않고 그의 행적을 대충 가늠하는 것이다·

사내와 소년·

악업 이십 일 점 선업 일 점·

그냥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또 모르니까·

청이 일단 마차에서 가볍게 뛰어내리니 설이리가 함께 내리려는 듯이 어기적어기적 팔을 집고 몸통을 숙이고 몸을 돌리는데-

“아· 설 소저는 그냥 여기 있어요· 몸도 성치 못한데 뭘 따라와· 앉아서 쉬지·”

“네·”

청이 보기에는 설이리의 몸 바깥쪽 피부 전체에 새까맣게 피멍이 들었으니 근육이라고 성하겠나 싶다·

그러니 어기적어기적 다만 아픈 내색을 안 하려고 아주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라서 조금 안쓰럽기도 하고·

하지만 그뿐이다·

청이 관심을 끊고 구경꾼 하나의 어깨에 손을 척 올렸다·

“이봐요· 이게 지금 무슨 일이에요? 저기 저 사람은 왜 매달려 있어요?”

“아니 사람 어깨를 왜 와·”

까칠하게 어깨를 튕겨낸 사내가 홱 고개를 돌리고는 청의 해로운 미모를 가까운 곳에서 영접하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청의 미모는 해롭다·

심장이 두근두근 무리를 하게 만들고 그 여파로 혈압이 치솟고 혈압이 치솟으면 또 여러가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신체에도 해롭지만 정신적으로도 매우매우 해로운 미모라서 일단 보고 나면 의식이 혼미해지고 특히 기혼자라면 더욱이·

집에 돌아가 웬 건어물이 안방을 꿰차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 저주에 걸린다·

“무슨 일이에요?”

“크흠· 그것이 말이오· 저 놈이 낙하강의 치수를 설계한 놈이라고 합니다·”

사내가 목소리를 착 깔았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내는 목소리를 깔면 멋있는 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요?”

“천 년은 끄덕 없을 거라고 큰소리를 뻥뻥 치더니 이게 뭐요· 폭우 한 번을 못 견디고 제방이며 둑이 다 터져나갔지 뭐요· 차라리 안 지어놨으면 물이나 좀 넘치고 말지 다 저놈 때문에···”

지난 가을 말부터 웬일로 치수 공사가 있어서 낙하강에 강언(수문)과 제방을 새로이 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만 그게 화근이었다·

차라리 안 지었다면 비가 많이 오더라도 강물이 넘쳐 으레 그렇듯이 물에나 잠기고 말았을 텐데 수문을 지어 물을 막았으니 비가 내려 그 수위가 한계를 넘은 것이다·

그리하여 수문이 터지고 한꺼번에 물이 밀려드니 제방도 한 방에 박살이 났다·

그리하여 오히려 거대한 재난이 도시를 덮쳤으니 박살이 난 성벽만 해도 위력을 짐작할 만한 크나큰 재앙이었다·

“음· 설계를 한 쪽이 그럼 아비인 거죠?”

“그렇소·”

겨우 선업 일 점·

하지만 고작 일 점이라도 아이는 죄가 없다는 반증이니 죽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음· 비켜 줄래요?”

“어엇?”

말이야 비켜 달라지만 이미 청의 팔이 움직이고 있으니 황소가 미는 듯한 거력에 슥슥 청이 가는 대로 길이 생겼다·

그리하여 청이 공터 가운데로 들어서자 일단 그 미모에 날아들던 투사체들이 곧장 멈춘다·

그에 청이 훌쩍 뛰어 밧줄을 잘라내고 소년을 붙들어 탁 착지했다·

“여러분 화가 나신 것은 잘 알겠지만 이 아이에게는 죄가 없지 않겠어요? 죄인이라면 응당 징벌이 있어야겠지만 아이는 그냥 아비를 잘못 두었을 뿐이잖아요·”

“웃기지 마라! 애비 잘못이면 당연히 그 자식도 죄값을 치러야 하지 않느냐!”

누군가 버럭 소리를 친다·

급히 옳소 또 그래 하는 웅성거림이 막 번져나가는 것이다·

청이 바닥을 꽝 굴렀다·

모두가 발바닥으로 느끼는 진동에 또다시 번지려던 수근거림이 잦아들었다·

발구름 한 방에 땅이 울리다니·

선녀 같던 여인이 더욱 선녀 같아졌다고·

물론 그렇다고 청이 아비까지 두둔할 생각은 없었다·

치수 공사라면 사람의 인명이 달린 중대한 사항이니 거기에 흠결을 냈다면 의도를 했건 의도하지 않았던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수해 피해자들은 돌 던질 자격이 있으니 사내에게 돌을 던지건 불을 붙이건 상관은 없다마는 그래도 애는 죄가 없어 보이니·

그 산적네 도련님처럼 막 악업 삼백 점씩 쌓아두고 그러면야 청도 신나서 함께 돌을 던졌겠지만 일 점이기는 해도 선업은 선업 아닌가·

사람의 마음이 간교한 것이 같은 말에도 화자의 미모에 따라 반응이 갈린다·

돌연 나타난 천상의 선녀같은 절세미인이 하는 말에 사람들이 크흠 헛기침을 하며 딱히 반발하지는 않았으니·

음· 그런데·

청이 치수 설계자를 바라보았다·

필사적으로 아들을 받치고 있던 아비는 완전히 안도한 표정이 되어 눈빛으로 청에게 무한한 감사를 쏘는 중이었다·

악업이 이십 일 점·

청도 조금씩 이 선업과 악업에 대해 딱 뭐라 설명은 못해도 이해는 하고 있었다·

선업과 악업에는 의도가 없다·

개인이 한 일에 결과로 점수를 매길 뿐이라서 치수 설계자가 고의로 태만을 했건 어떤 계산상의 실수가 있었건 아니면 이리 큰 비가 내릴 줄은 몰랐건 간에 이 참사로 인한 고통과 슬픔에 해당하는 악업을 부여받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겨우 악업 이십일 점·

막대한 악업을 받고서도 이 점수면 평소에 아주 선량한 선인이지 않았을까?

그때였다·

“서 선녀님! 우리 아빠 좀 살려주세요! 우리 아빠는 죄가 없어요!”

컥컥 숨돌리기 바쁘던 소년이 외쳤다·

청이 소년을 바라보자 소년이 야무지게 마저 소리를 쳤다·

“이 정도의 수량은 가볍게 버틸 수 있는 설계였어요! 제대로 공사가 되기만 했으면 안 터졌을 거에요! 다 공사가 제대로 안 된 탓이라구요!”

으음· 이건 또 새로운 관점인걸·

청이 다시 사내를 살피려는데-

“어린 놈이 뭘 안다고 지껄인단 말이냐! 제 아비라고 두둔하고 앉았으니 저래도 저 놈이 죄가 없다고 하겠습니까! 당장 다시 매달아 놔야 합니다!”

“아씨·”

청이 그에 검을 뽑아 높이 들어 반짝반짝 예쁜 검강을 뿜어냈다·

모두가 입을 다물게 하는 예쁜 별빛이다·

검강이란 무공 모르는 사람이 봐도 아니 오히려 양민들이 보기에 심장이 시큰하게 툭 떨어지는 것 같은 날카로움이 서린 것이기에 그렇다·

검강 시연으로 좌중을 닥치게 만든 청이 다시 사내를 살폈다·

악업 이십일 점·

설계가 제대로였고 공사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면 이 참사로 인한 악업을 받았을까 받지 않았을까?

치수 설계자는 청의 눈빛을 달리 해석한 모양이었다·

“···맞습니다·”

“뭐라구요? 공사가 잘못되었다?”

“도강언처럼 치수로 제 이름자 남기는 것이 평생의 숙원입니다· 어제와 같은 비가 서른 날 한 달 내내 쏟아붓더라도 버틸수 있는 설계였습니다만·”

“그런데 터졌잖아요·”

“수량이 차기 전에 조금씩 수문을 열었어야 하는데 조작이 미숙했거나 혹은 애초부터 공사가 부실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음· 억울한데 그걸 왜 이제야 말해요?”

“말했습니다만 그러고 나니 아들을 끌고 와서···”

“거짓말! 거짓말이다! 저 놈이 제 책임을 애먼 일꾼들에게 떠넘기려고-”

여기 보세요· 또 반짝반짝·

청이 검강의 위력에 전율했다·

와· 이거 한 방이면 그냥 다들 합죽이가 됩시다 합으로 가는구나·

그런데 그건 그렇고·

청이 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검을 쭉 뻗었다·

“방금? 누가 말했죠? 아까부터 계속 한 분이 딴지를 걸고 계신데· 할 말 있으시면 나와서 하셔야지· 왜 숨어서 하세요? 이리 나와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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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This Murim’s Crazy Bitch

I Am This Murim’s Crazy Bitch

Score 8.8
Status: Ongoing
I became a female character in a martial arts game I’ve played for the first time. I know absolutely nothing about Murim, th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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