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8화 잠식 (4)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아카데미상’ 또는 오스카· 이번 ‘아카데미상’의 성대한 개막이 해봤자 몇 달 앞으로 다가온 탓에 시상식을 핸들링하는 미국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AMPAS)가 티 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전부터 입질은 있었지만 이번은 제대로 공식적인 형태였다·
집행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한 여러 조건을 충족한 출품작 목록이 완성됐으며 심사위원격인 수천 명의 회원에게 뿌려진 것· 회원들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분포돼있다· 이젠 한 해 헐리웃을 빛냈던 영화들과 그 영화에 열연한 배우 스탭 감독 등의 이름들이 수도 없이 언급될 터였다·
감독 배우 키스탭 외로 어마무시한 인물들이 대거 포함됐으며 그중에는 당연히·
-<삐에로:빌런의 탄생/ 컬럼비아 스튜디오/>
‘컬럼비아 스튜디오’가 목숨을 건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서막을 알린 ‘삐에로’도 섞여 있었다·
쉽게 말해 이젠 빼도 박도 못한다·
이제부턴 퍽 복잡한 과정들이 포함되지만 간단히 말해 수천의 회원들의 평가가 끝난 뒤 3월 말에서 4월 초에 확정 후보 작품들을 세계에 발표한다· 동시에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들은 재차 회원들에게 배포되고 여기서 수상작·수상자들이 정해진다·
그 작품과 이름들은 4월 말 전에 개막되는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장대하게 불린다·
물론 전체 과정들부터 후보 작품들 등등 모든 것은 비공개지만 워낙에 헐리웃을 뒤흔드는 ‘아카데미상’이기에 적당한 정보는 새기 마련이었다· 이번 첫 심사 움직임 역시 마찬가지· 집행부인 ‘AMPAS’가 따로 발표한 건 아니지만 이들의 행보가 헐리웃 쪽 언론에 소개됐다·
『CNM/[단독]‘아카데미상’ 움직였다 ‘AMPAS’ 측 이번 ‘아카데미상’ 후보 결정 위해 작품들 회원들에게 배포!』
당연히 언론이 움직이기 전에 오프라인에선 진작에 소문이 돌고 있었다· 헐리웃에 존재하는 영화사 제작사 감독 배우 키스탭 등등등· 수많은 인물들 사이에서 ‘아카데미상’ 관련이 뜨거운 주제로 자리 잡았고·
“이번 오스카 출품작들 회원들에게 뿌려졌다는군 올해는 워낙에 쟁쟁한 작품들이 많아서 볼만 하겠어·”
“하하· 그렇지 흥행한 것도 많았지만 작품성으로 승부한 것들도 꽤 있었으니까· 하지만 역시 ‘삐에로’나 강우진이 어찌 될지 궁금하지 않아?”
“맞아 작품의 퀄리티는 그렇다 치고 아마 화제성으로는 가장 뜨거운 작품이지·”
“선 개봉 뒤로 각 사이트들의 평가는 호평이 줄을 이루는 것 같던데- 과연 전세계의 회원들은 어찌 볼까?”
“특히 ‘아카데미상’을 대놓고 노린다 선언한 강우진· 그의 결과가 아마 제일 집중되는 사안일 거야·”
당연하겠지만 지금껏 어마무시한 이슈를 응집했던 ‘삐에로:빌런의 탄생’의 얘기가 많았다· 그보다 더 언급되는 건 강우진· 이미 ‘삐에로’는 선개봉한지 1주가 넘었고 우진의 빌런 연기 역시 각 사이트나 언론·여론의 극찬을 받는 중· 허나 이 한때의 흐름만으로 ‘아카데미상’에 후보로 확정되는 건 아니었다·
“강우진이라- 분명 칸에서부터 ‘에미상’까지 기적을 이뤄온 건 맞지만 올해 작품들이나 열연한 배우들의 대진표가 작년보다 허들이 상당히 높아·”
“올해는 대배우라 칭할 수 있는 인물들이 대거 활동한 해였으니 말이지 감독이나 배우나·”
“딱 그거겠어 오랫동안 유지해온 전통이냐 아니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루키에게 힘을 실어주느냐·”
“흠···그런데 ‘루키’라고 한다면 강우진만 있는 게 아니잖아?”
“뭐 그렇지·”
거기다 헐리웃을 주름잡는 대배우 격인 원로배우들도 수두룩했고 급작스레 인기를 모은 신인 배우들도 헐리웃엔 가득했다· 이러한 분위기가 가득한 17일이 지나고 더욱 질펀해진 18일이 밝았다·
시간은 아침·
강우진은 ‘컬럼비아 스튜디오’에서 찾을 수 있었다·
“······”
모자를 푹 눌러썼고 추운 날씨 덕에 패딩을 걸쳤다· 퍽 편한 복장이지만 표정만큼은 근엄함이 깊다· 다만 속내로는 꽤 흥분한 상태·
‘아카데미상 회원들? 걔네한테 작품이 돌았다는 건 그러니까 평가가 시작됐다는 거지?? 1차에서 떨어지면 그냥 끝인 거고·’
강우진 역시 ‘아카데미상’의 흐름을 전달받았기에· 겉으로야 덤덤한 척을 하고 있지만 ‘삐에로’가 자신의 연기가 단두대에 올랐다고 하니 긴장되는 건 당연·
‘뭐 사실 떨어진다면 별수없네 하면서 넘겨도 되지만- 뭔가 쪽팔리잖아??!’
그간 해온 게 있기에 이건 체면의 문제도 걸렸다· 뭐가됐든 ‘컬럼비아 스튜디오’ 내의 큰 회의실엔 강우진 포함 안가복 감독이나 노라 포스터 컬럼비아 영화사 간부들 크리스 등 배우들 몇몇 키스탭까지 대규모가 모였다· 현재는 ‘아카데미상’ 관련으로 얘기하곤 있지만·
“후- 다행이야· 좀 다급하게 강행한 감이 있어서 ‘AMPAS’ 측이 뭐라고 걸고넘어지면 골치 아팠는데 딱히 잡음 없이 회원들에게 ‘삐에로’가 넘어갔어·”
“아무리 보통의 루트로 넘긴 게 아니라고 해도 ‘아카데미상’ 쪽도 보는 눈과 듣는 귀가 있잖아· 이렇게 헐리웃을 들썩이게 한 ‘삐에로’를 그냥 무시하긴 힘들었을 거야·”
“하하하 하여튼 우리는 한시름 놨어·”
금방 다른 주제로 넘어갈 터였다· 현재 헐리웃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삐에로’의 선개봉 관련 성적과 온라인 및 오프라인 반응 업계의 평가 등등· 그래도 2주 선개봉 일정 모두가 매진에 아직까진 대호평이 줄을 이루고 있기에 이쪽 공기 자체는 상당히 화사했다·
곧 대화의 흐름이 강우진으로 넘어갔다·
간부 중 민머리 남자가 말을 건 것·
“강우진씨 표정이 심각한데- 혹시 걱정이라도 하는 겁니까? ‘아카데미상’ 회원들이 점수를 짜게 줄까 하는?”
당연하지 지금 상황에 멀쩡한 인간이 어딨어? 뭐 미친 듯이 걱정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긴장 중인 우진이었으나 그는 그 어떤 때보다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전혀· 그저 평범하게 대화를 듣고 있을 뿐입니다·”
“하하하· 그렇군요 때때로 당신의 얼굴을 보면 헷갈릴 때가 있어서· 하긴 당신을 비판하기 위해 몰렸던 수백 관객들을 매료시킨 배운데 걱정할 게 없긴 하죠·”
최근 ‘삐에로’ 선개봉 후 강우진의 이미지는 극명하게 뒤집혔다· 언론이든 여론이든 말이다· 여전히 강우진을 미워하거나 악플이 안 달리는 건 아니었지만 과거에 비하면 현저히 우진의 팬이 늘어났고 흐름이 달라졌다·
“다들 보셨겠지만 이미 유명 커뮤니티 사이로는 ‘조커(Joker)’를 찬양 중이죠· 오랜만에 제대로 된 빌런 뽑았다고·”
“심지어 ‘조커(Joker)’를 코스프레하는 게 유행 탈 정돕니다· 아직 선개봉인데 말이죠!”
“아아아 그거 나도 봤어요·”
한참을 컬럼비아 간부들이나 키스탭들이 떠들 무렵 태블릿을 들어 올린 프로듀서 노라가 주제를 휙 바꿨다·
“아직 일정이 다 끝난 건 아니지만 사실 지금까지의 분위기만 보면 ‘삐에로’의 선개봉은 성공적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거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노라가 계속 말을 이었다·
“거기다 여론 뉴스 외로 각종 매스컴 언론이 달라 붙어준 덕에 홍보마케팅도 최대치· 앞으로 ‘아카데미상’의 힘까지 붙어준다면 수 배는 커지겠죠·”
곧 노라의 시선이 덤덤한 강우진에게 붙었다·
“물론 강우진씨의 이슈력도 큰 보탬이 되고 있고요·”
그의 힘이 거의 반 이상 차지한다 말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였다· 이 역시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
“따라서 홍보로 굴릴 시간을 꽤 많이 세이브할 수 있었어요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전세계 개봉을 추진하고 싶지만-”
‘아카데미상’이란 단어는 생략한 노라 포스터가·
“‘삐에로’의 정식 전세계 개봉은 5월 30일부터 시작되는 거로 확정됐습니다 시작은 미국부터고 나머지 총 40개국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개봉될 겁니다·”
모두에게 공표하듯 결론을 뱉었고 다시금 강우진에게 시선을 붙였다·
“‘삐에로’의 한국 개봉은 5월 31일입니다·”
후로·
헐리웃은 ‘삐에로:빌런의 탄생’ 선 개봉 ‘아카데미상’의 첫 공식 행보로 용광로같이 부글대는 중이었다· 어디든 왁자지껄했다· ‘삐에로’ 같은 경우 매일매일 대호평이 늘어났다· 영화를 본 관객들부터 평론가 외의 전문가들이 ‘조커(Joker)’를 울부짖었다·
한국은 축제 분위기·
『선개봉 2주 일정 전부 매진! 해외 유명 평가 사이트들 ‘삐에로’ 대극찬!』
『[해외토픽]강우진의 ‘조커(Joker)’에 반한 헐리웃 날이 갈수록 강우진에게 잠식당하는 중/ 사진』
덕분에 ‘삐에로’는 그 어떤 유명 헐리웃 영화가 해내지 못한 것을 달성했다· 선 개봉 일정 전체 매진도 그랬지만 정식 개봉이 아닌 영화가 여러 커뮤니티나 SNS등 파급력 1위 키워드로 오른 것·
이번에도 강우진은·
-난 강우진의 삐에로를 보지 않았지만 그가 기적을 심심치 않게 이뤄내고 있다는 건 확실해
-솔직히 이미 헐리웃의 많은 부분을 바꿔놨지
-맞아 이건 그만이 가진 영향력이 남다르다는 증거야 헐리웃은 그의 존재를 받아들여야 해
또 다른 최초를 손쉽게 양산해내는 중이었다·
그렇게 뭔가가 펑펑 터지는 일주일이 재빠르게 흘렀다·
어느새 24일·
승합차에 탄 강우진은 이동 중에 언론 분위기를 살폈다·
‘흠- 선개봉 일정이 끝났긴 했는데 다행히 언론이 빨아줘서 계속 난리긴 하네·’
어제부로 ‘삐에로’의 2주간 선개봉 일정은 끝났다· 하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우진의 ‘조커(Joker)’가 이뤄낸 결과는 어마무시했다· 고작 2주였음에도 헐리웃은 물론 한국이나 일본 등 수많은 국가에 ‘조커(Joker)’가 번지는 중이었으니까· SNS 커뮤니티 너튜브· 소통하는 곳이 어디가 됐든 ‘조커(Joker)’가 보일 정도였다·
‘워 지금이 이 정돈데 전세계 개봉하면 진심 개쩔겠는데??’
다만 강우진은 ‘삐에로’에만 신경 쓰고 있을 순 없었다· 그가 소화한 캐릭터가 현재 한둘이 아니니까·
정확히 이틀 뒤 26일 아침·
내일인 27일은 ‘존 페르소나’의 첫 촬영이 있는 날이지만 현재 우진은 LA에 있는 한 5성급 호텔의 대형 홀에 들어섰다· 복장은 나름 격식을 차렸다· 네이비 블레이저에 검은색 코트· 흑발은 뒤로 깔끔히 넘겼다· 그런 그가 입장한 것은 홀의 정면에 세팅된 무대 위·
-스윽·
무대에는 기다란 책상과 뒤쪽으론 ‘야수와 미녀’ 1차 포스터가 큼지막하게 달렸다· 피아노 치는 ‘야수’와 춤을 추는 ‘미녀 벨라’가 출력된 포스터· 즉 이곳은 ‘야수와 미녀’와 관련된 곳이라는 뜻·
정확하게는 ‘월드 디즈니 픽쳐스’가 작품마다 진행하는 캐릭터 소개 겸 제작발표회 느낌의 행사·
따라서 기다란 테이블엔·
“반갑습니다 ‘야수와 미녀’의 연출을 맡은 빌 로트너입니다·”
머리가 반쯤 벗겨진 빌 로트너 감독이 첫 번째로 자리했고 그 옆에 강우진이 앉았다· 세 번째 자리엔 풀메이크업에 금발을 ‘미녀 벨라’처럼 한 줄로 땋은·
“마일리 카라예요 ‘미녀 벨라’를 맡았습니다·”
카라가 보였다· 물론 마리아 아르마스부터 ‘야수와 미녀’ 주·조연급 배우들이 모두 모였다· 그들이 바라보는 홀의 전체로는 당연히·
-파바바바박!
지금도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는 수백 외국인 기자들이 응집됐다· 대충 200명은 가뿐히 넘는 머릿수· 이것도 그나마 ‘월드 디즈니 픽쳐스’가 거른 거였다· 워낙에 처음부터 난리였던 ‘야수와 미녀’에 강우진의 이슈들 포함 최근 우진과 카라의 열애설까지 붙으며 기자들이 대거 몰렸으니까·
행사의 전체적 분위기는·
“‘야수와 미녀’는 원작 파워가 워낙 강한 만큼 실사화에 있어 최대한 원작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각색을 진행했고······”
‘야수와 미녀’ 소개와 강우진과 카라 외의 배우들이 각자 맡은 캐릭터들을 자랑하는 느낌· 물론 디즈니 측이 제시한 대본이 있기도 했고 각 배우들의 자유로운 생각이 첨가되기도 했다· 참고로 강우진의 멘트는 짧고 간단했다·
“‘야수’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특수 의상을 입는 거였습니다·”
대략 1시간가량 이어진 행사가 거의 끝에 다다랐을 때쯤 행사에 참여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에 도래했다· 빌 로트너 감독부터 배우까지 차례로 손을 드는 기자를 찍는 방식· 감독이 핸드마이크에 대고 읊조리자·
-스윽·
열댓 명 기자가 손을 올렸다· 다만 뭐랄까 미적지근한 반응이었다· 질문도 평범했다·
“감독님 ‘야수와 미녀’는 제작 전부터 실사화 관련으로 대중들의 비판을 받아야 했는데 작품이 개봉한다면 그 논란들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원작의 팬분들부터 모두가 ‘야수와 미녀’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빌 로트너 감독의 확신 뒤로 마이크가 강우진에게 넘어갔다· 곧 담담한 얼굴인 우진이 속으로 화들짝 놀랐다·
‘와- 미친!’
이유야 간단·
몰린 200명 기자들 거의 전부가 손을 들었으니까· 직전과 비교하면 폭발적이었다· 심지어 기자들 반 정도는 자리서 벌떡 일어날 정도에 괴성을 지르는 이도 있었다· 그들 중 강우진이 선택한 건 셋째 줄 중간에 늘어진 턱살이 눈에 띄는 남자 기자였다·
기자가 선택되자마자 바로 외쳤다·
“강우진씨!! ‘야수’와 ‘미녀 벨라’는 현실에선 사랑에 빠진 게 아닌 겁니까?! 당신과 마일리는 열애설이 터진 뒤 이렇다 할 확신을 주지 못했습니다! 이미 분위기는 서로 동료 정도에 오해라는 걸로 변했지만 역시 대중들은 확실한 대답을 원하니까요! 역시 아닌 겁니까?”
무심한 얼굴로 기자를 보던 강우진이 살짝 옆자리인 금발의 카라를 힐끔했다· 그녀도 우진을 보고 있었기에 눈이 맞았다· 아이컨택은 대략 3초· 이어 강우진이 핸드마이크에 대고 간단히 답했다· 심히 평온하며 낮은 톤의 영어였다·
“아니요 사귀고 있습니다·”
마일리 카라의 파란 두 눈이 확 커졌다·