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0
“자세히 자세히 이야기를 좀 해보거라·”
“그게 마교의 전진··· 파도? 노도부대?”
청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이렇게 첫 번째 두 번째 부대를 합친 것 같은 이름이었나? 근데 맞는 것도 같고?
청이 잠시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서문수린은 경악했다·
문장의 처음부터 서문수린의 숨을 턱 막히도록 만들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마교! 그 빌어먹을 악종들이!”
“아주 나쁜 놈들이더라구요·”
확실히 누구 한 놈 악업이 낮은 놈이 없었다·
마교가 나쁜 놈들 모여 사는 곳이라고 들었는데 정확한 정보였던 모양·
“그건 제가 음 무슨 도시에 들어섰을 때의 일이었는데요· 거기서 어떤 할머니가···”
청이 자연스럽게 도시 이름을 지나쳤다
스쳐 지나간 고유 명사를 줄줄 외는 일이란 소설 속 주인공들이나 할 법한 묘기였다·
청이 같은 이유로 묘하게 사람 이름이 생략된 피리를 얻은 장대한 영웅 서사시를 읊었다·
다만· 이야기꾼의 자의적 해석이 좀 섞였다·
사악한 마교의 백전불굴 전진노도부대!
청이 단기필검 장판파의 장비와 같이 홀로 막아 적들의 수급을 취했다·
그러자 사악한 마교의 주구들이 오줌을 지리며 도망을 가기 바빴다·
그리하여 제자가 질풍노도와 같은 형상으로 적을 추격한다·
마침내 적의 수괴를 마주하기를 악종이 진행하던 도굴을 마무리를 지으려 하는 것이었다·
이에 제자가 초절정 적의 수괴를···
“마교 전투부대의 대장이 초절정의 경지였단 말이냐? 그렇게 정예한 부대 중에 전진노도의 이름을 듣지 못하였건만·”
청이 뜨끔했다·
아· 마교의 전투부대 아시는구나·
청이 말을 바꿨다·
“초절정까진 아니었구요· 그러니까 초절정 같은 꽉 찬 절정 후기쯤···?”
찔리는 바가 있었던 청이 영웅담에서 체험기로 이야기를 틀었다·
적을 궁지에 몰아넣고 하나만 살려주겠다고 하니 당장 저네 대장의 옆구리를 찔러대던 의리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장면 포함이었다·
“그래 마교의 악종 놈들이 그렇단다· 오호라· 제자의 활약이 매우 뛰어났구나! 그래 강호에 협으로 이름 높은 여류 무인이 나올 때로다!”
서문수린이 매우 기뻐했다·
청이 순수하게 함께 기뻐하기는 조금 애매한 부분이었지만·
“그러나 제자의 성취가 아직 미천하니 아직은 강호에 이름 드높을 때가 아니건만···”
“그래도 그 제자가 절정 후기인데요···”
“고작 절정 후기이지 않느냐· 어디든 도시의 규모 있는 무관이라면 절정 고수 하나쯤 있는 세상에 제자가 어쩜 이리 연약하고 가녀리며 병약해서야···”
강호의 절정 고수들 서러울 소리였다·
방년 스무살 소녀가 절정 후기에서 연약하면 쉰 살에야 절정 찍고 기뻐하는 범인들은 눈물 줄줄 흘리면서 반성해야 했다·
그렇다고 틀린 이야기도 아니었다·
어차피 청이 상대해야 할 상대가 꼭 비슷한 연치로 짝지어서 나타나지는 않을 테니까·
강호의 무학 수준이 전례 없이 높은 때다·
무천대제 선배님이 관으로부터 무림의 자유를 쟁취한 덕분이었다·
연약 가련 병약해져 버린 청이 항변했다·
“그래도 제자가 실제로 초절정 고수도 이겼거든요?”
“그래? 초절정 고수라면 마땅히 별호도 붙은 작자였지 않겠느냐? 한번 말해 보거라·”
“식인마군이라고···”
“···?”
서문수린은 오냐 한번 들어나 보자 하는 태도였기에 막상 익숙한 이름이 나오자 당황했다·
알려지기로 악명이 흉악하고 경지가 초절정 중기를 넘어가는 마두였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더냐? 식인마군이라니?”
“그게 동정호라는 호수· 아 동정호 아세요? 완전 넓은 호수인데 제자는 처음에 바다인 줄만 알았는데요·”
“세상에 동정호 모르는 인물도 있느냐?”
아· 동정호도 아시는구나·
짧은 줄도 모르고 자신의 견문을 뽐내지 못한 청이 아쉬워했다·
“식인마군이라니· 아예 끝장을 내었느냐?”
“네· 사부님이 말씀해주신 대로 내가중수법으로 아주 빵 터뜨려 놓았어요·”
“도대체 그 말본새는 아니다· 그건 잘 했구나· 마인이란 놈들이 속이 좁기로는 또 벌레만도 못한 것들이란다· 후환을 확실히 맺어둬야 하지·”
서문수린이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의문에 다시 물었다·
“가만· 내가중수법이라고 말은 했다마는 아무리 제자의 내공이 심후하다 한들 어지간한 수법으로 그 수준의 차이를 극복할 수 없었을 것인데·”
“아· 그게요· 여래신장 아세요? 정말 겁· 나· 쎕· 니· 다· 제자가 여래신장으로다가 한 방에 빵! 식인마군도 빵! 그렇게 된 거예요·”
청이 팔을 내지르는 시늉을 하며 자신의 신위를 자랑했다·
빵 하는 말에 맞춰서 손을 휘두르니 도옹 도옹 귀여운 범종 소리가 울렸다·
“···?”
서문수린이 또다시 당황했다·
여래신장· 소림의 비전이었다·
다만 이미 기록으로만 남은 전설이었다·
백보신권이라는 비슷한 무공 때문이었다·
근본이 권법이라 소림의 무공과 잘 맞으며 그 위력과 범위마저 뛰어났다·
덕분에 적통 제자들이 백보신권을 선택하여 여래신장을 포기한 탓에 어느 순간부터 명맥이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던가·
이미 실전되어버린 소림의 최고 절기다·
어째서 제자의 손에서 펼쳐진단 말인가?
그렇다고 허풍이라고 넘기기에는 불가 최상승 기공의 특징 범종 소리를 직접 들었다·
“아니 어찌· 이 무슨·”
서문수린이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현존 무림 최고배분 선배님의 내공이 얕지 않았으므로 금방 정신을 차렸다·
“하기야· 그게 무어 문제가 되겠느냐? 소림의 땡중 놈들이 저네 비전을 등한시했으니 개중 어찌 이어진 명맥이 제자의 손에 있다고 한들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
서문수린의 얼굴이 화사해졌다·
“꼴 좋구나· 여인을 무슨 요물이라도 되는 양 취급하던 땡중 놈들의 비전이 결국 여인에게 이어진 꼴이 아니더냐· 하! 다시 생각해도 통쾌하기 그지없구나· 제자가 말년에 아주 복덩어리로구나· 어쩜 이리 어여쁠꼬·”
서문수린에게 소림사는 여인의 출입을 아예 금하는 막돼먹은 놈들에 불과했다·
무슨 여인들이 소림승을 유혹하기라도 한단 태도였다· 대머리 놈들 주제에·
또다시 튀어나온 과격한 여류 투사의 언사에 청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보통 이럴 때는 웃으면 된다·
“헤헤····”
“그리 채신머리없이 웃지 말라고 내 누누히 하아· 아니다· 혹여 후에 땡중 놈들이 그 신공으로 딴지를 걸거든 본 스승의 이름을 대도록 하거라· 제깟 놈들이 뭐라고·”
“네· 사부님·”
“그래 사연이 다 있을 것인즉 스승이 신공의 연원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다· 혹여 달리 또 익혀놓은 무공이 있더냐?”
청이 서문수린의 눈치를 살폈다·
여래신장에 기뻐하시는 걸 보면 소수마공도 어떻게 잘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맥을 잡히면 들켜버리고 만다·
사부님은 이미 한의학의 대가이신 것이다!
그러니 문제가 되더라도 기분이 좋으신 지금 솔직히 털어놓는 편이 좋겠지?
“그게 사부님· 제자가 어쩌다 보니 마공을 하나 익혔는데요·”
“마공이라?”
서문수린의 눈썹이 크게 요동쳤다·
청이 어깨를 움츠렸다·
그 모습에 또 서문수린의 마음이 약해졌다·
“그래· 홀로 강호를 떠도는 어린 계집이 독한 수법 하나 정도는 품을 수도 있지·”
무인에게 구명절초 그러니까 비장의 한 수는 마땅히 갖춰야 할 소양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마공 하나 쯤이야·
서문수린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그 마공이 무엇이더냐?”
한편 청은 크게 안도했다·
오오· 통한다!
“네! 소수마공이요!”
청이 해맑게 외쳤다·
제자 아끼는 스승에 대한 믿음이었다·
바로 배신당한 믿음이다·
따악!!!
“으꺅!”
청에게서 밟힌 개구리 같은 비명이 터졌다·
머리통도 터진 것 같았다·
청이 머리를 붙들고 땅을 굴렀다·
두개골이 박살이 난 것 같은 통증이었다·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오르고 눈가가 시큰하니 눈물 콧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백지같이 새하얗게 물든 의식에 순수한 고통만이 존재하는 그야말로 고문에 준하는 통증이었다·
미친! 진짜 아파! 머리 깨진 거 아냐!?
본래라면 핵꿀밤이 날아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하필이면 서문수린의 손에 청의 선물이 들려있는 중이었다·
예로부터 그리고 펼쳐질 미래에 이르기까지 피리는 스승이 가지는 가장 강력한 병기이자 신외지물 중 하나인 것이다!
게다가 복신적은 만년한철 통짜 쇳덩어리다·
“이런! 괜찮으냐!?”
서문수린도 아차 싶었다·
만년한철 몽둥이의 생각을 못 했다·
힘 조절에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저 까마득히 높은 우주 궤도에서 떨어진 일만 팔천 삼백 근짜리 텅스텐 막대기와 비견할 만한 파괴력이었다·
그야말로 신의 지팡이라 할 위력!
청의 높은 근골 능력치가 아니었다면 스승이 제자의 대가리를 깨버리는 대참사가 일어날 뻔했다·
사실 대가리를 깼어도 무죄인 상황이었다·
제자가 소수마녀라니!
사문과 스승의 이름에 먹칠을 해도 그 정도가 있는 법이었다·
“그만 엄살 피우고 일어나거라·”
“진짜 이거 진짜 아파요···”
어느새 시뻘겋게 변한 청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또르르 떨어져내렸다·
서문수린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디서 소수마공을 아니· 그렇다 친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어찌 그런 흉악한 마공을 익혔단 말이냐?”
“마공이 그렇게 나쁜 건지 몰랐어요····”
청도 억울한 측면이 있었다·
청의 출신은 시간선인지 세계선인지 아니면 모니터 화면인지 모르는 경계선 너머의 현대인이었다·
그리고 현대의 표현이란 중원에 비하면 과격하다 못해 패륜적인 수준이다·
친구들끼리 가볍게 욕설을 주고받는 모습에 눈살을 찌푸릴지언정 그에 대해 정색을 하며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진다며 절망하는 이는 없었다·
심지어 한국인은 지구상 어떤 국가들보다도 과격한 표현에 관대한 민족이기도 했다·
그런 청이다·
마공이란 묵직한 표현의 무게가 느껴질 리가·
인간쓰레기공이나 후레자식공 무기징역공 따위의 이름이었으면 익히지 않았을 터·
그러니 무협 몰라요인 겜돌이 청이 보기에는 마공이나 마법이나 뭐 거기서 거기 마씨 집안 형제들이었다·
애초에 별 문제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
“이 모자란 년을 어이할꼬···”
서문수린이 답답한 탄식 이외에 할 수 있는 행동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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